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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80

Chapter: 280

   시간이 어느덧 오전을 지나 오후로 향하고 있을 무렵.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단련을 이어나가던 교회의 심문관 니안에게 교황의 비서 케들이 찾아왔다. 신의 뜻을 대행하시는 분의 명령과 함께.

   

   그 내용은 이러했다.

   

   지금 즉시 솔라딘 왕국에 있는 버로우 공작 가문의 영지로 향해 그 곳을 탐색할 것.

   

   특이사항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하며 주신 교회의 관계자 혹은 막대한 신성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자가 있다면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성지로 데려올 것.

   

   니안에게 내려진 명령 속에는 불분명한 부분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니안은 그걸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에게 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은 마땅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소리일 터이니. 그와 그의 부하들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시킨 것을 수행하는 일 뿐이었다.

   

   명령이 내려지고서 채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니안은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서 교회의 순간이동진을 찾았다.

   

   버로우 영지에 있는 교회로 즉시 이동하기 위해서.

   

   “음? 죄송합니다. 심문관님. 버로우 영지 측에 무언가 이상이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그 곳에서 제일 가까운 장소로 보내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즉시 준비를… 허? 아니. 뭐지?”

   

   허나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누가 짜놓기라도 한 것처럼 버로우 영지 인근의 순간이동진이 모두 먹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교황께서 명을 내리신 것과 관련된 문제겠죠. 버로우 영지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기긴 한 모양이군요.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서 니안이 이동할 수 있었던 장소는 버로우 영지에서 마차를 타고 두 시간은 이동해야 닿을 수 있을 만큼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교황께서 긴급하게 명하신 것인데 불필요한 일로 너무 시간을 끌어 버렸군요.

   

   본래라면 모두가 순간이동에서 여파에서 빠져나온 후에 움직이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먼저 버로우 영지에 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수습이 끝나면 즉시 따라와 주십시오.”

   

   믿을 만한 부하에게 수습을 맡긴 그는 즉시 스스로에게 신성마법을 사용함은 물론이요 과거 영웅이라 불리던 위대한 성기사 루엘이 창시하여 여태까지 내려 온 박투술을 이용해 스스로를 강화하기까지 했다.

   

   그 모든 절차가 끝났을 때에 니안의 몸은 이미 인간의 것을 한참 벗어난 상태였으니. 땅을 박차고 내달리는 그의 속도는 전력을 다해 뛰는 군마에 비견될 수준에 달했다.

   

   그렇게 미친 듯 앞으로 내달리기를 얼마나 했을까.

   

   한 마을에 도달한 니안은 버로우 영지에 자리한 이상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 마을에 악신의 불길하고도 역겨운 기운이 퍼져 있던 것이다.

   

   마을 외각 쪽에 제물의 마법진까지 있는 것을 보면 악신이 이 근방에 영향을 끼친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듯 하네요.

   

   거기에다 주민 분들이 모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 마법진이 발동되었다가 실패했다고 봐야겠죠.

   

   흐음. 공작 가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누구도 이상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렇단 건 이 곳에 도사린 위협이 어둠의 악신 타리키와 관련되어 있단 거겠네요.

   

   사건의 규모를 본다면 최소한 악신의 사도가 움직였다고 봐야 할까요.

   

   심문관으로써 악신을 모시는 역겨운 것들을 자주 상대해 보았던 니안은 작은 정보만으로 답에 도달했지만 정작 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버로우 영지 한 가운데에 도사리는 게 악신의 사도이고 녀석이 그 곳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면 저와 제 부하들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소한 교회의 기사단이 출정해야 할 사안이고 최악의 경우 주신 교회가 전력을 다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런 위험한 곳에 다 함께 발을 들였다간 모두가 죽음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곤란해요. 이상을 보고해 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부하 분들에게 이 곳에서 대기하란 명을 남겨두어야겠네요.

   

   반나절이 지난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교회에 모든 사안을 보고하란 말도 함께.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마친 니안은 다시금 버로우 영지를 향해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앞으로 내달리던 니안은 중간에 이상한 점을 한 가지 포착했다.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버로우 영지 한 가운데로 갈수록 악신의 기운이 더 진해져야한다.

   

   악신의 사도가 머무르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악신의 역겨운 향취가 강해져야 한단 말이다.

   

   허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기이하게도 중앙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악신의 향취가 점차 옅어져갔다.

   

   도대체 버로우 영지 중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니안이 의문을 품던 어느 순간.

   

   악신의 기운이 완벽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 역겨운 기운이 머무르던 자리를 다른 것이 채웠다.

   

   그것은 니안이 먼 과거에 느껴보았던 기운이었다.

   

   그가 막 심문관의 직위를 가지게 되었을 무렵.

   

   교황께서 친히 주관하시는 취임식 자리에서 마주했던 신상에서 느꼈던 기운.

   

   너무나도 따스하고 포근해서 절로 눈물이 새어나오던 위대하신 주인의 신성.

   

   그걸 감지한 순간부터 니안은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발을 움직였다.

   

   한시라도 빨리 버로우 영지에 자리한 분을 뵙고 싶었기에.

   

   점차 짙어져가는 주신의 신성에 파묻히고 싶었기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무작정 앞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버로우 저택이 있는 도시 입구에 도착했을 때.

   

   니안은 이 곳에서 기적이 펼쳐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따스한 신성은 기적이라는 단어가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는 단어가 아니었으니까.

   

   허나 안타깝게도. 마음이 벅차올라 주저앉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도시에 들어선 니안을 반겨준 것은 위대하시고 신성하시며 선하신 주신과 관계된 사람이 아니었다.

   

   “잠시.”

   

   그를 가로 막은 것은 뛰어난 예술가가 조각한 예술상이 그대로 걸어 나온 것 같단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낮으며 호소력 있는 목소리. 누구라도 시선을 줄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외모. 누더기 같은 옷을 입었음에도 추함보다는 자유롭다는 인상을 주게 만드는 쾌남.

   

   니안은 이 남자를 알고 있었다. 대륙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명성을 떨친 남자를 어찌 모르겠는가.

   

   예술 교단의 사도.

   

   프레테.

   

   주신 교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예술 교단이 세를 키울 수 있었던 원인이 된 자.

   

   “정체를 밝혀 주시겠습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신 교회의 심문관. 니안이라고 합니다. 미와 예술을 관장하는 여신의 사도시여.”

   

   니안이 품 안에서 주신 교회의 십자가를 꺼내 보였음에도 프레테의 경계를 풀릴 줄을 몰랐다.

   

   “지닌 기운을 보아 꽤 높은 위치에 있는 분 같은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이 곳에서 이상을 찾아내란 명을 받았기에.”

   “그렇다면 그냥 돌아가시면 될 듯 합니다. 이미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니까요.”

   

   프레테의 말을 듣고서 니안이 한 쪽 눈썹을 내렸다.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이 도시에 기적이 자리했는데 어찌 악신의 계획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니안이 거슬려한 부분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예술 교단의 사도께서 문제를 해결하셨다고요?”

   

   프레테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악신의 계획을 저지했다고 말이다.

   

   헛소리였다.

   

   이 도시에 위대하신 주신의 신성이 자리하고 있거늘 예술 교단의 사도 따위가 감히 거짓을 고하다니!

   

   “예. 여신께서 인도해주신 덕분에.”

   

   주신을 모시는 자가 이루어낸 공을 가로채려 하다니이이이!

   

   “홀로 해결을 하셨다고요? 동료 없이?”

   “무언가 문제가 있습니까?”

   “이 도시에서 위대하신 주신의 신성이 느껴지는지라.”

   “하. 무슨 소리를. 이는 여신께서 대지에 기적을 펼쳐 주신 결과입니다.”

   

   뻔뻔하게 답하는 프레테의 모습에 니안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

   

   상대가 좋지 못했다.

   

   눈앞의 남자는 여신의 인도로 수많은 위업을 달성한 자임과 동시에 예술 교단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자.

   

   니안 따위가 강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아. 그것이 혼자시라면 이 도시를 수습하는 것이 많이 고될 듯 하여.”

   

   치솟는 분노를 숨긴 니안이 애써 웃으며 말을 꺼냈지만 프레테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저었다.

   

   “도움이라면 필요 없습니다. 곧 예술 교단의 사람들이 찾아올 테니까요.”

   “허나.”

   “적당히 하고 물러서시지요. 아니면 뭡니까. 또 다시 저희의 공을 빼앗아가려는 것입니까?”

   

   몇 년 전 주신 교회의 소속원이 저지른 잘못을 프레테가 꼬집자 니안이 입을 꾹 다물었다.

   

   심증은 충분히 있었다.

   

   사건의 규모가 프레테 혼자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

   

   도시에서 주신의 신성이 느껴지는 것.

   

   이외에도 몇 가지 의심스러운 행적이 존재했지만 그를 따지고 들 순 없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것이 문제였고.

   

   예술 교단의 위세가 나름 강한 것이 문제였으며.

   

   무엇보다 프레테가 지닌 명망과 강함이 니안을 상회하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추후 교회를 통해 몇 가지 문의를 드리겠습니다.”

   “예. 부디.”

   

   프레테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도시 바깥으로 빠져 나온 니안은 자신의 어깻죽지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스스로의 무능에 처벌을 함과 동시에 주신께 참회하기 위하여.

   

   그리고 이번의 굴욕을 몸에 새기기 위하여.

   

   *

   

   <저어. 여아야. 너무 우울해하지 말거라. 어쨌든 일 자체는 잘.>

   ‘할아버지.’

   <으. 음?>

   ‘닥쳐요. 저 꼴 나고 싶지 않으면.’

   

   내가 눈짓으로 가리킨 곳엔 처벌을 받고 있는 얼빠여우가 있었다.

   

   아르테아 가문의 병사들이 막 훈련을 끝마치고 벗어 둔 옷에 포박되어 있는 녀석은 현재 진행형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차…라리… 죽여줘…”

   

   얼빠여우는 아름다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만큼 추한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게임 속 이벤트 중에 같은 곳에서 숨 쉬는 게 싫단 이유만으로 숲에서 쫓아내는 이벤트가 있을 정도로.

   

   그런 녀석을 추남의 액기스 속에 가둬 둔 셈이니 저 곳은 얼빠여우에게 있어 지옥보다도 더 지옥 같은 곳이겠지.

   

   하지만 난 저 녀석을 풀어 줄 생각이 없다.

   

   내 존엄을 땅바닥에 처박다 못해 역겨운 변태에게 팔아넘기게 만든 원한은 겨우 이 정도로 풀리지 않으니까.

   

   <미안하구나. 닥치고 있겠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짬통에 처박히게 될 것을 눈치챈 것일까 할배가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아아. 저 마조변태여우한테 존엄을 팔아넘긴 것도 내 입장에선 큰 결심이었는데 그걸 박제까지 당해야 한다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

   

   물론 내가 선택한 건 맞아!

   

   근데 그 순간에는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잖아!

   

   다 같이 좆되기 VS 흑역사 박제. 의 대결인데 거기서 어떻게 다 같이 좆되기를 고르냐고!

   

   야! 허접 주신 이 새꺄!

   

   솔직히 말해봐!

   

   너 이거 노렸지!

   

   네가 심문관을 움직이게 만들어서 나한테 엿 먹인 거잖아!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질 리가 없다고!

   

   흐갸아아악!

   

   두고 보자!

   

   개허접무능마조사디페도로리콘변태쓰레기주신!

   

   언젠가 반드시 네 놈의 본성을 이 대륙 전체에 퍼트리고 말테다아아아!

   

   – 띠링.

   

   입술을 곱씹으며 복수를 다짐하던 그 때에 알림음이 울렸다.

   

   [악신의 계획을 무너트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버로우 영지의 시민들을 구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악신의 사도를 무력화 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신의 위업 덕분에 타리키가 대부분의 힘을 소진했습니다!]

   …

   [여러 신들의 귀에 닿을 정도로 경이로운 업적!]

   [집계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뭐야. 내 원한을 같잖은 보상으로 무마시켜보겠다 그거냐?!

   

   하! 이제와서 그래봐야 소용없어!

   

   무얼 준다고 한들 좆되어버린 내 상황은 바뀌지 않으니까!

   

   이게 바로 상호 확증 파괴다!

   

   내가 존엄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상 네 놈도 그에 준하는…

   

   [스킬 ‘방패의 달인’이 지급됩니다!]

   

   …어? 이거 방패 계열 숙련도를 급격하게 올려주는 스킬이잖아.

   

   거의 준종결급 스킬이라 습득하기 힘든 건데! 이걸 준다고?!

   

   아니. 아냐. 진정하자.

   

   이런 걸로 만족할 거야?

   

   이래버리면 다음에도 또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그러니까 이번엔 반드시 허접 변태 주신에게 경고를 해야!…

   

   [스킬 ‘무너지지 않는 의지’가 진화합니다!]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볼까?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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