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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8

나는 푸른 안개의 바다에 잠겨 있었다.

시야는 온통 흐릿한 연푸른 색채로 가득했고, 태양은 그 안개 속에 숨어 모습을 감추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안개에 휩싸여 희미해진 가운데, 오직 배의 윤곽만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고독하게 떠 있는 듯했다.

갑판 밑을 내려다보면, 주변에 가득한 안개보다 더욱 짙어서 마치 액체처럼 보이는 안개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마치 해변에서 파도가 치는 것처럼, 짙은 안개의 물결이 갑판 위로 밀려들었다.

갑판 위로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하는 안개의 흐름은 흡사 안개의 호흡 같았다.

안개를 바라보고 있으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꿈 같은 분위기 속에서, 미니 사신들의 칭얼거리는 의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엥.’

‘어지러워.’

‘엄마가 많아!’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해롱해롱하는 미니 사신들.

나에게는 시리도록 차가운 안개에 불과했지만, 미니 사신들에게는 좀 달라 보였다.

인간들은 이 푸른 안개가 위험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안개가 등장하기 무섭게 갑판 안으로 숨어들었다.

미니 사신들도 대부분 애착 인간을 따라서 갑판 내부로 들어간 상태였다.

물론 지금 해롱거리는 미니 사신들은 엄마랑 같이 있겠다고 버티던 녀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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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길래, 내 근처에서 비틀거리는 황금 사신 하나를 손바닥 위로 올려놓았다.

그리고 통통한 볼을 콕콕 찔러서 넘어트렸다.

‘누가 찔렀어?’

그러자 뭔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 손가락을 ‘앙!’하고 물어버렸다.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미니 사신에게 엄청나게 해로운 안개가 분명했다!

저런 안개가 주변에 잔뜩 깔려 있다면, 미니 사신들은 별 도움이 안 되겠지….

나는 그대로 미니 사신 정원 입구를 열고, 제임스 익스플로러호를 통째로 집어넣어 버렸다.

그렇게 배가 사라져 버리자, 내 몸은 안개 속으로 푸욱 빠져들어 갔다.

안개는 너무나 짙어서, 마치 깊은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전후좌우도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감각을 느끼며, 계속해서 안개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겨우 배 높이 정도를 떨어지는 것인데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차가운 감촉이 온몸을 휘감았다.

인간이었으면 순식간에 동사할 만큼 시린 한기였다.

드디어 바다의 표면에 도달한 것일까?

하지만 주변은 여전히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배영하듯 등을 대고 떠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 세상이 푸른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다 보니 주변의 안개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무대의 막이 오르듯, 안개가 걷히며 새로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검푸른 바다 위에 통통한 배를 내밀고 둥실둥실 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태양이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을 가득 채운 뒤틀린 구름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이한 구름의 틈새로 새어 나오는 짙은 푸른 빛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운 기분이 들 정도였다.

엄청 어지럽네.

미니 사신들이 왜 그렇게 어지러워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게다가 두 가지 세계가 겹쳐 보여….’

하나는 불길한 푸른 바다, 그리고 뒤엉킨 구름이 태양을 가린 세계.

나머지 하나는 바다는 온데간데없고, 거미줄과 곰팡이를 닮은 기괴한 유기물들이 가득한 세계.

그 두 가지 세계가 겹쳐 보이고 있었다.

나는 의식적으로 뒤틀린 유기물의 세상을 의식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이 점점 정상화되었다.

불길한 바다와 기이한 구름이 깔린 세상.

그리고 유기물의 세상을 완전히 밀어내버리는 순간, 시야의 저편에 커다란 섬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기이한 푸른색에 둘러싸인 불길한 섬.

그 푸른 섬의 윤곽은 기형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점토로 빚은 섬을 손으로 비틀어 놓은 것처럼.

그곳은 척 보기에도 외신의 둥지처럼 보였다.

뚜방뚜방.

나는 유령화로 바다 표면을 밟으며, 그 흉흉한 분위기의 섬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늦은 오후의 황혼이 송파구 외곽에 자리한 테마파크 공사장을 물들이고 있었다.

‘아무도 없네?’

거의 완공 단계에 접어든 테마파크이니만큼, 지금 시간이면 작업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활기가 넘쳐야 할 시간일 텐데….

‘뭔가 이상하네.’

서아는 약간의 이상함을 마음속에 품고, 공사장 입구로 들어섰다.

결제해야 할 서류가 3달이나 밀렸는데 이세희 연구소장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으니, 최대한 빨리 찾아야 했다.

오늘 출근한 연구소장을 잡지 못하면, 다음에는 또 언제 출근할지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갈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를 따라 하듯이 황금 사신이 서아의 뒤를 따라오며 자갈 위로 뛰어다녔다.

자갈 위에서 자갈 위로, 폴짝폴짝.

[키득키득]

그 모습을 보며, 어깨 위의 새싹 사신은 작게 웃었다.

테마파크 입구를 지나자, 거대한 테마파크의 마스코트가 서아를 반겨주었다.

‘꽤 크네….’

그것은 거대 회색 사신 동상이었다.

천으로 감춰져서 보이진 않았지만, 겉으로 볼 때 동상은 한 손을 허리에 얹고, 한 손은 하늘 높이 들어 올린 형상이었다.

마스코트를 지나쳐 점점 나아가자, 묵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깊숙이 들어와서야 들려오는 공사장과 어울리는 소음과 진동.

모퉁이를 돌자, 거대한 강철 구조물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누구도 손을 대지 않고 있었는데, 저절로.

옆에는 인부 한 명이 강철 구조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

도대체 누가 저 구조물을 옮기는 거지?

쿵!

목표로 한 지점에 도착했는지, 강철 구조물이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강철 구조물이 옮겨지는 것을 살펴보던 인부가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입을 열었다.

“옳지, 잘했다.”

그러자 강철 구조물 밑에서 검은 사신이 꾸물꾸물 기어 나오더니, 해맑게 웃으며 청량한 소리로 대답했다.

삐-!

그것을 보자, 서아의 눈앞에 미니 사신들과 함께하는 미래 한국의 공사 현장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힘이 강한 검은 사신들이 결국 공사장 인부를 완전히 대체하겠지?

검은 사신들은 임금도 필요 없이, 맛있는 음식만 주면 될 테니까….

‘….’

그렇게 검은 사신과 애착 인부의 곁을 지나가자,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밥을 먹고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사람보다 미니 사신이 훨씬 많아 보였다는 점이었다.

‘미니 사신이 너무 많은데?’

서아는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은 금세 해결되었다.

저 멀리서 이세희 연구소장이 쿠키와 미니 사신을 세트로 묶어서 나눠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미니 사신을 나눠주던 세희와 서아가 눈을 마주치자.

“엑.”

세희는 하얗게 질려서 단말마를 내뱉더니, 뒤를 돌아서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쿠키 박스 안에 담긴 미니 사신들은 놀이인 줄 알았는지, 그 뒤를 쫓아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우아!’

‘술래잡기!’

미니 사신의 행렬을 이끌고 도망가는 세희를 보자, 서아는 당황해서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왜 도망가는 거지?’

서류에 사인하는 건 귀찮아하긴 해도 도망갈 정도는 아닐 텐데….

‘!!!’

그 순간, 서아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서아는 그제서야 도망가는 세희를 서둘러서 쫓아가기 시작했다.

***

뚜방뚜방 걸어서 뒤틀린 섬의 해변에 도착했다.

멀리서 볼 때도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도착해서 보니 더욱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는 섬이었다.

흐릿한 푸른색의 모래가 깔린 모래사장.

구름에 닿을 것처럼 솟아오른 기괴한 산.

주기적으로 섬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음.

해변 가까이서 자라는 시커멓고 뒤틀린 형태의 나무들.

모래사장 위로 간헐적으로 피어오르는 짙푸른 색의 안개.

게다가 이 섬의 주인일 것이 분명한 외신의 위치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외신의 기척이 섬에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사락사락.

푸른 모래 위로 발자국을 남기며 걷다 보니, 희미하게 빛나는 황금색 빛이 보였다.

태양을 닮은, 작은 빛.

그 빛을 향해 서둘러서 달려가 보니, 황금 사신이 장작을 모두 잃고 쓰러져 있었다.

‘????’

‘황금 사신이 다쳤어. 왜 내가 몰랐지?’

나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기분이었다.

‘이래서 내가 불안했던 건가?’

미니 사신들에게 아무 일도 없는데, 맥락도 없이 불안한 게 불길하게 느껴졌었다.

인간이 관측하지 못했을 뿐, 태평양은 이미 외신에게 망가져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쓰러진 황금 사신은 황금 구슬을 꼭 껴안고 있었다.

어찌나 강하게 안고 있는지, 구슬을 잡아당겨도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황금 사신의 몸에는 장작이 하나도 안 남아있었지만, 구슬에는 여전히 장작이 조금 남아 은은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나는 황금 사신과 구슬을 손바닥 위에 올려 장작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금 구슬에서 은은한 빛이 강해지며, 그 내부에 황금 사신이 남긴 의지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애착 인간에게.>

<모든 미니 사신에게는 애착 인간이 정해져 있대, 그러니까 아직 만나지 못한 거겠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목소리로 말할까?>

<정말 만나고 싶었어.>

<함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같이 쿠키도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그리고… 눈을 마주하고 바라보고 싶었어.>

<죽는 건 그렇게 무섭지 않지만, 만나지 못하는 건 무서워.>

<여기서 죽으면, 엄마에게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

<점점 졸려.>

<눈을 뜨려고 해도, 눈이 자꾸만 감겨.>

<엄마…, 너무 추워.>

<엄마, 어디야?>

<보고 싶어.>

<….>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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