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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0

서울 도심의 한 대형병원.

서울의 심장부에 자리 잡은 거대한 병원은 이제 집단 인지 능력 상실 사건의 피해자들을 수용하는 임시 거처로 변모해 있었다.

제임스는 한국 오브젝트 협의회의 협조 요청을 받고 병원에 천천히 발을 들였다.

제임스 뒤로는 온갖 첨단 장비를 가진 직원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병원 복도를 걸으며, 그는 공기 중에 감도는 우울하면서 슬픈 분위기를 느꼈다.

‘아무리 피해자 수용 병원이라지만, 좀 지나친 감이 있어. 확실히 이건 좀 이상하군.’

제임스의 그런 의문은 인지 능력 상실 피해자가 있는 병실에 들어가는 순간 풀렸다.

‘앙대….’

‘인간이 다쳤어.’

‘나을 수 없어.’

황금 사신들은 집단 인지 능력 상실 사건의 피해자들을 내려다보며 펑펑 울고 있었다.

정말 억울한 것처럼 울며, 아장아장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피해자들의 뺨을 눈물로 적셨다.

‘흠, 그렇군. 저래서 병원 분위기가 그랬던 거였어.’

황금 사신의 정신 오염 때문인지, 병원 간호사와 의사들이 슬픔에 감화되어서 병원 전체에 슬픈 분위기가 번진 것이다.

‘인간이 아파….’

제임스의 정수리 위에 해맑게 웃고 있던 황금 사신도 포롱포롱 눈물을 흘리며, 제임스의 셔츠 주머니로 숨어들어 가버렸다.

하지만 제임스의 눈에 조금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하얀 아귀들이 초롱에 하얀 불을 밝힌 채, 피해자들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니던 하얀 아귀들은 황금 사신에게 돌아가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했다.

‘범인 못 찾는대.’

‘인간 어떡해.’

‘인간 불쌍해.’

그러자 황금 사신들은 더욱더 원통하게 울면서 눈물을 포롱포롱 흘리며, 침대 위에서 엎어져 버렸다.

‘저게 하얀 수호자가 가지고 있는 추적 능력이군.’

제임스는 그 모습을 보고, 수첩을 펼쳐서 연금술사에게 들었던 하얀 아귀 정보 밑에 몇 가지 관찰 사항을 추가로 기입해 넣었다.

그리고 자리를 옮긴 뒤, 셔츠 주머니에 숨어들어 간 황금 사신을 꺼내서 과자를 먹이기 시작했다.

옴뇸뇸.

황금 사신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입을 작게 벌려 과자를 오물오물 씹어먹었다.

***

격자무늬 하늘이 깨어지면서 황금색 혜성이 지상으로 내려꽂혔다.

그것은 황금색 혜성처럼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불꽃을 두른 황금 갑옷 사신이었다.

‘예쁘다.’

단발 소녀는 죽을 위기였다는 것조차 잊고 멍하니 쳐다볼 정도였다.

퍼억.

그 순간, 녹색 파충류 괴물의 심장에 둥근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마치 물 폭탄처럼 사방으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공기 중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졌고, 내장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황금빛 불꽃에 고기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혜성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피에 젖은 갑옷을 입은 황금 사신의 모습은 소녀의 마음에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황금 사신이 이로운 오브젝트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하여 황금 갑옷의 사신으로부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털썩.

녹색 파충류 괴물이 천천히 바닥 위에 널브러지는 순간, 사체에서 맥동이 시작되었다.

두근. 두근.

그리고 파충류 괴물의 뱃속에서 구슬이 뽑혀 나오더니, 단발 소녀가 가지고 있는 구슬 속으로 빨려들었다.

“어라?”

소녀가 주머니 속에 넣고 꾹 쥐고 있던 구슬을 꺼내자, 그 내부에 영롱한 액체가 20% 정도 차올라 있었다.

대단한 힘의 맥동이 느껴지는 액체였다.

‘꿈속의 남자가 다른 10명의 참가자의 구슬을 모으면 된다고 했으니까, 20%가 차오른 걸까?’

그때, 녹색 파충류 괴물의 사체에서 사람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와이셔츠 남자 때처럼 천천히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단발 소녀는 어느새 현실 속에 서 있었다.

소리를 먹는 안개도 없고, 격자무늬 하늘도 없는 현실.

대신 도시의 소음과 따스한 햇살과 하늘이 반겨주는 곳이었다.

“괜찮으세요?”

“눈 좀 떠보세요.”

“누가 119 좀 불러주세요!”

“여기도 또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현실로 돌아와 보니, 소녀가 있는 곳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서 소란이 일고 있었다.

소란의 중심에는 쓰러진 와이셔츠의 남자와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사람은?”

중앙에 쓰러진 사람은 단발 소녀의 기억 속에 있던 남자였다.

양손에 톱이 달린 흉악한 괴물이 죽자, 튀어나온 남자였다.

“으음.”

소녀가 바라보고 있기를 몇 초, 와이셔츠의 남자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조금 비틀거리고 멍해 보이기는 했지만, 멀쩡해 보였다.

‘다행이다. 정말 그 남자 말처럼 구슬을 먹어도, 축제 중에 죽어도 괜찮은 거구나.’

단발 소녀는 와이셔츠의 남자를 보면서 상당히 안심할 수 있었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결심했다.

먹어도 영영 괴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축제 중에 죽는 것도 아닌데, 구슬이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계속 피할 수는 없어.

두렵지만 언니를 위해서라면!

그렇게 단발 소녀가 용기를 내서 구슬을 먹으려고 했지만, 황금 갑옷 사신이 날아와서 못 먹게 막아섰다.

그리고 단호하게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단발 소녀가 볼 때, 황금 갑옷 사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구슬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언니를 구하려면 소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입에 넣으려고 하자, 황금 갑옷 사신은 다시 막아서더니 단발 소녀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소녀는 황금 갑옷 사신과 뭔가가 이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대신 싸워줄게!’

마치 황금 갑옷 사신이 소녀에게 저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

미니 사신 정원, 마시멜로 평원.

나는 그곳에 앉아서 노란 사신의 공연을 보고있었다.

노란 사신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봤더니 갑자기 시작한 연극이었지만, 보다 보니 꽤 흥미진진한 연극이었다.

붉은 눈의 황금 사신 인형이 공연장 중앙에 있었고, 푸른 아이돌 사신이 나레이션처럼 염파를 내뱉고 있었다.

[그곳에 한 황금 사신이 있었다.]

[미니 사신들이 어지럽게 얽힌 곳에서 몰래몰래 볼과 팔다리를 깨물던 황금 사신!]

그리고 커튼과 함께 장면이 전환되더니, 평평한 공연장 중앙에 높게 솟은 단상이 나타났다.

그 위로는 화난 표정의 황금 사신 인형들이 붉은 눈의 황금 사신 인형을 붙잡은 상태였다.

[하지만 영원한 영광은 없다고 했던가.]

[점점 대담하게 깨물기 시작한 황금 사신은 결국.]

[황금 사신들에게 잡혀 심판장에 올려지게 되었다.]

붉은 눈의 황금 사신 인형은 과장된 어투로 ‘큭. 큭. 큭.’하고 웃더니, 단상 아래에 모인 황금 사신 인형을 향해 의지를 내뿜었다.

‘깨무는 건.’

‘엄청 재밌어!’

붉은 눈의 황금 사신은 그런 말을 남기고 주변 황금 사신들에게 온몸을 깨물려 버렸다.

앙냥냥.

‘으앙!’

[그리고 이것이 황금 사신 깨물기 놀이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그런 푸른 사신의 나레이션과 함께 연극의 막이 내렸다.

‘무슨 만화나 영화 도입부도 아니고….’

나는 공연이 끝나서 천천히 형태가 무너져 내리는 공연장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손바닥 위에 노란 사신을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다 그 황금 사신 때문이라는 거야?’

노란 사신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한쪽 팔을 들어 올리자, 내 팔의 말랑말랑한 부분을 물고 있는 황금 사신들이 우르르 딸려 올라왔다.

그 모양새는 마치 오징어잡이 낚싯줄에 우르르 잡힌 오징어 같았다.

끄덕.

노란 사신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그렇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날 물고 있는 아이 중의 몇몇은 붉은 눈이네.

‘붉은 외신의 기운도 없는데, 눈 색이 변하는 게 가능한 건가?’

그게 궁금해져서 톡톡 건드려 보니까, 황금 사신의 눈동자를 투박하게 깎은 붉은색 유리 조각이 덮고 있었다.

‘!’

인간이 끼면 슥삭하고 베일 만큼 날카롭고 위험해서, 물리 면역인 황금 사신 정도만 낄 수 있는 컬러 콘택트렌즈였다.

몰래 깨물기 황금 사신을 다들 따라 한 거구나.

곤란하네….

이 정도 인기 있는 놀이라면 사그라드는 데 상당히 오래 걸리겠지.

달라붙은 미니 사신은 던져버리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시 안 달라붙는데, 이 뱀파이어 황금 사신들은 계속 깨물어서 너무 귀찮았다.

‘어떡해야 하나….’

뚜방뚜방.

그런 내 앞으로 황금 사신이 뚜방뚜방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자, 갑자기 생각난 장난이 있었다.

‘엄마다!’

돌아다니던 녀석을 손바닥 위에 올리자, 황금 사신이 손바닥 위에 앉아서 히히 웃었다.

‘그래그래.’

나는 얌전히 웃으며 좋아하는 녀석의 머리를 톡톡 두들겨 주었다.

그리고 내 팔에 달라붙은 뱀파이어 황금 사신 하나를 뜯어서 손바닥 위의 황금 사신 옆으로 옮겼다.

그러고 나서 뱀파이어 황금 사신의 머리를 얌전한 황금 사신의 볼 근처로 들이밀었다.

깨물.

‘으앙! 물었어!’

그러자 뱀파이어 황금 사신은 악어처럼 반사적으로 얌전한 녀석의 볼을 깨물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깨무는 녀석들에게 황금 사신의 볼을 물려주면 되겠네.

히히.

그렇게 모두 떼어내서 편안하게 쉴 생각을 하는 순간.

뭔가가 내 손을 말랑한 이빨로 깨물기 시작했다.

시선을 내려보니, 황금 사신 둘이 내 손가락을 깨물고 있었다.

‘늘었어!’

깨무는 황금 사신 병은 뱀파이어처럼 깨무는 것으로 전염되어 버렸다.

힝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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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단발 소녀는 찰랑거리는 구슬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벌써 반이나 차올랐어. 언니를 곧 구할 수 있을 거야.”

단발 소녀는 자기 어깨 위에 앉은 황금 갑옷 사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 정말 강하구나.”

“도와줘서 고마워!”

황금 갑옷 사신은 그 쓰다듬을 만끽 하면서 작게 웃었다.

***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건물.

제임스는 서대문구의 적당한 건물을 빌려서, 임시 상황실로 사용하는 중이었다.

병원에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지만, 한 형사가 남긴 보고서를 보고 여기까지 추적할 수 있었다.

<인지 능력 상실에 빠진 사람들은 특정한 장소에서 실신한 경우가 있었다.>

물론 한두 명의 실신으로는 찾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보고서였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무려 5명의 실신자가 발생했으니까.

그리고 그중에 한 명, 갈 곳 없는 와이셔츠를 입은 정장 바지의 남자를 초대할 수 있었다.

‘언어 능력 문제없고, 운동 능력도 멀쩡하군.’

제임스 연구소의 여러 장비를 사용해도 왜 서대문구에 왔는지 기억 못 하는 점과 약간 멍해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제임스 정수리에 앉은 황금 사신은 창문 너머의 남자를 보며 펑펑 울고 있었다.

‘이럴 땐 황금 사신이 더 정확하지.’

서대문구에 이 사건의 원흉이 있다고 제임스는 확신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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