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343

늦은 밤, 어둠 속에 잠긴 서대문구.

실종된 황금 사신을 쫓아 도착한 서대문구의 밤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미니 사신처럼 형형색색의 달들이 떠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달은 까맣게 보이는 구름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거리는 지독히도 어두웠고, 가로등 불빛마저 희미하게만 보였다.

아마 내가 눈에서 빛을 뿜어내지 못했다면, 길거리의 모습을 이토록이나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겠지.

나는 TV를 보자마자 소용돌이 하얀 아귀 구이를 만드는 것마저 포기하고 급히 서대문구까지 달려왔지만, 실종된 황금 사신의 존재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황금 사신이 여기 있었던 것은 분명히 느껴졌다.

다른 황금 사신과는 확연히 다른, 장작을 잔뜩 머금은 황금 사신의 기척이었으니까.

미니 사신 정원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기척이었다.

‘나를 피해 다닌 건가? 아니면 우연히 엇갈린 건가?’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장작 돼지 황금 사신의 기척을 쫓아,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황금 사신의 기척이 끊긴 마지막 장소에 도착하자, 허무함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공원의 낡은 벤치 하나.

그 위에는 종이컵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황금 사신은 절대로 입에 댈 것 같지 않은, 지금의 밤하늘만큼이나 검고 짙은 커피 한 잔.

아직 희미하게 남은 쓰디쓴 커피 향이 코끝에 스치고는 밤공기와 뒤섞여 흩어졌다.

그리고 커피잔이 놓인 벤치 구석에는 쿠키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분명히 여기에 있었어.’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커피와 쿠키의 흔적에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려서 서대문구를 바라보자, 그것은 마치 잠이 든 폐허처럼 보였다.

텅 비어버린 건물들과, 지금도 분주하게 빠져나가는 사람들.

늦은 밤인데도 거리는 분주했다.

차들이 줄지어 서대문구를 빠져나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짐을 들고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간간이 제임스 연구소 마크가 붙은 차량도 보이는 것을 보니, 제임스 연구소에서 대피 지원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량의 엔진 소리만이 고요한 도시에 울려 퍼졌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예전에는 매일같이 사고가 터져도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 대피하곤 했었는데….

아귀 때처럼 실시간으로 건물이 박살 나고 있어야, 도망갈 정도였으니까.

황금 사신 때문에 오브젝트 사고가 줄어드니, 오히려 오브젝트 사고를 더욱 두려워하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하긴 그 시절에 사고 날 때마다 도망가고 두려워했다면, 1년 365일을 도망 다녀야 했겠지.

그래서인지 서대문구 근처에는 이제 인간의 기척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분명 아직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텐데.’

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서 손전등처럼 빛나는 내 눈동자가 거리를 훑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장작 돼지 황금 사신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괜히 초조해져서, 양손으로 공간을 강하게 움켜쥐고 하늘을 찢어버렸다.

공간 절단이 구름과 하늘을 찢어발겼고, 서로 교차하는 10줄기의 상흔이 하늘에 남았다.

‘흠.’

그러자 하늘에서 형형색색의 달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기다려. 금방 구해줄게.’

나는 달빛을 올려다보며, 내 다짐을 의지로 바꿔서 내뱉었다.

***

‘아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

황금 갑옷 사신은 토막 난 팔로 천천히 바닥을 기었다.

‘이길 방법 따위는 보이지 않아.’

그래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핏물처럼 흐르는 장작이 상처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울고 있던 애착 인간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황금 갑옷 사신의 망가진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애착 인간의 목소리, 더 듣고 싶었는데….

저 앞에서는 헤일로의 남자가 내려다보며 뭔가 말하고 있었지만, 황금 갑옷 사신의 망가진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분명 비웃고 있겠지.

멍청하다고, 포기를 모른다고.

하지만 황금 갑옷 사신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

황금 갑옷 사신은 제1 검보다 잘 싸우지 못했다.

다른 미니 사신처럼 여러 가지를 할 줄도 몰랐다.

능력 사용도 서툴렀고, 머리가 좋지도, 몸놀림이 빠르지도, 감각이 좋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않아.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러자 마치 그 마음에 화답을 해주는 것처럼 장작이 크게 타올랐다.

어느새 토막 난 팔다리는 재생되어, 천천히 지면을 딛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

그리고 그 끝에는 빛과 같은 혜성처럼!

부스러진 폐허를 힘겹게 딛던 황금 갑옷 사신의 걸음은 점점 빨라지더니, 그 끝에는 온몸에서 찬란한 빛을 뿜어내더니 혜성처럼 변했다.

가장 재능 없는 황금 사신이기에.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강하고 빠른 박치기.

그저 주먹에 의지를 담아 꾹 쥐고, 적을 향해 내밀 뿐인 돌진.

콰앙!

하지만 닿지 않았다.

그래도 끊임없이 반복했다.

점점 더 빠르게, 점점 더 강하게.

물리 면역인 몸이 으스러지더라도 계속.

***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 격자무늬 하늘 아래.

황금색 혜성이 남자를 향해 내리꽂혔다.

[포기하지 않는 건가? 그런 모습은 그 여자와 꼭 닮았군.]

하지만 빛으로 만들어진 궤적은 남자 주변을 둘러싼 장벽을 넘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황금 사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도 박살 나서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그래도 황금 사신은 이를 악물고, 다시 공중에서 자세를 잡았다.

콰앙. 콰앙. 콰앙.

계속해서 부딪치고 날아가는 황금 사신을 바라보며, 남자는 입을 열었다.

[이 투명한 벽은 공간을 무한히 겹쳐서 만든 장벽이지.]

[무한의 공간을 압축하여 만든 장벽은 결코 그런 식으로는 결코 부술 수 없다.]

충분히 알고 있는 자라면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기에,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격차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무모함이라면, 설명을 통해 이해시키면 된다고 믿었기에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황금 갑옷 사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꼭 다물고, 혜성처럼 날아들 뿐이었다.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무심코 너무 말을 많이 해버렸군.]

남자는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푸른 머리카락의 소녀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딱.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는 것과 동시에 황금 사신을 중심으로 공간이 이리저리 뒤틀어지기 시작했다.

SDVIMVFoanVzY1YwSVhjamMzUkt1YjkwSWdRQ0pab2NXU3hZZ25vQWFET2JFYkZHN2FlSkhzYmRtNk14cURTNg

서대문구의 폐허를 담은 공간이 기둥처럼 솟아올랐고, 하늘에서도 거울상처럼 폐허가 나타났다.

그리고 황금 사신의 주변을 정육면체 모양으로 겹겹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끝없이 공간을 이어 붙인 무한의 감옥이었다.

[그곳에서 대업의 성취를 구경하고 있도록 해라.]

그리고 남자가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자, 공간이 깨져나가고 그 뒤에서 새로운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빛의 고리가 빛을 뿌리는 세계.

그 헤일로 밑으로 새로운 신을 모시기 위한 신전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솟아오른 세계.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위한 개미지옥처럼 설계된 세계였다.

그 세계가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하늘로 영롱한 구슬들이 남자에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앗!”

단발 소녀가 소중하게 들고 있던 구슬도 마찬가지였다.

***

쾅. 쾅. 쾅.

황금 갑옷 사신은 자신을 가둔 감옥을 향해 연신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황금 갑옷 사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부술 수 없는 감옥이었다.

‘부서지지 않아.’

시선을 돌려서 밖을 내다보면 거대한 세계가 깔때기 모양으로 뒤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깔때기 위로 구슬에서 흘러나온 염원이 모이고 뭉쳐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갔다.

그 거대한 염원의 흐름은 해로운 오브젝트에게 흘러 들어가서 해로운 오브젝트의 내부를 점점 채워나가고 있었다.

‘큰일이야.’

황금 갑옷 사신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아주 큰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쾅. 쾅. 쾅. 쾅.

하지만 혜성처럼 빛나는 황금 갑옷 사신의 주먹은 자신을 가둔 공간을 부술 수 없었다.

‘공간을 부술 수 있는데, 부술 수 없어.’

평범한 격리 공간이었다면 애착 인간을 구하러 갈 때처럼 공간을 부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없어.’

공간의 감옥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황금 갑옷 사신은 조금 초조해 보였다.

황금 사신의 몸속에서 장작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황금 갑옷 사신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하얀색 실무리가 조금씩 조금씩 빨려 나가는 애착 인간의 모습이 있었다.

‘애착 인간이 죽어버려.’

황금 갑옷 사신은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고 눈을 꼭 감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힘을 모아 주먹을 휘두르는 것뿐.’

황금 갑옷 사신은 자신의 몸속에 있는 모든 장작을 주먹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먹은 점점 태양처럼 빛을 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금 갑옷 사신의 갑옷이 하나둘, 장작으로 변해 주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파.’

막대한 양의 장작을 억지로 황금 갑옷 사신의 몸속에 붙잡아 두자,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괜찮아. 포기하지 않는 게 내 장점이니까.’

그 모든 장작이 조그마한 황금 갑옷 사신의 주먹에 뭉쳐 들자,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찬란한 빛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황금 갑옷 사신은 그 주먹을 천천히 하늘 위로 치켜들기 시작했다.

마치 그 주먹이 천근처럼 무거운 것처럼 이를 악물고 천천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힘을 모아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뿐.

그렇게 황금 갑옷 사신은 자기 주먹을, 하늘을 때리려는 것처럼 최대한 위로 뻗었다.

그것만으로도 기진맥진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황금 갑옷 사신은 쓰러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작게 의지를 흘렸다.

‘뚜시.’

그러자 주먹에 모인 장작이 한줄기 섬광이 되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갑작스러운 섬광에 헤일로를 쓴 남자는 깜짝 놀랐지만, 의식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황금 갑옷 사신의 전력을 다한 주먹은 공간에 황금 사신 주먹 모양의 아주 작은 구멍을 하나 뚫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순식간에 복원되어 버릴 정도로 조그마한 구멍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작은 구멍이 복원되는 순간, 세계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견고하게 형태를 유지하던 공간이 마구 출렁이더니, 하늘이 찢어지며 형형색색의 달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칠게 찢어진 틈으로 회색 사신이 뛰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쓰러진 황금 갑옷 사신은 작은 의지를 흘리고 눈을 감았다.

‘필살 엄마 펀치.’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