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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0

Chapter: 390

   당신이 안배해둔 걸 찾았으니까 보상을 준다는 거야?

   

   예전에 게임할 때 생각나네. 이런 게 은근히 많아서 하나하나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한숨을 더 잔 덕분인지 어느 정도 기운을 되찾은 나는 몸을 일으키고는 푸른 창에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기적이 담겼던 목걸이에 기능이 부여됩니다!]

   

   기적이 담겼던 목걸이라면 지금 내가 목에 차고 있는 거 말하는 거 맞지?

   

   사자의 목소리가 전해지던 기적의 광경을 떠올린 나는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마음을 진정시킨 후 목걸이를 감정했다.

   

   [기적의 흔적이 남은 목걸이]

   [기적을 펼쳤던 흔적이 남은 목걸이. 지금은 힘을 잃었지만 여전히 그 안에는 기적의 잔향이 남아있다.]

   [효과 : 파티의 정원이 하나 늘어납니다.]

   

   …어라? 지금 내 눈이 뭐가 잘못된 건가?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질 않아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거려나?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고서 다시금 눈을 뜬 나는 여전히 남아있는 메시지를 보고는 기겁을 하며 펄쩍 일어나려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병약 영애로 사는 건 참 힘드네. 살짝 감정적으로 행동했다고 즉시 현기증이 찾아올 줄이야.

   

   <…루시. 일어나자마자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못 본 척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기엔 네가 저지른 게 너무 화려하지 않으냐? 저길 봐라. 리나님까지 잠에서 깨어 널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잖으냐.>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억지로 고갤 든 나는 얼빠여우의 기분 나쁜 웃음을 보고 다시 침대보에 머리를 처박았다.

   

   방금 전 그 웃음을 머리속에서 지우자. 계속 생각해봐야 소름이 끼칠 뿐이야.

   

   대신 다른 생각. 그래. 보상에 대한 생각을 하자.

   

   파티의 정원이 하나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분명 던전에 관한 걸 거야.

   

   본래 네 사람밖에 들어가지 못했던 장소에 한 사람이 더 추가된다는 이야기일 거라고.

   

   와. 미친. 내가 여태까지 받은 보상 중에서 말도 안 된다 생각한 게 한 둘은 아니지만 이건 진짜 역대급이네.

   

   메스가키 스킬 이상의 개사기 기능이잖아.

   

   던전에 한 사람을 더 데려갈 수 있게 된다니!

   

   이런 보상이 게임 속에 존재했다면 온갖 스피드런 기록들이 새로 세워졌을 걸!?

   

   지금 당장 떠오르는 조합만 해도 몇 개나 되고 연구를 거듭하다 보면 온갖 말도 안 되는 조합이 생겨날 거야!

   

   아악! 진짜! 이런 기능을 게임일 때 추가를 해줬어야지! 왜 이제 와서 해주는 거야!

   

   지금 내 평판으로 어떻게 여러 조합을 만들어 내냐고!

   

   이 기능만 DLC로 추가해줬어도 훨씬 더 재밌게 게임을 파고 들 수 있었을 텐데!

   

   발을 휘적대면서 투덜대던 나였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지금도 이걸 이용할 방법은 차고 넘치니까.

   

   당장 레벨링 노가다를 하러 갈 때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게 분명하잖아.

   

   지금까지와는 달리 어느 던전을 들어가더라도 내 친구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게 됐어! 다른 거 신경 쓸 필요 없이 한 번에 노가다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페이비가 주신 교회의 성지에 머무르고 있어서 당장 함께할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뭐 어때. 어차피 아카데미 2학년이 시작되면 차고 넘치는 게 던전을 공략할 시간인 걸. 페이비는 그 때 가서 천천히 굴려주면 되겠지.

   

   히죽 웃으며 푸른 창을 내린 나는 다음 메시지가 남아있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기적을 따라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신성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신성에 대한 이해가 대폭 상승합니다!]

   

   대폭이라는 걸 보면 분명 뭔가 커다란 변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지금 내 상태로는 이걸 체감해 볼 수가 없네.

   

   얼마 전에 신성을 탈진할 때까지 써버리는 바람에 병약영애가 되어버린 나니까. 신성을 모두 보충해서 탈진을 해제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못…

   

   음? 이상하네? 왜 벌써 신성이 이렇게나 많이 회복되어 있는 거야? 예전에 병약 영애로 지내던 시절이랑 비교해 보면 이상할 정도인데?

   

   아무리 그 때에 비해 내가 많이 성장했다지만 하루 만에 이 정도나 회복한 게 말이나 되나?

   

   ‘할아버지. 지금 제 신성 확인 좀 해주실래요?’

   <네 신성 말이냐? 그게 회복되려면 한참… 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할아버지의 반응이 이런 걸 보면 단순히 내가 착각한 건 아닌 모양이네. 이것도 신성이 성장하면서 생겨난 변화인 걸까?

   

   어느 정도 회복된 신성을 움직여보던 나는 이전에 비해 그 움직임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다는 걸 체감했다.

   

   예전에도 내 의지에 따라 잘 움직이긴 했는데 그 땐 좀 투박한 구석이 많았거든?

   

   그치만 지금은 아냐. 지금 내가 지닌 신성은 나의 바람에 따라 물 흐르듯이 움직이고 있어.

   

   신성의 숙련도 상승이 이렇게나 체감이 될 정도라면 신성의 이해가 상승했다는 건 또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려나.

   

   두근대는 마음으로 두근대는 마음으로 검증의 방법을 찾았다. 신성의 이해라는 건 할아버지가 목걸이 속 기적을 이해했던 거랑 비슷한 종류겠지?

   

   그러면 신성 마법하고 관련된 걸 머릿속에 떠올려보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거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어려운 건 아르마디의 자비다.

   

   허접 주신이 내게 내어 준 보상이라서 잘 써먹고 있긴 하지만 난 아직 이게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여러 신성 마법을 배우며 이 쪽에 능숙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다를까? 신성의 이해가 대폭 늘어난 지금이라면.

   

   “…와아.”

   

   아르마디의 자비에 담긴 기적을 마주한 순간 눈이 크게 뜨였다.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내가 지닌 부족함이 너무도 많으니까.

   

   다만 한 가지. 아르마디가 내리는 기적이 너무도 아름답다는 것만큼은 내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짧은 감상을 끝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나는 본능이 이끄는 바에 따라 신성을 움직였다.

   

   그러자 손 끝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던 내 몸에 생기가 돌아왔다. 방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던 탈진을 상태이상으로 규정하고 그를 해제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어. 음? 루시야. 방금 뭘 한 건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탈진을 해제했어요.’

   <그게 뭔. 아니. 아니지. 방금 전 네가 했던 것을 설명해 보거라.>

   ‘할아버지. 할아버지.’

   <뭐냐.>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인가요?’

   <크. 크흠.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이상하다? 할아버지께서 제게 부탁할 때는 공손해야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젠장. 알겠다! 제대로 부탁하면 되잖으냐! 루시. 부디 나에게 네 지식을 베풀어 다오!>

   ‘그럼요. 할아버지한테는 얼마든 해드릴 수 있죠.’

   

   키득키득 웃으며 할아버지에게 설명을 이어나가던 나는 한 가지 재미난 생각을 떠올렸다.

   

   한층 더 성장한 지금의 나라면.

   

   베네딕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지 않을까?

   

   *

   

   루시 어머니의 기일이 지나가고 다음 날.

   

   알른 저택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저택에 있는 모두가 베네딕에게 업혀서 돌아온 루시의 모습을 마주한 것이다.

   

   항시 건방지게 굴고 강한 체만 해왔던 아이가 슬픔에 눈물을 흘리다 혼절한 모습은 루시에게 악감정을 지니던 사람조차도 불쌍하단 생각을 할 정도로 처량했으니.

   

   평소 루시를 좋게 생각하던 이들의 마음이 어떨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으리라.

   

   “…차라리 죽어라 구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기사단장인 포셀이 아가씨의 슬픔을 소란으로 방해할 수 없다며 훈련중지를 선언한 탓에 쉬게 된 아서는 과자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접시에 내려 놓고 말았다.

   

   슬픔 속에서 무너져 내렸던 루시의 모습이 자꾸만 머리를 스쳐 식욕이 나질 않는 것이다.

   

   “그러게요. 저도 영애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으면 가슴이 막막해져서. 차라리 아무런 생각을 할 틈이 없는 게 낫다 싶을 지경이에요.”

   

   그건 조이도 마찬가지였다.

   

   베네딕의 품에 안겨 쓰러진 채로도 훌쩍이던 루시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에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을 만큼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으니.

   

   지금 조이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루시를 향한 걱정 뿐이었다.

   

   “…루시. 괜찮을까?”

   

   항시 무덤덤하던 프레이도 이번만큼은 평온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 소중할 사람이 무너져내린 모습은 프레이에게 울적함이라는 감정을 선사했으니까.

   

   프레이는 어제 루시를 마주한 순간부터 의욕을 잃고 그 어떤 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교적 루시와의 인연이 적은 자칼은 다른 셋에 비해 무던했지만 그게 마음이 복잡하지 않단 의미는 아니었다.

   

   그는 다른 세 사람의 우울을 어느 정도 이해했고 그렇기에 무슨 말을 하는 대신 입을 다문 채 저들이 우울을 떨치길 기다렸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저 멀리 계단에서 콩콩하는 소리가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벌컥 문이 열렸다.

   

   “허접허접들끼리 모여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자기들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에 대한 토론이라도 하고 있었어?”

   

   어머니를 여읜 슬픔에 오열하던 여자아이. 정신을 잃은 채로도 훌쩍임을 멈추지 않던 불쌍한 아이. 마음의 깊은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체를 해 보이는 강한 아이.

   

   루시 알른은 응접실의 무거운 분위기를 보고 여느 때처럼 키득대며 건방진 말을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평소와 달랐다.

   

   여느 때라면 한 마디를 돌려주었을 아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고.

   

   조이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 감정이 치솟은 듯 다급히 고개를 틀어버렸으며.

   

   프레이의 경우에는 조심스레 루시의 곁에 다가가서는 루시의 자그마한 두 손을 꾹 붙잡았다.

   

   “…뭐야? 너네 왜 이래? 나 하루 없었다고 그렇게 아쉬웠어? 분리불안에 걸린 허접들인 거구나? 푸하핳. 완~전 한심하네.”

   

   루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갤 갸웃거리다가 평소 같은 웃음을 지었지만 여전히 응접실의 분위기는 풀리지 않았다.

   

   “루시 알른. 굳이 강한 체 하지 않아도.”

   “왕자님! 이럴 때 좀 눈치를 사용해 주세요! 왜 공감하질 않는 건가요!”

   “아니. 나는.”

   “왕자님은 입 다물고 있는 게 맞아.”

   “아니.”

   “3왕자님. 이번엔 왕자님께서 잘못하신 게 맞습니다.”

   “…그래. 미안하다. 닥치고 있으마.”

   

   쭈그러든 아서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눈치 챈 듯 루시가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렇구나. 너네들 날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아니. 저. 알른 영애. 그런 게 아니라.”

   “그것과는 다르다. 루시 알른. 이건. 그러니까.”

   “…음. 그게. 그게에.”

   “됐어. 나 화 안 났어. 너희 같은 허접 쓰레기들이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잖아? 이해해. 그럴 수 있지.”

   

   한 마디를 더할 때마다 살벌해지는 루시의 목소리에 아서, 조이, 프레이 이 세 사람이 쩔쩔매는 동안 자칼은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따라 와. 멍청한 금붕어들. 정말 동정해야 하는 게 누구인지 뇌에 직접 새겨줄게.”

   

   자칼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그들은 루시가 오기 전에 이야길 나눴던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센 훈련을 반복하게 되었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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