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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54

Chapter: 254

   <…이해가 안 되는 구나. 저는 그대의 기량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닐 터인데?>

   

   해골이 내지른 검을 튕겨내고서 잠시 시간이 흐른 후 할배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의 말이 옳았다. 본래라면 난 저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이번에 패링이 가능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이것이 시련이기 때문.

   

   과거의 내가 해골의 공격 타이밍을 몸에 때려 박은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공격을 내지를 때마다 자세를 가다듬을 틈을 주지 않았다면.

   

   보란 듯 준비동작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난 해골의 앞에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시스템 안에 존재하기에 벌일 수 있는 기행이다.

   

   진짜 실전이더라도 비슷한 일을 할 수야 있겠지만 그 끝에 존재하는 건 방패가 박살난 채 공포에 질려 부들대는 여자아이의 모습이겠지.

   

   ‘기적이란 거죠.’

   <신의 보살핌이 있었던 것이냐.>

   

   그를 알기에 나는 이 일의 공을 허접 주신에게로 돌렸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일이라도 그 앞에 신의 이름이 들어가면 설득력이 생기거든.

   

   <그런데 말이다 여아야.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네?’

   <방금 전 분명 그대가 나를 할배라고 부르지 않았느냐?>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에이. 할아버지. 제가 어찌 할아버지를 할배라고 부르겠습니까. 굳이 따지자면 제 스승이나 다름없는 분인데요!

   

   <어허. 내가 못 들었으리라 생각하느냐?>

   

   못 들은 거 아니었어요!? 기적의 풍경에 압도 되어서 지나친 거 아니었냐고요!

   

   젠장! 들었으면 진즉에 들었다고 그러던가!

   

   ‘죄송합니다!’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 정신이 고양 된 상태라 그런가 말이 헛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괜한 변명을 하지 않고 솔직한 사과를 건넸더니 할배가 웃음을 흘렸다.

   

   뭐야. 할배. 화 난 거 아니었어?

   

   <자아. 이번에는 여아 그대가 잘못을 했지?>

   ‘그…렇죠?’

   <방금 전에는 내가 잘못을 했고?>

   

   아. 아아아.

   

   <그러니 내가 받을 벌을 없는 게다?>

   

   처음 그 일 신경 쓰고 계셨구나?!

   

   <요즘 말로 쌤쌤이란 게다. 동의하느냐?>

   ‘쌤쌤이 요즘 말은 아닌데요.’

   <어쨌든!>

   

   휴우. 처음에 잔뜩 위협해두길 잘했다. 덕분에 상황을 모면하는 데 성공했네.

   

   안 그랬으면 분명 할배의 끝없는 잔소리나 지옥과도 같은 훈련 중 하나가 시작됐겠지. 어쩌면 두 개가 한꺼번에 왔을 지도 모르고.

   

   메스가키 스킬의 정신 침식이 더 강해진 느낌이야. 아무리 정신이 고양되더라도 할배한테 말실수를 하는 일은 없었는데.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속으로도 겉으로도 진심을 담아서 ‘여자애한테 처발리는 개허접 좆밥♡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어?♡ 내가 울면서 죄~송~해~요~ 라고 말할 줄 알았어?♡ 푸하핳!♡ 아깝네~♡ 조금만 더 강했으면 내 손톱 정도는 부술 수 있었을 텐데 말야~♡’ 같은 말을 하는 인간이 될 거라고!

   

   …

   

   나 최근에 비슷한 식으로 말한 적이 있지 않았나?

   

   상대를 도발하기 위함이란 핑계를 달고 저런 소리를 지껄였던 거 같은데.

   

   어라?

   

   혹시 지금 나 이미 잠식될 대로 잠식된 상태인 거 아냐?

   

   “훌륭했다.”

   

   위기감에 입술을 잘근거리고 있으려니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골이었다.

   

   방금 전 어느 정도 진심을 내어 검을 휘둘렀던 그는 시련 때의 일은 시련 때의 일이라는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대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 축하한다. 그대는 시련을 통과했다.”

   

   ‘감사합니다. 가라드님.’

   “쳐발린 주제에 왜 자기가 더 잘났다는 것처럼 평가를 하는 거야? 아. 자존심이 박살나서 그렇게라도 정신 승리를 하려는 거야? 미안해요~ 영웅님~ 제가 잘 몰랐네요~”

   

   해골의 손이 부들거리는 게 보인다. 분이 가라앉은 게 아니라 애써 분을 감추고 있는 거였구나.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갔다가는 진짜 진심을 담아서 검을 휘두를 것 같아. 입 닥치고 있자.

   

   “…여기 시련의 보상. 안키르다.”

   

   해골이 내미는 방패를 본다.

   

   수백 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백을 간직하고 있는 방패를 말이다.

   

   저를 본 순간 입꼬리가 흐물흐물해져서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이 세계에 막 왔을 적의 나는 무구의 가치를 잘 모르는 꼬맹이였다.

   

   게임 속 지식이 있기에 그 이름을 들으면 대단하다 아니다 정도는 알 수 있지만 실물을 판단할 능력은 없었지.

   

   난 평생 무기다운 무기를 만져 볼 일이 없는 현대인이었으니까.

   

   그치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빙의하고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도 없이 메이스를 휘둘렀으며 수많은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 보았던 나는 보는 것만으로 무구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안키르라는 이름을 지닌 저 방패는 방패를 드는 이라면 누구나 바라고 선망할 무구였다.

   

   해골에게서 얌전히 그를 받아들기 무섭게 몸 안에 머무르던 신성이 더욱 더 맑아지는 게 느껴졌다.

   

   신의 전령이 내린 무구가 내 격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음. 미스릴 방패야. 잠시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어 볼래?

   

   여태 열심히 일했으니까 쉬게 해주려는 거야.

   

   절대 널 유기하거나 할 생각이 아니란다!

   

   알겠지? 잠시 쉬고 있어?

   

   정이 들었으나 이젠 사라진 미스릴 방패를 인벤토리에 대충 던져 놓고 안키르를 착용해 보았다.

   

   그러자 방패의 크기가 자동으로 바뀌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크기가 되었다.

   

   키야아. 이래야 신이 내린 무구지! 암!

   

   들어봤을 때 무게감 적당하고.

   

   손잡이를 잡았을 때의 느낌도 좋고.

   

   움직일 때 거슬리는 부분 하나 없고.

   

   무엇보다 신성이 전달되는 게 말끔해!

   

   미쓰레기 방패를 들었을 때와는 전혀 달라!

   

   이거라면 할배의 재현도 깔끔하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 어떡하지?

   

   이거 빨리 실전에서 써먹어 보고 싶어.

   

   날 진심으로 박살내려는 공격을 받아내 보고 싶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키르가 마음에 들어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으려니 해골이 웃으며 목소리를 냈다.

   

   “신의 사랑을 받는 자여. 그대라면 나의 친우. 카론이 남긴 여러 시련을 분명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저를 찾아낸다면 한 번 도전해 보거라. 그대가 손에 들고 있는 자칭 성기사의 무구보다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가치 있는 물건들일 터이니.”

   

   그건 저도 알고 있는데요. 자칭 성기사요? 지금 할배 이야기하는 거 맞죠?

   

   <여자 꼬시는 것밖에 재능이 없는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냐! 그래도 친구랍시고 흑역사를 지켜 주었거늘 안 되겠다! 여아야! 도발해라! 도발하는 거다!>

   ‘…저 죽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 흑역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언급했다가는 진짜로 칼에 찔릴 것 같으니까 안 할래요.

   

   “부디 그대가 나아가는 길에 축복 있기를 바라마.”

   

   자신을 가라드라 믿는 해골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인사를 하고는 다시 좌로 돌아갔다.

   

   이윽고 그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해골이 좌와 함께 무너져 내리고 끼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문이 열렸다.

   

   이것으로 시련이 끝난 것이다.

   

   – 띠링!

   

   [영웅이 남긴 시련을 돌파했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메시지가 오는 소리가 들렸을 때는 순간 긴장했지만 다행히 저는 악신이 보낸 것이 아니었다.

   

   하아. 허접 주신! 보상 줄 거면 나중에 여기서 빠져 나가고 나서 주란 말야!

   

   띠링하는 소리 들리면 얼마나 무서운 지 알아?!

   

   보상 준다니까 뭐라고는 못 하겠는데 다음부터는 좀 조심해!

   

   그나저나 보상인가. 안키르를 손에 거머쥔 것만 해도 충분한 보상인데 여기서 플러스로 다른 게 더 주어지는 거야?

   

   그리 대단한 건 아니겠지. 루카가 준비한 시련을 돌파했을 때처럼 스텟이나 조금 올려주지 않으려나.

   

   [보상 : 스#^#^#$%@!$%%]

   

   …어?

   

   잠시.

   

   잠시만.

   

   나 이거 본 적 있어.

   

   본 적 있다고.

   

   지난 번 메네스테일을 공략할 때에.

   

   내가 던전을 탈출하려는 걸 악신이 가로 막던 그 순간.

   

   메시지 창이 오염되었었어.

   

   그러니까 지금 이건.

   

   악신이 개입할 것이란 예고.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괴상한 글자가 떠오르던 메시지 창에 갑자기 검은 글자가 떠올랐으니까.

   

   [밤은 어둠의 시간이요. 지하는 어둠의 장소일 지어니.]

   [그대는 어둠에 잡아먹히게 되리라.]

   

   메시지 창이 흩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흐릿한 빛이 남아 있던 지하의 공간이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 완연한 어둠에 잠긴다.

   

   입가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버로우 공작가의 진실을 눈치챈 걸 알고 있었냐? 나름 잘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네.

   

   <여아야.>

   

   방금 전과는 다르게 날 부르는 할배의 목소리에 진중함이 담겨 있다.

   

   주책 맞은 할배가 아니라 영웅 루엘이 내뱉는 이야기.

   

   그를 듣는 내 마음에도 진지함이 깃든다.

   

   <빛을 밝혀라.>

   ‘네.’

   

   안키르에 내가 지닌 신성을 싣는다.

   

   시련을 넘어섬에 따라 한층 더 정순해진 사도의 신성을.

   

   그러자 순백의 방패에서 빛이 나며 태양과도 같은 따스함을 주변으로 퍼트린다.

   

   한 걸음.

   

   또 다시 한 걸음.

   

   빛이 두려운 나머지 어둠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안키르가 지닌 권능.

   

   부정을 쫓아내는 힘.

   

   시련을 치르던 방이 대낮처럼 밝아짐에 따라 세상이 잃어버렸던 오감을 되찾았다.

   

   “…어.”

   “이제야 정신이 들었습니까. 허접 후배.”

   

   그에 따라 드러난 풍경은 우리를 향해 단검을 휘두르려던 루카와 그를 가로 막고 있는 칼의 모습이었다.

   

   이것도 어둠의 악신과 관계된 던전을 공략하기 귀찮은 점 중 하나지. 저항에 실패하면 그대로 잡아 먹혀 버리거든.

   

   부정이 도망침에 따라 정신을 차린 루카는 눈을 껌뻑거리다 다급히 자신의 무기를 거뒀다.

   

   “이게 무슨.”

   

   ‘어둠의 악신이 벌인 수작이에요.’

   “음습한 변태 새끼가 벌인 수작이야. 여자애의 몸을 조종해서 뭘 하려는 건지. 역겹고 기분 나쁘다니까.”

   

   근데 이상하네. 타리키가 지닌 힘이 아직 미미하고 루카가 상당한 수준의 강자라는 걸 생각해봤을 때 저항을 하는 게 정상인데.

   

   저 녀석 대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죄를 쌓고 사는 거야.

   

   가만 내버려 두면 또 다시 폭주할 지도 모르는지라 루카의 손을 붙잡고 아르마디의 손길을 사용했다.

   

   안키르를 지니고 있는 지금의 나라면 스며 들지 못한 기운 정도는 쫓아낼 수 있으니까.

   

   손을 타고서 전해지는 신성을 느낀 걸까. 루카가 멀뚱히 날 바라보다가 깊게 고갤 숙였다.

   

   “감사합니다. 영애.”

   

   난 거기에 대답해주지 못했다. 대답을 해주려는 순간 내 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으니까.

   

   [새로운 퀘스트가 지급됩니다!]

   [탈출하라!]

   [어둠의 악신이 자신의 권능을 이용해 던전을 장악했습니다! 이 곳에서 탈출하십시오!]

   [보상 : ???]

   

   그냥 억까를 한 게 아니라 던전을 장악했다고?!

   

   내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어?

   

   지닌 힘도 얼마 없으면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근데 있잖아. 하려면 좀 더 일찍 했어야지. 멍청아.

   

   내가 안키르를 손에 쥔 지금 수작을 부려봐야 아무 의미도 없잖아.

   

   아. 설마 방패 써볼 곳이 필요하단 내 말을 듣고 소원을 이루어 준 건가?

   

   키야아. 어둠의 악신이 아니라 어둠의 신이었구나? 어쩜 이리 고마울 수가!

   

   거기에 대한 보상으로 재밌는 걸 보여주도록 할게.

   

   네가 준비해 둔 여러 함정들이 쉽게 박살나는 서커스야!

   

   너무 재밌어서 절로 욕지거리가 나올 테니까 기대해!

   

   다시금 이 미로의 지도를 떠올리면서 창을 내린 순간.

   

   칼이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으윽. 아가씨. 저도 악신의 기운에 감염된 것 같습니다!”

   

   그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짜디 짰다.

   

   어투는 딱딱하지.

   

   몸짓은 어색하지.

   

   누가 보더라도 엄살을 피우는 걸 알 수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더 징그러운 건 저러는 의도가 뭔지 뻔히 보인다는 점이야.

   

   내가 루카 손을 붙잡고 정화해준 게 그렇게 부러웠냐 이 변태 쓰레기 새끼야?!

   

   ‘진짜 기분 나빠.’

   “진짜 기분 나빠.”

   

   “그런!”

   

   진심을 담은 발언에 칼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 진짜 얘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몰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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