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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53

정체불명의 깊은 동굴 속.

미니 새싹 사신은 은색 소녀를 바라보며, 마치 자신을 봐달라는 것처럼 양손을 번쩍 들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쪼그마한 손을 들고 필사적으로 꼬물꼬물.

‘인간! 이쪽이야!’

그 모습은 무인도에 난파된 사람이 지나가는 배를 본 것처럼 보일 정도로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니 새싹 사신의 모습은 열매를 먹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만약 미니 새싹 사신의 모습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인 새싹이는 발견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앗!’

새싹이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은색 소녀는 새싹이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시 근처에 있는 아무것도 없는 공터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뭔가 신경 쓰이는 것이 있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쪽으로 걸어올 것 같은 느낌에, 새싹이는 눈을 반짝이며 기대를 품었다.

그 순간, 마을 쪽에서 키가 커다란 갈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은색 소녀를 불렀다.

“빨리 와. 시간이 거의 다 됐어!”

“알았어.”

그러자 은색 소녀는 갈색 소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앙대….’

‘가지 마….’

미니 새싹 사신은 은색 소녀와 갈색 소녀가 하는 대화를 알아듣진 못했지만, 어디론가 급히 떠나야 하는 분위기만은 감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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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새싹 사신은 애착 인간으로 점찍은 소녀가 고개를 돌리자,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엄마… 도와줘….’

강력한 위장과 정신 오염으로 숨겨진 동굴로 들어가자고 구름 고기를 설득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위험하다는 새싹 언니의 말을 무시하고, 황금 사신처럼 모험을 떠나겠다고 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똑. 똑.

미니 새싹 사신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점점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그림자가 새싹이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어느새 은색 인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서, 새싹이의 열매를 주워 든 것이었다.

남색의 작고 둥근, 구슬 같은 열매.

은색 소녀는 그 열매를 들고 빤히 들여다보더니, 주머니에 넣고 가볍게 뛰어서 갈색 소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그 은색 소녀의 어깨 위에는 굉장히 안심한 표정의 미니 새싹 사신이 앉아 있었다.

‘인간이랑 마음이 통했어!’

아직 먹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먹게 될 것임을 믿으며 새싹 사신은 히히 웃었다.

***

미니 사신 정원 깊숙한 곳, 마시멜로 평원.

탈색 사신은 그곳에서 황금 사신들과 어울려서 지내고 있었다.

‘마아아.’

황금 사신들이 준비해 준 푸딩을 조금씩 먹으며, 황금 사신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힘내!’

‘할 수 있어!’

황금 사신들은 둥글게 모여 앉아서, 격투기 시합을 구경하고 있었다.

조그마한 주먹을 말아쥐고 투닥투닥.

손바닥만 한 미니 사신들의 아기자기한 격투라고 보기에는 그 기세가 사뭇 대단했다.

사각에서 들어오는 날카로운 훅을 고개만 까닥이며 피하거나, 견제로 날아오는 펀치를 툭툭 쳐내며 거리를 좁히는 등, 격투기에 진심으로 보였다.

‘으앙!’

그러던 중, 한 황금 사신이 돌려차기에 맞아 바닥에 널브러졌다.

‘져버렸어!’

바닥에 대자로 쓰러진 황금 사신은 졌으면서, 히히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승부에 진지하면서도, 승패에 상관없이 황금 사신들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

‘마아아.’

탈색 사신은 그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자기도 황금 사신들 사이에 끼어서 즐겁게 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황금 사신들은 저렇게 웃으면서 놀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해!’

‘인간 위험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황금 사신들은 인간들을 돕기 위해서 우르르 어딘가로 떠나가기도 했다.

엄마를 부를 필요는 없지만, 미니 사신 혼자서 해결 못 하는 일이 발생하면 전 세계 어디라도 황금 사신들은 달려 나갔다.

‘마아아.’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검은색 바람개비 앞에서 탈색 사신도 도와주고 싶다고 했지만, 황금 사신은 알아듣지 못했다.

한참 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간신히 알아듣고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약한 동생. 위험해.’

탈색 사신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기도 황금 사신의 무리에 들어가서, 인간들을 돕고 싶다고.

그때부터 탈색 사신은 아무도 없는 마시멜로 평원에 서서, 훈련을 시작했다.

걸음을 떼는 것만으로도 비틀거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아아!’

하지만 아무리 훈련해도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얻은 것은 넘어져서 생긴 상처들뿐이었다.

훈련하는 탈색 사신을 본 황금 사신들은 걱정했고, 푸른 사신들은 아무 말 없이 마법으로 상처들을 치료해 주었다.

노란 사신은 탈색 사신 전용 황금 사신 인형 옷을 내밀었고, 주황 왕관 사신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떠나가 버렸다.

다들 탈색 사신이 다치는 것을 걱정할 뿐이었다.

‘마아아.’

탈색 사신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탈색 사신의 몸은 마치 오래된 도자기처럼 금이 가고 있었다.

엄마가 자신을 처음 봤을 때 했던 의지가 떠올랐다.

‘텅 비어있네.’

엄마가 자신을 보며 중얼거렸던 의지처럼, 정말 자기 몸에는 아무것도 없는 걸까?

그 순간, 찬란한 황금색 혜성이 하늘을 가르며 내리꽂혔다.

너무도 밝은 빛에 시선을 돌렸던 탈색 사신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그곳에는 태양처럼 빛나는 황금 갑옷 사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신과는 전혀 다르게, 재능 넘치고 화려하게 빛나는 황금 사신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할 수 없는 존재, 그 자체였다.

‘마아아….’

탈색 사신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탈색 사신은 이제 포기할 생각이었다.

텅 비어있으니까, 아무것도 못 할 테니까.

그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황금 갑옷 사신은 탈색 사신에게 따뜻한 미소와 의지를 보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그리고 황금 갑옷 사신은 탈색 사신을 향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가장 약한 황금 사신인 나도 했으니까.’

‘분명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해질 수도 있겠지.’

황금 갑옷 사신이 의지를 한번 보낼 때마다, 갑옷이 불꽃으로 변해 손바닥 위로 뭉쳤다.

그렇게 걸어간 끝에 탈색 사신 앞에 마주 선 순간, 모든 갑옷은 불꽃으로 변해 손바닥 위에 영롱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자, 받아.’

그리고 황금 갑옷 사신은 씨익 웃으며 탈색 사신을 향해 내밀었다.

‘가장 약한 황금 사신이었던 나처럼, 너도 할 수 있어. 분명히.’

탈색 사신이 망설이면서 손을 내밀지 못하자, 황금 갑옷 사신은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의지를 내뿜었다.

‘부담스러워하지 마, 이제는 필요 없어졌을 뿐이니까.’

탈색 사신은 망설이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뻗었다.

불꽃에 손이 닿는 순간, 탈색 사신의 몸을 따뜻한 기운이 감쌌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몸이 달라붙고 재생되기 시작했다.

‘마아아!’

탈색 사신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지를 뿜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웃으며, 황금 망토 사신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

세희 연구소, 지하 휴게실.

찰박. 찰박.

서서히 깨어나는 의식 속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무슨 소리지?

그 소리에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미니 사신들의 의지가 들려왔다.

‘엄마, 일어났어!’

‘엄마!’

눈을 떠보니, 내가 잠들었던 격리실은 온데간데없고 널찍한 풀장 속에서 미니 사신들이 잔뜩 헤엄치는 모습만이 보였다.

“아, 사신아! 일어났구나?”

그리고 내 뒤에서 수영복을 입고 나를 끌어안은 예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 상황을 보아하니.

예린이가 자는 나를 안고서 지하 휴게실까지 옮긴 것으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예린이랑 놀기로 약속했었는데,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히히.

나는 미안함을 담아서 예린이를 살짝 안아주었다.

‘엄마! 이거 맛있어!’

그리고 따뜻한 물속에서 쉬고 있었더니, 그릇 위에 담긴 황금 사신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황금 사신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그릇 위에 앉아서, 조각 케이크를 조금 떠서 나를 향해 내밀었다.

내가 그걸 냠냠 먹어주자, 다른 미니 사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각자 다른 그릇을 향해 퍼져나갔다.

‘엄마, 이것도 맛있어!’

‘엄마!’

‘엄마!’

수많은 그릇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간식을 내밀기 시작했다.

물 위로 핑거 푸드 그릇이 주르륵 나열된 모습은 왠지 디저트 뷔페나, 파티장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귀찮아서 미니 사신들이 타고 있는 그릇을 전부 엎어버릴까, 생각했지만, 예린이가 슬퍼할 테니 얌전히 입을 벌려서 하나하나 먹어보기 시작했다.

그때, 휴게실에 잔뜩 마련된 TV 화면에서 심상치 않은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유럽 전역에서 최근 실종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정보가 상당 기간 유럽 오브젝트 협회에 의해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 오브젝트 협회 측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협회 대변인은 “오브젝트는 전 세계적 위협이며, 이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숨겨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뉴스를 보니 미니 사신이랑 관련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위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황금 사신들이 저 사건을 조사하고 있나? 유럽이면 보라 사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넘겼다.

오히려 내 감각을 강하게 잡아끄는 것은 다음 뉴스였다.

[최근 태평양 인근 바닷가에서 기이한 안개 현상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이 안개는 일반적인 기상 현상과는 다른 특성을 보여 협회의 주의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 안개와 접촉한 시민들에게서 나타나는 이상 행동입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안개에 노출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상태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다수의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수중 도시’와 ‘기괴한 건축물’에 대한 생생한 환영을 경험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도 태평양이 그리 멀지 않은 만큼, 한국 오브젝트 협의회에서는 동해안에 조사팀을 파견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원인 불명의 푸른 안개를 발견하시면 즉시 실내로 대피하시고 오브젝트 협의회에 신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상하게 굉장히 불길한 기분이 드는 뉴스였다.

***

해로운 오브젝트로 가득한 도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파티장.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푸르스름한 동굴과 그 위에 붙은 발광체와 대조적으로, 파티장 안은 부드러운 황금빛 조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장에 늘어진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발하며 실내를 우아하게 밝혀주었다.

그 빛은 길게 뻗은 마호가니 식탁 위에 놓인 은제 촛대와 어우러져 더욱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중이었다.

식탁 중앙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은제 그릇들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그릇마다 반짝이는 은색 뚜껑이 덮여있어, 그 안에 어떤 진미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테이블 위에는 섬세한 레이스 테이블보가 깔려 있어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해주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화려한 복장을 하고, 식탁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남성들은 완벽하게 재단된 턱시도를 입고 있었고, 여성들은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채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절도 있으면서도 우아한 몸가짐으로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나자, 가장 상석에 앉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오늘 만찬은 훌륭하군. 다음은 어떤 아이들이지?”

그러자 옆에 딱딱한 자세로 서 있던, 입이 꿰매진 여자가 정중한 태도로 메뉴 카드를 남자에게 넘겨주었다.

남자는 무심한 눈초리로 메뉴 카드를 훑어보더니, 손가락으로 한 사진을 가리켰다.

“다음은 이 아이가 좋겠어.”

메뉴 카드에는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갈색 머리카락 소녀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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