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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8

세희 연구소 근처, 협회 인형 사태 이후로 이사한 예린의 아파트.

그 아파트에 위치한 어둑어둑하고 아무도 없는 예린의 방안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예린이 세희 연구소로 출근해서 주인 없는 집안으로 미니 아귀들이 잔뜩 모여들고 있었다.

몸이 군데군데 타서 검게 변한 불쌍한 아귀들이었다.

그렇게 모여든 미니 아귀들은 납 인형이 앉아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미니 아귀들은 차례대로 납 인형이 앉은 의자를 바라보며 부채꼴 모양으로 바닥에 앉았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몇분, 납 인형이 두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마치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겁다는 듯이.

그리고 납 인형은 자신의 앞에 잔뜩 모여있는 아귀들을 발견하고는 상냥한 표정으로 작게 웃었다.

뀨!

미니 아귀들은 그 미소를 보고, 납 인형의 무릎 위로 몸을 날렸다.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질서 정연하게.

그렇게 차례대로 달려든 아귀들을, 납 인형은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뀨히히.

미니 아귀들은 납 인형의 무릎 위에 앉아서, 쓰다듬는 손길을 만끽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붉은 사신들에게 태워지고, 황금 사신들에게 뜯어먹히는 미니 아귀들에게 주어진 작은 평온이었다.

미니 아귀들에게 너무나 따뜻한 순간.

납 인형이 다시 잠들 때까지 계속되는 행복한 휴식.

그렇게 미니 아귀들이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동안, 굳게 닫힌 현관문을 뚫고 조그마한 황금색 머리가 튀어나왔다.

아귀들이 ‘뀨히히’하고 웃으면서 어디론가 향하는 것을 쫓아온 황금 사신이었다.

‘!!!’

아귀들의 행복한 한때를 목격한 황금 사신은 마치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본 것처럼 매우 놀라 굳어버렸다.

상냥한 엄마.

옷을 입은 엄마.

웃으면서 안아주는 엄마.

아귀를 괴롭히지 않는 엄마.

전부 존재할 수 없는 환상의 엄마였다.

***

서울숲 중앙, 강철탑.

나는 강철탑 앞에 누워서, 탑이 완전히 부서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는 있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강철탑이 무너지지 않았다.

‘계속 부서지는 소리는 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변화가 없네.’

강철탑의 크기가 너무 커서 부서지는 데도 오래 걸리는 걸까?

‘모르겠어.’

사실 강철탑은 오브젝트인 것을 감안해도 심하게 커다랗긴 했다.

대형 빌딩만큼 커다란데, 대형 빌딩과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유리창이나 입구 같은 여러 가지 구조물이 설치된 빌딩.

아무런 구조물도 없이 반들반들한 통짜 금속으로 만들어진 강철탑.

빌딩을 보고, ‘저거 사람 몇 명이 달려들어야 둘레를 껴안을 수 있을까?’ 하는 사람은 드물겠지.

하지만 커다란 나무를 보면 그러려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데, 강철탑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구조물이 없어서 그런지, 그 크기가 확 와닿는 느낌이었다.

뚜방뚜방 걸어서 양팔을 최대한 벌리고, 강철탑에 찰싹 달라붙었다.

‘대충 100 회색 사신은 있어야, 둘레를 재볼 가능성이 생기겠네.’

강철탑의 둘레를 재던 나는 그대로 뒤로 쓰러져서 바닥 위에 누워버렸다.

그렇게 누워서 쉬고 있었더니, 서울숲을 정리하던 황금 사신들이 히히 웃으면서 나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라붙은 아이들은 꾸물꾸물 내 몸 위를 기어 올라가서, 내 배 위에 모여들었다.

‘엄마 뱃살!’

‘말랑말랑해!’

폴짝폴짝.

그리고 내 말랑말랑한 배를 트램펄린처럼 쓰고 놀기 시작했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내가 정방향으로 눕기만 하면 주변의 모든 황금 사신이 후다닥 달려오는 기분이었다.

마치 놓칠 수 없는 놀이 기구가 나타났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랑한가?

나는 내 뱃살을 살짝 꼬집으며 주물렀다.

그렇게 폴짝폴짝 뛰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보니, 새로운 능력이 돋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타이밍을 보니 아무래도 녹색 달의 능력이겠지.

식물을 과생장시켰던 녹색 달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면서, 아닌 듯한 미묘한 능력이었다.

배 위에서 폴짝폴짝 뛰는 황금 사신을 보다 보니, 갑자기 녹색 달의 능력을 활용한 재밌는 장난이 떠올랐다.

히히.

장난을 치기 위해서 재밌게 놀고 있는 황금 사신 하나를 붙잡았다.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황금 사신을 향해 장작을 불어넣었다.

‘이제부터 넌 통통한 황금 사신이야!’

하지만 이미 내 장작으로는 살이 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황금 사신은 히히 웃을 뿐이었다.

아마 ‘엄마가 또 이상한 짓 하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장작에 섞어서 녹색 달의 능력을 조금씩 황금 사신에게 흘려 넣었다.

일명 녹색 달의 과생장 능력!

‘!!!’

그러자 가장 먼저 이변을 느낀 것은 내 배 위에서 구경하고 있는 황금 사신들이었다.

‘점점 커지고 있어!’

미니 사신의 크기를 늘리는 능력에 의해서, 한 손에 잡힐 만큼 조그마했던 황금 사신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지구 전역의 식물을 무성하게 만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능력.

미니 사신의 크기를 일시적으로 키우고, 잠시 통통하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게다가 그 키우는 크기도 최대 2배 정도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황금 사신을 겁주기에는 충분했다.

‘!!!’

내게 잡힌 황금 사신이 자기 손바닥을 내려다보자, 깜짝 놀라서 더듬이가 삐죽 치솟았다.

그리고 자기 손바닥이 조금씩 커지고 있어서 그런지, 내 손아귀에서 버둥거리며 도망가려고 하기 시작했다.

‘앙대!’

‘이제 너도 살찐 황금 사신이야!’

히히.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다른 황금 사신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나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노란 동생처럼 돼버렸어!’

내 손아귀에서 풀려난 황금 사신은 자신의 살짝 통통한 뱃살을 보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강철탑 앞 공터에는 2배로 커진 황금 사신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앙대….’

모두 나에게 붙잡혀서 일명 ‘댖지’가 된 황금 사신들이었다.

다행히도 녹색 달의 능력은 원격으로도 가능했기에, 황금 사신들을 잔뜩 통통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댖지가 된 황금 사신들은 지속 시간이 끝나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시무룩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히히.

오랜만에 장난 성공이네.

***

송파구 외곽, 세희 연구소.

머리 위에 초록 사신을 얹은 여자가 세희 연구소로 찾아왔다.

최근에서야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던 여자는 상당히 들떠있었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세희 연구소라니!

여자는 살짝 웃으며, 머리 위의 초록 사신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기대되지?”

“밍!”

초록 사신과 여자가 세희 연구소 안뜰에 도착하자, 수많은 미니 사신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동생이다!’

‘새로운 동생!’

그 모습을 보면서, 여자는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며 안뜰을 두리번거렸다.

회색 사신은 없네….

제임스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회색 사신은 자주 자리를 비운다고 했었지.

그래서 못 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없다니 조금 시무룩한 느낌이 들었다.

“밍!!!”

초록 사신은 미니 사신들과 앉아서 푸딩을 냠냠 먹다가, 하늘로 날아올라 큰 밍 소리를 냈다.

‘?’

어리둥절한 미니 사신들과 안뜰의 인간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세희 연구소 안뜰에 잔디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잔디 속에서 조그마한 미니 동물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

미니 사신 머리만 한 미니 토끼부터 시작해서, 미니 오목눈이 같은 귀여운 생물들.

초록 달의 폭주와 함께 암녹색 점액으로 녹아버렸던 동물들이었다.

그 동물들의 점액을 태울 때는 해맑은 붉은 사신도 살짝 우울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작은 아기 새!’

‘작은 토끼!’

미니 사신들은 다시 만난 미니 동물들을 보며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뚜방뚜방.

머리 위에 미니 오목눈이를 얹고 돌아다니거나 미니 햄스터에게 씨앗 모양 젤리를 먹이는 등, 세희 연구소 안뜰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동생 대단해!’

‘대단해!’

초록 사신은 그렇게 미니 사신들에게 녹아들었다.

***

세희 연구소 근처, 수풀이 무성한 곳.

복구가 상당히 진행된 송파구였지만, 여전히 인적이 드물고 비어있는 장소는 꽤 남아 있었다.

그런 인적 드문 장소 중 한 곳, 겉에서 볼 때는 수풀로 가려져 내부가 보이지 않는 곳에 노란 사신이 자리를 잡았다.

언제나 소란스러운 미니 사신 정원을 피해서 만든, 노란 사신만의 조그마한 아지트였다.

그 아지트는 검은 사신 인형 옷들을 조종해서 만든 꽤 커다란 토굴이었는데, 그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인형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단순한 곰 인형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나, 하얀 아귀 인형처럼 오브젝트 인형까지.

온갖 종류의 인형들이 있었다.

그런 노란 사신의 아지트로 작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슥슥, 흙을 끌며 걷는 발소리.

그 소리를 들은 노란 사신은 인형 옷 제작을 멈추고 약간 쭈글쭈글한 미소를 지었다.

그 발소리의 주인은 익숙한 동작으로 동굴 속으로 들어오더니, 노란 사신을 향해 인사했다.

“안녕! 나 왔어!”

해맑은 표정으로 웃는 잿빛 소녀를 보며, 노란 사신도 반가움을 표현했다.

‘후히히.’ 하는 것처럼 웃은 것이다.

“아! 또 이상하게 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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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해진 옷을 입은 잿빛 소녀는 그 웃음을 보고는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노란 사신의 볼을 주무르며, 제대로 입꼬리를 올려주었다.

“이렇게 웃어야지.”

히히

잿빛 소녀는 제대로 웃게 된 노란 사신과 마주 보며 해맑게 웃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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