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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5

타닥. 타닥.

농구공만 한 색 아귀가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를 내면서 커다란 수레를 열심히 끌고 있었다.

정확히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아귀와 수레.

천천히 다가오면서 덜컹거리는 낡은 수레의 모습을 보면, 별로 특별한 점이 없는데도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 수레가 나를 실어서 어딘가로 데려갈 것 같은 불안감이었다.

고개를 돌려서 옆을 바라보니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하얀 아귀가 있었다.

“뀨!”

오히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반가워 보이는 기색이었다.

하긴 색 아귀나 하얀 아귀의 능력으로는 나를 수레에 실어서 멀리 버리고 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괜한 생각이겠지.

하지만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서, 나는 쭈그려 앉고 손을 뻗어서 아귀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아귀는 착하니까, 나를 수레에 실어서 서울숲에 버리고 오거나 하지 않을 거지?

하지만 아귀는 내가 상냥하게 웃으면서 등을 쓰다듬어 주자, 굉장히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슬쩍 곁눈질로 나를 바라보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표정이 마치, ‘이 광인이 또 어떤 미친 짓을 하려고 이러지?’ 이러는 것만 같았다.

너무 기분 나쁜 표정이라, 쓰다듬고 있던 손으로 등을 파헤쳐서 뜯어먹어 버렸다.

“뀨힝힝.”

하얀 아귀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쓰다듬고 있었는데, 또 뜯어먹어 버렸네.

물론 아귀의 표정은 언제나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요즘 들어서 나는 아귀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귀를 자주 괴롭히다 보니, 이제는 아귀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해 버린 것이다!

황금 사신이나 검은 사신 개개인 구분은 아직도 못 하는데, 하얀 아귀의 표정 구분을 먼저 하게 된다니….

왠지 엄마 실격인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성격이나 행동이 조금씩 다른 쌍둥이 구분을 어떻게 해?

수백만 쌍둥이를 구분하는 예린이가 이상한 거야.

그렇게 계속 하얀 아귀를 뜯어먹다 보니, 어느새 색 아귀가 내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수레의 짐칸에서 연금술사의 여동생이 다급한 얼굴로 뛰쳐나왔다.

“언니가 이상해요! 도와주세요!”

언니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며,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설정의 나를 향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동생의 이야기는 서울숲에 찾아간 연금술사의 이상행동부터 시작되었다.

***

한때 뇌를 파먹힌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죽을뻔한 여동생과 연금술사는 다시 ‘억제제’의 재료를 찾기 위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황금 사신이, 어딘가로 가버렸네.”

아쉽게도 좀비를 물리친 황금 사신과는 헤어진 상태였다.

숲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모든 좀비를 순식간에 토막 쳐 버린 황금 사신은 도망가는 주황 사신을 쫓아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황금 사신은 분명 처음 나타났을 때는 주황 사신을 보면서 다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주황 사신이 자꾸 슬금슬금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하더니, 몹시 화난 표정으로 주황 사신을 쫓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미니 사신들과 헤어진 여동생 일행은 서울숲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었다.

“재료가 전혀 없어. 상당히 흔한 시료인데, 이렇게까지 없다니.”

하지만 한참 동안 돌아다녔는데도, 약초 채집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약초길래 그래?”

“단절초라고 불리는 약초야. 꽤 독특하게 생겼지.”

궁금증을 가지고 묻자, 언니는 별로 기대는 하지 않는 표정으로 필요한 약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꽤 특징적인 색과 모양을 가진 약초라서 찾기 쉬워 보이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엄청난 양의 ‘단절초’가 주변에 가득 돋아나 있었다.

‘?’

설마 ‘단절초’랑 비슷하게 생긴 풀인 건가?

당연히 그렇겠지.

이렇게나 많은데, 언니가 찾지 못했다고 했을 리가 없는걸.

비슷한 풀과 단절초의 차이를 배우기 위해서, 찾아낸 풀들을 몇 개 뜯어서 언니에게 보여주었다.

“언니! 이게 단절초가 맞아?”

하지만 뽑아 든 풀을 자세히 살피던 언니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맞아,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걸 찾아냈구나. 어디서 찾은 거야?”

“?”

뭔가 이상했다.

“언니, 이 단절초, 이 주변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잔뜩 있어.”

이상해.

이렇게나 많은데, 언니가 장난치는 건가?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언니는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생각을 거듭하던 언니는 고개를 들고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부터 나는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단절초’를 이 바구니 가득 모아줄래?”

“응, 알았어.”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미소였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에 잔뜩 돋아난 단절초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언니는 뭔가를 하려는 듯이 평소에 사용하던 노트를 펼쳤지만, 그저 펼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듣기 힘들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큰일이군. 벌써 인식의 왜곡이 나타나고 있어. 억제제를 만들 수 없도록 단절초가 보이지 않는 식으로 인식을 뒤틀어 버리고 있는 건가? 조만간 단절초 자체를 인식하지 못….”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엄청나게 심각한 상황으로 보였다.

정신력의 한계, 오브젝트화 부작용, 억제제 내성 그리고 자살.

언뜻 듣기에도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서둘러서 단절초를 모으기 시작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

“언니, 다 모아왔어.”

“응, 고마워.”

언니는 바구니는 보지도 않고, 상냥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미소가 너무 힘겨워 보여서 묻지 못했다.

그런 걱정스러운 표정이 밖으로 드러나 버려서 그런 걸까.

“그럼, 이제 돌아가자.”

언니는 작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이상하게 괜찮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단절초를 잔뜩 가지고 돌아간 뒤에도, 언니의 이상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언니는 자기가 분류까지 해둔 단절초를 더 이상 보지 못했다.

눈앞에, 탁자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천천히 잘 들어. 우선 단절초를 공이에 넣고….”

눈을 뜨기 무서운 것처럼, 언니는 눈을 꼭 감고 ‘억제제’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위험하다며 연금술 도구를 절대로 손대지 못하게 했으면서, 이제는 약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서 만들어달라고 하고 있었다.

약을 잔뜩 완성하자, 홀가분한 표정의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내가 이 약을 먹거든 회색 사신에게 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오브젝트를 파괴하는 회색 사신에게로.”

그러더니 언니는 일주일에 한 알씩 먹던 억제제를 산더미처럼 삼키고 굉장히 졸린 표정으로 책 하나를 건넸다.

“하하. 이건 생일 선물로 주려고 했던 건데, 미리 주게 됐네.”

“너를 위한 연금술 교본이야.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연금술 공부를 좀 해 둬. 분명 필요한 순간이 올 거야.”

여동생을 위해서 만든 연금술 책을 넘기는 언니의 표정은 마치 유언을 말하는 노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게 자기가 할 말만 모두 해버린 언니는 쓰러지듯이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

여동생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그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해롭지 않은 오브젝트였던 연금술사가 조금씩 해로운 기운을 풍기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걸 왜 나한테 말로 설명하는 거지?

분명 나의 말을 못 알아듣는 연기는 완벽했을 텐데, 요즘 들어서 내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확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정말 나보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데려온 건가?

연금술사가 하는 말을 보면, 내가 죽여주길 기대한 것 같은데….

적대적인 오브젝트를 파괴하는 회색 사신.

적대적인 오브젝트로 변한 연금술사.

그 둘이 만나면?

갈기갈기 찢긴 연금술사!

그렇다고 여동생 앞에서 연금술사를 죽이면 너무한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었더니, 연금술사가 풍기는 기운을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색 괴인이 사라진 공간, 색채 우주의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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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기운의 영향으로 해로운 오브젝트로 변한 건가?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연금술사 일행을 통째로 미니 사신 정원 안쪽으로 옮겼다.

적색 괴인이 정원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쉽게 들어오지도 못했던 것이 생각나서 한 일이었다.

***

충동적으로 연금술사 일행을 미니 사신 정원에 집어넣었지만, 여전히 연금술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색채 우주와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여동생과 친한 황금 사신들이 환한 얼굴로 여동생에게 달려들고 있을 뿐이었다.

여동생은 지금은 별로 놀고 싶지 않다며 황금 사신들을 거부했다.

하지만 황금 사신의 정신 오염 때문인지, 아니면 위로받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결국 달라붙는 것을 허락해 버렸다.

약간 우울한 표정의 여동생 어깨 위에 앉아서 볼을 토닥이는 황금 사신들.

그리고 억지로라도 희망을 품으려고 노력하는 여동생.

여동생의 볼에 달라붙은 황금 사신들은 미라 놀이를 한 여파인지, 여동생의 볼을 가볍게 깨물고 있었다.

황금 사신이 냠냠 깨물기 시작하자, 여동생은 간지러운 것처럼 조그맣게 웃었다.

하긴 황금 사신이 깨물면 뭔가 말랑말랑한 게 달라붙은 기분이라서, 이상하게 간지럽지.

요즘 내가 황금 사신을 무시하고 TV를 보면 찰싹 달라붙어서, 냠냠 깨물기 시작해서 잘 알고 있었다.

TV를 보는 걸 잠시 멈추고 놀아줘야 할 만큼, 간지러웠다.

황금 사신들과 귀여운 실랑이를 하던 여동생과 황금 사신들은 어느새 나를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작은 여동생이었다.

연금술사를 고쳐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빤히.

그러자, 황금 사신들도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의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엄마 힘내!’

으음.

아무리 힘내라고 해 봤자, 죽여서 과자 인간으로 만드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100%로 정원에서 부활하는 것도 아니라서, 진짜로 죽어버릴 위험성도 있었다.

쿵. 쿵.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 거대한 굉음을 내면서 무언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젤리 돼지가 3층은 되어 보이는 집을 짊어지고 이동하고 있었다.

미니 사신 정원에서 자주 노는 나도 처음 보는 신기한 것이었다.

우리들 앞에서 멈춰 선 젤리 돼지가 무릎을 굽히자, 등 위의 구조물에서 계단이 내려왔다.

그리고 그 계단에서 내려온 것은 단정한 복장을 한 집사 아귀 두 마리였다.

그것도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들것을 가지고 내려온 상태였다.

‘?’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한 나를 무시하고, 집사 아귀들은 잠이 든 연금술사를 들것 위로 옮기기 시작했다.

‘???’

도대체 뭐지?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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