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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3

‘!’

황금빛 칼날이 내 가슴을 관통하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주변을 가득 메운 수정 나비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날아와 ‘푹’ 찔러버렸으니까.

하지만 찌른 것이 유령 사신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놀란 마음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유령 사신, 또 허락도 없이 찔러버렸네.’

분노보다는 어이없음이 앞섰다.

그토록 허락받고 나서 찌르라고 당부했는데 말이야.

나중에 잔뜩 괴롭혀 줘야겠어.

히히.

유령 사신은 아마도 이 상황을 위기라고 판단했겠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제까지 수많은 외신과 맞서 싸워 이겨온 데다가, 이번 외신 나비가 특별히 강한 편인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저, 특급 오브젝트 정도였던 녀석이 갑자기 강해진 것이 신기해서.

공간을 수놓은 수정 나비들이 만드는 풍경이 화려해서.

그리고 내 360도 시야에 의해 천변만화하는 현실이 기묘해서.

조금 구경하고 있었을 뿐인데, 냅다 찔러버리다니….

나는 내 가슴팍을 튀어나온 반투명한 황금색 칼날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생각했다.

‘칼날이 이렇게 튀어나온 걸 직접 보니, 생각보다 충격적인 비주얼이네. 예린이가 봤다면 깜짝 놀랐겠어.’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황금색으로 빛나는 ‘강도’에서 힘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강화가 시작되는 건가?’

나는 눈에서 불길을 흘리며 멋있는 모습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던 황금 사신을 떠올리며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황금 사신이 그 정도로 강해졌는데, 나는 더 강해지겠지?’

그 순간, ‘강도’로부터 아주 적은 양의 장작이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격이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양이 너무나 미미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평범한 황금 사신 하나 분량의 격?

아니, 그보다도 적었다.

황금 사신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거의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흠….’

그런 실망스러운 결과에, 나는 마음속으로 유령 사신에게 내릴 처벌의 수위를 두 배로 올렸다.

일명 두 배 댖지 형벌!

그때였다.

두근.

예상치 못한 맥동이 느껴졌다.

내 안의 장작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일시적인 맥동이라고 생각했다.

내 거대한 격에 비하면, ‘강도’가 부여한 격은 정말 미미한 수준이었으니까.

검은 거인용으로 만들어진 맥주잔에 미니 사신용 스포이트로 물방울 하나를 떨어뜨린 정도랄까.

하지만 그 작은 물방울이 맥주잔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찰랑찰랑 장작이 가득 찬 잔에 떨어진 한 방울.

그 순간, 잔이 넘치기 시작했다.

넘쳐흐른 내 존재가 세계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황금빛 불꽃이 내 온몸을 감쌌다.

그리고 그 불꽃은 맹렬하게 타오르며, 주변의 일그러진 공간을 태워 없애기 시작했다.

수정 나비들이 만들어 낸 환상적인 풍경이 황금빛 불길 속에서 서서히 녹아내렸다.

마치 얼음 조각상이 뜨거운 태양 아래 녹아내리듯이.

그리고 거울상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더 이상 찢기거나 왜곡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황금빛 불꽃 속에서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게 외신….’

헤일로를 이용해서 외신에 한 발을 걸치는 것이나, 검은 거인의 시체를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도달하는 것이 아닌.

진짜 외신의 격.

황금색 불꽃이 지나간 곳은 미니 사신 정원이 되어버렸다.

하얀 마시멜로 평원이 생겨났다.

핫초코의 바다가 생겨났다.

우유 빙수의 설원이 생겨났다.

내 발아래 놓인 세계는 영구적으로 뒤틀려 성질이 바뀌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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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 세계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다.

‘이게 진짜 외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외신 나비를 올려다보았다.

아니, 내려다보았다.

지금이라면, 검은 거인처럼 나비를 찢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히히히.

***

황금빛 칼날이 엄마의 가슴을 관통한 순간,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황금빛 불꽃이 엄마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그 광경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검은 후드 사신조차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불꽃은 단순히 주변을 태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장작으로 이루어져서, 일그러진 수정 나비 공간 속에서 고통받던 미니 사신들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싹둑싹둑 잘려 나갔던 미니 사신들이 하나둘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 갔다.

‘엄마, 대단해!’

‘엄마 강해!’

일그러진 공간에 박제된 것처럼 떠 있던 미니 사신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미니 사신들의 감탄을 담은 의지가 퍼져나갔다.

그렇게 미니 사신들이 해방되는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엄마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주변 공간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 엄마가 줄곧 사용하던 일시적인 미니 사신 정원 전개와는 달리, 이번에는 영구적인 침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다른 외신들처럼 세계의 근본적인 변혁이었다.

그 변혁은 세계 속에 녹아든 외신 나비를 다시 물질계 안으로 끌어내려 버렸다.

그리고 미니 사신 정원이 넓어질수록, 더욱 다양한 미니 사신들이 그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지쳐서 바닥에 누워있는 검은 후드 사신의 주변에도 수많은 황금 사신이 몰려들었다.

‘동생 괜찮아?’

‘동생 아파 보여.’

그때, 미니 사신 정원의 구석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온몸에 하얀 불꽃을 두른 아귀 사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리에 아귀가 달린 강력한 아귀 사신.

아귀 사신은 빙글빙글 회전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며, 수정 나비들을 토막 내고 하얀 불꽃으로 불태워 버렸다.

생긴 건 조금 이상해졌지만, 융합된 힘으로 인한 결과는 파괴적이었다.

그렇게 아귀 사신에게 시선이 쏠린 순간, 미니 사신들의 의지가 크게 터져 나왔다.

‘엄마!’

엄마, 거대해!’

엄마의 몸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만물을 내려다보던 강한 엄마만큼!

미니 사신들은 완전히 광란의 파티 상태에 빠져들어 버렸다.

엄마가 커지다니!

미니 사신들에게 거대한 엄마는 그 어떤 것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거대한 엄마가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외신 나비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엄마는 미니 사신 정원 어디에나 있었다.

쾅!

엄마의 강력한 발차기가 외신 나비를 허공으로 높이 날려 보냈다.

공간을 모두 장악당한 외신 나비는 별다른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엄마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날아가는 나비의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엄마는 조금 어색하지만, 강력한 동작으로 나비를 다시 한번 발로 차 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엄마 강해!’

‘엄마 발차기!’

미니 사신들의 의지가 울려 퍼졌다.

미니 사신들에게 이 모든 광경이 마치 멋진 영화의 명장면을 보는 것과 같았다.

미니 사신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엄마를 향해 환호했다.

그리고 광란은 더욱 깊어져 갔다.

하지만 이 모든 광경 속에서, 검은 후드 사신만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격이 상당히 높은 검은 후드 사신의 눈에는 엄마의 모습이 점점 더 흐릿하게 보이고 있었으니까.

마치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엄마는, 어디에도 없는 엄마였으니까.

***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거대한 외신 나비를 이리저리 발로 차고, 공간 절단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토막 낸다.>

내 공간 절단이 언제부턴가 바뀌어 버린 파괴 조건을 채우는 순간, 전장은 미니 사신의 의지로 가득 찼다.

‘엄마 이겼어!’

‘엄마 강해!’

미니 사신들의 ‘만세!’ 의지가 하늘을 울렸고, 나는 그 소리에 취해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거대한 외신의 형상을 한 채, 나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을 만끽했다.

모든 것이 다 하찮게 느껴지고, 세계 자체와 하나가 된 듯한 감각이었다.

검은 거인의 시체를 다룰 때보다는 모자랐지만, 그때와는 다른 자유로움이 있었다.

미니 사신 정원이 점점 더 넓어질수록 내 만족감은 더욱 커졌다.

이 느낌, 이 감각….

마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나는 그 감각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예린이의 얼굴, 세희 연구소에서의 기억들, 그리고 미니 사신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것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은 내 정원을 넓히는 일에 비하면 하찮은 일들이니까.]

그러나 그 순간, 검은 후드 사신의 강렬한 의지가 내 의식을 관통했다.

‘엄마!’

그제서야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어디 가?’

‘엄마, 어디 있어?’

나는 흠칫 놀랐다.

내가 무엇을 하려 했던 걸까?

나의 존재를 미니 사신 정원 속에 완전히 흩어버리려 했다니.

아이들의 의지가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

놀란 마음에 나는 재빨리 가슴에 박힌 ‘강도’를 뽑아 던져버렸다.

그러자 나는 다시 작은 회색 사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진정한 외신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했다.

헤일로와 같은 수준의 힘을 조금 더 강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에 불과한데, 대가가 너무 컸다.

나는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되었지만, 자아마저 손에서 놓아버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예린이도 세희 연구소도, 그리고 아이들마저 모두 잊어버릴 뻔했어.’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나 잘했지?’라는 표정으로 주변을 날아다니는 유령 사신이었다.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으스대는 모습이 얄미워서 댖지로 만들어버렸다.

힘을 최대한으로 실은 댖지 형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째서?’라고 말하는 듯한 유령 사신을 보니, 묘한 쾌감이 들었다.

아까의 얄미움이 완전히 해소된 느낌이었다.

히히.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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