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26

Chapter: 26

   포셀은 내가 우연히 루엘의 시련을 받아 그의 무기를 받았다는 소리에도 쉬이 납득을 해주었다.

   

   우연으로 취급하기엔 너무도 커다란 일이라 생각했지만 포셀은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동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닐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거였군요.’

   

   라며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무언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괜히 변명을 더하다 의문을 품게 만들 바에야 오해를 사는 편이 나으니까.

   

   멀쩡한 모습으로 포셀을 만나서 다행이야.

   

   시련 마지막의 그 처참한 꼴로 포셀을 만났다면 이 녀석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온건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뒤로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나는 첫 날에 계획을 짜두었던 것처럼 기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 던전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나날을 보냈다.

   

   무척이나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죽음의 위기를 겪고 온 것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버틸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기사단의 훈련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 나는 레벨 10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 고생을 해가며 루엘의 둔기를 얻은 건 분명 잘한 일이었다.

   

   루엘의 둔기를 얻지 못했다면 아직도 레벨 7이나 8에 머무르고 있었을 거야.

   

   다만 레벨업 효과 이외에 다른 효과는 체감하기가 어려웠다.

   

   둔기 숙련도 증가가 빨라진다거나, 아니면 스킬에 보정이 붙는다거나 하는 부가효과들 말이다.

   

   상태창을 볼 수 없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하겠지만 아예 체감이 안 되는 건 이상하지 않아?

   

   이것도 현실이 되면서 무언가 달라진 건가.

   

   뭐. 설령 그 부가효과들이 사라졌어도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건 다른 걸로 채워버리면 그만이니까. 경험치 획득량 증가만 붙어있으면 충분하다.

   

   목표를 이룬 채 마지막 던전 공략을 끝마치고 바깥으로 나오니 포셀이 수고했다면서 잠시 쉬라는 말을 꺼냈다.

   

   도저히 포셀이 꺼낼만한 말은 아니었다.

   

   이 놈. 포셀의 형상을 한 다른 무언가 아냐?

   

   솔직히 말해!

   

   우리 포셀을 어디에 숨겼어?!

   

   내가 추궁하듯이 물어보자 포셀이 당황해선 손을 내저었다.

   

   “아가씨. 전 단순히 아가씨께 휴식을 드리려는 것 뿐입니다.”

   

   ‘헛소리 하지 마세요! 당신이 쉬라는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멍청이 포셀. 내가 네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바보로 보여? 어디서 영애한테 헛소리를 하고 있어?”

   

   진짜는 무슨 진짜야. 내가 너랑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너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안다고.

   

   너는 사람이 한계를 맞아 쓰러질 때까지 굴리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인간이잖아!

   

   무슨 속셈인지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난 에반스에 가고 싶지 않아!

   

   마을에 가면 에반스 주민들이 날 보면서 벌벌 떨텐데 나는 그런 풍경을 보고 싶지 않다고!

   

   “솔직히 말하라 하셔도.”

   

   ‘저 지금 명령하고 있는 겁니다.’

   “나 지금 명령하고 있는 거야. 대답해.”

   

   “아니 진짜라니까요. 아가씨?!”

   

   이 놈. 뻔뻔하기 그지없구나. 감히 백작 영애에게 거짓을 고하려 하다니!

   

   내 진정 주리를 틀어야 사실을 입에 담겠느냐?!

   

   근데 포셀의 주리를 튼다고 얘가 비명을 지를까? 그것보다 포셀의 허벅지 사이에 들어간 각목이 비명을 지르는 게 빠를 것 같은데.

   

   “아가씨. 단장님께선 저희한테 편한 휴식을 주시려는 것 뿐입니다.”

   “맞습니다. 마지막 날엔 원래 다들 휴식을 취하거든요. 돌아가는 일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말입니다.”

   “아가씨도 편하게 씻고 침대에서 주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내가 계속해서 포셀을 추궁하는 걸 보다 못한 기사들이 내게 찾아와 포셀의 말이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아니 이 새끼들아. 내가 너네 살려주려고 이러는거잖아.

   

   이 영애님의 깊으신 뜻을 모르겠어? 내가 가면 더하게 굴리려고 그러는 거라니까?!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해 기사들의 의견을 흘려들었던 나지만 기사들이 하나 같이 같은 말을 하는 걸 듣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쟤네들이 다 같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로 쉬려는 건가?

   

   내가 있으면 편하게 쉬기 어려우니까 그러는 거야?

   

   지금 내가 눈치 없이 땡깡을 피우고 있는 건가?

   

   “아가씨. 마을에서 쉬시죠.”

   

   이런 의심은 칼이 내게 말을 한 순간 확신이 되었다.

   

   미안. 내가 에반스에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린 모양이야.

   

   이번엔 너희들의 편안함을 위해 내가 희생할테니 편하게들 쉬렴.

   

   내가 없다고 내 뒷담화를 까다 걸리면 조져버릴 테니까 그건 좀 조심해주면 좋겠어.

   

   야영지를 뒤로 한 채 칼, 그리고 시녀와 함께 마을로 돌아온 나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또 다시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그 날이 점점 두려워진다.

   

   게임오버 당할 수는 없으니 들어가긴 하겠지만 거기서 얼마나 비난을 당하게 될지. 인내의 시련에서 봤던 환상과 같은 일을 당하면 진짜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이 풍경을 더 보고 있으면 마음만 무거워질 것 같으니 빠르게 숙소로 가자.

   

   여태 포셀의 아래에서 구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 오늘 하루는 침대에 누워서 보내자.

   

   오랜만에 게으른 영애가 되는 거야.

   

   쓸데없이 돌아다니다 마을을 공포에 몰 바에야 방에서 쉬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어?

   

   “루시 백작 영애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에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나에게 달려왔다.

   

   그 여성은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아. 내가 물약을 사줬던 사람이다. 

   

   여성은 나의 앞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기 전에 칼이 검을 뽑아 들어서는 여성에게 겨누었으니까.

   

   보통이라면 살벌한 칼날의 앞에 멈춰 설 터였지만 여성은 달랐다.

   

   그녀는 찌를 테면 찔러보라는 것처럼 오히려 검 쪽으로 움직였다.

   

   독기로 가득한 여성의 얼굴을 본 순간 난 딱히 저 여성이 미친 게 아님을 눈치챘다.

   

   떨리는 눈동자와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녀가 공포를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었으니까.

   

   여성은 내 악명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검이 자기를 벨 수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다가오려는 것이다.

   

   이쯤 되니 호기심이 생겼다.

   

   저 사람은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걸려는 걸까.

   

   칼은 여성의 도발적인 행동을 보고 입을 일자로 만들더니 손에 힘을 넣었다.

   

   이대로 가다간 피가 흐를 게 분명했기에 나는 칼의 앞으로 나서며 그를 가로 막았다.

   

   “아가씨.”

   

   ‘칼. 제가 알아서 할 게요.’

   “허접. 시키지도 않은 짓 하지마.”

   

   “….죄송합니다.”

   

   칼이 검을 물리자마자 내 앞으로 다가온 여성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내가 얼마나 자비롭고 선량한 사람인지를 칭송하기 시작했다.

   

   허나 내가 듣고 싶었던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여성의 말을 끊으며 질문을 던졌다.

   

   ‘제게 무슨 용무가 있으신 건가요?’

   “허접 평민. 나한테 할 말 있어?”

   

   “실레가 되는 것을 알고있습니다만…”

   

   ‘본론을 말해주세요.’

   “내 시간이 많아 보이나봐? 할 말만 해.”

   

   “죄송합니다! 영애님! 그것이.”

   

   여성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내게 말을 건 게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내게 다가온 이유는 오롯이 그녀의 자식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들은 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고 한다.

   

   여러 잔병에 자주 시달렸고 다른 아이들처럼 바깥에서 뛰노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엔 지장이 없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약했을 뿐.

   

   그러다 최근 그 아들의 몸이 급격하게 나빠졌다고 여성은 말했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걷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아무것도 먹고 마실 수 없게 되었다고. 이틀 전부터는 아예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있다고.

   

   “이대로 가다간 분명 제 아들은 죽을겁니다! 영애님! 부디 제 아들을 살려 주십시오!”

   

   이마를 땅에 박으며 그리 소리를 치는 여성은 내가 상상한 어머니의 형상에 가까웠다.

   

   그래서일까.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내겐 그녀를 돕기 위한 방법이 있기도 했으니까.

   

   지난 번 루엘의 시련을 돌파하면서 얻은 건 루엘의 메이스만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얻은 아르마디의 자비라는 스킬이 있었다.

   

   이 스킬이 지닌 효과는 단순하다.

   

   상태이상의 해제와 체력의 회복.

   

   본래라면 힐러에게 의존해야 하는 기능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인 것이다.

   

   게임 내에서도 유용하게 써먹었던 스킬이다.

   

   포셀과 함께 던전을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몇 번 써봤는데 효과가 그리 나쁘지 않더라.

   

   내 숙련도가 부족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지닌 마나가 작아서 그런 건지 자주는 쓸 수 없었지만.

   

   많아봐야 하루에 두 번 정도가 한계다.

   

   지금 난 던전에서 한 번을 사용하고 오는 길이라 아직 사용횟수가 한 번 남아있다.

   

   그러니 남자아이를 치유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아르마디의 자비가 먹힌다는 가정 하에서지만.

   

   ‘안내해주세요.’

   “허접 평민. 안내해.”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여성은 몇 번이고 땅에 머리를 박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으아. 진짜 부담스럽네.

   

   혹시 아르마디의 자비가 먹히지 않으면 어떡하냐?

   

   여성의 아내에 따라 향한 곳은 낡은 나무판자로 지은 집이었다.

   

   벌레가 좀 먹은 것처럼 이곳저곳이 썩어들어간 집은 언제 무너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겨울의 찬바람을 제대로 막을 수도 없는 이런 곳에 병약한 꼬맹이가 사는 거야?

   “이런 누추한 곳에 모셔서 죄송합니다.”

   

   여성은 이 장소로 나를 데려온 게 죄라도 되는 것 마냥 고개를 숙였다.

   

    나는 거기에다 대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메스가키의 언어로 번역되어 이상한 말이 될 것 같았으니까.

   

   나는 그 대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불보단 얇은 천에 가까운 것의 위에 한 아이가 뉘여져 있었다.

   

   자그마한 남자아이는 얼마 전 꿈에서 보았던 루시의 어머니마냥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내가 의학에 관해 아는 것이 없음에도 그 남자아이를 본 순간 알 수 있었다.

   

   저 아이는 가만 내버려 둔다면 얼마 가지 않아서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아가씨. 제 아이가 괜찮아 질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내가 이런 잔챙이 하나 못 살릴 것 같아?”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면서 남아아이에게 다가갔다.

   

   아르마디의 자비를 사용하는 법은 간단했다.

   

   그저 손을 대고서 기도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

   

   창조신인지 뭔지하는 양반에게 치유를 바라면 신이 내 마나를 태워 기적을 일으켜 주는 것이다.

   

   스킬이 사용되자 남자아이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 얼굴에 안색이 돌아왔고 호흡이 편안해졌으니 꼭 병의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보였다.

   

   뒤에서 탄성이 들려오는 걸 보면 다른 이들의 눈에도 비슷하게 비치는 모양이었다.

   

   허나 나만큼은 알고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체력이 회복되어 나아진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이 남자아이를 괴롭히는 병이 나은 게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아냐고? 내 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라 있었으니까.

   

   [숙련도가 부족해 저주를 치료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매일 아침 나를 독촉하는 메시지 이외에 다른 메시지를 보게 된 건 처음이었지만 전혀 반갑지 않았다.

   

   이건 내가 실패했음을 알리고 있었으니까.

   

   난 이 메시지를 게임 안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건 내가 지닌 스킬의 숙련도에 비해 상태이상을 건 상대의 격이 높을 때 나오는 메시지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지금의 난 독뱀의 독은 치유할 수 있지만 신화 속 짐승인 바질리스크의 독은 숙련도가 부족하기에 치유할 수 없다.

   

   지금도 비슷하다.

   

   이 저주가 어중간한 녀석이 건 것이었다면 해주할 수 있었곘지.

   

   허나 이 저주를 지닌 자의 격이 높기에 치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자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난 가난한 남자아이가 아르마디의 자비로 치유할 수 없는 저주를 달고 있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내가 소울 아카데미를 하면서 저주에 걸린 사람을 한 두 명 보는 줄 알아?

     

   그 사람들을 하나 둘 치료해 봤겠냐고.

     

   이런 저주는 결코 흔한 게 아니야.

    

   분명하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히든 퀘스트 중 하나의 발동 트리거다.

   

   소울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기다란 사이드 퀘스트 중 하나.

   

   다른 건 몰라도 평판 작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되는 퀘스트.

   

   아그라의 저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