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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07

쿠웅.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하늘을 수놓던 나비들 사이로 갑자기 나타난 외신이 지면으로 추락했다.

그 모습은 그 격에 어울리지 않게 처참했다.

찢어진 양 날개는 마치 폭풍우에 휘말린 낡은 돛처럼 너덜거렸고, 구멍이 잔뜩 뚫린 몸통에서는 끊임없이 투명한 핏물이 흘러내렸다.

외신 나비의 다리들은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잘려 나가, 마치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처참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검은 사신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외신 나비는 검은 사신들이 영원에 가깝도록 싸워온 적이니까.

순간, 거대 나비의 머리 위에 떠 있던 하얀 헤일로가 강렬한 빛을 발했다.

그 찰나, 세상의 모든 것이 정지된 듯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추고, 공기 중의 먼지 하나 움직이지 않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거울이 깨지듯, 현실의 틈새로 다른 차원의 모습이 비쳐 보이는 듯했다.

‘위험해!’

‘물러서!’

검은 사신들이 경보의 의미를 담은 의지를 내뱉었지만, 이미 늦었다.

찢어진 거대 나비의 날개 위로 허상의 날개가 천천히 펼쳐지며, 주변의 시공간을 뒤틀기 시작했다.

폭탄이 터진 것처럼, 시공간의 뒤틀림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영향으로 주변 공간들은 비틀리고 휘어졌고, 바닥에는 깊은 도랑이 생겨났다.

시공간의 폭풍에 휩쓸린 검은 사신들은 놀랍게도 날아가지 않고 굳건히 버텼다.

하지만 검은 사신들도 완전히 무사할 순 없었다.

검은 사신들의 몸에서 타오르던 장작불이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미안해.’

‘엄마, 보고 싶었는데….’

마치 수백 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생명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었다.

장작을 모두 소진한 검은 사신들은 더 이상 옛 신의 형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검은 액체로 변해 녹아내렸다.

마치 시간의 파도에 휩쓸려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 같았다.

외신 나비는 빨아들인 시간만큼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려 했지만, 그 몸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는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빨아들여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시간을 되돌려도 좀처럼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 강한 엄마가 남긴 상처였으니까.

‘돌격!’

외신 나비의 시공간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자마자 검은 사신들은 다시 달려들었다.

검은 사신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결연한 의지가 빛났다.

저 외신에게 단 하나의 상처라도 더 남길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존재를 내던질 각오가 되어있었다.

끊임없는 돌진과 공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한 검은 사신이 기회를 포착했다.

전방에 시선이 팔린 외신 나비의 뒤를 돌아서, 등 뒤로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그 검은 사신은 장작을 모두 쏟아부어 가며, 온 힘을 다해 외신 나비의 너덜너덜한 등에 조그마한 상처를 덧붙였다.

그 순간, 세상을 뒤흔드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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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엑!

외신 나비의 처절한 울음소리와 함께, 헤일로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빛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모든 적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외신 나비와 거대 나비 모두.

남은 것은 외신 나비가 흘린 핏물과 지친 검은 사신들이었다.

적이 사라지자, 옛 신 형상의 검은 사신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길쭉한 팔을 바닥에 내려둔 채, 움직임을 멈췄다.

‘엄마….’

‘인간.’

‘보고 싶어.’

몇몇 검은 사신들은 슬픈 감정을 뿜어내며, 바닥에 녹아내린 검은 사신을 추슬렀다.

‘….’

그런 전장 한복판의 옛 신 형상의 검은 사신들 사이에 이질적인 검은 사신이 끼어들어 있었다.

다른 검은 사신과 달리, 인간 소녀의 형상을 한 검은 사신.

그 검은 사신은 전투 중에 다쳤는지, 황금색 장작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야?’

상처를 모두 회복한 검은 사신은 궁금함을 가득 담은 의지를 옆에 늘어져 있는 동료를 향해 내뿜었다.

그 의지를 들은 한 검은 사신이 느릿느릿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인간을 닮은, 하지만 분명 자신들과 동일한 존재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새로운 동생!’

깜짝 놀라 흘러나온 의지가 퍼져나가자, 지친 기운이 가득하던 전장에 갑자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검은 사신들의 의지가 하나둘 울려 퍼졌다.

‘신참!’

‘동생!’

‘동생이 왔어!’

검은 사신의 의지에는 기쁨과 희망, 그리고 기대감이 가득했다.

신참 검은 사신은 주변으로 몰려드는 검은 사신들을 보고,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미니 사신 정원 깊숙한 곳, 마시멜로 평원.

나는 폭신한 마시멜로 바닥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가다 문득 멈춰 섰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탈색 사신이 작은 벤치프레스 위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누가 만들어줬는지 모를 미니어처 크기의 운동기구는 탈색 사신의 크기에 딱 맞았다.

조그마한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바벨을 들어 올리려는 모습이 꼭 운동하는 햄스터처럼 보였다.

‘마아!’

‘마아!’

가까이 다가가자, 탈색 사신의 의지가 들려왔다.

탈색 사신은 작은 몸집으로 이쑤시개만 한 바벨을 들어 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물끄러미 구경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장난기가 동했다.

‘아주 살짝만 무겁게 해볼까?’

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공간 장악 능력을 발동했다.

손가락으로 바벨을 가리키고 천천히 아래로 내리긋자, 바벨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아아!’

예상대로 탈색 사신의 당황한 의지가 들려왔다.

갑자기 무거워진 바벨에 놀란 탈색 사신은 작은 발을 파닥거리며 안간힘을 썼다.

히히.

오랜만에 속수무책으로 장난에 당하는 미니 사신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서 하늘을 꿰뚫는 섬광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황금 망토 사신과 혼종 아귀 사신이었다.

황금색 혜성처럼 변해 날아드는 망토 사신.

주변에 아귀 불꽃을 두른 채, 거대한 대도 두 자루를 들고 드릴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오는 혼종 아귀 사신.

그 두 녀석이었다.

둘의 표정은 마치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다니!’하는 분노가 얼굴에 가득했다.

특히 혼종 아귀 사신의 모습이 무서웠다.

몇 번을 봐도 여전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아귀 위에 아귀 사신을 달았을 뿐인데, 묘하게 징그러웠다.

‘으악!’

나는 반사적으로 놀란 의지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예린이가 있는 사무실로 순간 이동한 뒤, 예린이의 품에 뛰어들었다.

“앗! 사신아, 일하는 중인데….”

예린이는 겉으로는 정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안아 들고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흘러나오는 감정은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 차, 희희낙락하는 중이었다.

‘후우.’

휴게실에서 예린이가 주는 과자를 옴뇸뇸 먹고 있으니, 놀란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혼종, 시간도 엄청 많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유지 중이지?’

내 머릿속에는 혼종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했다.

다른 미니 사신들의 융합보다 지속 시간이 훨씬 길었으니까.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하필이면 저 끔찍한 혼종의 궁합이 저렇게나 좋다니….

힝힝.

***

은빛 소녀는 매일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제나 거대한 나비가 나오는, 연관이 있어 보이는 꿈들이었다.

처음 이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 은빛 소녀는 단순히 거대한 나비들 한가운데 서 있는 회색 사신의 모습을 보았다.

질척질척한 검은 액체로 가득한 바닥과 하늘을 대신한 형형색색의 우주.

그 광경은 신비로웠지만,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날개들 사이로 회색 사신의 고독한 모습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다음에 꾼 꿈에서는 평화로운 풍경이 사라지고, 격렬한 전투의 단면이 보였다.

나비들은 이제 더 이상 평화로워 보이지 않았다.

나비들은 검은 사신들이 변신한 괴물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끝없이, 계속.

하지만 오늘 밤의 꿈은 또 달랐다.

형형색색의 우주와 검은 대지.

나비들과 이어지는 끝없는 전투.

하지만 검은 사신들은 더 이상 괴물의 모습이 아니었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 소녀의 형상을 한 검은 사신들이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 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얀 아귀의 몸에 사신을 붙여놓은 듯한 정체불명의 사신이었다.

온몸에 하얀 불꽃을 두르고, 전부 갈아버리는 압도적인 힘.

그리고 그곳에 회색 사신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고요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미니 사신들을 이끌고 전장을 걸어갔다.

마치 모든 것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 순간.

회색 사신의 가슴팍을 반투명한 칼날이 꿰뚫어버렸다.

쾅!

회색 사신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그 순간 꿈의 세계가 부자연스럽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이 이상은 볼 수 없다는 듯이.

은빛 소녀는 그렇게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은은하게 푸른 빛이 감도는 새벽, 숨을 헐떡이며 눈을 뜬 그녀 앞에는 미니 꽃 사신이 있었다.

평소에는 늘 밝은 표정을 짓던 미니 꽃 사신의 얼굴에 걱정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미니 꽃 사신은 소녀의 볼을 연신 두드리며 급하게 속삭였다.

‘엄마한테 가야 해! 빨리!’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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