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55

Chapter: 255

   어둠의 악신 타리키의 영향이 존재하는 던전은 내게 무척이나 익숙한 종류다.

   

   소울 아카데미 본편에 타리키의 던전이 많기 때문은 아니었다. 타리키는 게임 최후반에 가서야 볼 수 있는 녀석. 그 놈과 관계된 던전이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는가.

   

   그럼 어째서 내가 이 녀석의 던전에 익숙한가.

   

   유저가 모드로 만들어내는 던전 중 4할 정도는 타리키가 관계되어 있었으니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타리키가 만들어내는 던전의 특성은 ‘모르면 뒤져야지.’

   

   다. 처음 던전을 공략하는 이들을 엿먹이기에 이만큼 좋은 특성은 존재하지 않고. 이 때문에 타리키의 던전은 여러 트톨러들의 사랑을 받았다.

   

   모드를 만드는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키보드를 부수고 욕설을 내뱉는 것을 즐기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재미고 나발이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에만 몰두하는 이들이 말이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게임의 재미를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창성도 생각하지 않는다.

   

   던전을 공략하는 이들의 성취감 따위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어떤 식으로라도 어렵고 짜증나기만하는 던전을 만들어 내고 이 모드를 깔았다가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히히덕거리기만 할 뿐.

   이런 모드는 기본이 되는 여러 요소를 무시한 채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빠르게 증식하며 물고기가 떡밥을 물기만을 바라지.

   

   소울 아카데미의 썩은물이자 새로운 컨텐츠에 미쳐 있던 나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달려가 떡밥을 무는 물고기였다.

   

   아니 진짜 이게 어쩔 수가 없다니까?

   

   매번 쓰레기 같은 물건만 나오면 엿 같은 새끼들 더러워서 안 한다면서 손을 털 수 있는데 가끔 절로 감탄이 나오는 모드가 희망고문을 하는 것처럼 나온단 말이야!

   

   어떻게 도전을 포기하겠어!

   

   수많은 불행의 끝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기꺼이 그 불행을 돌파해야지!

   

   뭐. 트롤 모드 만드는 애들도 나 별로 안 좋아 했을 거야.

   

   걔네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다가 빡쳐서 욕 박은 다음에 가버리는 사람들이거든. 존나 좆같은 모드라면서 커뮤에다가 극찬을 해주면 행복에 겨워하는 악질들 말이야.

   

   근데 난 그런 사람들과는 좀 다른 종류였어.

   

   아예 깰 수 없도록 만든 게 아니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클리어 한 다음 공략법과 함께 신랄한 평가를 남기는 인간이었거든.

   

   창의력이 부족하다거나. 다른 데 기믹을 빼꼈다던가. 억까모드도 제대로 못 만드는 병신이라거나.

   

   평가가 워낙 공격적이어서 이걸 본 모드 제작자들이 가끔 찾아와 욕지거리를 할 때가 있었거든? 그 때가 최고였어.

   

   ‘나 같으면 이렇게해서 이렇게 했을 텐데. ㅉㅉ 겜알못 창의력 수준하고는.’ 라고 답변해주면 상대방이 발광하는 게 개꿀잼이니까.

   

   뭐어. 이런 것도 소울 아카데미가 나오고서 채 이 년이 안 지났을 때의 일이야. 게임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좋은 모드건 트롤 모드건 간에 만드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갔으니까.

   

   나중에는 무슨 모드라도 나오면 감사하다면서 인사를 박아야 할 지경이었다.

   

   내가 괜히 메스가키 모드를 보자마자 다운로드 받은 게 아냐! 그 때엔 유저 모드 자체가 드물었다고!

   

   생각해보면 그 때 나 부주의하지도 않았어! 다른 사람들 평가 확인하고 그 모드를 다운 받았는데 갑자기 빙의를 당한 거야!

   

   대체 뭐지?!

   

   왜 나만!

   

   왜 나마아아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타리키와 관계된 던전 수백 개를 클리어 해 보았던 나는 이 ‘모르면 뒤져야지.’에 대처하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몰라서 죽는 거라면 알면 안 죽는 거잖아?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타리키의 권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를 모두 외운 후에 대비한다면 대처할 수 있단 거지.

   

   ‘두 분 다 제 뒤를 가만 따라오셔야 해요?’

   “너희 허접 둘이 나대봐야 방해만 되거든? 그러니까 얌전히 내 뒤나 따라와.”

   

   타리키가 던전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서 내가 칼과 루카에게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저 둘이 좋은 의도로 행동을 해봐야 던전 안에 변수를 추가해서 내 머리를 아프게 할 뿐이니까.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따라다니다가 위험한 몬스터를 마주했을 때 고기방패가 되어주는 편이 낫지.

   

   “그럴 수 없습니다! 아가씨!”

   

   내 말에 루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칼은 아니었다.

   

   그는 전위에 서는 것은 곧 누구보다 먼저 위험을 마주하는 일이라면서. 귀하신 아가씨에게 그런 역할을 맡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나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칼의 충성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감동스러웠지만 지금은 방해였다.

   

   난 이 던전에 무슨 변수가 생겨났는지 몰라.

   

   그러니까 다른 던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예언하듯이 미리 명령을 내릴 수 없어.

   

   보고서 판단을 내리고 말로 전한다면 이미 대처하기에 늦은 상황일 텐데 어떻게 얘를 맨 앞에 세우겠냐.

   

   그리고 말야.

   

   네가 따로 해줘야 할 일이 있단 말이야.

   

   얼빠 여우 얘는 뭘 한 거야. 칼 근처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걸 보면 분명 칼한테 내 말을 전해준 걸 텐데 왜 아직도 칼이 이러고 있냐고.

   

   <여아야.>

   

   방해가 될 뿐이라 말해도 고개를 내젓는 칼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할배가 목소리를 냈다.

   

   <리나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야기를 전했다는구나.>

   ‘그럼 얘 왜 이러는 거에요?’

   <평소 자신이 보인 모습을 생각해봤을 때 그냥 납득하면 루카가 이상하게 여길 테니 매달리는 것이란다.>

   

   그으러니까 지금 이 모습이 연기라고?

   

   여자애 앞에 무릎 꿇고 부디 생각을 바꿔 달라고 읍소하는 게?

   

   아무리 봐도 본심 100%인데?

   

   <거칠게 거절을 해주면 충분할 게다.>

   ‘일단 알겠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화난 것처럼 매도하면 되는 거려나? 그건 쉽지.

   

   “왜 말을 하는 데 알아듣질 못 하는 거야?♡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서 그런가?♡ 왕!이라고 해줘야 의미가 통하는 걸까?♡”

   “아닙니다. 아가씨!”

   “아니다. 강아지도 앉아 기다려 정도는 이해하는데 넌 못 하잖아?♡ 짐승 이하의 쓰레기라는 거네♡ 이딴 게 내 기사라니♡”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닥쳐♡ 짐승이 왜 사람의 말을 하는 거야?♡ 짐승이면 짐승답게 바닥을 기면서 짓기나 해♡ 멍청한 허접견♡”

   “…왕!”

   

   망설이다가 개소리를 내는 칼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의심이 생겨났다.

   

   얘 정말 루카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나한테 매달린 걸까? 그냥 나한테 매도가 당하고 싶어서 핑계를 댄 거 아닐까?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터이나 상대는 칼이다.

   

   녀석의 변태성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일 터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상대방의 머릿속을 읽지 못한다.

   

   그러니 이건 의심으로만 남겨두자. 괜히 추궁해봐야 기분만 나빠질 것 같으니까.

   

   칼의 존재가치를 인간에서 짐승으로 격하시키는 것으로 발언권을 뺏는데 성공한 나는 두 사람을 뒤에 세운 채 보스룸을 빠져 나왔다.

   

   허접 주신이 퀘스트로 이야기해주었듯 타리키에게 잠식당한 던전은 모든 곳이 검은 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검정을 안키르의 빛으로 걷어내면서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일단 확인할 수 있는 건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련을 돌파함에 따라 함정이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어둠에 잠식되었음에도 던전의 길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이건 분명한 희소식이야. 시련을 클리어 한 후에 열리는 숏컷을 이용할 수 있단 거니까.

   

   그리고.

   

   위험을 알리는 직감을 따라 생각을 멈추고 주변으로 신경을 퍼트린다.

   

   학대에 가까운 수련을 거듭해 옴에 따라 날카로워진 오감에 희미한 마력이 감지된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저 혼자 속도를 내고 있는 마력이 말이다.

   

   티잉! 버릇처럼 방패를 들기 무섭게 화살이 방패에 가로막혀서 튕겨나간다.

   

   널부러진 화살촉에 악신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걸 보면 저 안에는 분명 저주가 담겨 있으리라.

   

   메이스를 다잡고 앞으로 발을 내딛자 어둠이 물러나며 상대의 모습이 드러났다.

   

   미로에서 우리의 진로를 방해하던 녀석들. 대마법사 카론이 기사를 흉내내어 만들어 낸 인형들이 어둠에 사로잡혀 움직이고 있었다.

   

   베이스는 스켈레톤.

   

   병종은 활이 하나. 창을 들고 있는 게 둘. 방패와 검이 하나.

   

   움직임 자체는 미로를 돌아다니면서 보았던 것과 비슷하다마는 이상하게 어설퍼 보인다.

   

   흐음. 잘은 모르겠다만 확인을 해보려면 일단 부딪혀 봐야겠지?

   

   ‘구경만 해요.’

   “허접들. 뒤에서 보고만 있어.”

   

   칼과 루카에게 명령을 내리며 대략적인 전투 구도를 그려낸 나는 활을 든 해골이 활시위를 당기는 걸 보며 발을 움직였다.

   

   수많은 고행을 넘어선 나의 신체능력은 이미 평범한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상태다.

   

   그렇기에 느릿하게 걷는다면 20걸음이 필요할 거리를 단 두 걸음으로 좁히는 게 가능하다.

   

   꽤 벌어져 있던 거리가 일순에 사라져 당황한 것일까. 방패를 든 스켈레톤이 다급히 팔을 치켜 들지만.

   

   느려.

   

   돌진의 가속을 담은 방패로 스켈레톤의 머리를 깨부수며 전진.

   

   메이스를 휘두르는 것으로 창병 하나가 창을 치켜들기 전에 마무리.

   

   얼굴을 향해 쏘아지는 화살을 목을 트는 것으로 피하며 메이스로 턱을 후려쳐 궁병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해골의 머리를 방패 끝으로.

   

   찍으려다 말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 내가 처리하려던 해골이 터져나가면서 응축된 어둠의 기운을 흩뿌렸다.

   

   방금 전 저 해골 넷을 유지하던 기운이 하나에 뭉쳐 폭발을 만들어낸 것이다.

   

   응축된 기운은 안개마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결국 저 또한 부정한 기운일지어니. 안키르의 빛 앞에서는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으음. 겨우 이 정도인가. 내가 생각한 게 맞았네.

   

   저 해골들 처음 공략하러 왔을 때보다 약해져 있어.

   

   약화의 이유는 추측이 간다.

   

   여태까지 저 해골들을 움직이던 건 카론이 남긴 마력이었지만 시련이 끝남에 따라 카론의 마력은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지금 해골을 움직이는 건 오롯이 악신의 기운일 수밖에 없지.

   

   헌데 어둠의 악신은 부활하기까지 한참이 남은 상태이니 녀석이 던전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모든 힘을 지녔을 때처럼 날 위협하는 건 불가능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이 던전은 어둠의 악신이 지닌 특성을 제한다면 이전보다 허접해진 상태다.

   

   저 해골들에 담겨 있는 마법을 완벽히 제어하기엔 타리키가 지닌 능력이 부족하니까.

   

   근데 정작 내게 위협을 선사해야 할 그 특성도 내 입장에서는 싱겁다.

   

   안키르가 내 손에 들려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애초에 타리키 그 놈이 너무 좆밥인 상태잖아.

   

   난 말야. 그 놈이 모든 힘을 지녔을 때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던전을 공략하던 사람이라고.

   

   겨우 이 따위 권능으로 만들어진 함정에 당할 리가 없잖아?

   

   <이 정도라면 돌파하는 건 쉽겠구나.>

   

   과거 타리키를 상대해 보았던 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돌파하는 것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허나 던전에서 탈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

   

   생각해보라. 타리키가 이 던전에 존재하는 해골들을 장악했다는 것은.

   

   이 끝에 존재하는 해골은 이전에도 끝을 지키던 존재이지 않겠나.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