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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6

송파구 외곽 제임스 타워에 있는 널찍한 방.

제임스는 커다란 설계도면 여럿을 바닥에 늘어놓고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제임스의 볼 위에는 해맑은 표정의 황금 사신이 자기 뺨을 제임스의 뺨에 착 붙인 채, 히히 웃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이 설계 도면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지만, 사실 황금 사신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저 간간이 제임스의 뺨에 자기 뺨을 문지르면서, 제임스랑 같이 뭔가를 한다는 점이 즐거울 뿐이었다.

제임스는 바닥에 잔뜩 놓여있는 설계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떤 설계도가 좋을 것 같나?”

제임스가 가리킨 설계 도면들은 모두 티라노사우루스를 위한 특별한 갑옷 설계도였다.

저번에 회색 사신에게 보내줬던 갑옷을 한층 개량한 여러 가지 종류의 갑옷들이었는데, 상당히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갑옷이 늘어서 있었다.

저번에 보낸 갑옷과 비슷한 타입을 시작으로.

날개가 달린 티라노.

흉악해 보이는 중장갑을 입은 티라노.

전신에서 레이저 칼날을 발사하는 티라노.

인간처럼 무기를 들고 싸울 수 있는 인간형 티라노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설계도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어떤 버전의 티라노를 회색 사신이 좋아할 것인가?

그래서 제임스는 회색 사신이 좋아할 만한 버전을 선택하기 위해서 굳이 종이로 설계 도면을 인쇄하고, 황금 사신에게 선택받는 방법을 택했다.

제임스의 말을 들은 황금 사신은 잘 모르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계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황금 사신은 작은 손가락으로 한 설계 도면을 선택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분명 엄마도 좋아할 거야!’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황금 사신이 고른 것은 찬란하게 빛나는 골든-메카-티라노였다.

제임스는 황금 사신의 선택에 살짝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회색 사신이 황금색을 좋아했던가?’

이내 회색 사신 휴게실에 있는 거대 회색 사신 황금상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상이 있는 것을 보면, 최소한 싫어하지는 않겠군.

“그럼, 저 골든-메카-티라노 아머의 제작에 착수하도록 해야겠어.”

제임스는 같이 고민해 준 황금 사신에게 커다란 푸딩을 안겨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옴뇸뇸.

황금 사신은 자기 몸에 비해 엄청 커다란 숟가락을 들고 푸딩을 뜨더니, 숟가락 위의 푸딩 가장자리를 작은 입으로 냠냠 먹었다.

그러고는 숟가락을 어깨 위에 올려서 들어 올리더니, 제임스를 향해 들이밀었다.

“같이 먹자고?”

제임스는 빨리 같이 먹자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황금 사신을 바라보고는, 그 푸딩을 입 속에 넣었다.

히히.

황금 사신은 제임스가 먹는 것을 보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제임스가 반대로 푸딩을 떠서 황금 사신에게 먹여주려는 순간, 제임스의 휴대전화가 불길한 소리를 내뱉었다.

다급하면서도 시끄러운 그 소리는 긴급 사태가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음이었다.

제임스가 휴대전화를 꺼내서 확인해 보니, 화면에는 심상치 않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미국 오브젝트 협회 우주 정거장, 연락 두절.>

<지상에서의 관측으로는 문제가 보이지 않음.>

<매우 높은 수치의 정신 오염 검출됨.>

***

세희 연구소 사무실.

헬멧 연구원은 평범하게 출근해서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평소와는 사뭇 다른 사무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황금 사신!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황금 사신들이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무실 바닥에 잔뜩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사무실에 있는 연구원들 숫자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세희 연구소 직원이 이렇게나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담배나 커피 등의 온갖 핑계로 걸핏하면 자리를 비우던 세희 연구소 직원들이 황금 사신들의 특이한 행동을 구경하기 위해서 모두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황금 사신들의 특이 행동의 원인은 ‘한국 오브젝트 안전 관리 협의회’에서 보내온 두 점의 오브젝트 때문이었다.

김중뢰의 근처에 완전히 밀봉된 상태로 놓인 오브젝트 두 점.

“이걸 서류를 통한 정식 요청도 아니고, 갑자기 직접 전달하면서 구두로 통보만 하는….”

“이럴 때, 이세희 연구소장은 어디에….”

박서아 부소장과 김중뢰 선임 연구원은 인상을 쓰고, 전화를 돌리는 등 처리 방안을 물색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황금 사신들은 사무실의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밀봉된 오브젝트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마치 어딘가에 호기심이 팔린 고양이처럼, 김중뢰가 오브젝트를 들어 올릴 때마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황금 사신의 시선이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헬멧 연구원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있는 황금 사신도 그 오브젝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도대체 저게 뭐길래 그러는 걸까?’

박서아 부소장과 김중뢰 선임 연구원의 반응을 보면 굉장히 위험한 오브젝트인 것 같은데….

이 정도 반응이면 진화액 샘플 같은 것일 수도 있겠네.

헬멧 연구원은 정신이 팔린 황금 사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왜 그러는지 알려줄 수 있어?”

그러자 황금 사신은 헬멧 연구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손짓·발짓으로 뭔가를 마구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르겠네.’

하지만 당연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황금 사신이 사용하는 제스쳐는 인간과는 상당히 달라서, 해석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같은 동작에 여러 가지 뜻이 중첩되어 있거나, 자기 내키는 대로 동작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해석하기 힘든 언어가 아닐까?

‘해로운 오브젝트!’

‘빨리 버려야 해!’

‘엄마! 빨리 와!’

하지만 황금 사신들은 세희 연구소 사람들이 걱정돼서 잔뜩 몰려든 상태였다.

그야말로 악의로만 만들어진, 사악한 오브젝트가 세희 연구소에 들어와 버렸으니까.

***

늦은 아침, 세희 연구소 안뜰.

나는 평소보다 한적한 안뜰에서, 예린이의 품에 안겨 햇볕을 쬐고 있었다.

이상하게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며 미니 사신들과 노는 연구원들도 보이지 않았고, 내 옆에서 같이 뒹굴뒹굴하는 황금 사신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조용한 안뜰에서, 예린이랑 같이 누워서 즐기는 휴식.

예린이는 내 더듬이를 냠냠 먹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사신이가 선물해 준 납 인형 기억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보통은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 텐데, 하얀 아귀가 착 달라붙어 있는 걸 보면 괜찮은 거겠지?”

납 인형이라.

푸른 소녀의 공방에서 발견한 정교한 인형이었지.

납 인형을 선물해 주면, 예린이가 나에게 옷을 입히려는 시도가 줄어들 것 같아서 선물했는데.

정말 옷을 입히려는 시도가 현격히 줄어들어서 만족하는 중이었다.

다만 예린이가 내 인형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는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 움직여 봐야 하얀 아귀가 붙어 있으면 웬만해서는 문제가 안 생기겠지.

“아, 그리고 오늘 새벽에 ‘오브젝트 안전 관리 협의회’에서 오브젝트가 배송됐더라.”

그러던 중, 조금 흥미가 가는 이야기가 예린이의 입에서 나왔다.

새로운 오브젝트의 입소?

세희 연구소에서 간간이 벌어지는 꿀잼 이벤트였다.

이번에는 어떤 녀석들이려나?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예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더니, 황금 사신들이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뚜방뚜방.

그리고 잠을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 내 몸 위를 기어 올라와,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

‘큰일 났어!’

하지만 기분 좋은 졸음을 떨쳐내기 싫어서, 잠을 자는 것처럼 눈을 계속 감고 있었다.

때찌때찌.

그러자 황금 사신이 내 눈꺼풀 위를 손바닥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는 척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내 눈꺼풀을 들어 올려서 강제로 눈을 마주쳤다.

‘엄마, 빨리 일어나야 해!’

황금 사신도 내가 눈으로 보는 게 아닌 것을 눈치채고 있을 텐데, 매번 눈을 맞추려고 하네.

나는 어쩔 수 없이 예린이의 품에서 벗어나, 황금 사신의 인도에 따라 연구소 내부를 걸어 나갔다.

그렇게 도착해서 보니.

‘확실히 난리를 칠만하네.’

굉장히 해로운 오브젝트가 두 마리나 세희 연구소에 도착해 있었다.

왓슨과 같은 종류의 고풍스러운 램프.

요즘 내가 강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요즘 외신을 자주 봐서 그런지.

나에겐 램프가 굉장히 약해 보이긴 했지만, 인간에겐 둘도 없을 정도로 해로운 것이었다.

지금 와서 보니 저 램프는 보라 외신을 조금 닮은 것도 같았다.

외신이 아니었지만, 외신이었던 보라 외신처럼.

오브젝트가 아니면서 오브젝트인, 뭔가 불완전한 무언가였다.

오브젝트가 아니면서 오브젝트와 같은 기운을 풍기고.

오브젝트가 아니면서 오브젝트처럼 파괴 조건이 보이는.

언제 한번 ‘램프의 주인’을 죽이러 가야 하긴 하는데,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저 램프에 대고 더듬이로 본체 추적을 사용하면, 저번처럼 램프가 박살 나버리겠지.

우선 미니 사신 정원에 봉인해 버릴까.

그렇게 나는 램프의 처리 방법을 확정하고 황금 사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것들 가져와!’

그러자 사무실 바닥에 빼곡히 차 있던 황금 사신들이 파도처럼 일어나, 봉인된 램프를 휩쓸어버렸다.

***

송파구 외곽, 제임스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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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는 한국에서 미국 오브젝트 협회로 보안 접속한 채, 오브젝트 협회에서 진행 중인 작전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이제는 우주 정거장에서도 오브젝트가 나타나는 건가?”

제임스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협회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우주 정거장과의 연락이 끊긴 지 수일이 지났지만, 원거리 관측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제임스 연구소와 미국 오브젝트 협회는 긴 시간 동안 고민에 빠졌고, 마침내 유인 탐사선을 보내기로 했다.

[현재 우주 정거장에 접근 중. 아직 특이 사항은 없음.]

탐사선의 팀장이 통신을 걸어왔다.

관제센터에서는 탐사선을 계속 모니터링하던 중, 심상치 않은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정신 오염 수치가 빠른 속도로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확인했다. 아직 여유가 있으니, 조금 더 진행하겠다.]

그렇게 조금 더 다가간 뒤에 팀장이 한 통신에는 걱정이 묻어나고 있었다.

[예상보다 정신 오염 수치의 증가가 심하다. 현재 장비로는 도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킹할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순조로워 보이던 진행 도중.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신 오염 차폐막이 붕괴하지도 않았는데, 탐사팀장이 특이한 관측 정보를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 정거장 위로 녹색 달이 보인다! 다시 한번 전한다! 녹색 달이 발견….]

그 직후, 교신은 끊어져 버렸다.

녹색 달?

“당장, 원거리 관측을 시도해!”

당황한 제임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관제센터가 서둘러 원거리 관측을 시도했지만, 탐사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마치 정거장이 잡아먹은 것처럼.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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