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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4

Chapter: 264

   “…그게 무슨 말이에요?”

   

   존엄을 팔아야 한다는 나의 말에 페이비가 눈을 끔뻑거렸다.

   

   이해한다. 나도 다른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는 답을 돌려주었을 테니까.

   

   허나 이건 반드시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내용이었다.

   

   이제부터 찾아갈 이사벨 아르테아라는 인간은 주신의 신성에 집착하는 변태. 주신 교회의 성녀인 페이비에게도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페이비라 할 지언정 그 변태의 앞에 서게 된다면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될 터인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뭣보다. 만약의 경우에는 진짜로 함께 존엄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단 말야. 미리 말해줘야 원망을 안 사지.

   

   ‘그 분 좀. 아니 많이 이상한 사람이라서요.’

   “그 징그러운 광신도는 정상과는 거리가 멀거든. 신성이 깃들어 있다면 구덩이라도 핥을 사람이야.”

   

   “아르테아 당주님께서요?”

   

   ‘…어? 페이비. 설마.’

   “허접 성녀. 너 그 변태 광신도에 대해서 알아?”

   

   “알죠. 주신 교회에 많은 지원을 해주시는 분이니까요. 공식적인 행사 자리에서 몇 번이나 마주했던 분이랍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사벨 아르테아는 예전부터 주신 교회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던 사람이다. 그녀가 사들이는 온갖 성물의 정보가 어디에서 들어오겠는가.

   

   그녀는 자신의 막대한 재력을 통해 주신 교회와 선을 만들어냈고 그를 통해 여러 성물을 구입하고 있었다.

   

   당연 그 과정에서 여러 행사에 참여했을 테고 페이비와도 얼굴을 마주했겠지.

   

   “제가 아는 아르테아 당주님께서는 기품과 여유가 넘치는 분이셨어요.”

   

   ‘그 사람이요?’

   “그 미친 년이?”

   

   기품? 여유? 대체 그 변태의 어디에서 그런 단어를 묘사할 수 있는 거지?

   

   내가 진심을 담아 정색하자 페이비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으음. 진짜 페이비한테는 아무 짓도 안 했다는 말이야? 나는 보자마자 가둬버리고 싶다는 듯 바라봤던 녀석이?

   

   생각해보면 게임 내 스토리에서도 이사벨이 페이비한테 뭔갈 했단 묘사는 없었던 것 같아.

   

   페이비가 가짜 성녀라서 그런 건가?

   

   “어쨌든 아르테아 당주님을 만나 부탁드릴 것이 있다는 거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사벨의 본성을 모르는 페이비는 두 손을 꼭 쥐면서 반드시 내 도움이 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모습이 참 보기 좋네.

   

   그래. 페이비. 내가 굳이 현실을 설명해주진 않을게.

   

   어차피 머잖아 진짜 성녀가 되었을 때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까.

   

   그 때 가면 내 말이 진짜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

   

   내가 아르테아 가문에 방문하기 전에 페이비를 만나고 온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생각해 둔 계획을 실행하는 데에 페이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거나.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거나.

   

   내 부탁을 들어줄 것 같은 사람이라서라거나.

   

   그리고 그 수많은 이유 중에는 아르테아 가문에 들어가기 쉽게 해 줄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아르테아 가문의 경비들을 박살낸 것이 바로 어제의 일이다.

   

   아무리 아르테아 가문의 주인이 나를 좀. 아니 다소 많이 좋게 여긴다 하더라도 그 감정은 경비들에게 이어지기 어려울 테니. 어쩌면 어제와 같은 실랑이가 이어질 수도 있겠지.

   

   거기서 페이비다. 주신 교회의 얼굴이자 수많은 곳에서 선행을 쌓아 온 그녀는 그야말로 대륙의 아이돌!

   

   페이비가 웃으면서 말을 거는데 거기에 험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까 페이비가 전면에 나선다면 아르테아 가문에 무혈입성할 수 있을 테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아르테아 가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엔 경비들의 상대를 페이비에게 전임할 생각이었던 나다만.

   

   “어서 오십시오! 알른 가문의 영애님!”

   ““어서 오십시오!””

   “지난번에는 저희들이 정말 큰 폐를 끼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내 걱정은 무척이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입구를 지키던 경비들이 대가리를 박는 걸 보면 말이다.

   

   이상하다? 분명 어제 내가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경비들이 날 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는데?

   

   대체 어제 내가 떠나가고 나서 이사벨이 무슨 일을 한 걸까.

   

   궁금하긴 한데 물어보지는 말자. 알아봐야 좋을 건 없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환영받으면서 아르테아 가문에 방문한 우리들은 즉시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기다림의 시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시종이 탄 차가 완성되기도 전에 아르테아 가문의 당주가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어서오십시오. 알른 영애님. 오늘 또 다시 방문해주시다니. 이토록 영광스러운 일이 없습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이사벨 아르테아는 이름 있는 귀족답게 기품있는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그 의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말끔한 옷차림과 정적인 움직임까지는 좋았지만 표정이 문제였다.

   

   잔뜩 상기되어서 녹아내릴 듯한 웃음은 아무리 봐도 귀족이, 아니 사람이 지을 표정이 아니었다.

   

   확언컨대 저건 분명한 변태의 얼굴이었다.

   

   오죽하면 페이비가 충격 받은 듯 자신의 미소를 굳혔겠는가.

   

   “…아. 성녀님께서도 함께셨군요. 실례했습니다.”

   

   내게 주절주절 말을 읊어 놓다가 이내 옆에 있는 페이비를 확인한 그녀는 다급히 표정을 정돈하더니 이내 우리 앞에 자리를 잡았다.

   

   확실히 페이비를 상대로는 반응이 정상적이네.

   

   신성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든 신성의 질이 중요하다는 건가.

   

   …젠장. 이러면 최악의 경우에 나 하나를 제물로 바치는 수밖에 없어지잖아.

   

   어쩔 수 없지. 그런 상황이 찾아오지 않게 만드는 수밖에.

   

   의례적인 인사를 끝마친 후. 이사벨은 시종이 가지고 온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나와 페이비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는 내 쪽으로 찻잔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영애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요.’

   “변태 광신도한테 과분한 물건이 더 있는 것 같아서. 가지고 가려고.”

   

   “석판 이외에 필요한 물건은 없다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었다. 이사벨이 이런저런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날 회유하려 들기에 그 어떤 것도 필요없다고 이야기를 했었지.

   

   허나 상황이 바뀌었다. 버로우 영지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그 곳에 도사린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어둠 아래에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사벨이 지니고 있는 여러 성물이 필요했다.

   

   ‘상황이 달라졌어요.’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한테는 과분한 물건들인걸.”

   

   “무슨 물건들이 그리도 과분합니까?”

   

   이사벨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가만 종이에 적혀 있는 것들을 살펴보던 이사벨은 순간 굳었다가 이내 애써 웃음을 지으며서 종이에 적힌 것들은 읊기 시작했다.

   

   “타오르나티의 지팡이. 옛 성인 중 한 분께서 사용하셨던 지팡이네요. 역사적 가치가 높아서 무척이나 비싼 물건이죠.”

   

   타오르나티의 지팡이.

   

   역사적 가치가 높고 뭐고 하는 건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중요한 건 하나 뿐이다. 바로 저 지팡이에 하루에 한 번 신성을 증폭시켜주는 기능이 존재한다는 거.

   

   “주신께서 내려왔을 때 생겨난 성수. 주신 교회에서 성물 취급 하는 물건이라 무척이나 구하기 어려웠어요.”

   

   허접 주신은 자그마한 여자애한테 바니걸이나 입히려고 그러는 변태지만 그래도 주신은 주신이다.

   

   그 녀석의 손길이 닿은 물건은 그 자체로 최상급의 촉매가 되어주지.

   

   이번 같은 경우에는 내 신성마법과 페이비의 신성마법을 말끔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본래 성지에 자리하던 흙.”

   

   내가 준비할 기적의 기반이 되어줄 흙.

   

   “천사의 날개로 만든 가루.”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줄 가루.

   

   “과거 100년 간 축성 받은 성검.”

   

   이 모든 기적의 중심이 되어 줄 검.

   

   “마지막으로 지난 번 영애님께서 석판 대신 주셨던 주신의 기운까지.”

   

   마지막으로 기적을 펼칠 근원이 될 힘까지.

   

   내가 적어두었던 모든 걸 읊조린 이사벨은 책상 위에 종이를 내려놓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하나 같이 귀한 물건들 뿐이군요.”

   

   이사벨의 말대로 내가 종이에 적어 놓은 물건들은 하나하나가 성물이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물건들 뿐이었다.

   

   단순히 돈으로 저걸 구하려 든다면 백금화 수백 개를 들여야 하지 않을까?

   

   “제가 돈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 모든 걸 가지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영애.”

   

   그래. 그렇지. 저 물건들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니까.

   

   ‘가지고 있으시잖아요?’

   “있잖아? 다 알고 온 거야. 멍청한 광신도.”

   

   근데 이사벨. 당신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잖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재력.

   

   성물이 시중에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권력.

   

   그리고 성물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넌 이 모든 걸 가지고 있어.

   

   그치?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난 못 속여.

   

   예전에 한창 약탈 플레이를 할 적에 네 영지를 몇 번이나 털어먹어 봤는데.

   

   “과연. 성물과 관계해서 영애를 속일 순 없는 것인가요.”

   

   이사벨은 그 이상 내 말을 부정하지 않고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영애의 말이 옳습니다. 여기에 적힌 물건들은 모두 제 창고에 들어 있습니다. 다만 영애께서도 아시듯 이 물건들은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귀한 물건들입니다. 제가 아무리 영애에게 좋은 마음을 품었다 하더라도 호의로 건네줄 수 있는 물건은 아니란 거죠.”

   

   나도 안다. 이사벨 아르테아라는 인간이 신성에 미친 인간이라 해도 정도가 있다.

   

   그녀의 근본은 상인. 저 무수히 많은 재산을 아무 득도 없는 곳에 기부할 리가 없지.

   

   “저 물건을 무엇과 거래할 생각이시죠?”

   

   아무리 내가 양심 없는 인간이라 그래도 백금화 수백개 분량의 물건을 그냥 내놓으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당연히 이사벨이 군침을 흘릴 만한 거래 조건을 들고 왔지.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고 꺼내는 것도 불가능한 제안을 말이야.

   

   ‘저를 도울 권리요.’

   “날 도울 권리를 주도록 할게. 어때? 너 같은 변태 광신도한테 군침이 흐르는 조건 아냐?”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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