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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76

미니 사신 정원 깊숙한 곳, 불변구 출입 금지 구역 근처.

별로 특별한 것도 없고, 그저 금지 구역만이 존재하는 곳이라 미니 사신들이 접근하지 않는 그곳에서, 황금 사신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브젝트의 습격을 받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으앙!’

깜짝 놀란 황금 사신의 의지가 미니 사신 정원에 퍼져나갔다.

버둥버둥.

황금 사신은 마치 악어에게 물린 사슴처럼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미니 사신 중에서도 근력이 약한 편인 황금 사신의 힘으로는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상황!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황금 사신은 이 상황이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둥거림을 멈추고 상황을 차분히 살펴보니, 정체불명의 오브젝트에게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서로의 가슴이 맞닿은 곳에서 따뜻한 장작의 온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그 장작의 온기를 느끼는 순간, 황금 사신의 마음에 깨달음이 찾아왔다.

‘새로운 동생!’

황금 사신의 의지에는 새로운 동생에 대한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했다.

이제 미니 사신 정원은 정말 많은 동생으로 가득했지만, 황금 사신은 아직도 새로운 동생이 생길 때마다 정말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황금 사신은 동생에 대한 애정을 담아, 새로운 동생을 꼭 안아주었다.

‘허그!’

그러자 새로운 동생도 같은 마음으로 ‘허그!’라고 의지를 보내오며 마주 안았다.

‘….’

그렇게 ‘허그!’가 끝나자, 황금 사신과 새로운 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제서야 황금 사신은 새로운 동생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이 ‘새로운 동생’은 황금 사신보다 머리가 하나 정도가 더 컸다.

‘커다란 동생!’

황금 사신은 손을 머리 위로 뻗어, 새로운 동생과 키를 비교하며 히히 웃었다.

이 정도면 주황 사신급 키!

물론 주황 사신은 솜뭉치가 되어서 둥실둥실 떠다니니까, 그 크기를 실감하기는 어려웠다.

황금 사신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표정으로 웃더니 의지를 보내왔다.

‘가자!’

그리고 동생의 손을 꼭 잡고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뚜방뚜방.

이름하여 황금 사신 투어!

황금 사신은 미니 사신 정원을 같이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검은 사신! 착한 동생!’

‘붉은 사신! 착한 동생!’

‘노란 사신! 착한 동생!’

.

.

.

‘푸른 사신! 착한 동생!’

‘주황 사신! ……착한 동생!’

설명 내용이 모두 ‘착한 동생!’이라는 점이 문제긴 했지만, 황금 사신은 여러 미니 사신을 소개해 주었다.

새로운 동생은 미니 사신을 소개받을 때마다, ‘허그!’를 외치며 꼭 껴안아 주었다.

달려들자마자 도망가 버린 푸른 사신과 하늘을 날아다니던 주황 사신을 제외하면, 다들 히히 웃으며 마주 안아주었다.

황금 사신은 미니 사신 정원에 다양한 간식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하얀 아귀! 가끔 사악한 간식!’

‘설탕 플라밍고! 사악했던 간식!’

새로운 동생이 미니 사신 정원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

송파구 외곽, 제임스 타워의 불빛이 늦은 밤하늘을 밝혔다.

고층 건물 상층부에 위치한 상황실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임스는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을 응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현재 정신 오염이 의심되는 지역 인근, 대피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부하 직원의 보고에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 그건 다행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묻어났지만, 곧이어 깊은 주름이 이마에 새겨졌다.

태평양에서 시작된 정신 오염은 이미 미국 서부 해안을 덮치고 있었고, 시시각각 그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더욱이 몇 시간 후면 일본 해안에도 상륙할 터였다.

“이제는 일본인가. 골치 아프군.”

제임스는 중얼거렸다.

미국에서는 오브젝트 협회에 대한 영향력 덕분에 대피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일본은 다른 문제였다.

그저 권고 수준의 대응이 한계였으니까.

일본 오브젝트 협회가 제임스 연구소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갑자기 상황실에 ‘어?’하는 놀란 목소리가 울렸다.

“태평양을 가리고 있던 정신 오염과 현실 왜곡이 모두 사라진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제임스는 즉시 정신 오염 수치를 직접 확인하더니, 화면을 띄우라고 명령했다.

모니터에 나타난 광경은 그야말로 기이했다.

푸른 바다 위로 거대한 별사탕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하고 반짝이는 별사탕들이 수면으로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이게 대체 무슨…?”

죽음의 땅을 예상했던 직원들은 눈앞의 너무 동화적인 광경에 말을 잃었다.

삐. 삐. 삐.

그 순간, 상황실에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위급 시에 울려 퍼지는 비상벨처럼 달리 요란하진 않지만, 명확히 들리도록 설계된 중요 알림음이었다.

“실종된 ‘제임스 익스플로러’ 호의 식별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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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위치가 특정되지 않습니다.”

직원의 보고에 제임스는 재빨리 수치를 분석했다.

제임스는 신호 오류의 원인을 순식간에 밝혀내고, 소리쳤다.

“탐사선 위치는 세희 연구소 미니 사신 정원이다. 빨리 가서 상황 파악해!”

제임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상황실을 울렸다.

그때, 중앙 모니터에는 느긋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별사탕 위에 편안하게 누워서, 부드러운 아침 햇살을 받는 회색 사신의 모습이 보였다.

상황실의 황금 사신들은 모니터를 보며, 흥분한 듯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엄마다!’

황금 사신들은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지, 정말 즐거운 표정이었다.

***

귓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리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의식이 돌아오자,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피곤해서 깜빡 졸았나 보네.….’

잠에서 깨어나자 보이는 것은 어젯밤에도 보았던 별사탕이 떠오른 바다였다.

평범하게 물결치는 파도 위로 무수히 많은 별사탕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이거 바닷물에는 안 녹는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여전히 단단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별사탕을 통통 두들겼다.

잠들기 전만 해도 동쪽 하늘을 푸르게 만들던 태양은 이미 충분히 고개를 들어, 내 몸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었다.

저 멀리서 마스트만 보이던 탐사선은 별사탕 근처에 멈춰선 채,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별사탕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다시 한번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위이잉.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탐사선에서 보낸 듯한 여러 대의 조사 드론들이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벌 떼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별사탕 바다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들의 렌즈에 담기는 영상을 상상해 보니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이 별사탕의 바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려나?’

히히.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드론들의 끊임없는 윙윙거림에 나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마치 모기처럼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드론들을 보며, 나는 순간 이동 능력을 발동했다.

‘….’

그렇게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미니 사신 정원에 도착해 있었다.

새하얗고 말랑한 마시멜로 평원.

공기 중에 가득한 달콤한 향기.

평소처럼 조용한 미니 사신 정원에 도착하자,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뚜방뚜방.

적당히 누워서 쉴만한 장소를 찾으려고 걷다 보니, 미니 사신들이 잔뜩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놀이공원처럼 긴 줄이 뻗어 나와 있었다.

‘엄마다!’

‘엄마!’

긴 줄을 서고 있는 미니 사신들이 폴짝폴짝 뛰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

뭔가 새로운 놀이라도 생긴 건가?

특히 줄을 서 있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황금 사신인 걸 보면 그럴 확률이 높아 보였다.

미니 사신 중에서 제일 활력이 넘치고, 노는 데 앞장서니까 말이다.

하지만 미니 사신들의 행렬을 따라서 올라가서 발견한 것은 조금 색다른 장면이었다.

뭔가 새로운 녀석이 황금 사신을 하나하나 안아주고 있었다.

‘허그!’

‘허그!’

새로운 미니 사신이 ‘허그!’ 하면 황금 사신도 따라서 ‘허그!’ 라고 외치며 달려들었다.

장작이 있는 걸 보면 미니 사신이 맞긴 한데, 신기하게 생긴 미니 사신이네….

외신을 잡고 나서 생긴 녀석으로 보였다.

이번에 얻은 건, 미니 사신 + 헤일로인 건가?

미니 사신과 헤일로 조합이라고 하니, 헤일로와 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 느낌으로는 왠지 외신이랑 ‘달’이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프리 허그’ 놀이를 하고 있는 허그 사신을 집어서 내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다른 미니 사신보다 커다란 키와 푸른 빛을 띠는 색.

그리고 다른 미니 사신과 다르게, 눈알이 달린 듯한 무늬가 그려진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손바닥 위의 허그 사신은 나를 보고 웃으며 양손을 쭉 뻗고 의지를 뿜어냈다.

‘허그!’

몸 크기가 차이가 크게 나서 손아귀로 꼭 잡아주자, 허그 사신은 웃으며 내 손을 꽉 껴안아 주었다.

크기에 비해서 힘이 강한 건지, 꼭 안아주는 느낌이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따뜻하고 말랑.

이래서 황금 사신들이 ‘허그!’를 좋아하는 건가?

‘흠.’

주황 사신 같은 부분만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

늦은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비스듬히 세희 연구소 부소장실의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다.

서아의 책상 위에 놓인 한 장의 전단지가 그 빛을 받아 은은히 빛났다.

<회색 사신 테마파크 D-1!>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책상 한편에서 손바닥만 한 황금 사신이 전단지를 내려다보며 히히 웃었다.

그 옆에서 새싹 사신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키득거리고 있었다.

미니 사신들의 작은 몸짓에서 내일에 대한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때, 퇴근 준비를 마친 서아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자, 이제 돌아가자.”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황금 사신과 새싹 사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서아에게로 달려들었다.

서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미니 사신들의 돌진을 능숙하게 품으로 받아주었다.

달칵.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부소장실은 고요 속에 잠겼다.

이제 텅 빈 부소장실에는 책상 위의 전단지만이 외롭게 남아있었다.

석양의 붉은 빛이 점점 더 깊게 전단지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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