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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6

송파구에 위치한 제임스 타워 인근 공터.

그곳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장비를 정리하는 직원들로 가득했다.

공터의 중앙에는 약간 검게 그을린 골든-메카-티라노 로켓이 널브러져 있었다.

제임스는 그 로켓을 내려다보면서 약간의 자부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티라노 모양 로켓을 회수하다니, 이건 당연히 전 세계 최초겠지.”

제임스의 그 중얼거림에는 어이없음도 조금 담겨있었다.

고개를 내려 탁자 위를 바라보니, 신문을 넓게 펼쳐놓은 위로 황금 사신이 무언가를 열심히 씹고 있었다.

그 황금 사신은 제임스를 늘 따라다니는 녀석이었는데, 제임스가 심심풀이로 먹으려고 놓아둔 질긴 마른오징어를 먹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황금 사신은 단단한 오징어를 잘 뜯어내지 못하는지, 조그마한 이빨로 오징어를 사정없이 물어뜯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다.

힘도 약하고, 이빨도 살짝 말랑말랑해서 그런 건가?

황금 사신이 ‘앙’ 물어도 안 아픈 건 인간에게 좋은 일이었지만, 질긴 음식을 먹기는 불편해 보였다.

‘힝.’

황금 사신은 커다란 오징어를 입에 물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제임스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제임스는 황금 사신 입에 물린 오징어를 잡아당겼다.

‘앗!’

제임스가 자기 오징어를 가져가려는 줄 알았는지, 황금 사신은 있는 힘껏 물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하지만 제임스가 황금 사신의 몸을 잡고 잡아당기자, 오징어는 황금 사신의 입속에서 빠져나와 버렸다.

‘앙대!’

손아귀에서 버둥거리는 황금 사신을 보며 웃으며, 제임스는 말했다.

“잘라줄 테니까, 기다려.”

제임스는 조그마한 가위로 오징어를 황금 사신 한입 크기로 찰칵찰칵 잘랐다.

옴뇸뇸.

그러자 황금 사신은 살짝 무안한 얼굴로 오징어 근처에 앉아서, 오징어를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황금 사신이 저 오징어 한 조각을 먹는데, 얼마나 걸리려나?’

제임스는 열심히 오징어를 씹고 있는 황금 사신을 구경하며, 탁자 위에 놓인 신문을 넘겼다.

그렇게 넘긴 신문에는 수십 마리의 붉은 사신이 날아다니며 점액을 태우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실려 있었다.

<공산주의의 천사. 세계의 위협을 막아낸 붉은 사신!>

이라는 제목의 사진이었다.

사실 이제까지 회색 사신과 미니 사신의 활약은 오브젝트 최전선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인들은 ‘회색 사신이 어떤 오브젝트를 파괴했구나.’ 정도의 감상 정도만 가지기 쉬웠다.

하지만 이번에 일어난 ‘암녹색 점액 사태’는 조금 달랐다.

그야말로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코앞에서 겪은 직접적인 위협이었다.

고양이나 비둘기 같은 동물을 포함해서 곤충이나 식물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집안 탁자가 갑자기 내려앉더니, 밑에서 스멀스멀 암녹색 점액이 흘러나오는 등 목격담도 많았다.

오브젝트가 코앞에 닥치고, 그 어디에도 뚜렷한 대처 방법이 없는 순간 나타난 것이 바로 붉은 사신이었다.

그 때문인지 붉은 사신을 포함해서, 회색 사신들과 미니 사신들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었다.

붉은 사신 팬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회색 사신과 미니 사신들이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일들이 재발견되는 등.

제임스의 생각에 굉장히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인간은 회색 사신과 미니 사신의 보호 아래서 살 수밖에 없을 테니까.

게다가 붉은 사신이 낫과 망치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사신들은 인간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지켜주는 오브젝트!

이런 인식이 조금씩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문제는 딱 하나.

미니 사신들이 원하는 체계가 공산주의라는 소문이 도는 건데,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하지만 제임스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해결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

미니 사신 정원 깊숙한 곳, 흑설탕 사막 너머.

나는 그 어떤 미니 사신도 도달하지 못한 지역에 도착해서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녹색 달을 파괴하고 나니, 미니 사신 정원에 새로 생긴 지역이었다.

형형색색의 젤리로 만들어진 밀림이었다.

나무 모양 젤리.

바위 모양 젤리.

강물 모양 젤리.

덩굴 모양 젤리.

모양과 색이 다양해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초대형 플라스틱 블록 장난감으로 꾸며진 밀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모양이 장난감 같으면서도, 젤리의 특징이 살아있었다.

옴뇸뇸.

나는 햇빛이 잘 드는 바위 위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젤리를 먹었다.

간식을 먹여주는 예린도, 엄마랑 같이 먹겠다고 조공을 바치는 미니 사신들도 없으니까, 나는 그림자를 이용해서 젤리를 뜯어 먹고 있었다.

예전에 얻은 촉수 소환 능력과 보라색 달을 파괴하고 얻은 그림자 조형 능력을 이용하는 중이었다.

나는 보라 사신처럼 그림자에 물리력을 부여하지 못해서 영 쓸모없는 능력이었는데, 촉수랑 조합하니 나름대로 활용 방법이 생겼다.

그림자 조형 능력으로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그 그림자에서 촉수를 소환하면!

촉수 사거리 밖에 있는 젤리를 손쉽게 가져올 수 있는 대발견이었다.

그렇게 젤리를 먹으면서 말랑한 바위 위에서 노닥거렸더니, 갑자기 녹색 달 생각이 들었다.

‘녹색 달을 잡았으니 조만간 미니 사신이랑 능력을 얻을 텐데, 어떻게 나오려나?’

미니 사신은 주로 달의 권속과 연관을 가지고 튀어나오니까, 박테리아 숫자만큼 조 단위의 숫자를 가진 초록 사신이려나?

얻게 되는 능력은 자연을 다루는 쪽의 능력일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주어질지는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었다.

‘초록 사신이 나오면, 또 미니 사신들은 축제 분위기가 되겠지.’

황금 사신들이 ‘새로운 막내!’라고 의지를 내뿜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니, 밀림의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가 ‘펑’ 하고 튀어나왔다.

‘!!!’

처음 보는 형태의 조그마한 오브젝트였지만, 그 아이는 심장에 작은 장작을 품고 있었다.

아, 저게 초록 사신이구나.

주황 사신과 비슷할 정도로 다른 미니 사신이랑 다르게 생겼네.

그래도 몸매는 미니 사신이라 다행이었다.

고양이 귀 같은 것이 달리고, 허공을 둥실둥실 날아다니는 녀석이었다.

푸른 사신, 붉은 사신, 주황 사신에 이어서 또 하늘을 날 수 있는 미니 사신의 등장이었다.

“밍?”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초록 사신은 나를 보고 작게 울더니, 내가 반갑다는 것처럼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밍!”

그리고 크게 울고는 뭔가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어디론가 다급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

***

세희 연구소 인근 대형 병원.

제임스 우주 정거장의 유일한 생존자는 미니 사신 정원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 상태였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고 도무지 기운을 차리지 못해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안 돼. 밍밍아. 가지 마.’

여자는 끝없는 악몽 속에 잠겨 있었다.

빛무리로 변해서 사라져 버리는 밍밍이의 마지막 순간을 반복하는 악몽이었다.

“미잉.”

더 이상 흐를 피도 없는지, 바싹 말라버린 상처.

흐릿하게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

마지막으로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애써 웃으며 ‘미잉.’ 거리는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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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순간을 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짧은 동행이었지만, 밍밍이와 여자 사이에는 정말 추억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여자가 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이 악몽뿐이었다.

그리고 밍밍이가 빛무리로 변하며 사라지는 것으로, 여자는 잠에서 깨어버렸다.

어두운 병실, 여자는 너무 오래 자서 흐릿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더니 다시 눈을 감고 누웠다.

다시 잠들면, 밍밍이를 볼 수 있을 테니까.

***

여자가 다시 잠들자, 병실의 구석에서 초록색 자그마한 오브젝트가 고개를 내밀었다.

“밍….”

그것은 죽음에서 돌아온 밍밍이였다.

하지만 밍밍이는 선뜻 여자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생김새가 너무나 바뀌어버렸으니까.

밍밍이는 회색 사신의 영향으로 초록 사신이 되어버렸다.

초록 사신은 여자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다시 여자의 품속으로 날아들었다.

“미잉.”

그리고 따뜻한 애착 인간의 온기를 느끼며,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

문명을 거부하는 고요한 서울숲, 그 한가운데 우뚝 선 거대한 오브젝트가 있었다.

특급 오브젝트, 강철탑.

인간이 만든 빛이 없어서 한없이 조용하고 어두운 밤, 구름이 천천히 개더니 달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로 솟아있는 강철탑의 위를 일곱 빛깔의 월광이 비추자,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

쩌저적.

그 어떤 인류의 무기로도 흠집 하나 낼 수 없었던, 강철탑 위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철탑이 갈라진 틈 사이로 섬뜩한 검은색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어둠에 잠긴 서울 숲보다 더욱더 어두운 빛이었다.

부스러지는 강철탑의 표면은 마치 악마가 껍질을 벗는 것만 같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드러나는 강철탑의 내면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표면이 천천히 부스러지기 시작했지만, 강철탑은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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