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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9

이빨이 잔뜩 돋아난 제복 아귀가 입을 크게 벌리자, 거울들이 걸린 좁은 방 안에 새하얀 불길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우리를 밖으로 탈출하게 해주세요!>

푸른 사신과 분홍 소녀가 커다란 물방울에 둘러싸인 채, 빠른 속도로 방 밖으로 튕겨 나왔다.

콰앙!

그렇게 밖으로 도망치기 무섭게, 새하얀 불길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하얀 아귀가 가진 힘, 오브젝트를 태우는 불꽃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긴 거울들이 폭발에 휩쓸려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소중한 기록들이었을 텐데, 지금은 전부 박살 나서 바닥에 흩뿌려졌다.

잘그락. 잘그락.

유리 조각들이 밟혀서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복 아귀가 천천히 방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뀨르르르.”

그토록 지성이 넘쳐 보이던 제복 아귀는 점점 이성을 잃어버린 짐승처럼 변해버렸다.

제복은 불타버렸고, 두 발이 아니라 네발로 기며, 온몸에 하얀 불길을 두르고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양손에 하얀 불길을 두르고 푸른 사신을 향해 내리찍었다.

<불길을 막는 물의 벽 100개!>

푸른 사신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온 힘을 다해서 마법을 써 내려갔다.

푸른 사신이 자아낸 물의 마법은 순식간에 꿰뚫렸지만, 그 궤도를 비트는 데는 성공했다.

쿠웅.

하얀 아귀의 묵직한 공격이 푸른 사신 대신 건물의 바닥을 때렸고, 그 강력한 충격파는 바닥을 무너트렸다.

하얀 불꽃에 시달렸던 건물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벽과 바닥이 무너지고, 돌과 하얀 불꽃이 휘날렸다.

그리고 푸른 사신은 그 모든 것을 휩쓰는 충격파에 휘말려, 정신을 잃어버렸다.

‘….’

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유리가 부스러지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 속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돌무더기의 지하.

콜록콜록.

‘안 돼….’

푸른 사신이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복부에 구멍이 뚫린 분홍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푸른 사신이 만든 물방울 보호막은 하얀 불길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죽지 말아 주세요!>

<상처 모두 나아주세요!>

<정신을 잃지 말아 주세요!>

<아프지 말아 주세요!>

<제발 아프지 마….>

푸른 사신은 눈물을 포롱포롱 흘리며, 문자열을 계속 계속 써 내려갔다.

하지만 상처에 달라붙은 하얀 불꽃은 푸른 사신의 치료를 방해하고 있었다.

“하하.”

그때 분홍 소녀의 입에서 마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울지마.”

“나는 여기까지였던 거야.”

<아니야!>

푸른 사신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분홍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푸른 사신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어차피 이 탑에는 인간 따윈 없는걸. 내가 유일한 생존자였던 거야.”

“아카데미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할아버지처럼 대단한 연금술사가 되고 싶었어….”

하아.

그리고 분홍 소녀는 마지막 숨을 뱉듯이 작고 긴 숨을 내뱉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상처 모두 나아주세요!>

<상처 모두 나아주세요!!>

<상처 모두 나아주세요!!!>

푸른 사신은 쉬지 않고, 계속 문자열을 허공에 써 내려갔다.

하지만 푸른 사신의 마법은 분홍 소녀에게 닿지 않았다.

‘안 돼.’

‘이대로는 안 돼.’

푸른 사신은 지팡이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작게 입을 열고는 마법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상처 모두 나아주세요!]

입이 문자를 만들 때마다, 염파가 마법을 만들었다.

쉬지 않고 계속.

그리고 그렇게 염파를 뿜어낼 때마다, 힘이 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저 멀리, 하늘 위에서.

찬란한 하얀색으로 빛나는 힘이 내려오고 있었다.

[상처 모두 나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소리 없는 외침을 자아내는 순간, 새하얀 섬광이 푸른 사신의 몸을 감쌌다.

그러자 마침내 물의 마법이 하얀 불꽃을 뚫고 분홍 소녀에게 닿았다.

분홍 소녀의 상처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고, 분홍 소녀는 고통이 사라진 표정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다행이야.’

푸른 사신은 분홍 소녀를 따뜻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뀩 뀩 뀩 뀩.”

그곳에는 징그러운 이빨이 달린 하얀 아귀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웃으면서 천천히 기어 오고 있었다.

‘원래 하얀 아귀를 별로 싫어하지 않았지만….’

‘이제 조금 싫어지려고 해.’

푸른 사신은 분홍 소녀를 지키기 위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

무너져 버린 건물 폐허에서, 염파가 마법을 자아내고 있었다.

[물로 만든 창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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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물로 만들어진 창 10개가 만들어지더니, 이빨 아귀를 향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점점 강해지고 있어.’

푸른 사신이 만들어 내는 마법은 점점 강하고,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강력해진 푸른 사신의 마법도 이빨 아귀에게 닿지 못하고, 하얀 불길에 증발해 버릴 뿐이었다.

이빨 아귀는 푸른 사신의 공격이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웃는 얼굴로 단단한 이빨을 딱딱 부딪치고 있었다.

딱. 딱. 딱.

그리고 온몸에 불꽃을 두르고, 입을 딱딱거리며 푸른 사신을 향해 돌진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평소보다 배는 두꺼운 물방울 보호막이 푸른 사신을 둘러쌌지만, 이빨 아귀는 간단히 뚫어버렸다.

아그작.

그리고 이빨 아귀는 푸른 사신을 지나쳐 가면서, 푸른 사신의 한쪽 팔을 물어뜯었다.

‘!!!’

딱. 딱. 딱.

이빨 아귀는 장난치는 것처럼 이빨을 계속 딱딱거리며, 잔혹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파.’

‘너무 아파.’

뜯겨 나간 한쪽 팔에서 장작이 물방울처럼 뭉쳐 흘러내렸다.

‘점점 추워져.’

‘엄마가 준 장작이 사라져가.’

생명이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푸른 사신은 상처를 막지 않고, 흐르는 생명을 잉크로 해서 천천히 마법을 자아냈다.

‘여기에 엄마는 없어.’

‘머나먼 차원, 내 목소리가 닿지 않아.’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내 생명이 다하더라도, 애착 인간을 지킬 수 있기를….’

푸른 사신은 남은 팔 한쪽으로 잘린 팔의 상처에서 장작을 퍼 올리며, 허공으로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장작에 말을 걸어, 마법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작으로 언령을 새길수록, 하늘에서 내려오는 힘의 양이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익숙한 힘이었다.

***

이빨 아귀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아니, 세상이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코어를 삼키는 순간,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자유로워졌다.

완벽해졌다.

몸이 이리저리 비틀어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축복이었다.

내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것은 올바른 것이었다.

‘뀨히히히히.’

그저 몸이 너무 뒤틀려 버려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괜찮았다.

새로 생긴 이빨로 그 웃음을 표현하면 되니까!

딱. 딱. 딱.

약하디약한 푸른 마도서를 괴롭히며, 이빨 아귀는 즐거운 것처럼 이빨 소리를 울렸다.

딱. 딱. 딱.

그때 푸른 사신에게서 흘러나오던 은은한 황금색 빛이 천천히 그 크기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

마치 해를 먹는 거미처럼, 심상치 않은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자신은 좀 더 완벽해진 ‘수호자’였으니까!

이빨 아귀는 푸른 마도서에게 자기 몸에 깃든 하얀 불꽃을 일제히 쏘아 보냈다.

그 불꽃은 역겨운 인간의 흔적은 물론이고, 쓰러졌던 인간도, 푸른 마도서마저도 흔적도 없이 지워버렸다.

딱. 딱.

이빨 아귀는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 같아서, 작은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빨 아귀의 뒤틀린 마음은 다시 환희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더 큰 파괴를 기대하며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이빨 아귀의 팔다리가 어느새 얼어붙어 있었다.

‘!!!”

그리고 하늘을 울리는 것 같은 커다란 염파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다리를 모두 산산조각 내주세요!]

“크에에에엑”

길쭉하게 비틀린 팔과 다리가 박살이 나자, 이빨 아귀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뒤틀린 아귀의 입에서는 이제 아귀다운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괴물의 소리가 흘렀다.

그런 아귀의 눈앞에, 존재감이 폭증한 푸른 마도서가 내려왔다.

조금 짧아진 치마.

그리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

푸른 마도서는 이빨 아귀를 내려보면서, 이상한 지팡이에 입을 대고 염파를 쏘아 보냈다.

[이제 그만 죽어주세요!]

덜컥.

그 순간 이빨 아귀의 내부의 뭔가가 멈춰 섰다.

그와 동시에 세상을 가리고 있던 필터 하나가 사라져 버린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뒤틀린 몸에서는 내장이 갈려 나가는 듯한 고통이 명확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아, 코어를 먹은 수호자는 이런 식으로 미쳐버렸던 건가.’

‘이게 주인을 잃어버린 수호자의 말로구나.’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하늘이 갈라지듯 열리며 거대한 형체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흐릿한 실루엣에 불과했지만, 점차 그 모습이 선명해졌다.

거대한 기둥 같은 여덟 개의 다리.

무기질처럼 검게 빛나는 눈.

그리고 머리 위에 씌워진 찬란하게 빛나는 헤일로.

언제나 최상층에 있어야 하는 ‘해를 먹는 거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빨 아귀의 눈에는 어쩐지 헤일로의 빛이 조금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맑고 찰랑이는 물이 가득한 이계의 휴양지.

나는 갑작스럽게 ‘엄마’라고 부르는 석상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엄마!’

‘엄마야!’

그러더니 석상들이 하나둘 검은 액체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마치 슬라임처럼 꾸물꾸물.

그리고 천천히 나를 향해 기어 오기 시작했다.

그 슬라임들은 기어 오면서 하얗게 빛나는 두 눈으로 나를 관찰하더니, 점점 나와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하얀 장작을 마구 토해내기 시작했다.

인간처럼 짤막한 팔다리가 생겨났다.

그리고 더듬이가 솟아올랐다.

‘엄마!’

‘엄마아!’

이제 완전히 검은 사신처럼 변한 녀석들은 익숙하지 않은 걸음으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다가오다가 데굴데굴 구르거나.

바쁘게 오려고 하다가, 서로 부딪치거나.

바닥을 아장아장 기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내 발치에 도착한 아이들은 내 발목을 꼭 안으면서 비비적대기 시작했다.

‘엄마다.’

‘진짜 엄마야.’

나는 멍하니 그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또, 아이들이 엄청나게 늘어나 버렸네.’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검은 사신들을 그러모아 꼭 껴안아 주었다.

그렇게 수많은 검은 석상들은 검은 사신으로 변해서, 나를 검은 사신 고치로 만들어버렸다.

‘엄마!’

‘엄마 이제 어디 가면 안 돼.’

‘엄마 계속 함께야.’

‘엄마 따뜻해.’

‘엄마가 안 때려!’

‘다가가도 안 잡아먹어!’

‘엄마 상냥해.’

그렇게 검은 사신들에게 조금씩 장작을 나눠주면서 누워있었는데, 시야 구석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뱃속에서 황금색 무언가를 토해내는 검은 아이들이었다.

설마….

자세히 확인해 보니, 그것은 골든-메카-티라노 아머의 잔해였다.

‘!’

‘앙대!’

‘엄마가 괴롭혀!’

그리고 휴양지에는 검은 사신들의 의지가 울려 퍼졌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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