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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65

Chapter: 265

   “예? 그게 무슨.”

   

   눈을 끔뻑이는 이사벨을 보고서 앞 뒤를 너무 빼먹었음을 이해했다.

   

   아. 허접 주신의 말버릇이 이제 나한테까지 옮는 건가. 

   

   ‘너무 많은 요약이 있었네요. 다시 한 번 설명드리자면…’

   “아아. 미안. 아는 게 없는 변태 광신도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겠네. 내가 난 착하니까 다시 한 번 설명해줄게. 허접 주신의 사랑을 받는 내가. 음습한 약골인 타리키를 퇴치하는 데에. 도움을 줄 기회를 주겠단 거야.”

   

   내 말이 끝난 순간 이사벨은 애써 차리던 격식도 잊어버린 채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의 사도니 악신이니 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방금 전의 말이 헛소리라면 주신 교회의 성녀인 페이비에게 반응이 있으리라 여긴 것이겠지.

   

   허나 페이비의 표정에는 자그마한 균열도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사벨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줄 뿐.

   

   “진짜…라고요?”

   “저. 페이비. 주신의 앞에 부끄러움이 될 만한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페이비의 직함은 거짓된 것이지만 그녀의 아래에 자리한 신앙심은 결코 거짓된 것이 없다.

   

   그녀는 진실로 선인이고, 그 누구보다 올곧은 신앙을 품은 사람이다. 결코 주신의 이름을 가지고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페이비는 이러한 사실을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증명해왔다.

   

   주신 교회와 관련된 여러 인맥을 지니고 있는 이사벨이라면 이 사실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을 터.

   

   이것이 내가 페이비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었던 이유다.

   

   신을 모욕한 것으로 유명한 루시 알른이 자기 스스로 신의 사도라 주장해봐야 미친년이냐는 이야기를 들을 뿐이지만 그 옆에 페이비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도 페이비가 고개를 끄덕여 준다면 거기에 설득력이 더해지니까.

   

   이게 바로 수많은 선행을 반복한 성녀님과 개망나니 영애가 지닌 평판의 차이라는 거지!

   

   “영애께서는 진실로 주신의 사랑을 받으시는 분입니다.”

   

   페이비가 확언을 함에 따라 이사벨의 시선이 다시금 내 쪽으로 돌아온다.

   

   당혹이 담긴 황망한 눈에 수많은 생각이 서린 것이 보인다.

   

   바로 납득하지 못할 거란 건 알고 있었다.

   

   루시가 어떤 사람인가.

   

   지난 몇 년 동안 주신교회를 모욕해 온 미친년이지 않은가.

   

   그런 불신자가 사실은 주신의 사도였단 걸 누가 믿어줄까. 나라도 안 믿는다. 이 년이 드디어 훼까닥 돌았구나 생각하고 말지.

   

   하지만 괜찮다. 내가 주신의 사도라는 걸 증빙할 방법은 차고 넘치니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숨겨왔던 거지. 게임의 지식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얼마든 내가 주신의 사도라고 납득하게 만들 수 있어.

   

   이런 자신이 있었기에 난 이사벨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에 걸어오는 걸 보면서도 태연할 수 있었다.

   

   자. 뭐든 물어보시지. 어떤 질문이 오가더라도 그 끝에 네가 하게 될 말은 정말 당신이 주신의 사도셨군요! 밖에 없을 거다!

   

   “과연.”

   

   …어라?

   

   “과연! 이해했습니다! 그랬기에 당신께서 주신의 신성을 품에 안으신 것이군요!”

   

   털썩!

   

   내 옆에 도착한 이사벨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감격하다 못해 눈물이 새어나오는 중인 눈.

   

   경건하게 모아진 두 손.

   

   한 치의 틀림도 없는 완벽한 무릎 꿇기 자세까지.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은 나는 머리가 멍해지는 바람에 하려고 했던 말을 모두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진짜. 상인들한테 무릎 꿇는 거나 머리 박는 거를 알려주는 곳이 있는 건가? 왜 상인이란 직함을 달고 있는 놈들은 하나 같이 자세가 깔끔한 거지?

   

   현실이 부담스러웠던 나머지 다른 생각으로 도피하는 와중에도 이사벨의 찬양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쩐지 만나 뵈었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설마 그 정체가 위대하신 주신의 사도일 줄이야!”

   

   내 말을 한 치 의심 없이 믿어주는 건 고맙긴 한데 좀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해주면 안 될까?

   

   지금 네 눈빛이 상당히 부담스럽거든?

   

   무언가를 부탁하러 온 게 아니었다면 이미 도망쳤을 것 같다니까 진짜?

   

   “범상치 않다 생각하셨나요? 어떤 부분에서요?”

   

   저기 페이비? 왜 갑자기 이 미친 사람한테 말을 거는 거야?

   

   이런 사람은 진정할 때까지 내버려둬야 하는 거 아닐까?

   

   “일단은 역시 영애께서 품에 안고 계시는 신성이지요! 봄의 태양처럼 따스하고도 포근한 그 신성은 그야말로 주신의 품과도 같았으니까요!”

   “그쵸? 저도 영애님의 신성을 마주할 때마다 저 아래에 기도를 올리고 싶다 생각한답니다. 영애께서 하지 말라 그러셔서 못 하고 있지만.”

   “정말입니까?! 이 무슨 안타까운 일이.”

   

   …응? 아니. 아니. 잠시만.

   

   저기 두 분? 왜 갑자기 의기투합을 하고 계시는 거죠?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영애의 용모이지요. 이전에도 뭇 영애들의 질투를 살만큼 아름다웠던 영애십니다만 주신의 빛을 품고 나서는 이미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어 버렸습니다. 미와 예술의 여신을 모시는 사도가 찬양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전 가능하다면 영애의 초상화를 그려 간직하고 싶을 지경이랍니다.”

   “오오. 역시 성녀님이십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군요!”

   

   저기요? 두 분 사이에 사람 있거든요?

   

   그 말씀의 당사자가 옆에 있거든요?

   

   사이가 좋은 건 저도 참 기쁩니다만 적당히 해주시지 않을래요?

   

   “허나 아르테아 당주께서 알지 못하는 점이 있군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부디 고견을 알려주십시오. 성녀님.”

   “영애의 진면목은 바로 내면이랍니다. 자신의 목숨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다른 이의 구원만을 생각하는 그 굳건한 마음이란! 좋은 안목을 지니신 듯 하여 특별히 제 경험을…”

   “누가 더 페도 변태인지 경쟁하지 말아줄래?♡ 진심으로 기분 나빠서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거든?♡”

   

   두 사람의 찬양은 내가 중간에 끼어들고 나서야 끝을 맞이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아있는지 입술을 우물거리는 페이비와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이사벨의 모습이 불편했지만 그걸 하나하나 지적하다간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건드리지 않았다.

   

   ‘…이거 진짜 제가 문제인 걸까요?’

   

   아니. 어지간하면 좀 특이한 사람이 있구나 하고 말았을 텐데 이게 한 둘이 아니잖아!

   

   심지어 그 이상한 사람들은 나 없는 자리에서는 모두 다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여아야.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것뿐이다.>

   ‘그거 걱정 안 해도 되는 거 맞아요?’

   <어쩌겠느냐. 현실이 이런 것을.>

   

   현실이 이렇다는 단어는 너무도 참혹하고 슬픈 말이었다. 차마 반박할 수 없기에 더더욱.

   

   이게 다 허접 주신 때문이야. 그 녀석이 변태니까 그 녀석을 따르는 사람들도 하나 같이 변태인 거잖아!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점도 있다.>

   ‘뭔데요.’

   <최소한 네가 주신의 사도란 사실을 발설할 일은 없을 것 같지 않으냐.>

   

   그건… 그런데요. 그렇긴 한데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사벨한테 말해준 거기도 한데요.

   

   아 젠장! 몰라! 어쨌든 일만 잘 풀리면 되는 거잖아!

   

   “크흠.”

   

   속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으려니 어느새 얼굴을 말끔히 정리한 이사벨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너무 놀랐던 지라.”

   “이해해요. 아르테아 당주님. 저도 그랬었는걸요.”

   “감사합니다. 어쨌든 알른 영애께서 진정 주신을 모시는 사도라면 타리키의 퇴치해야 한다는 말도.”

   “물론 사실이랍니다. 이 두 눈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방금 전 변태 같은 대화를 나누며 의기투합을 한 것일까. 이전까지만 해도 한 걸음 물러서 있던 페이비가 전면에 나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렇다면 교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됩니다. 아르테아 당주님. 그래서는…”

   “오오. 잘못된 길로 빠져든 자에게도 구원의 손길을 내미시다니! 역시 주신의 사도이십니다!”

   

   뭐어. 어쨌든 일 자체는 잘 풀리는 것 같네. 이사벨이 눈을 반짝거리는 것을 보면 내 협조요청을 기꺼이 받아줄 것 같으니까.

   

   그래. 좋게 생각하자. 내 존엄을 팔아서 백금화 수백개를 벌 수 있다면 남는 장사 아니겠어?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대체 어느 부분에서 감동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사벨은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이사벨 아르테아. 과거 주신에게 구원을 받은 후로 언제나 그 은혜에 보답할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니만큼 되도록 협조를 할 생각입니다만 그 전에 단 두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요?’

   “뭔데. 변태 광신도.”

   

   부탁? 뭘 할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은 이사벨이 호의를 베풀어주는 거니까. 거기에 보답할 수 있는 거라면 되도록 해주도록 할게.

   

   너무 이상하거나 변태 같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야.

   

   “하나는 사도께서 일으키실 기적을 이 수정구에 남겨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사벨은 수정구를 앞으로 내밀면서 아르테아의 보안 마법이 박혀 있기에 다른 곳으로 유출될 수 없으며 개인 소장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미리 고지했다.

   

   뭐어. 그 정도야 들어줄 수 있지. 별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나중에 알새틴에게 가서 이사벨이 말한 내용의 진위여부는 파악해봐야겠지만 정말 개인 소장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 기록해 보도록 할게.

   

   ‘알겠어요. 그럼 다음은요?’

   “변태 광신도에겐 관음증까지 있었구나? 어쩔 수 없지. 난 착하니까 네 이상한 성벽을 이해해줄게. 다른 건?”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외의 한 가지는 혹여 떠나시기 전에 영애의 신성을 남겨주실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신성을 남겨? 내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갤 갸웃거리자 옆에 있던 페이비가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신성을 담을 수 있는 구슬에 성직자의 신성과 축복의 말을 남기는 겁니다. 귀족가에 방문하게 되면 흔히 하는 일이죠.”

   

   아아. 뭔가 했더니 그거야? 이사벨이 꺼낸 말이여서 뭔가 이상한 게 아닐까 의심했는데 정상적인 거였네.

   

   그거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지금 받게 될 게 얼마인데 그런 단순한 걸 못해줄까.

   

   내가 어렵잖게 고개를 주억거리자 이사벨이 다급히 일어나서는 응접실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흐트러진 옷차림과 함께 돌아와선 자그마한 구슬을 내 앞에 내놓았다.

   

   “여기에 부탁드리겠습니다.”

   

   으음. 그러니까 신성을 담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리 생각을 하며 가벼이 구슬에 손을 대려 하자 페이비가 날 제지했다.

   

   “아니에요. 영애님. 진심을 담은 기도. 그리고 축복과 함께 신성을 담아야 한답니다.”

   

   진심을 담은 기도요? 누구한테요? 허접 주신한테요?

   

   그 변태 새끼한테 진심을 담아서 기도를 하라고요?

   

   ‘그냥 하면 안 되나요?’

   “허접 성녀. 왜 이렇게 깐깐해?”

   

   아니 진짜 생리적으로 무리라서 그러는데 그냥 신성만 담고 가면 안 될까?

   

   그렇게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페이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많은 걸 주신 분이니까요. 정성을 다해야죠.”

   <저 아이의 말이 옳다. 많은 걸 주었는데 이 작은 거라도 제대로 해주어야지.>

   

   정론이야. 정론이기는 한데.

   

   아아. 젠장. 알겠어. 하면 되잖아. 하면!

   

   심호흡을 하고 나서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진심을 담은 기도라.

   

   그런 거 해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허접 주신에게 고맙다 그런 후에 이사벨의 앞날을 기원해주면 되는 거지?

   

   …뭐. 감사하지 못 할 거야 없지.

   

   허접 주신. 아니. 아르마디님께서 여태까지 날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이니까.

   

   그 분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거야.

   

   그만큼 위험을 많이 만들어서 문제긴 한데 그 때마다 나름 책임을 지려 하셨으니까.

   

   평소에 벌이는 변태적인 행동만 아니라면 기꺼이 감사를 표할 수 있어.

   

   솔직히 말해서 위기의 순간에 제일 먼저 생각 나는 이름이 아르마디의 이름이기도 하고.

   

   이사벨이 잘 되길 기원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내 앞에서 상당히 유별나서 그렇지 이사벨도 좋은 사람이야. 많은 돈을 버는 만큼 기부도 많이 하고 좋은 일도 엄청 하는 걸.

   

   이사벨이 잘 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구원받을 테니 기꺼이 그녀의 장래를 기원할 수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경건한 기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뭐 어때. 잘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리 생각을 하며 다시금 눈을 뜬 순간 맨 처음 보인 것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따스한 빛이었다.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근원이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양 옆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중인 페이비와 이사벨을 보니 자연스레 알 수가 있었다.

   

   어. 잘은 모르겠지만 기도가 잘 된 거지?

   

   그럼 이제 신성을 이 구슬 안에 담기만 하면 되겠네?

   

   얼떨떨하다 생각을 하며 구슬에 나의 신성을 옮기자 내 주변에 흐르던 빛이 구슬로 옮겨가서는 방 안을 따스함으로 가득 채웠다.

   

   – 띠링!

   

   [히든 퀘스트 발생!]

   [일일 퀘스트 : 주신의 사도]

   [주신은 당신의 경건한 기도에 감동했습니다! 매일 아침 ‘몸단장’을 한 후 경건한 기도를 올린다면 소정의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아르마디님. 평소에 기도 다운 기도 한 번 없던 제가 기도를 해서 기쁜 건 알겠습니다만.

   

   대체 왜 몸단장 부분에 강조가 들어간 거죠?

   

   불순한 의도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입니까?

   

   …

   

   이 허접 변태 주신아! 네가 자꾸 그러니까 경건한 마음이 안 생기는 거 아냐!

   

   좀! 이럴 땐! 가만! 있으라고!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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