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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6

Chapter: 366

   내가 다른 수치에 비해 지능이 낮을 거라는 건 예상한 바였어. 여태까지 전위에 필요한 스텟을 채우는 데 모든 걸 바치기도 했고 따로 지능을 올리려는 노력도 한 적이 없으니까.

   

   [지능 58]

   

   근데 이건 좀 너무하지 않아?! 지금 내 레벨이 몇인데 58이라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숫자에 충격을 받은 나는 무심코 손에 쥔 펜을 부러트리는 바람에 책상을 뒤져 새로운 펜을 꺼내야만 했다.

   

   진정. 진정하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썩은물 중의 썩은물인 내 지능이 낮을 리가 없잖아.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 속의 상태창. 루시 알른의 스텟에 불과해. 멍청한 건 루시지 내가 아니라고!

   

   그래! 분명 그런 걸 거야! 그런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던 나는 애써 지능 스텟에서 시선을 떼고 스텟창의 맨 위부터 종이에 적었다.

   

   [힘 105]

   

   <이번에 적는 것은 무엇이냐?>

   ‘지금 제 신체의 능력이요.’

   <힘이라는 것은 근력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105는 어느 정도 수치지?>

   ‘으음. 평범한 모험가가 50정도고 일반 기사가 80정도니까. 꽤 높은 수치죠?’

   

   게임 속 캐릭터를 기준으로 해도 이 수치는 상당한 편이다.

   

   2학기 방학이 끝나기 전에 100을 넘긴다는 건 썩은물 수준은 아니어도 숙련자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썩은물이면 어떻게 되냐고? 다른 걸 모두 다 도외시하고 한 스텟에 올인 하면 207까지 가능하고 현실적으로 캐릭터를 키우면 130언저리에 도달할 수 있긴 한데 이 세상이 모니터 너머의 세계가 아닌 이상 무의미한 이야기지.

   

   현실의 세상에선 게임 속 캐릭터에게 시키던 미친 짓을 강요할 수 없으니까.

   

   [민첩 91]

   

   <힘에 비해 낮구나.>

   ‘그야 전 민첩을 주력으로 단련하지 않았으니까요.’

   

   신체능력이라는 것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하나를 단련하면 자연스레 다른 것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허나 그 성장은 어디까지나 주력으로 택한 성장을 뒤따라가는 것일 뿐 결코 주가 되는 것과 비슷할 수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전 굳이 빠를 이유가 없는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민첩과 관계된 수련을 하지 않은 까닭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위에서 방패를 들고 우직하게 버텨야하는 나는 일정 수준의 민첩만 확보하면 그만이니까.

   

   <뭐어. 크게 뒤처지는 게 아니니 문제없지.>

   

   이런 생각은 할배도 비슷한 듯 그도 낮은 민첩을 문제삼지 않았다.

   

   [체력 121]

   

   <네가 말하길 모험가와 기사의 차이가 30이라 그랬지.>

   ‘평균적으로는 그래요.’

   <그렇담 어지간한 기사보다 40이나 높은 이 수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

   ‘할아버지. 어지간한 기사말고 알른 기사단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요?’

   <…확실히 설득력이 있군.>

   

   난 할배한테 뻔뻔하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애써 놀란 마음을 달랬다.

   

   체력이 높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알른 가문에서 죽어라 훈련을 받은 보람이 있네.

   

   훈련 받을 때는 악신한테 죽는 게 아니라 기사단에서 과로로 뒤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수치로 보니까 웃음이 절로 나와.

   

   앞으로는 좀 더 빡센 훈련을 해볼까. 그리고 다음은 지능… 아니 이건 잠깐 넘기고.

   

   [마력 75]

   

   <이건 네가 성기사이기 때문인가.>

   ‘네. 그렇겠죠.’

   

   나는 마력이 해야 할 일을 신성으로 해결하는 사람이기에 마력이 높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마력과 관계된 훈련을 한 적이 없기도 하고.

   

   근데 건드린 적이 없는 마력이 지능보다 더 높은 거지?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아냐. 신경 쓰지 말자. 그건 오류야. 오류. 나랑은 관계 없는 일이야.

   

   [신성 192]

   

   <…192? 9랑 0을 헷갈린 것 아니냐?>

   ‘할아버지. 저 이래 뵈도 주신의 사도인데요.’

   

   신성 스텟은 다른 것들에 비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높긴 했지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나 주신의 사도니까. 신성의 격이 올라 육신의 변화가 생길 정도로 고강한 신성을 지녔는데 이 정도가 나오는 게 정상이지.

   

   근데 높은 수치를 보고 있으려니 아쉬움이 생기네. 원래 신성이 이 저도 수치에 도달하면 성지나 주신 교회에서 관리하는 쪽으로 가서 여러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데 말야.

   

   지금 내가 주신 교회와의 접촉을 피해야 하는 입장만 아니었어도 다른 거 다 내팽개치고 성지로 달려갔을 걸.

   

   [행운 ???]

   

   <이번엔 진짜 장난을 치는 거군? 그렇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네가 적어놓고 왜 남 말 하듯 이야기를 하는 게냐?>

   

   그야 허접 주신이 내어 준 상태창에 이 따위로 적혀 있으니까!

   

   ???는 대체 뭐야?! 나 이런 수치 게임하면서 본 적 없어!

   

   진짜 뭐지? 수치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운이 높은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이걸 붙잡고 있어봐야 답이 나올 것 같진 않으니까 대충 넘기자.

   

   내가 시험 찍을 때 성적 잘 나오는 걸 보면 높은 거겠지. 아마도.

   

   그리 생각하며 손을 멈춘 순간 할배가 의아하단 듯 목소리를 냈다.

   

   <흠? 지능이나 지혜같은 수치는 없는가? 형식을 보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한데.>

   

   허나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58의 지능 수치를 적는 순간 할배가 어떤 말을 할지 상상이 됐으니까.

   

   <여아야?>

   ‘…그런 거 없어요.’

   <허어. 그래? 없단 말이지?>

   

   무엇인가 눈치챈 듯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는 할배를 애써 외면한 나는 고개를 내려서 내가 지니고 있는 여러 스킬들을 확인했다.

   

   이 세상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내 목숨을 지켜 주었던 철벽.

   

   내가 지옥 같은 훈련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이름이 바뀐 지금도 내게 가장 소중한 스킬인 영웅의 기백.

   

   여러 위기 속에서 내가 참교육 당하지 않게 만들어 준 공포극복.

   

   이외에도 수많은 스킬들이 패시브 스킬 란을 빼곡 채우고 있었다.

   

   <네가 지닌 축복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걸 하나하나 종이에 옮겨 적고 있으려니 할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새된 목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 저 주신의 사도라니까요.’

   <아무리 네가 주신의 사랑을 받는 자라 하더라도 이건.>

   ‘할아버지도 비슷하지 않았어요? 용사 일행이셨잖아요.’

   

   지금과 달리 선신과 악신 세력 모두가 적극적으로 대지에 개입하던 시절 악신과의 전쟁에서 선두에 섰던 게 할배를 비롯한 용사 일행이다. 당연 그들이 지닌 스킬의 개수도 상당했을 터.

   

   그러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할배는 충분히 이걸 납득할 수 있을 거라 보는데.

   

   <그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지. 지금이라 이런 것이 가능한 건가.>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됐다. 신경 쓰지 마라.>

   

   아니. 할배.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거 싫다고 몇 번 말해요! 대놓고 짜증을 내보았지만 할배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대답 듣긴 글렀네.

   

   됐어. 진짜 중요한 거면 이야기 해줬겠지.

   

   투덜투덜거리면서 계속 손가락을 움직이던 나는 여러 스킬의 숙련도를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스킬들이 성장한계치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아. 젠장. 언제부터 이 상태였던 거지? 숙련도 손실이 대체 얼마나 난 거야.

   

   이래서 레벨작을 꾸준히 해야 하는 건데 나크라드를 박살낸 후에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살았어.

   

   일단 저택에 돌아가면 바로 레벨작을 해야겠다. 이 이상 손해를 누적시킬 순 없으니까.

   

   입술을 곱씹으며 공책을 채워나가던 나는 한 스킬을 앞에 두고 손을 멈춰야만 했다. 스킬의 제약이 내 행동을 강제한 것이다.

   

   [메스가키]

   

   나를 이 세상으로 내던진 스킬의 이름을 보는 시선은 결코 고울 수 없었다.

   

   여태 메스가키 스킬의 강제성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왔는데 어찌 저를 웃으며 바라보겠는가.

   

   허나 메스가키 스킬의 능력 덕분에 위험을 넘기고 소중한 이들을 지켰던 것을 떠올려보면 마냥 썩어 들어가는 눈을 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게 애증이라는 걸까. 미묘한 감정으로 메스가키 스킬을 보던 나는 그 옆에 적혀 있는 숙련도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숙련도 A-(현재 한계치)]

   

   그래. 이것도 스킬이니까 숙련도가 쌓이는 게 당연하긴 한데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 아무리 봐도 좋은 영향만 끼칠 것 같진 않으니까.

   

   가만 바라본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던지라 애써 메스가키 스킬에서 눈을 떼어냈다.

   

   그러자 다시금 내 손이 자유를 얻었다.

   

   그 후에도 한참 동안 펜을 움직이던 나는 공책을 덮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 내가 아는 게임 속 스토리가 상당 부분 무의미해졌음을 깨달았다.

   

   변수가 너무 많아.

   

   페이비가 주신의 인정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을 때 주신 교회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모르겠고.

   

   단 1년만에 불과 어둠을 잃어버린 악신 측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추측하기가 어렵고.

   

   게임 속에 없던 변수인 카리아나 변태 사도 같은 인물들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겠고.

   

   내가 알던 것과는 뭔가 다른 듯한 1왕자나 여러모로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 2왕자도 변수고.

   

   나를 비롯한 알른 가문의 존재로 인해 생겨난 정세의 변화도 세상에 영향을 끼칠 거라.

   

   만약 내게 뛰어난 정치감각이 있었다면 이런 변수들을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냈겠지.

   

   나는 그렇다 쳐도 내 주변 사람들이 지닌 영향력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 충분히 가능했을 거야.

   

   그렇지만 난 지능 58의 멍청이라서. 괜한 수작질을 부려 봐야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그림밖에 떠오르질 않네.

   

   자괴감에 웃음을 흘리던 나는 머릿속에 새겨지던 온갖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지우고 상태창을 바라봤다.

   

   내가 잘 하는 거나 하자. 정 다급한 일이 생기면 주신께서 퀘스트로 날 인도해 줄 테니 나는 그 때 위기를 넘기기 위한 힘을 기르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걸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영약으로 올릴 스텟을 결정하는 거고.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봤을 때 민첩과 관계된 영약을 먹어서 100을 맞추는 게 맞아.

   

   ???로 표시된 행운 스텟이 정확히 얼마인 지 알 수 없는 이상 민첩을 끌어올리는 게 안전한 선택지지.

   

   그걸 알고는 있는데.

   

   지능이 마음에 걸려.

   

   아니! 58이 뭐냐고! 58이!

   

   마법사 캐릭 제대로 키우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도달하는 수치가 58인데 왜 2학년을 앞둔 지금 내 지능 수치가 58이냔 말이야!

   

   인정할 수 없어! 난 저렇게 멍청하지 않아!

   

   멍청한 인간이 어떻게 소울 아카데미의 썩은물이 되겠냐고!

   

   그래. 역시 영약을 가지고는 지능을 올리는 게 맞아.

   

   ???로 표기된 행운 수치는 분명 100이상일 테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노력을 통해 민첩 수치를 100까지 끌어올리면 아무 문제없잖아.

   

   뭣보다 머리가 좋아져서 나쁠 게 어딨어? 싸움을 잘하는 것도 결국 지능의 문제라고!

   

   지능의 영약을 마셔야 할 온갖 이유를 만들어내던 나는 인벤토리를 열고나서야 내 수중에 힘과 체력에 관계된 영약밖에 없음을 깨닫고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이래서 내 지능이 58인건가.

   

   …내일 해가 뜨면 다시 뉴먼 가문 쪽 사람들을 만나러 가야겠다. 영약과 관련된 걸 물어봐야 하기도 하고 이 쪽에서 갑옷 맞추려면 어디가 좋은지도 물어봐야 하니까.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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