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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76

Chapter: 276

   심장의 혈관을 타고서 온 몸으로 신성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리를 벗어났던 장기들이 돌아오며 상했던 곳이 회복된다.

   

   부러졌던 뼈들이 달라붙으며 이전의 견고함을 되찾는다.

   

   찢어지고 멍들었던 근육들이 제 모습을 되찾으며 강하게 결속된다.

   

   물론 빠르게 회복된다는 것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들이 강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뇌리가 고통으로 가득해지니까.

   

   도저히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인지 정신이 저물었다가 다시금 떠올랐을 무렵. 내 몸은 이미 온전함을 되찾은 상태였다.

   

   공포에 집어삼켜졌을 때 잊혀 졌던 여러 기분 나쁜 감각들까지도 함께.

   

   눈꺼풀을 닫고 있는데도 시체와 얼굴을 마주해야한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

   

   긴 숨을 내쉬며 눈을 뜬 나는 시체의 얼굴을 무시한 채로 몸을 관조했다.

   

   얻어맞는 와중에도 꾹 잡고 있었던 덕분에 안키르는 여전히 내 곁을 지키고 있다.

   

   루엘의 메이스는 어딘가로 날아간 듯 했지만 괜찮았다.

   

   메이스가 내 소유물인 이상 그 물건은 내 부름에 응답할 수밖에 없으니까.

   

   오른손을 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배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달았다.

   

   <괜찮으냐?! 정신이 드느냐?!>

   

   물기가 묻어나오는 약간 쉬어버린 목소리.

   

   내가 메이스를 놓쳐 버리고 나서 죽어라고 내 이름을 불렀나 보네.

   

   할배. 그렇게 내가 걱정이 됐어요?

   

   ‘할아버지.’

   <오오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내가 답을 건네자마자 할배가 호들갑을 떨어댔다.

   

   <몸은 어떠냐?! 움직일 수 있을 듯 싶더냐?!>

   ‘네. 충분히 움직일 수 있어요.’

   

   아르마디의 자비를 얻은 내 몸은 거의 완벽하게 회복된 상태다.

   

   비록 몸을 회복시키는 데에 모든 신성을 사용하는 바람에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신성이 없다시피해졌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안키르의 불빛을 밝힐 신성만 남아있다면 난 나크라드를 상대할 수 있다.

   

   저 멀리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걸음소리를 들으면서 몸을 일으킨다.

   

   <방금 전. 네가 기습을 당한 것을 보면 청각까지도 빼앗긴 것이냐.>

   ‘그건 아니에요.’

   

   안키르의 능력으로 인해 지켜낸 청각은 여전히 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저 나크라드가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자신의 소리를 감추고 있을 뿐.

   

   <소리를 감추었다고?!>

   ‘네.’

   <…젠장. 감각을 빼앗긴 상태에서의 싸움이 가능할 리 없잖은가! 일단은 뒤로.>

   ‘괜찮아요. 할아버지.’

   <무어가 괜찮다는 말이냐!>

   ‘비슷한 걸 해 본 적이 있거든요.’

   

   당연히 이게 아직 게임이었을 적의 이야기지만.

   

   지금이라면 그 때의 기억을 이 곳에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야.

   

   몇 달 전의 나는 나크라드를 상대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바닥을 기어야 했다.

   

   저 녀석과 나의 사이에는 그만한 격차가 존재했으니까.

   

   지금도 나크라드와 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아무리 내가 몇 달 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들 신성을 사용할 수 없는 나와 자그마한 소모도 없이 날 괴롭힐 생각만을 하고 있었던 변태 사이에 어찌 차이가 없을 수 있겠는가.

   

   허나 그 차이는 과거 아카데미의 뒷골목에서 만났을 때처럼 크지 않다.

   

   짓밟으면 죽어야 하는 개미와 인간의 격차가 아니라 힘에서 압도당할 뿐인 아이와 어른의 차이.

   

   이것도 작은 차이는 아니지만 내게는,

   

   이 썩은 물에게는.

   

   이 정도 차이면 충분하다.

   

   발악이 허용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니까 믿고 지켜봐 주세요.’

   <자신이 있느냐?>

   ‘네. 물론.’

   <그렇다면… 알겠다.>

   

   마지못해 답하는 듯한 할배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걸음소리가 멎음과 동시에 쓰레기의 역겨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발악을 하는 군. 그럴 힘이 있으면 혀라도 깨무는 게 나았을 텐데 말야.”

   “그럼 넌 왜 혀를 안 깨물어?♡ 여자애를 괴롭히면서 하악거리는 변태로 살 바에야 뒤져서 네 역겨운 히키코모리 주인님의 곁을 지키는 게 낫지 않아?♡”

   

   말을 더할 때마다 이전에 공포가 자리하던 곳을 고양감이 대신해서 물들인다.

   

   점차 커져가는 고양감이 내게 이야기하는 바는 분명했다.

   

   지금 네 앞에 있는 녀석의 이성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 것.

   

   “하. 마음대로 떠들어라. 네가 날 화나게 하면 화나게 할수록 훗날 네 년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의 쾌감이 커질 뿐이니.”

   “우와~♡ 음습한 히키코모리의 선택을 받은 개변태 새끼의 발상은 일반인과 격이 다르네♡ 너무 역겨워서 따라할 엄두조차 안 나♡”

   

   이번에도 고양감이 커진 것을 보면 분명 열이 받은 것일 텐데 반박이 돌아오지 않는다.

   

   왜인지는 분명했다. 말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입을 다물어 버린 걸 테지.

   

   하여간에 치졸한 새끼라니까. 나중에 승기를 붙잡으면 신나서 주절거릴 게 분명해.

   

   “이상하다?♡ 왜 조용하지?♡ 방금 전까지 옆에서 역겨운 목소리가 들렸었는데?♡”

   

   쉴 새 없이 입술을 움직이면서 감각을 끌어 올린다.

   

   처음 내가 기습을 당했을 때, 청각마저도 무력화되어버린 그 순간에도 철벽만큼은 제 역할을 수행했다.

   

   녀석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위험을 고해주었다.

   

   다만 내가 그걸 따라가지 못했을 뿐.

   

   그러니까 이번엔 처음부터 철벽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

   

   모든 자잘한 것을 무시하고서 오롯이 철벽이 이야기하는 것만을 따른다.

   

   ‘정면.’

   

   철벽이 명하는 것을 따라 몸을 움직이고 있으려니 방금 전 나의 몸이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내 몸이 이렇게나 가볍게 움직이는 거였구나.

   

   하하. 이러니까 알려주는 것도 못 따라하고 박살이 났지.

   

   헛웃음을 지으며 방패를 치켜들기 무섭게 충격이 전해진다.

   

   무언가의 타격을 받았을 때의 충격이 아니다.

   

   이건 마법이 전하는 충격이다.

   

   ‘다시 정면.’

   

   판단을 내리기 무섭게 또 다시 철벽이 위험을 고하기에 방패를 움직였다.

   

   그리고 또 다시 느껴지는 거대한 충격.

   

   나크라드 이 새끼.

   

   괜히 접근해서 변수를 만들어 줄 바에야 멀리서 안전하게 제압을 하겠단 거구나.

   

   그래. 너라면 이럴 줄 알았어.

   

   치졸하고 비겁한 쓰레기 새끼라면 이럴 줄 알았다고.

   

   “덩치 큰 쫄보 멀대♡ 겁먹었구나?♡ 가까이 붙으면 발릴 것 같으니까 도망친 거네?♡”

   

   해골에게 내 게임 속 지식을 파훼당하고 나서 난 많은 고민을 거듭했어.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보스들의 파훼를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이었으니까.

   

   “푸하핳♡ 하긴 너는 쫄보인데다 개허접 약골이니까♡”

   

   그런데 생각을 하다 보니까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어. 내 파훼가 대부분의 경우에 옳았다는 것을.

   

   상대가 내 파훼를 알아차리고 그걸 신경 쓰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면 내 지식이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툭 건드리면 부러질 텐데 어쩌겠어~♡ 더럽고 추하게 도망쳐야지♡”

   

   이러한 경향은 상대방에게 이성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열이 받아서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하게 되면 될수록 점점 더 커져갔다.

   

   여기에서 난 한 가지 발상을 떠올렸다.

   

   결국 이성을 날려버릴 수만 있다면 썩은물로의 지식대로 움직여도 되는 거잖아.

   

   “이해해~♡ 중2병 멀대는 연인이 죽건 말건 도망친 사람이잖아♡ 그거에 비하면 여자애를 상대로 도망치는 것 쯤이야 뭐♡”

   

   말을 하던 도중 철벽이 다급하게 위험을 고했다.

   

   생각 하는 것보다 먼저 방패를 치켜들기 무섭게 충격이 전해진다.

   

   “자기가 버린 사람을 언급하니까 화났어?♡”

   

   위험을 고하는 철벽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를 뒤 따르듯 방패 너머에서 충격이 전해진다.

   

   그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난 꿋꿋이 말을 이어나갔다.

   

   “푸하핳♡ 네 연인이 죽어갈 때나 이러지 그랬어?♡ 아♡ 혹시 그거야?♡ 연인을 공격하던 마물은 무서워 보였고 난 좆밥으로 보여서?♡”

   “…”

   “치졸한 쫄보 새끼♡ 자기가 살려고 사랑하는 사람을 버린 쓰레기 새끼♡”

   “아니다! 난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

   

   콰아아앙!

   

   비명에 가까운 나크라드의 목소리와 함께 이전과는 비할 수도 없는 거대한 충격이 방패에 전해졌다.

   

   방패의 앞에서 포탄이 터진 것만 같은 충격.

   

   패링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그 충격을 모두 감당해야 했던 난 이를 꽉 깨물고서 날아갈 것 같은 몸을 붙잡아야 했다.

   

   “아니란 말이다아아아!”

   

   자아. 이걸로 첫 번째 목표는 이룬 것 같고.

   

   이제는 두 번째로 넘어갈 시간인가.

   

   내 생각의 검증.

   

   나크라드가 패턴대로 움직일 지 확인해야 해.

   

   이를 악 문 채로 나크라드의 공세를 막아낸다.

   

   그러면서 녀석이 내지르는 공격을 머리에 새긴다.

   

   나의 눈에는 여전히 시체들의 얼굴이 가득하고.

   

   코에 전해지는 것은 피비린내밖에 없고.

   

   피부에선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감촉만이 자리했으며.

   

   귀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나크라드가 내지르는 소리밖에 없으니.

   

   상대의 공격을 살피는 데에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철벽의 목소리와 방패 너머로 전해지는 고통 뿐이다만.

   

   나크라드의 패턴을 파훼하는 데에는 이거면 충분했다.

   

   이성을 잃어버린 채.

   

   생각을 잃어버린 채.

   

   본능에 따라 짐승처럼 공격하는 나크라드는.

   

   게임 속에 등장하던 중간 보스 나크라드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이 패턴 다음에 올 건 분명 범위기였지?

   

   0.5초를 기다린 후에 오른 쪽으로 두 번 굴러서 회피.

   

   “중2병 멀대는 앞이 안 보이는 나보다 시력이 안 좋은가보네?♡ 왜 허공에다 공격을 해대는 거야?♡”

   “시끄럽단 말이다!”

   

   이 다음에는 둘 중 하나.

   

   순간이동을 이용한 기습이나 멀리서 마력탄을 연사하는 것.

   

   목소리가 멀리에서 들리는 걸 보면 후자인가 보네.

   

   뒤로 한 걸음.

   

   그 후 앞으로 두 걸음.

   

   이후 옆으로 스텝 밟고 정면으로 내달려.

   

   “아~♡ 늙어서 그런가?♡ 맞겠다!♡ 젊을 땐 눈이 좋아서 죽어가던 연인의 얼굴도 잘 봤잖아?♡”

   “닥치고 뒈져어어어!”

   

   나크라드의 패턴을 한 번 파훼할 때마다 점차 녀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이 가까워진다.

   

   녀석에게 판단을 내릴 자그마한 이성이라도 존재했다면 거리를 벌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허나 녀석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자신이 지닌 트라우마를 비집고 들어오는 메스가키의 목소리에 저항하느라 정신을 놓아버린 녀석은 무작정 내 입을 틀어막으려 하는데 급급하다.

   

   덕분에 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 잘 안 보여?♡ 이렇게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인데?♡”

   

   도발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며.

   

   “혹시 추녀 취향이야?♡ 그런 거야?♡”

   “벌레 같은 쓰레기가!”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씩 나크라드에게 다가가던 나는.

   

   “아아~♡ 그렇구나~♡ 그럼 네가 여태까지 못 잊은 연인의 얼굴도 봐줄만 하겠네~♡”

   

   결국 나크라드의 목소리가코 앞에서 들려오는 곳에 도달했다.

   

   “제발!”

   

   최근접 했을 때의 패턴은?

   

   타리키의 기운을 터트리는 것으로 유저를 밀어 넘어 트리는 것.

   

   파훼는?

   

   안키르의 신성으로 어둠을 물리치고서.

   

   “제바아알!”

   

   앞으로 돌진.

   

   “그 입을 닥치란 말이다!”

   

   나크라드의 얼굴에 메이스를 꽂아 넣는다.

   

   퍼어억!

   

   메이스가 무언가를 때려 부수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후.

   

   거친 소리가 내 귓가로 파고 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의 몸이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구는 소리가 이어졌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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