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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97

Chapter: 397

   “죄송합니다. 제 말솜씨가 모자라 교단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해버렸습니다.”

   

   응접실로 돌아온 변태 사도는 항시 여유롭고 능글맞던 그답지 않게 잔뜩 굳어 있었다.

   

   변태사도 본인도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지 못한 것처럼.

   

   이 상황이 당혹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친 듯이 나한테 달려들던 변태 새끼들이 이젠 내 말을 신용할 수 없다 그랬단 말야!?

   

   진심으로?!

   

   공과 사의 구별을 이렇게 잘하면 거리에서도 좀 제정신을 붙잡고 있지 그랬냐!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게 된 나를 대신하듯 알새틴이 조심스레 물음을 던졌다.

   

   “프레테님. 정말 신용의 문제였습니까? 제가 드렸던 자료를 보면 상황이 의심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알새틴이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낸 자료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누가 보더라도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한낱 귀족 가문의 꼬맹이의 불과한 내 말이 믿음직스럽지 못할 순 있어도 알새틴이 내어 준 자료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지 않나?

   

   알새틴의 물음에 어색한 웃음을 지은 변태사도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탄하듯 목소리를 냈다.

   

   “제 입으로 말하기 껄끄러운 일입니다만. 그. 예술 교단의 사람들은 악신과 관계된 일에 있어 무척이나 비이성적이거든요.”

   “…아. 이해했습니다. 그런 문제입니까.”

   

   얘네 왜 지들끼리만 알아듣는 이야길 하는 거냐. 그것이 마음에 안 들어 한 쪽 눈썹을 내렸더니 내 짜증을 눈치 챈 변태사도가 조심스레 설명을 덧붙였다.

   

   “영애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 예술 교단이 이렇게 커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라 취급받았죠.”

   

   변태사도가 이야기하는 예술 교단은 내가 알던 게임 속 예술 교단과 비슷했다.

   

   그리 크지 않은 세를 지닌 곳.

   

   이벤트 몇 개가 존재하긴 하지만 굳이 들릴 이유가 없는 장소.

   

   나중에 가면 까마귀 여신이 짜증나서라도 잘 찾지 않게 되는 구역.

   

   그것이 내가 알던 게임 속의 예술교단이었다.

   

   허나 지금의 예술교단은 달랐다.

   

   현재의 교단은 주신 교회를 상대로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랬던 저희들이 이렇게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현 교주나 사제를 비롯한 이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갈 곳을 잃은 자들의 보금자리가 된 덕분입니다.”

   

   변태 사도는 여신의 선택을 받은 이후로 쉴 새 없이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많은 사람들은 이 방랑을 변태사도가 지닌 기질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의 방랑에는 대부분 여신의 인도가 따랐던 것이다.

   

   변태사도는 여신이 이끄는 바에 따라 악신의 추종자들이 패악질을 부리는 장소를 수도 없이 습격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구해냈다.

   

   “지옥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대부분 갈 곳을 잃어버렸으며 삶의 이유조차 잊어버린 사람들입니다. 전 그런 이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변태사도는 악신의 추종자들에게서 살아남은 이들을 교단으로 데려왔다.

   

   그들에게 자신의 예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삶의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그들의 품에 희망을 안겨줬다.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니 예술 교단은 자연스레 세를 늘리게 되었고 어느 샌가 대륙의 여러 교회 중에서도 상당한 힘을 지닌 장소가 되어버렸다.

   

   “지금 교단에서 지위를 지닌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의 생존자들입니다. 그러니 악신과 관계된 일에 있어서 사나울 수밖에 없지요.”

   

   변태사도는 그들 또한 머리로는 이상함을 눈치 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일 거라 이야기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당장 일이 안 풀렸을 뿐입니다. 계속 설득하면 언젠가 이야기를 들어줄 겁니다. 이래뵈도 전 예술 교단의 사도니까요.”

   

   평소 미친놈 마냥 나한테 매달리는 모습만을 보다 이렇게 진중한 모습을 보니 이 녀석이 왜 사도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니 어쩌니하는 것 이전에 변태사도 또한 분명한 선인이었던 것이다.

   

   평상시에도 이런 모습만 보여줬더라면 지금처럼 질색을 하진 않을 텐데.

   

   피식 웃음을 흘린 나는 어떻게든 잘 해결해 보겠노라 말하는 변태 사도에게 답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변태사도. 예술 교단의 징그러운 변태 새끼들은 어디에 모여 있어?”

   “굳이 직접 가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야. 변태. 왜 대답을 안 하고 딴소리를 해? 나한테 밟히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야? 그런 거라면 차라리 땅에 머리 처박고 제발 밟아달라고 빌지?

   

   너~무 추하디추해서 불쌍할 정도가 되면 꾹꾹 짓눌러 줄지도 모르잖아?”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던 변태사도는 이내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면 아직 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겁니다. 모두가 제 이야기에 반대한 건 아니거든요.”

   “그래? 잘 됐네. 역겨운 새끼들 때문에 시간낭비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발을 움직이는 데에 망설임은 없었다. 원래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이 곳에 온 거니까.

   

   그 변태들 사이로 다시 걸어가야 한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뭐. 정 안 되면 누구 하나 머리 깨부숴버리자.

   

   죽지만 않으면 회복시킬 수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알른 영애.”

   

   다소 충동적인 계획을 세우며 방을 나서기 직전 변태 사도가 날 붙잡았다.

   

   “저. 머리를 박고 빌면 정말 밟아 주십니까?”

   

   …다른 사람 뚝배기를 깨버리기 전에 이 녀석부터 처리하고 갈까.

   

   *

   

   “증명도 되지 않은 여자아이 한 명의 말 때문에 악신의 추종자들을 물리칠 기회를 포기하잔 말입니까!?”

   

   현 예술 교단의 주교 중 한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자 회의장의 웅성임이 커졌다. 방금 전 교단의 사도가 전하고 간 이야기의 여파가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악신의 추종자를 물리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불필요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겁니다. 만약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물러서는 것이 옳습니다.”

   “헛소리! 그 곳에서 고통 받고 있을지 모르는 자들은 어찌하겠단 소리인가!”

   “사도께서 괜히 물러서는 게 낫다 말씀하셨겠습니까. 일단 좀 더 확인을 해보고…”

   

   회의장에 머무는 이들은 한치의 물러섬 없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 쪽은 지금도 과거의 우리처럼 고통 받고 있을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다소의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소리쳤고.

   

   다른 한 쪽은 준비되지 않은 일로 인해 무고한 희생자가 생긴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드높였다.

   

   서로가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기에 타협의 여지가 사라져버린 의논은 어느새 서로 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기미를 보였다.

   

   “다들 좀 진정하세요.”

   

   그 사이에서 다툼을 막던 예술 교단의 교주는 부디 사도께서 빨리 돌아오길 바랐다.

   

   지금이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이들이라 한들 사도의 앞에서는 최소한 예의를 지키는 시늉 정도는 하니까.

   

   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손님을 데리고 왔습니다만 함께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요! 빨리 들어오십시오!”

   

   교주는 손님을 데려왔단 말에 고갤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그를 안으로 들였다.

   

   부디 그가 이 과열된 상황을 진정시켜주길 바라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린 순간 예술 교단의 교주는 입구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여자아이를 보고서 잠깐 할 말을 잃었다.

   

   …오늘 거리에서 일어난 소란에 대해보고 들었을 때는 뭔가에 홀린 것일까 생각했었습니다만 저 분을 보니 약간이나마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군요.

   

   살아 움직이는 예술품이 눈앞에 있는데 저희 교단원들이 어찌 이성을 유지하겠습니까.

   

   혼이 나면서도 동상을 설립해도 되느냐, 인형을 만들어도 괜찮으냐, 그림을 그려도 되겠느냐 이야기를 늘어놓던 교단원들을 떠올린 교주는 루시 알른이 허락을 한다면 그를 지원해주기로 결정했다.

   

   회의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루시의 모습을 보고서 굳어버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까지 루시를 꼬맹이 취급하던 이도,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 외치던 이도, 그저 아름답기만 할 뿐이라 생각하던 이도. 하나 같이 루시 알른이라는 존재에게 압도를 당한 것이다.

   

   그렇게 등장만으로 회의장의 주도권을 사로잡은 루시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회의장의 가운데에 섰다.

   

   “인사는 따로 안 할게. 자기 목숨을 내다 버리고 싶어서 환장한 멍청이들한테 이름을 알려 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말야.”

   “…그게 무슨 소리이지요? 알른 영애?”

   

   간신히 정신을 차린 교주가 물음을 던지자 루시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걸까? 이런 종류의 관심은 징그러워서 싫은데.”

   “한 집단의 주인이 어찌 손님 분의 성함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아줌마가 교주야? 신기하다. 그렇게 생겨도 예술 교단의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구나?”

   “…그보다 방금 전 말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방금 전 말에 살짝 열이 받았음에도 교주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건방진 어투와 그 속에 담긴 모멸이 짜증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모든 걸 무마시킬 정도로 루시의 목소리가 전하는 감동이 컸으니까.

   

   솔직히 말해 지금 교주가 진실로 힘들어 하는 것은 분노를 견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억누르는 쪽이었다.

   

   “왜? 너희들 죽고 싶어 하는 거 아니었어? 함정이라는 걸 알려줬는데도 굳~이 기어들어가려고 하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그냥 멍청한 거였구나? 푸하핳. 한심해라.”

   

   회의장에 있는 이들 전원을 깔보는 어투였지만 거기에 분노를 표하는 이는 없었다. 루시의 매도를 듣는 이들 모두가 교주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중직에 맞는 체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무렵 그 광경을 둘러보던 루시는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는 고갤 갸웃거렸다.

   

   경멸도 한심함도 장난스러움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의문.

   

   허나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보다 진한 장난스러움을 얻은 그녀는 톡톡 발소리를 내며 주교의 자리를 맡은 노인의 앞에 섰다.

   

   “저기. 저기. 할아버지.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예?”

   “세우지도 못할 거면서 왜 그렇게 징그러운 눈으로 절 쳐다보는 건가요?”

   

   정말 모르겠다는 듯 물음을 던진 루시는 노인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자마자 키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본색을 드러냈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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