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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2

Chapter: 402

   순간이동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루시는 교단에서 떠나올 때 달라붙었던 변태사도를 비롯한 쓰레기들을 떠올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난리를 만들어낸 시작점은 변태사도였다. 교단 안에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너무도 감사하다고.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라도 불러 달라며 연신 고갤 숙이던 녀석이 교단의 변태들이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부탁을 꺼낸 것이다.

   

   ‘알른 영애. 혹여 당신을 통해 얻은 영감을 예술로 펼치는 것을 허락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변태 사도는 빙빙 꼬아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 말 안에 담긴 의도는 분명했다. 언젠가 내 초상화를 그렸던 것처럼 나를 주인공으로 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거겠지.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당연히 정색을 하며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다.

   

   이 미친놈들이 폭주하게 내버려두면 어떤 결과가 나올 줄 알고!

   

   변태 사도가 나에 관해 노래를 만들어서 떠들고 다닌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상당히 수치스러웠는데 그 이상을 경험하고 싶진 않았어!

   

   변태 사도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순순히 물러났지만 예술 교단의 변태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내 거절을 듣고 세상이 무너진 듯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내 옆에 하나 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여신의 현신이시여! 제발! 제발 허락을 해주십시오!’

   ‘부디 부탁드립니다! 이 목숨을 앗아가도 좋으니 제 영감만큼은 허락해 주십시오!’

   ‘다시 한 번만 재고를 해주십시오! 결코 폐를 끼치진 않겠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 여자애 앞에서 대가리를 박고 엉엉 울어대는 광경은 징그럽다 못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조선 시대의 왕이 통촉해주십시오!를 외치는 신하들 앞에서 느꼈을 감정이 이랬을까하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그렇다 한들 내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결심이 한층 더 두터워졌다. 이 미친놈들한테 허가를 내어주는 순간 어떤 꼴이 날지 뻔했으니까.

   

   중간에 예술을 통해 얻은 수익의 절반을 나한테 넘기고 다른 수익도 최소한의 운영비만을 제외하고 모두 세상에 기부하겠단 이야기를 들었을 땐 살짝 솔깃했지만 그 때까지도 난 저들의 제안을 외면할 수 있었다.

   

   이토록 단호했던 내가 무너져 내린 것은 변태사도가 보여 준 한 그림 때문이었다.

   

   ‘영애. 부디 시작품이라도 보고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그 녀석이 품 안에서 조심스레 꺼낸 종이에 그려진 것은 거울을 보고 불을 부풀리고 있는 나였다.

   

   미적감각을 통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살피려던 모습이 종이 위에 그려진 것이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지 얼마 안 됐던 걸로 기억하는 데 어떻게 사진 같은 그림을 그려올 수가 있는 건지.

   

   또 다급하게 그렸을 게 분명한데 왜 지적할 부분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멋진 건지.

   

   복잡한 심정으로 그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변태 사도가 보란 듯 입을 열었다.

   

   ‘이런 아름다움을 저희의 기억 속에만 남겨둬선 안 되지 않습니까!’

   

   변태 사도는 한 치의 악의도 없이 이렇게 소리쳤지만 내 입장에서 변태 사도의 말은 명백한 협박이었다.

   

   거울을 보고 아양을 떠는 걸 남들에게 보인 것으로도 모자라 그걸 그림으로 박제하겠다니. 이건 사회적으로 날 암살하겠다는 이야기잖아!

   

   이외에도 몇 가지 그림이 더 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변태 사도의 앞에서 난 결국 백기를 들었다. 내 흑역사가 다른 사람들한테 퍼지는 걸 지켜볼 순 없었으니까.

   

   그 대신 할아버지랑 논의해서 몇 가지 제약을 걸긴 했는데. 과연 그게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

   

   “알른 영애. 들어가시면 됩니다.”

   

   교단에서 빠져나온 나는 바로 알른 영지로 돌아가는 대신 테르샤 제국의 투기장에 방문하는 걸 택했다.

   

   아카데미까지 복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서진 갑옷을 대신할 것을 찾아야하지 않겠어?

   

   겸사겸사 미적감각이 무구를 고르는 데에도 도움이 될지 확인해보고 말야.

   

   당연하게도 투기장 거리의 사람들은 날 기억하고 있었다. 내 외모가 눈에 띄는 것도 띄는 거지만 그 때 보여준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갑옷을 구하고자 한단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온갖 호객꾼들이 다가와서 우리 대장간에 한 번 들려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저희 대장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희는 예전부터 영지에 무기를 공급하던…”

   “저희 대장간에 오신다면!…”

   

   처음부터 대장간 대부분을 둘러 볼 생각이었던 나는 그들이 이끄는 대로 가서 그 곳의 무구를 살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겉이 요란한 대장간 중에서 제대로 된 곳은 없다시피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기는 했지만 딱 그 정도.

   

   미적감각이 없더라도 걸렀을 곳이 대부분이었지. 개 중에 괜찮았던 대장간이 몇 가지 존재했었지만 그 곳의 무구 또한 미적감각으로 보기에 대단찮은 것들밖에 없었다.

   

   저런 걸 입을 바에야 차라리 망가진 갑옷을 어떻게든 수리해서 입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냥 걸렀지.

   

   이렇게 대장간을 하나 둘 돌아다니다 보니 슬슬 대장장이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더라.

   

   “뭐가 문제입니까! 이 갑옷은 영주님께서도 훌륭하다 이야기한 물건이란 말입니다!”

   

   대장장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뻔했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내저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장난을 친다 생각하는 거겠지.

   

   정작 나는 입을 나불거리면 싸움이 날까 싶어 가만있는 건데 말이야.

   

   이 광경을 구경하는 다른 대장장이들의 생각도 비슷한 듯 시선에 날이 서 있었다.

   

   얘네들 눈에는 이게 진짜 괜찮아 보이나?

   

   평범한 사람이 입기엔 나쁘지 않은 갑옷이지만 나 같은 사람이 입기에는 너무 허술한 물건이잖아.

   

   으음. 계속 어중이떠중이들의 물건을 구경하는 게 시간 아깝기도 하고 작고 귀여워 보인다해서 무시하는 게 살짝 꼴받기도 하니 한 번 기강 좀 잡고 갈까.

   

   “저기 못~생긴 아저씨 눈에는 진짜 이상한 게 안 보여?”

   “…이상하다고요?”

   “안 보이는 거구나? 그러면. 음. 거기 땅딸보.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게 좋아 보여?”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잘.”

   “다른 놈들은? 없어? 아무도 없는 거야?”

   

   대장장이들을 둘러봤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다들 다른 대장장이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을 안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장장이는 좀 더 괴팍하고 자기 멋대로라는 느낌이었는데 현실의 대장장이는 이런 식인가.

   

   재미없네.

   

   대드는 사람 하나 없어서 입술을 삐죽 내민 나는 내 앞에 있는 갑옷을 손으로 쥐어 우그러트렸다.

   

   꽤 괜찮은 금속으로 만든 갑옷이 너무도 쉽게 박살나는 모습에 좌중이 침묵했다.

   

   설마 이렇게 쉽게 부서지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거겠지.

   

   “어떻게 이딴 실력으로 대장장이 일을 하는 지 궁금했었는데 여기 있는 모두가 개허접들이라 그랬던 거구나?”

   

   손 모양을 따라 우그러진 갑옷을 대장장이 앞에 내던진 나는 그의 가슴팍을 툭 치며 비웃음 섞인 목소리를 냈다.

   

   “평생 이딴 거나 만들고 살아. 대신 이 병신 같은 거리에서 나오지는 말고. 바깥에 나왔다가 다른 대단한 물건들을 보면 혀를 깨물고 싶어질 테니까 말야.”

   

   부들대는 대장장이를 내버려 둔 채 바깥으로 걸어 나오는 나를 막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 저 대장장이의 자리에 자신이 서게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차마 나서질 못하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바로 알른 영지에 돌아갈 걸. 괜히 시간 낭비 했네.

   

   어차피 몇 달 안에 반 종결급 갑옷을 구하러 갈 테니 그 때까진 그냥 입던 걸 수리해서 쓸까.

   

   <그게 되겠느냐. 네가 입던 갑옷은 이미 한계다. 수리해봐야 안 입는 것보다 못하겠지.>

   ‘그럼 그냥 갑옷 걸치지 말까요? 지금 제 수준이면 어지간한 갑옷은 안 입느니만 못한 것 같은데.’

   <그것도 나쁘지 않지. 네 몸보다 허약한 갑옷을 걸쳐봐야 방해일 뿐이니.>

   

   할아버지와 논의를 나누면서도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아 거리를 돌아다니던 나는 대장장이 거리 골목 구석에서 빛나는 무언갈 발견하고 고갤 갸웃했다.

   

   저건… 칼의 손을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네.

   

   호기심을 품은 나는 미적감각을 믿고 골목 안으로 향했다.

   

   골목 안에 있는 대장간은 도저히 좋게 묘사하는 게 불가능한 곳이었다.

   

   허름하고 낡은 그 곳은 비가 거세게 몰아치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장소였으니까.

   

   다만 그 대장간 안에 전시된 물건들은 달랐다.

   

   낡은 대장간의 무구들은 장식이 화려하지 않을 뿐 어떤 무인이라도 욕심을 낼만큼 뛰어난 실속을 품고 있었다.

   

   당장 허접견과 대머리만 해도 눈이 돌아갈 것 같은 걸 억지로 부여잡는 게 훤히 보일 정도니 말 다했지.

   

   “손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장사… 어. 알른 가문의 영애께서 왜 이런 누추한 곳에.”

   “너 바보야? 나처럼 고귀한 사람이 이딴 시궁창 같은 곳에 왜 왔겠어?”

   

   투기장 우승의 보상으로 받은 패를 내밀자 대장장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뭐야. 이걸로 부족해? 비루하게 생긴 주제에 욕심이…”

   “아뇨! 그럴 리가요! 영주님께서 내어주신 패가 어찌 부족하겠습니까! 다만 지금 스승님께서 잠시 자리를 비우신 상태인지라 저희 대장간은 무구를 제작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기존에 만들어둔 무구를 구매자에게 맞추어 주긴 하지만 제작은 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은 난 긴 한숨을 내뱉었다.

   

   간신히 괜찮은 곳을 찾아냈는데 여긴 장사를 안 하는 곳이라고?

   

   진짜 열 받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무구의 질이 너무 좋아. 이런 걸 보고 다른 데에 가봐야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걸.

   

   으음. 으으으음.

   

   “그럼 만들어뒀던 갑옷 중에 괜찮은 거라도 가져 와. 자기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는 반푼이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아냐.”

   

   한참 동안 고민하던 나는 결국 현실에 타협하기로 결정했다.

   

   미리 만들어 둔 갑옷이라도 다른 허접들이 만든 것보다야 훨씬 나을 테니까.

   

   “갑옷…입니까?”

   

   내 이야기를 듣고 몸 이곳저곳을 살피던 대장장이는 한참 동안 고민을 하다 안 쪽으로 들어가서 갑옷 하나를 가지고 왔다.

   

   대장장이는 어떤 금속으로 만들었으며 어떤 기능이 존재하는 지에 대해 주절주절 떠들어 댔지만 난 그걸 귀에 담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이미 갑옷을 사기로 결정하기도 했고.

   

   뭣보다 갑옷 한 쪽에 박혀 있는 장인의 인장을 본 순간 머리가 새하얘져서 말이 귀에 잘 안 들리더라.

   

   그도 그럴 게 지금 갑옷에 박혀 있는 인장 저거 소울 아카데미 세계관에서 히든템을 제작해주는 대장장이의 인장이란 말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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