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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45

서대문구의 밤하늘이 황금빛으로 가득 차올랐다.

평소의 고요한 어둠과는 달리, 하늘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빛의 향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예린이보다 몇 배는 많은 장작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만들어 낸 이 장관은, 한밤중에 태양이 떠오른 것만 같았다.

그 황금색 오로라는 장작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그 빛줄기가 마치 살아있는 불길처럼 일렁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빛의 커튼이 하늘을 뒤덮자, 아래의 폐허는 그 그림자에 휩싸였다.

그림자들은 마치 바다의 물결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며 움직였고, 이는 마치 무너진 건물이 숨을 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과 달들마저 이 강렬한 황금빛에 가려 그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오로라의 중심으로 순간 이동해서 이 사태의 원인으로 보이는 황금 뿔 사신을 손아귀에 쥐었다.

‘오랜만이야.’

나는 오랜만에 만난 불량아 황금 사신의 말랑말랑한 뿔을 꾹꾹 누르며 그 감촉을 즐겼다.

겉보기에는 딱딱해 보이지만 젤리처럼 말랑한, 중독성 있는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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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뿔을 누르자, 황금 뿔 사신은 간지럽다는 것처럼 고개를 움츠리고 히히 웃었다.

‘저 장작 오로라, 네가 한 거야?’

하늘을 가득 메우고 존재감을 뽐내는 황금색 오로라에 관해 물어보자, 황금 뿔 사신은 히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를 통통 두들겨 준 뒤, 황금 뿔 사신도 머리 위에 얌전히 올렸다.

그러자 머리 위의 두 녀석은 마치 놀이기구의 손잡이를 잡는 것처럼 사이좋게 내 더듬이를 같이 쥐었다.

‘그럼 가자. 이 정도 장작이면 뭐든지, 정말 뭐든지 할 수 있겠지.’

나는 당황한 것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는 ‘옛 신’ 모양 남자를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

늦은 밤, 세희 연구소.

예린은 품에 황금 사신들을 잔뜩 끌어안고 TV를 주의 깊게 시청 중이었다.

황금 사신들은 천장 너머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자기 몸에서 은은한 황금빛 무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평소의 은은한 황금색 빛과 달리, 솜사탕 모양으로 뭉게뭉게 번져 나오는 빛이었다.

몇몇 황금 사신들은 자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놀고 있었다.

마치 뿔을 만들려는 것처럼 하늘을 향하게 하고, 비비 꼬아서 형태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을 움직이는 능력으로 고정하더니, 예린이의 볼을 콕콕 찌르곤 했다.

그리고 황금 사신들은 마치 어울리냐고 묻는 것처럼 자기 뿔을 가리키며 히히 웃었다.

“잘 어울려. 귀여워.”

예린은 그 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황금 사신 칭찬용으로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별사탕을 꺼내서 하나씩 먹여주었다.

TV에서는 서대문구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공간이 이리저리 굴절되고, 충격파가 마구 휘몰아쳤다.

‘사신이 너무 아파 보여…. 괜찮겠지?’

회색 사신은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예린마저 불안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 순간, 중계 화면이 황금색으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황금색 오로라가 떠올랐습니다.]

[그 오로라는 순식간에 영역을 넓혀, 현재 서울 전역의 하늘을 가득 메웠다고 합니다.]

앵커의 말과 함께, 촬영용 드론의 카메라가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하늘을 가득 수놓은 화려한 오로라가 화면 가득 잡혔다.

‘와.’

예린은 그 장면을 보고 감탄하다가, 문득 황금 사신에게 생각이 미쳐서 황금 사신을 TV와 같이 보이도록 들어 올렸다.

‘똑같아.’

‘황금 사신이 주변에 번지는 빛이랑 저 오로라랑 똑같아!’

예린이 보기에 황금 사신 주변에서 물결처럼 일렁이는 안개 비슷한 빛무리는 오로라랑 완전 판박이였다.

그리고 직접 비교해 보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격리실에는 창문이 없었다.

아무리 세희 연구소가 엉망이라도 격리실에 창문을 만들어 두진 않겠지.

예린은 서둘러서 머리와 어깨 위에 황금 사신들을 잔뜩 얹고, 남은 황금 사신들은 품 안에 품고서 격리실을 나섰다.

그리고 세희 연구소 안뜰에 도착하자, 하늘을 가득 채운 오로라가 예린의 눈에 들어왔다.

어딘지 친숙한 느낌이었다.

회색 사신의 눈동자나, 황금 사신 같은 느낌.

그렇게 예린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동안, 세희 연구소 직원들도 하나둘 안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기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직원들의 손에는 황금 사신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그 황금 사신들도 애착 인간에게 찰싹 달라붙은 채,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

헤일로를 쓴 남자는 황금 오로라를 홀린 것처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남자가 보기에 그것은 염원과 닮았지만, 한없이 다른 무언가였다.

염원에 비하면 한없이 가볍고 힘이 약한 에너지였다.

‘그런가. 저게 그 녀석이 말했던 ‘다른’ 염원인 건가….’

남자는 그녀와의 오래된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아주 오래된 대화.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 염원은 결핍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부정적인 마음을 연료로 사용하던 남자와 연금술사들.

그리고 그것에 끝없이 반대한 푸른 머리칼의 소녀.

그 순간, 공간을 갈라버리며 달려드는 회색 사신을 보며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신의 파편에 염원을 먹였다.

[그래, 부산물.]

[오래전에 끝난 토론을 계속 이어가자. 진정한 염원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그 말과 함께 하얗게 타오르는 헤일로에서 파동이 퍼져나갔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황금색 빛을 잔뜩 머금은 공간 절단은 헤일로의 간섭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공간을 잘라버린 것이다.

물론 그 황금색 공간 절단도 무한히 겹친 공간을 뚫진 못했지만, 헤일로를 이긴 것만 해도 남자가 깜짝 놀랄 만큼 의외의 결과였다.

‘신의 파편이… 염원이 졌다고?’

깜짝 놀랐지만, 전투에 익숙한 남자는 행동을 멈추지 않고, 바로 반격을 시도했다.

땅에 닿을 것처럼 축 늘어진 양 팔을 들어 올려, 공간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회색 사신 주변의 공간이 정육면체로 분리되더니, 나선형으로 비틀렸다.

하지만 나선형으로 비틀린 공간 위로 황금색 불길이 치솟더니, 유리 공예품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것은… 말도 안 된다.….]

신의 파편, 공간의 헤일로가 환하게 빛나자 공간이 비틀렸지만, 황금색 불길이 모두 태워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그 어떤 변화도 원하지 않고, 방향성이 없는 힘이, 어떻게….]

그것은 남자의 살아온 세상이 무너져 버리는 것처럼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 순간, 강렬한 섬광이 갑자기 나타나 남자의 시야를 가득 메워버렸다.

***

하늘을 올려다보면 전 세계의 미니 사신들이 보내준 장작이 잔뜩 흐르고 있었다.

원래 장작이라는 것은 마치 허공에 뿌린 향수처럼 가만히 두면 순식간에 흩어져서 사라져 버리는데, 저렇게 잔뜩 뭉쳐서 흐르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제야 좀 공평한 싸움 같네.’

상대방은 지구 규모로 흐르는 염원을 잔뜩 쓰고 있는데, 나는 내 몸에 저장된 장작만 쓰고 있어서 너무 불합리한 느낌이었단 말이지.

장작을 잔뜩 밀어 넣으니까, 확실히 싸울만했다.

‘그나저나 여전히 저 남자의 몸을 보호하는 장벽을 뚫을 수가 없네….’

장작을 잔뜩 머금은 공간 참격으로도 잘리지 않는다니, 조금 난감했다.

답이 없나?

진짜 검은 거인 불러야 해?

그렇게 적의 공격을 장작으로 태워버린 뒤, 검은 거인을 불러내려는 순간, 내 머리 위에 있던 황금 망토 사신이 내 더듬이를 꾹꾹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엄마, 방법이 있어!’

‘그래?’

하지만 황금 사신의 솔루션은 언제나 제1 검의 검술 수업처럼 이해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미심쩍은 마음으로 들어봤더니, 무려 나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었다.

‘장작을 주먹에 최대한 몰아 넣고, 펀치!’

예민한 감각이나 운동 신경도 필요 없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장작을 잔뜩 다루는 것은 내가 유일하게 미니 사신들보다 잘하는 영역이니까.

‘장작을 모은다.’

있는 힘껏 주먹을 쥐고, 몸속의 장작을 몰아넣었다.

그러자 몸은 점점 황금색으로 물들었고, 주먹에는 찬란한 태양이 맺혔다.

얼마나 끌어모은 장작이 많은지, 주변에 새어 나오는 장작만으로도 주변에 광풍이 몰아치며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더듬이를 잡고 있던 황금 사신들은 그 여파에 휩쓸려 날아가 버렸다.

‘장작을 주먹에 담는다.’

나는 천천히 주먹을 뒤로 당겼다.

헤일로를 쓴 남자가 나를 막기 위해 공간 조작을 사용했지만, 새어 나온 장작의 광풍에 휩쓸려 모두 타버렸다.

‘계속, 계속. 한계가 올 때까지 계속 모은다.’

이제는 하늘의 오로라가 전부 주먹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이 빨려 들어오는 것처럼 오로라가 소용돌이치며 나를 향해 밀어닥쳤다.

그렇게 모든 오로라를 흡수하자, 한낮처럼 밝아졌던 하늘은 모두 내 주먹 안에 있었다.

끌어모은 주먹을 천천히 앞으로 휘두르자, 장작은 폭풍을 동반한 한줄기 섬광이 되어.

적을 꿰뚫었다.

***

번쩍.

그것은 순간의 섬광이었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자신이 패배하였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염원을 끌어당기는 구슬.

심장부에 있던 커다란 구슬에 구멍이 뚫려, 천천히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던 염원의 통제를 잃어버렸다.

염원의 손아귀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몸을 단단히 지지해 주고 염원을 불어넣어 주던 손아귀들은 이제, 그를 갈기갈기 찢어 지면으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탐욕스러운 손아귀였다.

그리고 남자가 처음 보는 현상이기도 했다.

‘몸이 무겁군.’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할 정도로.

‘마지막으로 하늘 정도는 올려다보고 싶었건만….’

남자는 염원의 흐름 속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빨려 들어가며, 한 소녀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아주아주 오래된 기억.

폐쇄 직전의 아카데미에서 같이 지내던 시절의 기억.

‘그때는 이렇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는 후회를 곱씹으며, 염원의 흐름 속에 집어삼켜져 버렸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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