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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42

회색 사신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 버린 격리실에서 예린은 황금 사신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관찰 대상은 4발로 걷고, 소리를 낼 수 있는 거대 황금 사신이었다.

‘늘었어.’

그리고 그 커다란 황금 사신은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그 옆에는 확연히 크기가 작은 황금 사신들이 아장아장 기어다니고 있었다.

예린이 커다란 황금 사신들에게 자꾸 관심을 줘서 그런지, 다른 황금 사신들도 커다란 황금 사신처럼 4발로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린에게 다가와서 달라붙고, 얼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간지러워. 과자 줄 테니까, 그만해.”

그 모습이 왠지 애완동물 같아서 귀엽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해서 조금 웃음이 나왔다.

옴뇸뇸.

황금 사신을 한 마리씩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면서, 과자를 하나씩 먹였다.

그렇게 격리실에 모인 대부분의 황금 사신에게 밥을 주자, 남은 것은 새로 생긴 거대한 황금 사신뿐이었다.

대형 황금 사신 두 마리는 마치 친한 친구처럼 나란히 딱 붙어서, 고양이처럼 바닥에 배를 붙이고 쉬고 있었다.

예린은 그중에 하나를 들어 올려서 품에 안으려고 했다.

“엄청 무거워!”

하지만 깃털처럼 가벼운 황금 사신의 무게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 무거워서,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트려 버렸다.

쿵.

거대 황금 사신이 바닥에 떨어지자, 마치 쇳덩어리가 떨어진 것처럼 바닥을 울렸다.

“뀨힝힝.”

거대 황금 사신은 억울하다는 것처럼 구슬프게 울었다.

이상해.

뭔가 이상한데, 잘 모르겠어.

너무 이상해서 황금 사신을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TV에서 놀라운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한국 관할 특급 오브젝트인 회색 사신이 러시아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사신이!’

그 순간, 예린은 이상한 황금 사신에 대한 의심을 접어버리고, 회색 사신이 나타난 TV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수상한 소음을 듣고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발견한 것은 이세계 예린이를 납치한 닌자들과 그 닌자들에게 쫓기는 푸른 머리칼의 소녀였다.

푸른 소녀는 죽어버린 시체도 보관 중이고 꿈에서도 자주 봐서 그런지, 친숙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꿈에서 봤던 푸른 소녀와 달리 상당히 어려 보였다.

‘역시.’

그리고 저 푸른 소녀는 내가 봤던 시체처럼 인간이 아니라, 오브젝트였다.

‘아무래도 예린이를 납치한 닌자들이 나쁜 녀석이고, 꿈에서 자주 봤던 푸른 소녀가 착한 녀석이겠지?’

소녀가 왜 쫓기는지, 그리고 닌자가 왜 쫓아가는지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순식간에 도와야 할 대상을 정해서 능력을 사용했다.

박수를 두 번 짝짝.

그리고 작은 발 구름을 세 번 콩콩콩.

그 순간 닌자들이 딛고 있는 땅이 무너져 내리거나, 벽이 무너져 내리는 등 온갖 불합리한 상황이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보통은 꽤 논리적인 흐름을 가지고 운명을 비틀곤 했지만, 지금의 나는 장작이 무려 예린의 두 배!

사소한 인과관계는 장작을 잔뜩 집어넣어서 해결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을 인도하는 사신!

뚜방뚜방.

상황을 정리하고 천천히 다가가자, 꽤 긴장한 표정의 푸른 소녀가 보였다.

그래, 푸른 소녀가 보였다.

내 육체인 ‘회색 사신’과 꼭 닮은 소녀.

꿈에서 자꾸 튀어나오는 소녀.

지금, 이 상황이 조금 기대되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회색 사신’은 무엇인지.

너는 도대체 무엇을 이루려고 한 것인지.

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은 얻지 못할 것 같았다.

그야 저 푸른 소녀는 꿈의 등장인물에 불과한 과거의 인물이고, 나이 차이도 꽤 있어 보였으니까.

그래도 역시 조금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푸른 소녀를 향해 입을 열려는 순간, 세계가 박살 나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보라색 달을 향해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이었다.

마치 나에게서 먼 곳부터, 가까운 곳으로 흐르는 느낌으로.

구름과 저 멀리 있는 설원부터 시작해서 점점 붕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갑작스러운 사태에 주변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푸른 소녀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마치 시선이 못 박힌 것처럼 빤히 쳐다보면서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볼을 붙잡고 마구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왠지 흐뭇한 미소를 지은 푸른 소녀는 자기 뺨을 나에게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

나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깜짝 놀라서, 몸을 잔뜩 굳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분명 인간이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에서 벗어난 꼬맹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마도서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에게 가까운 푸른 소녀는 생각했다.

‘도대체 저 소녀는 뭐지?’

눈에서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황금색 불꽃으로 변해서 흩어지고 있었다.

몸 안에 내포된 힘은 도시하나를 지탱하는 보라색 달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그렇게 코앞까지 다가온 소녀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눈이 마주쳐 버렸다.

‘!’

눈이 맞은 순간, 마치 벼락에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푸른 소녀는 참지 못하고 자신의 취향에 한없이 가까운 소녀를 끌어안아 버렸다.

그 순간 마음속에 안심감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나쁜 아이일 리가 없지.

하지만 이 아이와 당장 헤어져야 한다는 것처럼,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사태에 푸른 소녀는 조그마한 소녀를 끌어안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 무너지는 세계의 단면은 환영 구축 계열의 연금술 흔적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연금술 패턴이 천재 연금술사인 내가 제대로 해석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네.’

푸른 소녀는 감탄, 그리고 또 감탄하며 세계가 무너져 가는 것을 구경했다.

역시 이 환영도 천재가 만든 것일까?

자신이 쓰는 술식과 비슷한 구성을 보이는 연금술이었다.

그 순간, 소녀는 깨달아버렸다.

‘이건 먼 미래의 내가 만든 술식이구나.’

‘전부 가짜이지만 진짜. 꿈이지만 현실.’

그리고 이 술식이 원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올바른 결말의 달성.’

도대체 누가 꾸는 꿈이길래, 시간을 이어 붙일 수 있었을까?

푸른 소녀는 보라색 달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달이 꾸는 꿈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그럴 리가 없지.’

푸른 소녀는 피식 웃으며, 이 꿈속의 유일한 이방인.

품 안의 소녀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올바른 결말을 이루기 위한 힌트를 남겼다.

“올바른 결말을 위해선 스승님이 필요해.”

세계의 붕괴로 공기가 사라지고 있었지만.

붕괴의 소음으로 소란스러웠지만.

푸른 소녀는 이 소리가 닿기를 바라며, 닿을 때까지 계속 속삭였다.

***

세계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어둠 속에 잠긴 뒤, 나는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다.

온몸이 타는 것처럼 아프고, 팔다리에 말뚝이 박힌 꿈의 시작 부분이었다.

나는 장작으로 상처를 모두 회복시키면서, 내가 얻은 힌트들을 정리했다.

보라색 달의 파괴 조건은 <꿈이 올바른 끝을 맺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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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푸른 소녀가 말한 힌트는 ‘스승님이 필요해.’ 였다.

아무래도 이 꿈에는 정해진 내용과 결말이 있고, 그것을 이루어 주는 것으로 클리어되는 것으로 보였다.

이 꿈은 제대로 클리어할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루프물 같았다.

그렇다면 우선 푸른 소녀가 말한 ‘스승님’을 찾아보도록 할까.

***

점점 어둠이 짙어지는 도시의 어둠 속에서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너무 오랜만에 호흡하는 거라서 그런지, 제대로 심호흡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 어지러워.

주변에는 황금색 불꽃에 타들어 가고 있는 검은 소라 껍데기가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이 세계를 무려 10번이나 반복했는데, 아직도 그 ‘스승님’이라는 작자를 찾지 못했다.

대신 인간으로 둔갑하고 있는 검은색 소라게들만 잔뜩 발견했다.

이 검은색 소라게들은 척 봐도 ‘올바른 결말’을 방해하는 존재였다.

게다가 이 검은색 소라게들은 회차를 진행하면 할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갑옷을 입은 경비병으로 변한 녀석들은 푸른 소녀의 교단 탈출을 방해했다.

닌자로 둔갑한 녀석들은 내 방을 수시로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8회차 이후로는 탈출하려면 죄다 때려 부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큰일이야. 더 이상 시간이 없어.”

나는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세계는 붕괴하고 있었다.

아마, 영원히 반복할 수는 없는 거겠지.

하늘 위의 보라 달은 회차가 반복될 때마다 검게 물들고 부스러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반복되는 꿈이 멈춰버릴 것만 같은 상태였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꿈의 결말에 도착하지 못하면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만큼 큰 문제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맛있는 고기 꼬치의 냄새마저 무시하고, 어두운 골목 속으로 걸어 나갔다.

미아가 된 어린아이를 찾으려는 것처럼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며 뚜방뚜방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 끝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눈동자교 교주랑 똑같이 생긴 남자와 푸른 소녀가 보였다.

내가 봤던 교주보다 엄청 젊어 보였지만, 근육질인 몸만은 똑같았다.

“찾았다.”

나는 드디어 찾았다는 미소를 베어 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보라색 달의 도시 깊숙한 곳.

“음.”

그곳에서 푸른 소녀의 스승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꼭 큰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느껴졌다.

교단에 잠입하겠다고 떠났던 푸른 소녀가 갑자기 돌아와서 그런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오늘, 교단에 잠입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고 푸른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아! 내일….”

하지만, 스승의 예감이 맞았던 것일까.

푸른 소녀가 스승의 말에 굉장히 즐거운 것처럼 웃으며 대답하려던 순간.

공간이 마구 찌그러지더니, 푸른 소녀는 그대로 육편이 돼버렸다.

“안 돼!!!”

스승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핏물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이미 터져버린 인간은 다시 돌아올 순 없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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