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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4

따뜻한 초콜릿 파도가 부드럽게 일렁이는 핫초코의 바다 위로, 거대한 탐사선 ‘제임스 익스플로러’ 호가 갑자기 나타났다.

태평양을 조사하던 도중, 굉장히 강력하고 해로운 푸른 안개를 만나는 바람에 미니 사신 정원으로 보내진 것이다.

푸른 안개의 영향 때문인지, 탐사선 내부의 인간과 미니 사신들은 모두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모두 잠들어 버린 고요한 배는 달콤한 향기가 가득한 핫초코의 바다를 가로질러 천천히 떠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침내 물결에 밀려 눈부시게 하얀 마시멜로 평원의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그 순간, 마시멜로 평원을 뚜방뚜방 돌아다니던 미니 사신들이 탐사선 근처로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래!’

‘인간이 만든 배?’

미니 사신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배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저게 뭔지 아는 사신 있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몇몇 미니 사신들은 배의 크기를 가늠하려는 것처럼 양팔을 잔뜩 벌리기도 했다.

‘인간 있어?’

‘인간 있어!’

그렇게 탐사선을 바라만 보던 미니 사신들은 곧 탐사선 내부의 기척을 느끼더니, 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게 갑판으로 올라오자마자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갑판 위에 널브러진 미니 사신들이었다.

‘기절했어!’

‘일어나!’

때찌때찌.

미니 사신들은 기절한 동료들을 통통한 볼을 ‘때찌’ 했지만, 아무리 ‘때찌’ 해도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령화로 배 내부로 잠입한 황금 사신들은 어떤 방 안에 인간들이 잔뜩 기절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인간!’

‘큰일이야!’

미니 사신들은 엄청 큰일이 발생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탐사선 내부의 인간들을 마시멜로 평원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마치 미니 사신 정원에 큰불이 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의식 없는 인간들과 미니 사신들을 모두 마시멜로 평원 위에 눕히자, 미니 사신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아프면 머리 위에 얼음을 놓는대!’

몇몇 미니 사신들은 우유 빙수 설원에서 가져온 눈을 뭉친 뒤, 마시멜로로 잘 감싸서 인간의 이마 위에 올려두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운 건지, 핫초코를 조금 손바닥으로 떠서 입속에 넣어주기도 했다.

물론 양이 너무 적어서 핫초코를 입술에 바르는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인간 자면 안 돼!’

‘일어나!’

다른 미니 사신들은 조그마한 손바닥으로 인간의 볼을 때찌때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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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 모두 나아주세요!>

<나아주세요!>

그래도 일어나지 않자, 푸른 사신들을 불러서 치유의 마법을 걸어보기도 했다.

뀨힝힝.

그리고 마시멜로를 잘라서 이불을 만들기도 했고, 하얀 아귀를 태워서 주변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간호해도 인간들은 깨어나지 않았다.

‘앙대….’

‘인간 어디 아파?’

미니 사신들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근처에 주저앉아서 잠이 든 인간을 올려다보았다.

‘엄마가 와야 해….’

‘엄마….’

그렇게 미니 사신들은 슬픈 얼굴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나는 뒤틀린 외신을 향해, 깊은 심해 속을 헤엄쳐 나아갔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기이한 압력이 온몸을 짓누르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불길하게 꿈틀거리는 외신의 눈동자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마치 등대처럼 나를 부르고 있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그 빛을 잠깐 바라보는 순간, 주변 환경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빛 한 점 없는 심해에서, 불길한 빛으로 빛나는 오래된 도시 한복판으로.

그것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도시였다.

당장이라도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올 것 같은 수중 도시의 모습은 기이하고도 음산했다.

도시는 한때 인간의 손길이 닿았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오직 어둠만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었다.

도시의 거리를 따라 늘어선 가스등에서는 불길한 기운을 풍기는 외신의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뚜방뚜방.

나는 늘어선 가스등을 따라 걸어 나갔다.

골목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외신의 뒤틀린 힘으로 형상을 얻어버린 어둠의 모습이었다.

그때, 갑자기 귓가에 속삭임이 들려왔다.

[우리는 이해할 수 있어.]

[우리는 같이 할 수 있어.]

[하나가 되자.]

그 목소리는 굉장히 기분 나쁘면서도 끔찍한 느낌이었다.

외신의 생각을 담아낸 염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인간에게든, 오브젝트에게든 광기의 씨앗이라고 할만한 것이었다.

그런 끔찍한 염파를 듣고 있으니, 시야가 두 개로 쪼개졌다.

한쪽은 여전히 깊고 어두운 바닷속을 보이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기괴한 수중 도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푸른 안개의 섬에서처럼.

[우리와 함께….]

[영원히….]

[하나로….]

나는 저번처럼 굳이 시야를 고르려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

그 순간, 해저 도시의 어둠 속에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

그 모습에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익숙한, 매일같이 봐왔던 얼굴.

“사신아. 우리는 분명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야.”

그 목소리는 분명 예린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예린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던 예린은 아니었다.

가짜인 것을 순식간에 간파할 수 있었지만, 가짜 예린이를 보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후후.’

분노? 두려움? 아니면 혐오감?

그 감정의 정체를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굉장히 강렬했다.

나는 그 기분을 담아서, 헤일로의 힘을 가짜 예린이에게 집중했다.

“사신아, 어째서?”

그러자 예린의 모습을 한 존재가 점점 허물어져 가며 중얼거렸다.

그 표정은 정말 예린이를 보는 것 같아서, 순간 내가 착각한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깊은 바다를 비추고 있는 다른 시야는 저 가짜 예린의 원래 모습이 보였다.

수십 개의 눈동자를 두족류의 촉수로 엮어, 예린이의 실루엣을 어설프게 만든 괴물.

가짜 예린이 수많은 별사탕으로 변해 흩어지는 것과 동시에, 헤일로의 힘이 심해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황금색 빛이 어둠을 가르며 퍼져나갔고, 빛에 닿은 모든 것이 간식이 되어버렸다.

나는 다시금 내 시야를 가득 메운 외신을 내려다보며, 헤일로의 힘을 쏟아부었다.

***

나와 외신의 전투는 도무지 끝나지 않았다.

내 황금색 헤일로는 세상을 뒤틀어서 모든 것을 별사탕으로 만들어버렸다.

심해의 외신은 ‘붉은 외신’처럼 지구상의 모든 것을 뒤틀고 있었다.

아무 데서나 촉수가 튀어나와 꿈틀거리고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 섞였다.

그렇게 계속 싸우다 보니, 한 가지 묘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비슷해.’

사실 전혀 달라 보이는 나와 외신이었지만, 본질적으로 따지면 비슷한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다.

세상의 규칙을 뒤틀고, 서로 물들이려고 하는 점이 비슷했다.

헤일로가 맥동하면 외신의 수많은 눈이 거대한 별사탕이 돼서 바다 위로 떠올랐다.

반대로 외신의 속삭임이 뇌리에 들려오면, 내 오른손에서 촉수가 잔뜩 돋아나기도 했다.

다른 점은 딱 하나.

외신은 하나가 되자며 수많은 촉수로 나를 안아주려고 달려들었고, 나는 그걸 피해서 도망 다닌다는 점이 달랐다.

‘….’

‘장작이 부족해.’

남은 장작량은 대략 절반 정도.

황금색 헤일로가 연비가 워낙 좋아서 아직 모자란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인 외신은 별로 힘을 소모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검은 거인을 부르기는 싫으니까, 나는 거의 쓰지 않는 두뇌를 열심히 굴렸다.

그러다 문득, 파괴 조건에 생각이 닿았다.

나는 그 즉시, ‘눈’으로 외신을 바라보았다.

<가장 커다란 눈동자에 뒤틀리고 동화된 신의 일부를 올려놓는다.>

그러자, 완전히 달라진 파괴 조건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보인다!’

아마 외신에게도 지금의 전투가 꽤 소모를 일으켰다는 뜻이겠지?

히히.

문제는 저 조건을 어떻게 채우느냐인데….

다행히도 가장 커다란 눈동자는 꽤 명확했다.

외신의 형상이 불분명하고 이리저리 뒤틀려도 눈동자만큼은 언제나 그대로였으니까.

게다가 가장 커다란 눈동자는 마치 내 장작처럼 심장부에서 막대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신의 일부?

사실 신이라고 불리는 오브젝트는 꽤 많았다.

저 외신들도 신이라고 불렸었고, 검은 거인도 그랬고, 아마 검은 거인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나도 그렇겠지.

‘….’

그러던 중, 손바닥에서 두족류의 촉수가 잔뜩 튀어나와 꿈틀거리는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설마? 뒤틀리고 동화된 신의 일부라는 게….’

나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외신을 향해 돌진했다.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

[하나가 되자.]

그렇게 외신 근처로 가자, 수많은 촉수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전후좌우 어디에서든.

공간이 뒤틀려서 사방이 촉수로 가득했다.

푹. 푹. 푹.

내 운동 능력으로는 모든 촉수를 피할 수는 없어서, 몇몇 촉수가 나를 꿰뚫기 시작했다.

‘윽.’

아마 저 촉수랑 접촉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해로운지, 관통될 때마다 내 장작이 뭉텅이로 날아갔다.

40%

30%

20%

장작이 속절없이 줄어들었다.

이런 회피 동작은 황금 사신이 진짜 기가 막히던데, 나중에 한 번 가르쳐달라고 해야 하는 걸까?

10%

5%

마지막 순간, 나는 외신의 가장 커다란 눈동자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시야를 가득 메운 촉수들.

그 절체절명의 순간.

‘이걸로 끝이야!’

나는 오른 손목을 싹둑 잘라서 눈동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우리… 우리는. 하나가.]

모든 촉수가 일제히 떨리기 시작했다.

촉수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촉수들이 서서히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황금 사신처럼 따뜻한 태양을 닮은 빛.

촉수의 끝부분부터 시작해 점점 안쪽으로, 어둠이 빛으로 변해갔다.

마치 별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촉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은 점점 더 밝아지더니, 마침내 형형색색의 별사탕으로 변해버렸다.

수천, 아니 수만 개의 별사탕이 천천히 수면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우주의 별들이 하늘 위로 떠오르는 듯한 장관이 펼쳐졌다.

이런 치열한 전투 끝에, 형형색색의 별사탕이 수면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조금 웃기기도 했다.

나는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가장 커다란 별사탕 위에 몸을 실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나는 그렇게 다른 수많은 별사탕과 함께 수면을 향해 떠올랐다.

수면에 도착하자, 하늘 위에는 형형색색의 달과 별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별사탕의 하늘에서 진짜 별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꽤 괜찮은 광경이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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