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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6

Chapter: 236

   루카는 오늘 자청하여 던전 공략을 모니터링 하는 업무를 맡았다. 루시와 2왕자의 대결을 눈에 새기고 싶었으니까.

   

   책상 위에 놔뒀던 아카데미의 지도가 우연히 사라졌던 일도 있으니 분명 이번 대결은 재미있을 터.

   

   서로간의 팽팽한 대결을 예상하던 루카였지만 현실은 달랐다. 홀로 아카데미 던전에 진입한 루시가 수많은 기행과 함께 압도적인 속도로 던전을 공략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예티의 힘과 경량화 스크롤을 이용한 비행. 늑대의 본능을 활용한 숲의 돌파. 40층 보스의 돌진 루트를 강제 하는 것으로 낙사시켜 버리기. 60층 보스를 자기 독에 중독 시켜 죽여버리기 등.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야?”

   

   이 던전을 구상하고 설계한 던전학 교수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경탄스러운 풍경을 눈에 담던 루카는 자신이 루시를 얕봤단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닌 던전에 관한 축복은 루카 따위가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루시는 겨우 반나절만에 아카데미의 던전을 정복하고서 바깥으로 나왔다.

   

   “이 사태를 다른 교수 분들에게 어떻게 설명 드려야하지?”

   

   난이도 조절을 잘못한 게 아니란 걸 납득시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듯 던전학 교수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그는 루카가 신경 쓸 것이 아니었다.

   

   “전 일단 이게 무슨 오류가 아니라는 걸 학생분들께 설명하러 갈게요.”

   “…갔다 와.”

   루카가 앞에 나서 설명을 함에 따라 모두들 루시의 승리가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지만 정작 그 승리의 당사자인 루시 알른은 지금 이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 했다.

   

   주변의 축하에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이런 말을 내뱉었으니까.

   

   “병신왕자님의 수준이 어떤지 확인해봐야겠어.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에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건지 참 궁금하거든.”

   

   2왕자에게 시비를 걸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루카는 영애의 자신감이 과하다고 생각을 했다.

   

   소울 아카데미에서 별을 발굴하는 데에 눈을 부릅뜨고 다니는 그다. 당연히 2왕자가 어떤 실력을 지니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다.

   

   2왕자는 강하다. 이미 어지간한 현역 기사를 압도하는 그의 재능은 현 기사단장마저 천재임이 분명하다 공언할 수준.

   

   아무리 루시가 나이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지만 여전히 그녀는 어리다. 아직 성장하는 시기란 말이다.

   

   성장의 시기에 존재하는 1년이라는 격차는 어른들끼리의 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할 터.

   

   루시의 재능은 이 격차를 뒤집을 정도로 압도적일까?

   

   루카는 루시의 자신감에 의문을 지녔지만 그렇다고 루시를 말리진 않았다.

   

   그녀가 직접 시련을 향해 뛰어드는데 왜 루카가 거기에 개입을 하겠는가. 그녀가 시련을 겪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지.

   

   루카는 루시의 바람을 완벽하게 이루어 주었다. 2왕자와 루시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대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성사된 루시와 2왕자의 전투를 지켜보는 루카의 표정은 진중했다.

   

   자그마한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끼어들 것처럼 무거운 표정. 그를 본 다른 이들은 루카가 학생을 걱정하는 참교사라 생각을 하지만 그 속은 달랐다.

   

   진중한 선생의 가면 아래에 숨은 루카의 본성은 두 사람의 전투를 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니까.

   

   다시 한 번 검은 색의 오러와 순백의 신성이 부딪힌다.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듯한 팽팽한 대치.

   

   거기에서 뒤로 빠진 것은 순백이었지만 그는 검정에 잡아먹힌 까닭이 아니었다. 균형을 무너트림으로써 검정의 주인을 노리기 위한 수였다.

   

   힘을 받아주던 상대가 사라짐에 따라 2왕자의 몸이 앞으로 기운다. 그에 따라 2왕자의 수비가 허술해졌고 루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2왕자의 옆구리에 방패가 후려쳐지고 허공으로 떠오른 2왕자의 몸이 이내 바닥에 처박힌다.

   

   “이걸로 끝인가요?♡ 병신왕자님의 근육은 장식이셨군요?♡ 겉으로는 위압적이지만 안에는 든 게 없는 병신 근육이군요?♡”

   

   비웃음 속에서 2왕자가 다시금 일어섰지만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승부는 명백했다. 이제와 2왕자가 아무리 발악을 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루시는 만전이었지만 2왕자는 언제 쓰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알른 영애께서 지닌 재능은 진짜였네요. 2왕자님을 완벽하게 압도하다니.

   

   물론 2왕자님께선 지칠대로 지친 상태고 영애께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터입니다만 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전의 상태로 대결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볼만한 싸움이 되었겠지요. 허나 그 정도 차이일 뿐입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겠죠.

   

   2왕자님은 알른 영애를 이길 수 없습니다.

   

   영애께서는 2왕자님의 싸움을 완벽히 읽고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저 두 사람의 대결을 보았던 루카는 전투의 양상 속에서 루시 알른이 지닌 능력을 여럿 보았다.

   

   아카데미에 입학하던 무렵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방패술.

   

   2왕자를 상대로 힘대결을 벌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신체 능력.

   

   상대방의 감정을 뒤흔드는 어휘 구사.

   

   어느 하나 감탄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루카가 가장 놀랍게 생각했던 것은 루시가 지닌 전투 논리였다.

   

   그녀는 공방이 이어지는 와중에 항상 최선의 수를 골랐다.

   

   단순히 방패로 막아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움직임으로 상대를 교란하고 힘대결을 하는 체 하며 의표를 찌르고 상대가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 때는 또 정성적으로 밀어 붙인다.

   

   루시 알른은 처음부터 완벽히 2왕자를 읽고 있었다.

   

   그가 지닌 능력을. 성격을. 공격을. 모든 것을 파악하고 그를 이용해 2왕자를 농락하고 있었다.

   

   상대를 가지고 노는 듯한 저런 전투논리는 쉬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재능이 뛰어나다해서, 좋은 핏줄을 타고 났다 해서, 가진 것이 많다 해서 지닐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저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쟁이다.

   

   수많은 전투를 거치고, 수많은 상대와 목숨을 건 혈전을 겨루어봐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일 터인데 저 어린 여자아이가 어찌하여 저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루카는 스스로를 세공하려는 별의 능력을 재차 확인함과 동시에 알른 가문에 대한 의문을 지녔다.

   

   그 곳에서의 훈련은 대체 어떤 것이기에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아이에게 어지간한 중견의 용병보다 뛰어난 판단력을 쥐어준 걸까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견식을 해봐야겠.

   

   …저건?

   

   루카의 눈에 들어온 것은 2왕자의 검 위에 둘러지는 검은 색의 오러였다.

   

   단순히 검 위에 자리하는 것이라 그 자체로 무게와 중압감을 지닌 오러.

   

   자신만의 특색을 지닌 오러라니. 저건 일정 경지를 넘어서야지만 다룰 수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극한의 상황 속에서 깨우침을 얻은 것인가요?

   

   그를 확인한 루카는 루시의 자신감 넘치는 눈빛을 주변에 전했다.

   

   의도적인 곡해였지만 문제는 없었다. 루시가 직접 입을 열어 뜻을 전한 게 아니지 않는가. 그는 루시가 시키는 바를 어긴 적이 없었다.

   

   “루카 교수. 저건 위험하지 않아? 아무리 영애께서 바라신다지만.”

   

   그랬다. 분명 저건 위험했다. 최소한 아카데미의 학생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공격은 아니었다.

   

   “걱정마십시오. 위험해지면 직접 대응하겠습니다.”

   

   허나 루카는 저기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루시가 저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고 싶었기에.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른 2왕자가 검을 치켜듬과 동시에 루시가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지닌 신성이 방패의 앞에 모여든다.

   

   압도적인 밀도의 신성.

   

   따스하다 못해 뜨거운. 자그마한 태양을 보는 것만 같던 신성이 루시의 뜻에 따라 방패를 타고서 펼쳐지더니 방패에 앞에 또 다른 방패를 만들어냈다.

   

   “…하.”

   

   그 모습을 눈에 새긴 루카는 가면을 쓴다는 것도 잊고서 감탄을 해버리고 말았다.

   

   과연 신께서 사랑하시며 직접 세공하시려는 분인가요.

   

   아아. 영애께서는 너무 밝아요. 세공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밝아서 눈이 멀 것 같습니다.

   

   모든 작업이 끝난 그 순간에 얼마나 찬란히 빛나려 그러시는 겁니까.

   

   어두운 밤하늘을 낮으로 바꾸어 모든 별을 퇴색시키려는 생각이십니까?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고생을 하던 루카는 이내 평정을 되찾더니 옆에 있던 던전학 교수에게 말을 걸었다.

   

   “개입할 필요는 없겠죠? 제슬 교수?”

   “…그렇네.”

   

   노을의 주홍빛마저도 퇴색될 만큼 밝게 빛나는 순백의 방패는 내리쳐지는 검을 너무나도 가벼히 막아내 버렸다.

   

   *

   

   신성으로 이루어진 방패의 위로 2왕자의 검이 떨어진 순간 확신했다.

   

   저 검이 나의 방패를 뚫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밝게 빛나는 방패 앞에서 2왕자의 어둠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상당히 길었던 대치의 끝에 힘이 다한 2왕자가 먼저 무너져내리고 말았으니까.

   

   방패의 빛에 밀려나 나자빠지고만 2왕자는 허공을 올려다보면서 거친 숨을 내 쉴 뿐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를 확인한 나는 방패 앞에 모여든 신성을 거두고는 2왕자에게로 다가갔다.

   

   방금 전 모든 힘을 쏘아내면서 분노마저 내보낸 덕분일까. 그의 눈에는 이성의 흔적이 돌아와 있었다.

   

   “괴물…같으니…”

   

   아래에서 날 올려다보던 2왕자의 쉬어버린 목소리에 웃음이 샜다.

   

   괴물이라.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아직 게임 시작 시점에서 1년이 안 지났는데 오러에 특색을 부여하는 수준에 이르면 어쩌자는 거야?

   

   할배랑 같이 죽어라고 수련한 게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 했잖아.

   

   ‘수고하셨어요.’

   “병신왕자님치고는 나쁘지 않았어요. 저보다야 못했지만 그런 게 어디 한 둘인가요.”

   

   “빌어먹…을 년… 같으니…”

   

   – 띠링.

   

   한계에 달한 2왕자가 눈을 감기 무섭게 알림음이 들렸다.

   

   [퀘스트 클리어!]

   [2왕자를 참교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충격전환’이 지급됩니다!]

   

   왔다!

   

   왔다!

   

   왔다아아아!

   

   보상이 지급된 것을 확인한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충격전환.

   

   전위에서 데미지를 받아가서 싸우는 캐릭터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스킬 중 하나.

   

   그 효과는 자신이 받아낸 데미지의 일부를 자신이 사용하는 자원으로 바꾸는 것.

   

   그러니까 이제는 적의 공격을 막기만 해도 신성이 복구된다 이 말이야!

   

   끝없이 회복하며 달라붙는 성바퀴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아아. 빨리 시험해보고 싶다.

   

   이 스킬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몸으로 체감해보고 싶어.

   

   내일 루카가 준비할 수 있다던 시련 중 하나로 성능 테스트를 해보자.

   

   아니지. 오늘 밤에 갈까?

   

   어차피 하루 정도 안 자도 상관없으니까.

   

   <여아야.>

   

   기대감을 참을 수가 없어서 히죽거리고 있으려니 할배가 나지막히 나를 불렀다.

   

   ‘네? 왜요?’

   <주변을 봐라.>

   

   주변? 주변은 왜요?

   

   할배의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나는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종류는 다양했지만 학생들의 시선은 대부분 비슷했다.

   

   두려움. 혹은 공포.

   

   …나 뭐 잘못했어?

   

   왜 무슨 길거리 깡패 보는 것마냥 날 보고 있는 거야?

   

   나 별 거 안 했잖아?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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