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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 수많은 글이 올라오고 수많은 글이 묻히는 커뮤니티 세상.

화무십일홍.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으니 성한 것은 언젠가 쇠하기 마련.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커뮤니티 내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떠들썩하게 만든 화제도 얼마 후면 조용해지곤 했다.

그중 도움이 되는 유용한 글은 계속 남아 유저들의 길잡이가 되고, 찰나의 유흥에 불과했던 글은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며 회고된다.

그렇게 순환하는 것이 커뮤니티 바다의 생태계였으나….

그중 일주일이 넘도록 전혀 식지 않고 뜨거운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신규 보스 묘지기에 대한 주제였다.

[묘지기 패턴 분석]

베기

세게 베기

조오온나 강하게 베기

찌르기

세게 찌르기

조오온나 강하게 찌르기

검기 날리기

도움이 됐으면 개추 좀

new) 발차기

[댓글]

-’스킬’? 아아.. 그건 약자들이나 쓰는 것이다

-패턴은 패턴에 매달리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너희 같은 피라미한테 스킬을 쓰라고..? 에, 무리…

-진짜 지랄났다ㅋㅋㅋ

-발차기도 추가 좀

┗추가 완료

┗(따봉 콘)

묘지기의 패턴을 분석하는 글.

[묘지기 트라이 공대들 진척 상황]

1위 피자는역시하와이안 – 54초

2위 Atomic – 49초

3위 결코다시전쟁 – 48초

4위 용두사미 – 47초

4위 이클립스 – 47초

일단 상위 5개 공대까지만 추림

처음에는 용두사미 공대가 앞서 가나 싶었는데 닉값하는 건지 뒤처지는 중

세세하게 따지면 이클립스랑 차이가 나긴 할 텐데 소수점 단위는 버리고 그냥 공동 4위로 둠

현재는 피자는역시하와이안 공대가 압도적인 차이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음

이대로 가면 퍼클은 여기가 가져갈 것으로 보임

그래도 2위가 Atomic 공대라 방심할 순 없을 듯

[댓글]

-진?척

-진척 ㅇㅈㄹㅋㅋㅋ

-혹시 철봉 오래 매달리기인가요?

┗체력들이 좋으시네요^^

-남들 1, 2초 차이일 때 혼자 5초 차이면 압도적이긴 하지ㅇㅇ;

-왜 아토믹은 영어로 적음?

┗해외 공대라서

┗ㅇㅎ

-1위 공대 이름 꼬라지 ㅅㅂ;

┗함 무봐라! 디진다 아이가

┗너.. 반 하와이안 파구나?

-체력 몇 퍼까지 봄?

┗100

┗?

┗100%

┗현재 유효타 ‘0’

묘지기에 도전 중인 공대들 상황을 공유하는 글.

[아니 ㅅㅂ 이게 맞냐?]

도발은 씹고 CC는 피하고 힐러부터 노리는데 이게 맞음?

공격력도 ㅈㄴ 세서 파티 생존기 써줘도 한 방에 뒤짐

파티 무적 쓰면 2초 더 살 수 있긴 한데 그게 무슨 의미냐고

걍 보스를 잘못 만들었음

[댓글]

-힐러가 죽기 전에 잡으면 되는 거 아님?(진짜 모름)

┗진짜 뒤진다ㅡㅡ

[입장 제한은 왜 이따구임]

(‘이미 도전 중인 파티가 있습니다.’ 메시지.jpg)

사냥터 채널은 나눠 놨으면서 왜 입장은 한 파티씩만 되냐

심지어 다른 레이드는 다 여러 파티 동시 입장 가능한데

[댓글]

-이거 ㄹㅇ 나도 이해 안됨

묘지기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게임사를 향해 성토하는 글들.

몇몇 유저는 손수 글을 작성해 게임사에 문의할 정도로 지극정성을 보였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돌아오지 않는 답에 지친 유저들은 결국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으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뭔가 특별한 NPC라서 그런 거 아님?

-? 몹이 아니라 NPC임?

┗NPC 뜻 자체가 Non Player Character라서 너가 생각하는 NPC 말고도 몹 같은 것도 다 포함임

┗오 그건 몰랐넹

-메인 스토리 NPC라는 말도 있더라

-아직 기믹을 몰라서 그런 걸지도

-그냥 개발사가 ㅈ소라서 그럼. 실리아 온라인 갓겜이라고 빨아줄 때부터 알아봤다 ㅉㅉ 결국 밑천이 드러났네

-걍 못 잡게 막아둔 거 같기도 함

┗공격력 보면 말이 안 되긴 해

-애초에 지금 잡는 보스가 아닌 거 아닌가. 레벨 올리면 될 거 같은데

┗레벨이 문제가 아니라 걍 보스 자체가 문제임

┗어그로 무시, 논타겟 스킬 회피, 힐러 우선 공격, 입장 제한. 대충 쓴 것만 해도 이 정도임

┗에바긴 하네;

-컨셉은 멋진데 쩝;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긴 해

┗중후한 검성 할배였음 좋겠다 츄릅

┗??

여러가지 추측만 무성하고 명확한 답은 누구 하나 내리지 못하는 상황.

이름도, 레벨도, 외모도, 목소리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은 마당에 답을 내릴 수 있을 리 없었다.

한 유저의 글로 인해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꺼지지 않았다.

다만 많은 유저의 글을 장작으로 삼아 활활 타오를 뿐.

그러던 중, 장작을 넣다 못해 기름을 쏟아 버리는 소식이 들려왔으니-

[실시간 보스 근황]

바로 묘지기의 나들이 소식이었다.

* * *

“…묘지기가 사라졌다고?”

-ㅔ

-네

-가출했음 ㅋㅋ

“가출? 그게 무슨 소리야?”

-보스방에서 나와서 사람들 썰고 사라짐

-??? :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뭣…?”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들었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저니가 결국 인터넷을 열었다.

관련 내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실리아 온라인과 관련이 있는 커뮤니티라면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저니는 그중 가장 추천 수가 많은 글로 들어갔다.

그녀도 몇 번 본 적 있는 익숙한 인영.

낡은 후드 케이프를 뒤집어써서 모습을 꼭꼭 숨긴 묘지기가 가파른 산에서 내려온다.

묘지기와 반대로 산을 오르던 플레이어들은 자기들끼리 떠드느라 묘지기와 가까워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라? 왜 전투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챈 한 플레이어가 고개를 들고 묘지기를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다.

푸확!

입고 있던 갑옷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게 쓰러진 탱커.

무척 효율적이면서 냉혹한 기습에 플레이어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영상을 찍던 이의 가슴에 검이 꽂히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어….”

저니는 ‘You Died’란 문구만 남고 재생이 멈춘 영상을 멍하니 쳐다봤다.

“얘들아 이게 뭐야?”

-우리도 몰루;

-그래서 지금 난리났음 보스가 돌아다니면서 유저 사냥하는 게 맞냐고

-레이드였던 것

-ㄹㅇㅋㅋ

-사상 최초 아님?

“음, 엄밀히 말하면 최초는 아닐걸?”

레이드를 즐겨 한 건 아니지만 게이머 경력이 꽤 긴 저니인지라 나름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스방이 변화하거나, 이벤트에 맞춰 보스가 바뀌는 게임도 있었으니까.”

어느 게임은 서서히 다가오는 멸망을 표현하고자 보스 몬스터를 포함한 몬스터 무리가 마을을 습격하는 이벤트를 만들기도 했다.

트리거를 만족해야 보스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클리어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고.

“보통은 이벤트성으로 단기간만 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 아무래도 그런 게 오래 지속되면 플레이어들이 불편을 느낄 테니까.”

속되게 말하면 딱 뽕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만.

“그래도 신기하긴 해. 실리아 온라인이라면 버그는 아닐 거 같고… 무슨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믿습니다 실멘

-실멘

-데모닌스를 못 믿어? 데모닌스를 못 믿어? 데모닌스를 못 믿어? 데모닌스를 못 믿어?

-이 불경한 자가!

“어허, 도배는 하지 말고.”

이 틈을 타 도배를 하는 시청자들에게 5분 채팅 금지를 선물해 주자 채팅창이 조금 진정되었다.

저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기지개를 쭉 켰다.

“근데 신기하긴 해. 지금 트라이하는 사람들 다 난다긴다하는 사람들 아니야? 그런 사람들이 쪽도 못 쓰고 당한 거잖아. 아직 한 대도 못 때렸다며?”

-퍼스트 킬이 아니라 퍼스트 히트를 노리는 상황임

-월드 퍼스트 히트 ㅋㅋ

“컨트롤도 장난 아닐 텐데. 대체 검을 얼마나 잘 쓰는 거야?”

어느 가상현실 게임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실리아 온라인은 특히 더 몸을 움직이는 센스가 더 중요했다.

가드, 패링, 회피, 공격, 이동 등.

전투에 필요한 모든 움직임이 실제 몸을 움직이는 감각과 같은 데다가 할 수 있는 것도 다른 게임보다 훨씬 많은 특출난 자유도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스펙과 스킬로 커버할 수는 있지만, 레이드 같은 전투 컨텐츠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이들은 웬만해선 몸을 잘 다루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단 한 번도 유효타를 입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묘지기의 검술 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나도 연습하면 그렇게 잘 쓸 수 있을까? 이렇게, 이렇게?”

얍얍.

부웅.

-ㄴㄴㄴㄴㄴㄴ

-방장은 걍 검술에 재능이 없음

-이 방송을 보고 임플란트 비용으로 3980만원 나갔습니다. 감사합니다^^

-뭐지? 행위 예술인가? ㅋㅋ

-정답! 주유소 바람풍선!

-넌 어디 가서 검사라고 하지 마라

“….”

저니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도 자신의 검술이 형편없다는 건 안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냐?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시간을 들여 배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것보다 맵을 탐사하고 돌아다니는 게 훨씬 즐거웠으니까.

자신을 놀리기 바쁜 채팅창을 불퉁하게 보던 저니가 검을 집어넣었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나도 찾아가 봐야겠다. 진짜 궁금하네.”

-그 실력으로 트라이를 한다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트라이는 안 해. 그냥 구경하려는 거지 뭐.”

뭐가 됐든 이번 여행을 끝낸 후의 얘기다.

이미 목적지 근처까지 왔는데 돌아가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무계획적인 행선지 변경도 나름대로 매력은 있지만, 코앞에서 바꾸는 건 조금.

도착하면 먼저 텐트를 치고 식사 준비를 하고, 또….

느긋하게 쉴 생각에 정신이 팔린 저니는 미처 채팅창을 보지 못했다.

-방장 뭐해!!!!

-뒤뒤뒤뒤뒤뒤뒤!!!

“…응?”

퍼억!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채팅창을 봤을 땐 이미 뒤통수에 몽둥이가 도착한 후였다.

레벨 차이에 더해 무방비 상태의 급소 타격 데미지로 인해 저니의 몸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You Died]

암전된 시야 속 익숙한 문구가 자신을 반기는 것을 확인한 저니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목적지를 변경하게 될 성싶다.


           


I Became a Raid Boss

I Became a Raid Boss

레이드 보스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One day, when I came to my senses, I found myself reincarnated in another world. After enduring a rough life post-reincarnation, I thought I could finally settle down, quietly tending to a flower garden in the mountains… …But something feels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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