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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34

송파구 외곽을 달리는 버스 안.

예린은 핸드폰을 열고, 방범 카메라의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뚜방뚜방 귀여워!’

예린은 어제 녹화된 방범 카메라에 비친 황금 사신을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방범 카메라 화면 안으로 황금 사신이 뚜방뚜방 걸어들어오더니, 현관문에 손을 얹고 두리번두리번.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자, 히히 웃으며 현관문 속으로 스르륵 빨려 들어갔다.

‘도대체 저 귀여운 사신이들이 몰래몰래 뭘 하는 걸까?’

‘집안에도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나?’

‘숫자가 더 늘었네? 어제는 황금 사신이가 열다섯이나 들어갔어. 오늘 준비한 과자가 모자라진 않겠지?’

예린은 황금 사신이들 먹으라고 식탁 위에 잔뜩 준비해 둔 과자들을 생각하며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황금 사신들은 그렇게 닌자처럼 몰래몰래 움직이고 있는데도, 식탁 위에 있는 과자들을 다 먹어 치우곤 했다.

집에 있는 과자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먹으라고 준비한 것은 귀신같이 찾아 먹는 걸 보면, 사신이는 선물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언제 한번 휴일에 출근하는 척하고 나갔다 들어가 볼까? 미니 사신이들의 파티에 나도 한번 참가하고 싶네.’

예린은 즐거운 상상을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

제임스는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며, 황금 사신에게 새로운 그림을 기억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그림은 ‘엄마가 힘들어 보인다.’라는 그림이야.”

그 그림은 회색 사신이 데포르메 된 그림체로 황금 사신을 무시하면서 지친 표정으로 누워있는 그림이었다.

황금 사신 소통 버튼에 쓸 버튼용 그림이었다.

‘엄마는 언제나 이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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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황금 사신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고개를 계속 갸웃거렸다.

흠.

제임스는 그것을 보고 수첩을 열고 몇 가지를 메모했다.

<황금 사신은 지치거나 힘들다는 개념을 이해 못 할 가능성이 있음.>

<혹은 회색 사신이 내 예상보다 훨씬 미니 사신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제임스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어느새 도착한 세희 연구소를 확인하고는 수첩을 닫았다.

‘회색 사신의 호출이라.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군.’

제임스는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연구소를 향해 걸어 나갔다.

***

회색 사신이 어디론가 가버려서 약간은 한산해진 마시멜로 평원.

분홍 소녀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자신과 함께한 푸른 아이와 닮은 아이들이 가득한 말랑 폭신한 벌판.

온 세상에 가득한 달콤한 향기.

아직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이곳의 달콤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조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분홍 소녀는 마시멜로 위에 앉아서, 미니 사신 정원을 구경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여기가 할아버지가 말했던 천국이라는 곳일까?

할아버지는 천국에 나쁜 마도서는 하나도 없고, 수호자와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곳이라고 했었지.

분홍 소녀는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수호자’라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수호자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푸른 사신은 수호자를 ‘아귀’라고 부르던데, 여기도 수호자가 있을지도 몰라.

분홍 소녀는 갑자기 이상한 장소로 끌려왔을 때 주변에 도무지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긴장이 풀리자 비로소 여러 가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눈을 돌려보니, 분홍 소녀의 눈에 정말 하얀 수호자가 금세 보였다.

‘아, 정말 수호자가 있어…?’

하지만 분홍 소녀가 발견한 하얀 아귀는 날카로운 쇠꼬챙이에 찔린 채, 모닥불에 구워지고 있었다.

어… 어라?

천국은 인간과 수호자들이 모두 행복하게 지내는 곳 아니었나?

뀨힝힝.

하지만 행복하다고 보기에는 하얀 수호자는 정말 억울한 표정으로, 붉은 아이에게 구워지고 있었다.

뭐, 하얀 수호자를 굽는 ‘붉은 사신’은 정말 행복해 보이기는 했다.

콕콕.

고개를 돌려보니, 혼란스러운 분홍 소녀의 볼을 푸른 아이돌 사신이 마이크로 쿡쿡 찌르고 있었다.

[괜찮아.]

[미니 사신 정원은 정말 안전한 곳이야!]

푸른 아이돌 사신은 상냥한 미소로 분홍 소녀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리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분홍 소녀가 처음 보는 과자들을 잔뜩 가져와서 나눠 먹기 시작했다.

“맛있네….”

‘끝의 탑’에서 가끔 주워 먹었던 사탕 같은 과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있는 간식들이었다.

“여기가 천국이고, 할아버지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분홍 소녀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푸른 아이돌 사신이 고개를 들어 약간 슬픈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괜찮아.”

분홍 소녀는 그런 푸른 아이돌 사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웃었다.

‘여기가 내가 오른 ‘탑의 최상층’이겠지?’

언제나 무언가에 쫓기듯이 탑을 오르던 소녀는 그렇게 웃었다.

***

아직도 회색 사신이 돌아오지 않은 미니 사신 정원.

핫초코의 바닷속으로 거대한 구조물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미니 사신들에게 굉장히 인기를 끌던 투명한 설탕 구조물이었다.

그 모습은 진화액 속으로 사라져 버린 ‘끝의 탑’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핫초코에 푹 젖어버린 채, 뭍으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거대한 식빵이 있었다.

‘나쁜 식빵!’

‘식빵!’

그 식빵을 향해 몹시 화난 표정의 황금 사신들이 통통한 두 주먹을 쥐고 의지를 뿜었다.

그리고 검은 사신들이 거대한 밧줄로 변해 빵거미를 묶고, 황금 사신과 검은 사신이 그 밧줄을 잡아당겨서 빵거미를 끌고 있었다.

쿵.

그렇게 빵거미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마시멜로 평원에 놓였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노란 사신의 인형극이었다.

노란 사신은 가끔 미니 사신들에게 인형극을 해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푸른 아이돌 사신에게 이야기를 듣고 인형극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 언령을 쓰는 거대한 거미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빵거미의 악행이 드러나 버린 것이었다.

푸른 사신의 두 눈을 난도질한 그 사건은 많은 황금 사신을 슬프게 했고, 황금 사신 대회의의 의제로 올라가기까지 이르러버렸다.

빵거미가 마시멜로 평원 위에 고정되자, 푹 젖은 빵거미의 위로 주황 사신이 둥실둥실 날아올랐다.

그리고 실눈을 살짝 뜨고는 정말 즐거운 표정으로 의지를 뿜어내었다.

‘황금 사신 대회의는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본 대회의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빵거미가 푸른 동생을 괴롭힌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 행위의 심각성은 과거 유사 사건이었던 설탕 플라밍고의 경우와 비교해도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된다.’

‘더욱이 빵거미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본 황금 사신 대회의는 푸른 동생을 괴롭힌 빵거미에게 ‘간식형’을 선고한다.’

물론 황금 사신 대회의에서 내려진 판결은 그저 ‘간식!’이었지만, 주황 사신은 자신이 보고들은 정보를 조합해서 나름대로 판결문을 만들어 내 버렸다.

주황 사신은 판결하면서 사악한 표정으로 ‘히히’ 웃었다.

그렇게 판결이 내려지자, 미니 사신들이 의지를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간식!’

‘나쁜 간식!’

사나운 표정의 미니 사신들이 하얀 아귀 본체만큼 큰 빵거미를 향해 흰개미 떼처럼 몰려들어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리고 핫초코에 푹 젖은 식빵이 상당히 맛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더욱 빠른 속도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몇몇 미니 사신들은 빵거미의 식빵을 조금 뜯어서 핫초코의 바다에 콕콕 찍어서 먹기도 했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은 빵거미.

그리고 그것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얀 아귀들.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구경하는 하얀 아귀들의 웃음소리가 배경 음악처럼 깔렸다.

뀨히히.

***

세희 연구소 안뜰은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와, 내 인형이 움직이고 있어!!!”

그 소란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저 호들갑을 떨고 있는 예린이였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예린이는 자기 뺨을 꼬집기까지 하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린이가 호들갑을 떨수록 점점 기분이 안 좋아졌다.

시선을 돌려보자, 제임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납 인형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근처의 검은 사신들을 뭉쳐서 발판으로 만든 뒤 슬쩍 수첩을 훔쳐보자, 그 안에는 알아볼 수 없는 영어 필기체로 뭔가가 잔뜩 적혀있었다.

그리고 제임스는 내 쪽을 힐끗 보더니, 유려한 한글 필체로 메모를 시작했다.

<외형은 회색 사신과 동일.>

<0호 유물의 푸른 머리칼의 소녀와 어떤 관계인 걸까?>

<하지만 회색 사신과 동일한 오브젝트는 아닌 것 같다.>

<특급 오브젝트 특유의 압박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임스는 손을 뻗어서 납 인형의 팔을 꾸욱꾸욱 눌러보더니, 수첩에 내용을 추가했다.

<촉감이나 말랑한 정도는 비슷함.>

제임스의 수첩에서 시선을 떼자, 예린이는 서아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오예린 연구원! 이런 위험한 오브젝트를 말도 하지 않고, 집에서 보관했다고요?”

“사신이가 준 게 위험할 리가 없잖아요….”

예린이는 서아의 공격에 쭈글쭈글해진 상태였다.

“회색 사신 관련이면 더더욱 보고했었어야죠.”

“다들 미니 사신 데리고 나가잖아요. 미니 사신도 회색 사신 관련인데….”

“윽.”

“요즘은 아귀도 잔뜩 데리고 다니던데….”

예린이가 현재 세희 연구소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짚자, 서아는 난처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때, 김중뢰가 묵직한 목소리로 오예린에게 말했다.

“그래도 무단 반출은 무단 반출. 사무실로 가서 경위서부터 작성하도록 하지.”

김중뢰의 손에 붙잡혀 사무실로 끌려가기 시작하자, 예린이는 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안 돼…. 일하기 싫어.”

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컨셉이니까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내 옆에 있던 납 인형의 몸에서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

그리고 납 인형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염원은 이루어졌어.]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

하지만 분명히 언어임이 느껴지는 말.

‘!!!’

다들 납 인형이 말해서 굉장히 놀랐지만, 나는 다른 의미로 깜짝 놀라버렸다.

나는 납 인형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마치 램프의 하수인들이 중얼거렸던, ‘신은 잔혹했다.’처럼.

도대체 저 납 인형은 뭐지?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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