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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7

샌프란시스코의 이른 아침, 도시가 막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기자는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옷은 여전히 쓰레기 매립지의 흔적으로 얼룩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핏물로 엉망진창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기자는 중얼거렸다.

이마의 상처, 옷에 묻은 핏자국.

갑작스럽게 매립지에서 깨어난 상황.

그리고 시계에 표시된 날짜와 기억과의 괴리.

무려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며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떠오르는 것은 깨어나기 직전에 봤었던, 정체불명의 꿈뿐.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기자는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출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으, 핸드폰도 없이 어떻게 출근하지?”

기자는 하는 수 없이 집을 나섰다.

평소와 다름없는 샌프란시스코의 아침 풍경이 기자를 반겼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무언가 새롭게 느껴졌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저 멀리 무너진 건물들, 일상적인 풍경.

하지만 어둠 속을 선명하게 꿰뚫어 보던 것처럼, 모든 것이 생생했다.

익숙한 걸음걸이로 샌프란시스코 오브젝트 건물에 도착했지만, 기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일주일이나 자리를 비운 일에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마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편집장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겠지.

하지만 기자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꼴이 말이 아니야. 어제 취재하러 간다는 일은 역시 잘 안됐나 보군. 보고서는 생략해도 괜찮아.”

오히려 편집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걸며 지나갈 뿐이었다.

‘….’

기자는 어지러운 것처럼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동료들의 의아한 시선이 따라다녔지만, 기자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무단결근 등의 일은 없었던 것 같네….’

‘그럼 도대체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리고 왜 매립지에 묻혀있었던 걸까?’

그때,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다시 한번 검은 물결이 일렁였다.

기자는 그것을 느끼지 못한 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쓰고 있었다.

***

세희 연구소 깊숙한 곳에 위치한 격리실.

나는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을 이불 삼아 누운 상태였다.

언제나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이었지만, 나는 TV도 켜지 않은 채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었다.

그 이유는 얼마 전 황금 사신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별사탕을 만드는 장난이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사탕의 지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성공이 코앞인 순간.

황금 사신들이 닿지 않는 별사탕을 향해 손을 허우적거리며 사라지는 별사탕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 장난이 실패해 버렸다.

갑자기 나타난 푸른 아이돌 사신이 별사탕에 걸린 언령을 풀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때 내 뇌리에 속삭임이 들려왔다.

사탕을 얻은 황금 사신들과 푸른 아이돌 사신을 모두 댖지로 만들어 버리라는 속삭임이었다.

그건 주황 사신의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내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장난에서 패배했으니, 나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별사탕을 맛있게 먹는 황금 사신들을 뒤로한 채, 격리실로 걸음을 옮긴 것이다.

‘편안하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온몸을 가려버린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머리카락 위로 수많은 미니 사신의 머리통이 튀어나와 있었다.

머리가 잔뜩 돋아난 그 모습은 미니 사신 전용 둥지로 보일 정도였다.

내 머리카락 위에 자리 잡은 미니 사신들은 전부 주황 사신 스타일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랑 똑같아!’

‘히히.’

머리카락을 바꿀 수 있는 황금 사신과 검은 사신 말고도 많은 미니 사신이 복슬복슬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노란 사신이 빠르게 배포한 가발 덕분이었다.

만약 노란 사신이 없었다면, 나보고 머리모양을 바꿔 달라고 했겠지….

엄청 귀찮았을 텐데, 다행이었다.

‘복슬복슬!’

미니 사신들은 서로서로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을 문대거나, 서로의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즐거워했다.

나는 내 몸 위에서 노는 미니 사신들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귀찮아져서 모두 털어내 버렸다.

‘앙대!’

바닥으로 대굴대굴 굴러떨어지는 미니 사신들을 뒤로하고, 나는 격리실 구석에 놓인 푸딩 공장 가까이 다가갔다.

뚜방뚜방.

푸딩 공장 주변에는 예린이를 포함해서 몇 명의 세희 연구소 직원들이 모여있는 상태였다.

사진을 찍고, 감탄사를 내고 등등.

처음에는 그냥 ‘푸딩 공장 사진 올리기가 유행인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너무 오랫동안 모여있어서 살짝 궁금해졌다.

푸딩 공장을 내려다보니, 거기에는 10배속으로 움직이는 토끼 귀가 돋아난 황금 사신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것은 딱 하나, 복슬복슬하게 변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복슬복슬한 머리카락과 토끼 귀가 만들어 내는 귀여움의 시너지가 엄청났다.

연구소 직원들은 토끼 귀 복슬복슬 사신의 사진을 찍기 바빴고, 푸딩 공장에서 일할 수 없는 다른 미니 사신들은 황금 사신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린이도 직원들 사이에 섞여서 황금 사신의 사진을 마구마구 찍고 있었다.

흠….

흐음….

황금 사신들은 연구소 직원들의 관심과 감정이 기분 좋은지, 굉장히 행복한 표정으로 작업하고 있었다.

어찌나 즐겁게 일하는지, 황금 사신들은 소리를 못 내는데도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던 중, 시간이 다 되었는지 토끼 귀가 달린 황금 사신 하나가 공장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나를 발견한 녀석은 해맑게 웃으며 나를 향해 통통 튀어왔다.

‘엄마, 엄마!’

‘엄마랑 똑같아!’

그러고는 토끼 귀를 쫑긋거리며 나를 향해 행복한 의지를 뿜어내었다.

나는 행복한 황금 사신을 보고 괜히 심통이 나서, ‘푸딩 토끼 귀 댖지 황금 사신’으로 만들어버렸다.

‘앙대!’

히히.

***

기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컴퓨터 화면을 응시했다.

지난 일주일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자는 자신의 컴퓨터 파일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SDVIMVFoanVzY1YwSVhjamMzUkt1U3pnY1pRaU5OZVlrWGsxQUxDREd6eTdQdWpFdEpvSGtodVFpVHVwb25oZQ

컴퓨터 안에는 기억에도 없는 알렉산더 그룹 관련 자료들이 가득했다.

“이게 다 뭐지….”

기자는 중얼거리면서 파일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열어보기 시작했다.

재무 기록, 직원 목록,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루머들.

명확히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지만, 음모론을 꾸미기에는 충분한 정보들이었다.

가장 눈이 가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만난 내부 고발자였다.

인터뷰에 성공한 유일한 사람.

마지막 고발자는 매립지에서 깨어난 상황이랑 가장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내부 고발자에 대해 제대로 남아있는 정보가 없었다.

‘내 기억 상실과 내부 고발자가 뭔가 연관이 있는 걸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기자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서 매립지에서 꾼 꿈의 기억과 컴퓨터 속 자료들이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일주일간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사무실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이런 시간이네….”

기자는 가방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순간,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기자를 덮쳤다.

주변의 동료들이 갑자기 수상해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자기 심장 소리가 마치 큰 북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동료들의 숨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심지어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차량 소음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동료들은 자신을 볼 때 긴장하고 있었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졌고, 미세하게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

‘뭔가 이상해. 다들 뭔가를 숨기고 있어.’

매립지에서 깨어난 이후 감각은 믿기 힘들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센티널과 같은 ‘초인’의 능력과 비슷해 보였다.

기자는 그런 감각을 애써 억누르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도대체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알렉산더 그룹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동료들은… 내 착각일까?’

기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끌어안은 채, 늦은 저녁 시간의 어둑어둑한 거리를 걸었다.

***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거리는 이미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간간이 놓인 가로등만이 외롭게 빛을 발하고 있었고, 오브젝트 사태로 무너진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감각이 예민해져서 그런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의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때였다.

갑자기 익숙하면서도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분명 일반적인 신발 소리가 아니었다.

‘이건 군화… 군화 소리야.’

기자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내가 어떻게 군화 소리를 알고 있지?’

의문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갑작스러운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퉁.’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가슴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채 흐릿한 시야로 주변을 살폈다.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야간 투시경을 쓴 중무장한 군인들이었다.

그들의 총구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째서….

그리고 천천히 시야가 어둠 속으로 잠겨가는 순간.

팅.

조그마한 쇳덩어리가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그와 동시에 기자의 시선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기자가 일어선 것 그 이상으로.

군인들을 모두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게.

그리고 그 높아진 시야는 변해버린 기자의 손아귀를 비춰주었다.

길쭉하고 검게 물든,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손아귀.

기자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꿈속에서 보았던 검은 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기자는 믿기 힘든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군인들의 장비를 뚫고 들어갔고, 강철 같은 이빨이 군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기자는 자신이 군인들을 모두 갈아버리는 것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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