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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5

‘피곤하네….’

장작을 너무 써서 피곤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에서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 완전한 새벽은 아니었지만, 밤의 장막이 조금씩 걷히며 새벽과 밤 사이의 순간이 도래하고 있었다.

바다는 잔잔했다.

마치 심해에서 벌어진 외신과의 전투가 꿈이었던 것처럼, 평온하고 고요했다.

하지만 외신과의 전투의 증거들이 바다 위로 잔뜩 떠올라 있었다.

크고 작은 원형의 사탕들은 마치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처럼 바다를 뒤덮었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등 각양각색의 별사탕들이 은은한 빛을 반사하며 물결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히히.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이색적이라서 그런지, 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웃음이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은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빛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밤하늘을 수놓던 찬란한 별들은 이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 깜빡이고 있었다.

그들의 자리를 대신해 동쪽 하늘에는 희미한 푸른빛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지갯빛 거대 별사탕 위에 누워, 이 신비로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별사탕은 부드럽게 출렁이며 흔들의자처럼 나를 떠받치고 있었다.

바닷물 특유의 짭조름한 향기와 달콤한 사탕 향이 뒤섞여 코끝을 간질였다.

‘오늘은 꽤 힘들었지….’

나는 머리 위에 씌워져 있던 헤일로가 저절로 심장 어림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멍하니 생각했다.

그리고 파괴 조건을 채울 때 사용했던 오른 손목을 슬슬 재생하기 위해 들어 올렸다.

혹시라도 재생시키면 파괴 조건 성립이 무효화 될까, 싶어서 내버려 둔 손목이었다.

‘!’

하지만 그곳에는 잘린 손목 따위는 없었다.

어느새 재생되어 버린 손목과 그 손에 들린 생소한 형태의 헤일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

내가 가진 어떤 헤일로와도 일치하지 않는 황금색 헤일로.

내가 가진 황금색 헤일로는 심장 속에 숨어 있는 ‘죽음을 보는 헤일로’뿐이었지만, 이 헤일로는 그것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

갑자기 나타난 이유나 여러 가지가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장작 부족으로 온갖 것들이 귀찮은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뭐, 외신을 잡아서 생긴 헤일로겠지!’

나는 그렇게 간략하게 의문을 정리해 버린 뒤, 헤일로를 하늘에 던져두었다.

그러자 하늘을 수놓은 고리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황금색 고리가 하늘을 수놓았다.

이제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은 희미한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주황빛 너머로 거대한 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 태평양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오는 탐사선 같은 거겠지….

나는 탐사선의 높게 솟은 마스트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구경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핫초코 바다의 달콤한 향기가 공기를 가득 채우고 푹신한 마시멜로가 벌판을 이룬 미니 사신 정원.

과자들이 가득한 정원 한가운데서 미니 사신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시멜로 평원 너머로 펼쳐진 핫초코 바다 위에는 거대한 배 한 척이 고요히 떠 있었다.

그 맞은편, 끝없이 펼쳐진 마시멜로 평원에는 수많은 사람이 마치 영원한 잠에 빠진 듯 누워있었다.

미니 사신들은 우울한 표정으로 인간들 사이를 오갔다.

작은 손으로 인간들을 토닥이며 정성껏 간호하고 치료했지만, 인간들은 좀처럼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니 사신들의 얼굴에는 걱정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인간….’

‘빨리 일어나….’

마시멜로 벌판에 누워있는 인간들은 딱히 어딘가 아파 보이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잠든 것처럼 보였지만, 미니 사신들은 굉장히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미니 사신들은 이 현상이 ‘오브젝트’에 의한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인간의 손끝이 살짝 움직였다.

마치 봄이 되어 얼음 녹듯, 인간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앗! 인간이 깨어났어!’

‘인간!’

미니 사신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간들에게 달려갔다.

달려드는 미니 사신의 얼굴에는 정말 행복해 보이는 해맑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자신들의 애착 인간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제서야 눈을 뜬 인간들은 주변을 돌아보며, 굉장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여기, 설마 미니 사신 정원인가?”

“회색 사신이 우리를 대피시킨 것 같아.”

그렇게 사람들이 깨어나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가득한 순간.

갑자기 마시멜로 평원 근처에 정박해 있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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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이 푸른 안개에 뒤덮이고 직원들이 대피할 때 울렸어야 했지만, 오브젝트가 뭔가 수작을 부렸는지 이제서야 울리기 시작한 비상벨이었다.

경고용 사운드라서 그런지, 배를 넘어서 마시멜로 평원에 닿은 소리는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시끄러워….’

몇몇 소리에 민감한 미니 사신들은 조그마한 손으로 귀를 막았고,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도 표정을 조금 찡그렸다.

하지만 몇몇 인간들은 그 소리를 듣자 화들짝 놀라서 배로 달려갔다.

탐사선에서 연락을 담당하고 있거나, 책임지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정시 연락은 어떻게 되고 있지?”

“GPS 신호는 어때? 본부에서 우리 상황을 알고 있을까?”

“비상 사다리를 원격으로 내릴 수 있나?”

서둘러서 배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비상벨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그리고 책임자들의 명령으로 다른 인간들도 정신없이 분주해졌지만, 미니 사신들은 그저 히히 웃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드디어 인간들이 깨어났어!’

인간들이 바쁘거나 말거나, 미니 사신들의 작은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

마시멜로 평원 구석, ‘제임스 익스플로러’ 호의 승무원들이 도착한 곳과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또 다른 무리가 있었다.

이곳은 아직 미니 사신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태평양에서 옮겨진 인간들이 조용히 누워있는 곳이었다.

제임스 익스플로러호의 인간들이 깨어난 것처럼, 회색 사신에 의해 옮겨진 사람들도 서서히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다.

구름처럼 부드러운 마시멜로 위에 누워있던 그들의 눈꺼풀이 하나둘 떨리며 열렸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는 것처럼, 그들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음….”

그중에서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싸웠던 남자가 힘겹게 눈을 떴다.

남자가 눈을 뜨는 순간, 그의 여동생과 보라 사신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오빠!”

여동생이 울먹이며 외쳤다.

‘인간!’

보라 사신도 환하게 웃으며 남자의 뺨에 달라붙었다.

이 소란에 청도 끝없는 꿈속에서 깨어났다.

청은 무언가 끔찍한 악몽을 꾼 것 같았지만, 그 내용은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남은 것이라곤 흐릿한 시야 속에서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자신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던 모습뿐이었다.

청은 천천히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청의 시선이 감동적인 재회를 나누는 남매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제는 미니 사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주변에는 비슷한 광경들이 잔뜩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 사신이 다친 데는 없어?”

‘인간!’

미니 사신들과 그 애착 인간들이 서로를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청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

청은 살짝 한숨을 쉬며 시선을 내려, 자신의 미니 사신인 주황 왕관 사신을 내려다보았다.

주황 왕관 사신은 무슨 꿈을 꾸는지 입을 쩝쩝거리며, 꿀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 주황이가 나를 저렇게 반겨줬으면 좋겠네.’

청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불만을 담아 주황 왕관 사신의 볼을 콕콕 찔렀다.

하지만 주황 왕관 사신은 볼을 누가 자꾸 찌르자, 그것이 귀찮은지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청의 손가락을 깨물어버렸다.

‘앗!’

청은 별로 아프지는 않았지만, 서운함에 마음속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청의 표정이 살짝 우울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주황 왕관 사신이 눈을 비비며 천천히 일어났다.

아직 꿈결에 있는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주황 왕관 사신의 시선이 청과 마주쳤다.

‘인간?’

그러자 주황 왕관 사신은 깨물던 입을 놓더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토닥여 주었다.

청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다른 미니 사신보다는 무뚝뚝하지만 나름의 애정 표현이겠지?

청은 주황 왕관 사신을 들어 올려서 자신의 볼에 문질렀다.

주황 왕관 사신은 하지 말라는 것처럼 표정을 찡그리고 밀어냈지만, 청은 작게 웃으며 계속할 뿐이었다.

***

미니 사신 정원 깊숙한 곳, 불변구 금지 구역.

회색 사신이 수많은 인간을 집어넣어서 어수선해진 미니 사신 정원이었지만, 이곳만큼은 여전히 고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미니 사신의 접근을 막는 높은 울타리.

그 위에 고고히 떠 있는 커다란 구체들.

그래서 그런지 미니 사신들도 접근하지 않아서 언제나 조용한 곳이었다.

뚜방뚜방.

그때, 한 황금 사신이 적막이 가득한 울타리 근처를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울타리와 불변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황금 사신은 울타리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눈을 빛내며 히히 웃고 있었다.

그렇게 하늘 위의 불변구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걸어 다니는 황금 사신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금지 구역 너머에서 한 형체가 튀어나와 황금 사신을 향해 돌진한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황금 사신은 굉장히 놀라, 의지를 내뱉었다.

‘앙대!’

그렇게 황금 사신이 허우적거리는 순간, 습격자의 팔이 황금 사신을 감쌌다.

그것은 적대적인 행동이 아닌, 애정 어린 포옹처럼 보였다.

‘허그!’

‘으앙!’

황금 사신과 비슷한 크기에 인간과 비슷한 실루엣을 가진 낯선 오브젝트의 등장이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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