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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2

송파구 외곽 제임스 타워, 골든-메카-티라노 아머 조립 공장.

철저히 밀봉된 조립실, AI가 제어하는 로봇팔이 티라노의 갑옷을 척척 조립해 나가고 있었다.

폴짝폴짝.

황금 사신은 그 조립실에 유령화로 슬그머니 들어와서는 폴짝폴짝 뛰며, 즐거운 표정으로 구경하는 중이었다.

제임스는, 로봇팔을 이리저리 요령 좋게 피해 다니며 구경하는 황금 사신들을 제어실에서 내려다보며 오랜만에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달콤한 디저트.

골든-메카-티라노 아머를 고치고 개량하느라 잠을 줄여가며 일한 제임스의 꿀 같은 휴식이었다.

제임스의 황금 사신도 탁자 위에 앉아서 쿠키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물론 황금 사신도 커피를 마시려고 했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아예 포기해 버렸다.

그래서 제임스의 황금 사신 보고서에도 그에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먹고 나면 1분가량 혀를 내밀고, 혀를 말려버릴 정도로 싫어함.>

<무작위의 황금 사신 1,000기를 대상으로 같은 커피 실험을 했지만,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

보고서 하단에는 천 마리의 황금 사신이 달라붙어 뚜시를 맞는 제임스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때, 배경음처럼 깔려있던 TV에서 실종 사건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한 초등학생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화면에는 무언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 듯한 소녀의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바탕으로 소녀의 동선을 추적했지만, 어느 순간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합니다.]

[이에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닌 ‘오브젝트’와 관련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오브젝트 협의회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TV에서는 공황에 빠진 채,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소녀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꽤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오브젝트 사건으로 보였다.

제임스는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사건을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두려고 했지만, 갑자기 얼마 전에 봤던 보고서가 뇌리에 떠올랐다.

‘잠깐, 뭔가 익숙한데….’

제임스는 탁자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보고서 더미를 뒤적이더니, 예전에 올라왔던 보고서를 꺼내 펼쳤다.

<사건 번호: 2xxx-xxxx-xxx>

<신고자: 김남수 (남, 45세)>

<신고 내용: 김남수 씨는 2xxx년 x월 x일 오후 3시경, 서울시 송파구 인근 도로에서 ‘오브젝트’가 숨어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신고하였음. 김 씨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으며, 자신이 본 것에 대해 강한 확신을 보였음.>

<현장 조사 결과:>

– 신고 접수 후, 즉시 현장에 출동하여 조사를 실시함.

– 현장에서는 오브젝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음.

– 김남수 씨도 현장에 다시 돌아와 확인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으며, 자신의 신고가 착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술함.

<추가 조사:>

– 경찰의 요청으로 제임스 연구소에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였으나, 역시 오브젝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음.

<결론:>

– 현장 조사 및 제임스 연구소의 추가 조사 결과, 김남수 씨의 신고는 착각에 의한 것으로 판단됨.

– 오브젝트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김 씨 본인도 신고 내용이 착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정정하였음.

– 이에 따라 본 사건은 종결 처리함.

소녀의 실종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보고서였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비슷하게 공포에 질린 듯한 행동이라.’

제임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챙겨 들었다.

조사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

송파구 인근, 인적 드문 노란 사신 아지트.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잿빛 소녀는 이곳에 있었다.

노란 사신이 만든 커다란 인형 옷, ‘평범한 행인 인형 옷’의 힘으로 아무도 모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무려 2m 정도 되는 커다란 인형 옷이지만, 평범한 행인처럼 보이게 만드는 강력한 정신 오염을 내포한 오브젝트였다.

잿빛 소녀에게는 먹히지 않지만, 그 아파트 단지에 있는 오브젝트와 인간들을 속이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노란 사신의 아지트에 아무도 모르게 도착한 잿빛 소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다.

‘전부, 전부 가짜였던 걸까?’

‘우리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들, 내가 아는 모든 이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마저도 오브젝트였어.’

‘심지어 나조차도.’

잿빛 소녀는 텅 비어버린 눈을 한 채, 노란 사신에게 그저 토로하고 있었다.

입을 열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저 삐걱삐걱 소리만 들리는.

소녀 자신도 들을 수 없는 혼잣말.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내가 좋아하는 것 같았던 모든 것이 가짜였다니…. 내 감정마저 진짜가 아니었던 걸까?’

‘그렇다면 내 존재의 의미는 뭐지? 나는 왜 이 세상에 있는 걸까? 누군가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삶은 없는 걸까?’

하지만 노란 사신에게는 똑똑히 들리고 있었다.

노란 사신에게 소녀는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까.

‘대체 누가 우리를 만들었을까? 모두를 만든 창조자는 누구지? 우린 왜 태어난 걸까?’

노란 사신에게는 원래부터 소녀는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정말 살아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살아있는 척하는 인형일까?’

노란 사신은 재롱을 피우기 위해 입고 있었던 황금 사신 인형 옷을 벗고, 머리를 내밀더니 소녀의 어깨 위에 앉았다.

‘괜찮아. 너는 진짜야.’

노란 사신은 볼을 토닥이며, 소녀에게 진심을 전했다.

노란 사신의 의지는 목소리로써 소녀에게 닿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 걸까.’

검게 물든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잿빛 소녀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

***

중국에 위치한 자유 도시 연합.

나는 미니 사신들과 롤케이크 인간들의 도시에 오랜만에 발길을 옮겼다.

이유는 딱 하나.

이번에 초록 사신이 만들어 준 ‘진짜’ 티라노사우루스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희 연구소에서 기르기에는 티라노는 너무 커다랬다.

그렇다고 미니 사신 정원에서 기르기엔 안 어울려.

폭신폭신 마시멜로 랜드에 사는 티라노는 아귀처럼 생기는 편이 어울리니까.

내가 빈약한 상상력으로 만든 티라노는 디테일이 부족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위화감이 없었는데….

생물 창조의 전문가인 초록 사신이 만든 티라노는 위화감이 너무 심했다.

하얀 아귀 옆에 진짜 생선 아귀를 전시해 두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적당한 곳에 공룡 공원을 만든 뒤, 그곳에서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후보지는 숲과 풀과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서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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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서울숲은 문제가 많았다.

그야 이상하게 부스러지고 있는 ‘강철탑’이 있었으니까!

서울숲에 티라노를 두면 높은 확률로 갈기갈기 찢겨서 죽어버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미니 사신들이 잔뜩 돌아다니고, 나름대로 관리도 편해 보이는 ‘자유 도시 연합’이었다.

도시 한편에 거대한 공룡 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

그런 건 이 도시에 있을 리가 없었다.

히히.

뚜방뚜방 돌아다녀 보니, 미니 사신들과 롤케이크 인간들이 돌아다니면서 공룡 공원을 건설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브젝트 특유의 신체 능력으로 보통의 인간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는 미니 사신들과 롤케이크 인간들이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기도 했다.

“청은 지금쯤 어디려나?”

“글쎄 저번에 한국에서 나와서 일본으로 간다고 하던데. 황금 사신이 소장으로 있는 연구소로 놀러 간다고 했었어.”

팔이 4개나 달린 남자와 키가 큰 여자가 미니 사신들에게 둘러싸인 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여자의 어깨 위에는 검은 사신이 앉아서, 여자의 뺨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나도 과자!’

그러자 여자는 살짝 웃으면서 과자를 꺼내서 검은 사신의 입속에 과자를 쏙 집어넣어 주었다.

다들 행복해 보이네.

쟤네들은 인간에서 오브젝트, 심지어 롤케이크가 되어버렸는데도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원래부터 신체 일부를 오브젝트로 갈아 끼우던 녀석들이라 그런 건가?

그나저나 오브젝트 펑크 도시의 공룡 공원이라.

상당히 기대되네.

히히.

***

제임스는 심각한 얼굴로 도착한 보고서를 펼쳐보고 있었다.

<제보자 ‘김남수’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중간 보고서>

<사건 개요>

– 제보자 ‘김남수’ 씨는 최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됨.

– 사인은 평범한 실족사로 추정됨.

– 하지만 타 사건과의 연관성이 발견.

<연관성>

– 예전에 발생한 건설사 임원들의 죽음과 유사점이 발견됨.

– 사망 원인이 모두 사고사로 추정되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임.

– 추가 조사 실시 필요.

<조사 계획>

– 제보자 ‘김남수’ 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심층 조사 실시 예정.

– 건설사 임원들의 사망 사건과의 연관성 파악을 위한 추가 조사 계획 수립.

<기타 사항>

– 사회에 밀접하고 용의주도한 오브젝트 사건으로 보이므로, 조사 과정에서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

<작성일: 2xxx년 x월 x일>

<작성자: 제임스 연구소 특별조사팀>

‘생각보다 훨씬 큰일이군.’

제임스가 가장 우려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사건 현장이 ‘송파구’라는 점이었다.

미니 사신들이 우글우글 돌아다니는데도 들키지 않았다니.

상당히 강력한 오브젝트임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제임스는 조사 중에 다른 사건과의 유사성도 찾아내 버렸다.

일명 소도시 괴멸 오브젝트 사건.

멀쩡하던 마을이 하룻밤 사이에 폐허가 되어버리는 사건이었다.

공통점은 ‘괴물’을 봤다는 사람이 한두 명은 꼭 나온다는 점.

그리고 그 제보자는 반드시 ‘사고사’를 당한다는 점이었다.

<강원 H면, 오브젝트 현상으로 순식간에….>

<충북 D시 도심 일대 폐허…. 주민들 행방 묘연.>

제임스는 스크랩한 기사들을 노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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