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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5

Chapter: 365

   소란이 커지기 전에 투기장에서 빠져나오는 데에 성공한 나는 즉시 숙소로 복귀했다.

   

   갑옷을 갈아입어야하기도 하고 보상으로 주어진 것을 느긋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기도 했으니까.

   

   상태창. 이 얼마나 멋진 울림이란 말인가.

   

   어딘가에 빙의를 당한 사람이라면 응당 지녀야 하는 권리가 상태창을 보고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는 것일 텐데 나는 왜 상태창 한 번 열어보는 것에 감사를 해야 하는 건지.

   

   복잡미묘한 마음이 생겨났지만 어쨌든 상태창을 열람할 수 있는 게 어디냐 생각한 나는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닫았다.

   

   후우우. 지금 내가 얼마나 성장을 했을지 궁금하네. 지금 내가 체감하는 신체능력을 생각해보면 꽤 높기는 할 텐데.

   

   두근대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책상 위에 앉은 나는 눈에 새긴 걸 옮겨 적기 위해 종이를 펼치고 상태창을.

   

   벌컥!

   

   “루시이이이! 우리 따아아알! 이 파파는 당연히 네가 우승할 줄 알고 있었단다아아아!”

   

   열기 직전에 문을 박차고 들어온 베네딕이 자신의 거대한 두 팔로 나를 끌어 안았다.

   

   나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느니. 한편으로는 이러다 파파의 품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걱정스럽다느니. 이렇게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 축배를 들어야 한다느니.

   

   쉴 새 없이 무어라 말을 꺼내는 베네딕을 보고 있자니 절로 불평이 차올랐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 점점 숨이 막혀와서 목소리가 안 나왔거든.

   

   이러다 진짜 죽겠다 싶어 다급히 팔을 두드리니 그제서야 베네딕이 팔에 힘을 풀었다.

   

   “이런 미안하구나! 루시! 이 파파가 너무 기뻐서 그만!”

   

   미안하단 말을 하면서도 베네딕은 입술에 새겨진 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내가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기쁜 걸까?

   

   웃는 얼굴에 얼마든 침을 뱉어줄 수 있는 나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의 베네딕을 상대로는 차마 나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었더니 베네딕이 히죽거리며 날 들어서는 어깨에 태웠다.

   

   “축배를 들러 가자꾸나! 루시!”

   

   ‘저 지금 거리에 나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바보 아버님. 다른 허접들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들으러 가긴 싫은데?!”

   

   방금 전에 참사를 일으켰는데 바깥으로 나가 봐!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어!

   

   나름 필사적으로 소리를 쳐보았지만 베네딕은 막무가내였다.

   

   “하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니 이 인간 오늘 왜 이래! 투기장에서 일어난 소란을 수습하고 오는 길일 테니 사람들 분위기가 어떤지를 모르지 않을 거 아냐!

   

   설마 소란을 물리로 수습한 거야?! 아무 말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 거야!?

   

   그럼 더 나가기 싫어! 바깥에 날 바라보는 눈빛이 불편할 게 뻔하잖아!

   

   베네딕의 어깨 위에서 이리저리 발버둥을 쳐 본 나였지만 베네딕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상당히 성장을 한 지금도 나는 베네딕의 완력 발 끝에도 미치지 못했으니까.

   

   으으으. 두고 보자 베네딕. 나중에 내가 너보다 강해지면 막무가내로 살아줄 테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진 않다. 얼마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로 베네딕을 침몰시킬 수 있으니까.

   

   근데 있잖아. 투기장의 분위기를 수습하면서 베네딕이 고생했을 걸 생각해보면 무작정 매도의 말을 꺼내기가 좀 그래.

   

   …얼마 전에 베네딕이 축 처져서 눈물을 흘리던 광경을 떠오르기도 했고.

   

   어쨌든 베네딕의 손에 이끌려 거리로 나온 나는 사람들의 적의 어린 시선을 받을 걸 각오했지만 거리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온화했다.

   

   이상하네. 내가 깽판을 친 걸 생각해보면 아무리 베네딕이 옆에 있다 하더라도 이런저런 군소리가 나와야 정상인데 말야.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눈빛에 적의가 서려 있어야 하는 데 왜 다들 날 흐뭇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거지?

   

   <푸흐흐. 이 나라가 확실히 정상은 아니군.>

   ‘…갑자기 왜 웃으세요?’

   <널 보는 이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거라. 자연스레 알게 될 거다.>

   

   주변? 나는 할배의 말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신성을 귀 쪽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저 멀리에서 속삭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스몄다.

   

   ‘천사님께서 오늘도 험한 말을 선사하셨다지?’

   ‘여자애한테 지고 입조차 뻥긋대지 못하는 변태들이라던데?’

   ‘큽. 그것 참 천사님다운 발언이군.’

   ‘이 친구야. 그리고 나서 주변에서 하는 소리도 듣지 않고 나가셨다는 건 왜 빼먹는 거냐.’

   ‘그게 진짜인가? 하하. 험한 입에 비해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이군.’‘어린아이 다워서 귀엽잖나.’

   

   …뭐지? 뭐야? 왜 개판을 쳤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험한 말을 하긴커녕 웃음을 흘리는 거야? 쟤네들도 얼빠여우나 변태사도랑 비슷한 부류인 건가?!

   

   저들이 특이한 것이기를 바라며 다른 쪽에 귀를 기울인 나였지만 거기도 반응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솔라딘의 샌님들과는 전혀 다르시군. 역시 알른 백의 따님이셔.’

   ‘강자에게는 그만한 오만함이 있어야지. 암.’

   ‘저 나이에 투기장에서 우승을 거머쥐셨는데 그만한 성질은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그제서야 저들의 호의적인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다. 테르샤 제국에 만연한 강자 숭배의 풍습. 그것이 나의 건방진 태도를 강자의 오만함으로 탈바꿈시켜준 것이다.

   

   ‘나 사실 좀 더 저 분께서 매도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게 뭔 미친.’

   ‘이상하게 들린다는 거 알아! 그렇지만.’

   ‘제발 닥쳐. 알른 백이 들으면 널 죽이려고 할 거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게 뭐 중요한.

   

   아니 사실 중요한 일이긴 한데. 멍하니 날 바라보며 하는 말을 들으니까 절로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치솟아 오르긴 했는데.

   

   “루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서 복잡해지는 머리를 진정시키고 있으려니 베네딕이 미소와 함께 날 불렀다.

   

   “이 도시는 네가 예전에 벌인 일은 모른다. 그러니 네가 투기장에서 보여준 것으로 평가를 내릴 뿐이야.”

   

   나는 그제서야 베네딕이 내게 무얼 보여주고 싶어 했는지를 깨달았다.

   

   과거의 루시를 모르는 세상의 풍경. 나를 오롯이 나로 평가해주는 세계의 사람들.

   

   베네딕은 내가 이걸 보면서 과거의 업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을 것이다. 예전의 네가 어찌되었든 지금 걷는 길이 옳다면 다른 이들의 시선에도 호의가 새겨질 수 있음을 알길 원했을 것이다. 베네딕의 눈에 비치는 나는 과거의 업에 짓눌려 있는 어린아이일 테니.

   

   그의 바람은 내가 원하던 풍경과도 겹쳐 있었다.

   

   언제나 루시가 저질러 놓은 여러 일 때문에 사람들의 미움을 사던 나다. 내가 저지른 적도 없는 일 때문에 온갖 험악한 시선 사이에서 살아야만 했던 게 나란 말이다.

   

   그러니 나를 오롯이 나로 평가해주는 이 거리는 내가 바라마지않던 세상일 터이나 이상하게도 난 이 거리가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왤까? 베네딕의 어깨 위에서 가만 생각을 해보았지만 쉬이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가슴 속이 근질거린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루시의 어머니를 모욕하던 그 순간처럼.

   

   *

   

   바드로넬 영지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에 방문한 나는 식당의 고객을 비롯한 종업원들과 요리사에게 축하를 받으며 식사를 즐겼다.

   

   아니. 즐겼다는 말은 취소. 기말고사 던전의 공략법을 시연할 때도 느낀 거지만 난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면 몸이 비틀려서 어찌할 줄을 모르게 되더라고. 덕분에 베네딕이 온갖 비싼 음식을 시켜줬는데도 맛을 제대로 못 느끼겠더라.

   

   어쨌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끝마친 나는 숙소로 돌아와 책상 위에 자리를 잡았다.

   

   베네딕이 처들어 오는 바람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게임 속 세상에 빙의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내뱉어야 하는 대사를 하기 위해서.

   

   “상태창.”

   

   – 띠링.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푸른 창이 떠오르는 걸 본 순간 절로 웃음이 샜다.

   

   이 세상에 막 발을 들였을 무렵에 이거 한 번 띄워보겠다고 온갖 지랄을 했었는데 1년이 넘게 흐르고 나서야 겨우 상태창을 보는 구나.

   

   [이름 : 루시 알른]

   [레벨 : 72]

   

   72라. 2학기 동안 레벨링을 게을리 한 대가가 여기에서 드러나네.

   

   레벨 50을 기점으로 필요한 경험치량이 확 늘어나서 레벨이 잘 안 오르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72인건 좀 그렇네. 고인물로써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기분이야.

   

   좋아. 안 그래도 친구들한테 던전 공략 경험을 때려 박아줘야 했었는데 겸사겸사 레벨링도 하자. 최소한 2학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80은 넘어야지.

   

   그리 생각을 하며 현 시점의 레벨을 종이에 기록하자 할배가 의문 어린 목소리를 냈다.

   

   <레벨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어. 할아버지. 깨어계셨어요?’

   <넌 내가 언제 잠을 자는 걸 본 적 있느냐?>

   ‘그렇긴 하죠?’

   

   상태창을 드디어 본단 생각에 들떠서 할배의 존재를 잠시 잊어버렸네.

   

   으으. 이제와서 할배를 인벤토리에 집어 넣어봐야 나중에 추궁당할 게 뻔해. 어쩔 수 없지. 어떻게든 설명을 하는 수밖에.

   

   ‘쉽게 말해서 레벨이라는 건 적을 쓰러트리며 쌓인 경험의 수치에요. 이게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걸 할 수 있게 되죠.’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군. 주신의 사도인 너만의 특별한 무언가냐?>

   ‘아뇨.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레벨은 존재해요. 다들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고요.’

   

   싸움을 거듭하면 강해진다는 건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상식처럼 퍼져 있는 이야기니까. 레벨이라는 단어를 모를 뿐 그 개념 자체는 대략적으로 퍼져 있다 봐도 무방하겠지.

   

   <…그 감각을 레벨이란 수치로 정리할 수 있다고?>

   ‘보통은 못하지만 전 주신의 사도니까요. 그 분의 은혜를 빌렸어요.’

   <호오. 그것 참 신기하군. 그래. 여아야. 72정도면 어느 정도 수준이더냐?>

   ‘평범한 가문의 기사 중 중견, 모험가로 따지면 A~B급의 실력자에요.’

   

   보통 72레벨이면 어디를 가더라도 강함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진짜 강자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하긴 애매한 수준이지.

   

   물론 숙련도나 스킬에 따라 강함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래.

   

   <아직 갈 길이 멀단 소리구나.>

   ‘그렇죠.’

   

   보통의 사람이면 이 정도에서 만족을 하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여기에서 발을 멈추기엔 앞으로 내가 넘어서야 할 시련이 너무나도 많았다.

   

   ‘근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번 방학 때 죽어라 구를 거거든요.’

   

   내 친구들을 강화하는 김에 나도 좀 수련을 해야지. 그리 말을 한 나는 아래 쪽으로 눈을 옮겼다.

   

   [직업 : 주신의 사도 / 성기사]

   

   이거야 뭐 예상했던 거라. 굳이 적을 필요도 없네.

   

   다음도 마찬가지일 거야. 지금의 나한테 변변찮은 별칭이 있을 리가 없.

   

   [별칭 : 알른의 수치[부정] / 입 험한 천사[긍정] / 여신조차 극찬한 미[긍정]]

   “픕!… 콜록! 콜록 콜록!”

   

   그 아래에 있는 걸 본 순간 절로 사래가 들렸다.

   

   알른의 수치는 이해할 수 있어. 사교계에서 만날 듣는 이야기니까.

   

   입 험한 천사라는 별명이 왜 붙은 건지도 이해해. 투기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들었던 게 저 말이니까.

   

   근데 있잖아. 여신조차 극찬한 미라는 건 도대체 뭐냐?!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별명이 왜 떡하니 별칭에 붙어 있는 건데!?

   

   변태 사도가 퍼트린 노래의 영향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냥 까마귀 여신이 사리사욕으로 뭔가를 저지른 건가?

   

   <갑자기 왜 그러느냐?>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란 속에서 눈동자를 떨던 나는 별칭 부분도 종이에 적지 않고 넘겨 버렸다. 어쨌든 부정 하나에 긍정 둘이면 평판에는 플러스니까.

   

   이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스텟.

   

   거기에 적힌 스텟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여태 아껴두었던 영약으로 채워야 해.

   

   나중에 있을 이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치가 100을 넘는 게 네 개가 있어야 하거든.

   

   원래는 그 때가서 대충 때려 맞출 생각이었지만 스텟창을 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내린 나는 거기에 적힌 수치를 보고 말을 잃어버렸다.

   

   [힘 105]

   [민첩 91]

   [체력 121]

   [지능 58]

   [마력 75]

   [신성 192]

    [행운 ???]

   

   …음. 으음. 이상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일단 이거 하나만큼은 언급을 해야 겠어.

   

   나 왜 이렇게 지능이 낮은 거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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