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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7

미니 사신 정원의 깊숙한 곳, 새롭게 발견된 캐러멜 대협곡은 젤리 밀림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장관을 자랑했다.

갈색빛 절벽과 계곡이 어우러진 이 신비로운 공간은 캐러멜로 만들어져 있으면서 마치 진짜 대협곡을 연상케 했다.

한번 바닥에 쓰러졌던 나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밀어, 발바닥으로 캐러멜 대지를 꾹꾹 눌렀다.

그러면서 천천히 캐러멜의 단단한 정도를 가늠했다.

내가 늪처럼 빨려 들어갔던 것치고는 생각보다 단단했지만, 그래도 발아래로 살짝 눌리면서 감싸는 느낌.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무르진 않네.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다니거나, 넓적한 신발 같은 걸 신으면 돌아다닐 수 있겠어.’

대충 견적이 나오자, 나는 천천히 캐러멜 대지에서 발바닥을 떼어냈다.

그러자 미니 사신들이 발자국 근처로 몰려들어서, 콩콩 발자국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엄마 발자국!’

‘발자국 커다래!’

내 발자국은 작은 편이지만, 미니 사신에 비하면 엄청 크겠지.

나는 발자국 크기를 비교하며 즐거워하는 미니 사신들을 내려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래도 미궁의 헤일로로 캐러멜 전용 신발이라도 만들어야겠네.’

그때, 눈앞으로 하얀 아귀 한 마리가 유유히 지나갔다.

‘아!’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는 재빨리 하얀 아귀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공간 지배를 이용해 아귀를 넓게 펴 양탄자 모양으로 만들어버렸다.

뀨힝힝.

아귀의 작은 발 네 개가 양탄자의 네 귀퉁이에 달린 마법의 양탄자 완성이었다.

‘완벽해.’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내 창작물을 바라보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귀 양탄자 위에 올라탄 뒤, 하얀 아귀에게 명령했다.

‘가자, 신대륙으로!’

그 말과 동시에 아귀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닥파닥, 네 개의 작은 발이 캐러멜 대지를 박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놀랍게도 그 속도가 꽤 빨랐다.

‘나름대로 썰매 같아서 재밌네.’

그야말로 자동 썰매!

나는 상당한 속도감에 즐거워져서, 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바람을 가르며 캐러멜 협곡을 누비는 느낌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투명한 나비들이 하늘을 수놓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앗!’

그때, 협곡 입구에서 돌아다니던 황금 사신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양탄자를 타고 질주하고 다니자, 황금 사신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러워하는 표정을 했다.

‘아귀 탈것!’

‘아귀!’

‘재밌어 보여!’

그리고 사방으로 흩어져서 하얀 아귀 사냥을 시작했다.

뀨힝힝….

젤리 밀림이 점점 멀어지면서, 귓가에 아귀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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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아귀 양탄자를 타고 빠른 속도로 협곡 깊숙한 곳으로 나아갈수록,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변해갔다.

그야말로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황금 사신들의 모습이 점점 드물어졌다.

황금 사신이 신나게 돌아다녔던 흔적인 발자국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마 호기심이 많은 황금 사신이 각자의 흥미에 따라 사방으로 흩어지다 보니, 여기까지 도달한 황금 사신의 숫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척 보기에도 이 협곡에는 가볼 만한 곳이 많았다.

내가 향하고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캐러멜 벌판.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파인 협곡의 아래쪽.

그리고 투명 나비들이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협곡의 중앙.

아마 탐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협곡의 아래쪽으로 갔을 테고, 간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투명 나비가 있는 곳을 향했겠지.

즉, 내가 향하는 넓기만 한 캐러멜 평원은 별로 인기가 없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그렇게 하얀 아귀 양탄자의 속도를 즐기며 날아가듯이 계속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발자국의 흔적이 딱 하나만 남아버렸다.

지평선까지 이어진 캐러멜 대지 위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쭉한 한 줄기의 발자국들.

그 모습이 어쩐지 외롭고도 고고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도달한 황금 사신이 딱 하나뿐이라는 건 조금 이상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생각이라서 그런지, 그 생각은 곧 바람에 흩어지는 구름처럼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양탄자 위에 비스듬히 앉아 얼굴을 때리는 바람을 즐기며, 그 고독한 발자국의 행렬을 옆에 두고 캐러멜 평야를 계속 나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지평선 위로 혼자 불쑥 솟아오르는 황금 사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아무것도 없는 캐러멜색 평야에 불쑥 솟아오른 황금색 등대처럼 보였다.

설마 저 아이가 발자국의 주인인가?

호기심에 이끌려 나는 아귀 양탄자를 몰아 그 황금 사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줄기만 남은 발자국의 비밀이 밝혀졌다.

황금 사신은 앞서 생긴 발자국에 맞춰서, 뚜방뚜방 걷고 있었다.

마치 눈밭 위에서 발자국 따라 밟는 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었다.

‘아, 이런 게임을 하고 있었구나.’

찍힌 발자국의 깊이를 보니, 분명 한두 명이 지나간 흔적은 아니었다.

아마도 누군가 시작한 이 재미있는 놀이에 다른 사신들도 하나둘 동참하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양탄자를 타고 발자국 놀이를 하는 황금 사신 옆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그러자 여전히 발자국에 발바닥을 정확히 맞추면서, 황금 사신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 해맑게 웃었다.

‘엄마!’

그 순수한 미소를 보자 갑자기 장난기가 솟구쳤다.

황금 사신이 다음 걸음을 내딛기 위해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그 조그마한 발을 붙잡았다.

‘?’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황금 사신이었지만, 금세 내가 하려는 짓을 눈치챘는지 있는 힘껏 다리를 되돌리려고 했다.

‘앙대!’

하지만 힘으로는 나를 당해낼 수 없었다.

나는 그 작은 발을 마치 도장 찍듯이 발자국이 없는 곳에 ‘콩’ 하고 찍어버렸다.

‘앙대!!’

발자국 놀이의 신성한 규칙이 깨지자, 황금 사신은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쪼그려 앉았다.

나는 황금 사신이 화를 내기 전에 서둘러 양탄자를 타고 거리를 벌렸다.

멀어지면서도 뒤돌아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황금 사신의 모습이 보였다.

히히.

***

이른 아침, 서울 송파구의 하늘을 찌르는 듯한 제임스 타워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제임스는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향했다.

그의 어깨 위에서는 황금 사신이 자기 몸통만 한 젤리를 열심히 뜯어 먹고 있었다.

옴뇸뇸.

황금 사신의 귀여운 먹는 소리가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을 채웠다.

제임스는 미소를 지으며 애착 사신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빛은 미소와 어울리지 않게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조금 전 보안팀으로부터 수상한 인물이 그의 집무실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제임스는 신속하게 집무실로 향했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그는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했다.

‘오브젝트를 사용한 침입일까? 아니면 내부자의 소행?’

집무실 문 앞에 도착하자 보안팀 직원들과 비서실 직원들이 그를 맞이했다.

제임스 타워 최상층의 보안이 뚫려버린 심각한 상황이라 그런지, 직원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래, 그래서 침입자의 정체와 목적은 밝혀냈나?”

제임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비서가 태블릿을 꺼내 들며 대답했다.

“네, 사장님.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침입자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태블릿 화면에 나타난 영상 속에는 한 남자가 제임스의 집무실에 순간 이동하듯 나타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제임스의 눈이 커졌다.

“이 사람은…. ‘노란 탐정’이군.”

제임스는 곧바로 그 인물을 알아보았다.

한때 유명했던 ‘노란 탐정’, 회색 사신과 관련이 깊은 인물이었다.

특히 미니 사신의 위기 때 등장했던 황금 뿔 사신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비서가 설명을 이어갔다.

“네, 맞습니다. 노란 탐정은 공간 이동 능력을 가진 오브젝트 두 종류를 사용해 집무실에 침입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비서는 투명한 오브젝트 보관용 용기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커다란 편지 봉투가 들어 있었다.

“이것이 그가 남긴 물건입니다. 어떻게 처리할까요? 폐기해야 할까요?”

제임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노란 탐정은 회색 사신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이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그 순간, 제임스의 어깨 위에 있는 황금 사신이 오브젝트 보관용 용기에 폴짝 뛰어들었다.

좀처럼 쓰지 않는 유령화까지 써서, 오브젝트 보관용 용기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익숙한 향기가 나.’

그러고는 편지 봉투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황금 사신의 반응을 본 제임스는 결심을 굳혔다.

“보관함을 열어. 편지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어.”

보관함이 열리자, 제임스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지만 충격적이었다.

오랜 시간 인간 사회에 숨어있었지만,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특급 오브젝트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편지 끝부분에는 굵은 글씨로 강조된 문구가 있었다.

<이 오브젝트는 반드시 회색 사신이 처리해야 합니다.>

<편지를 모두 읽으면, 바로 태워서 없애야 합니다.>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

제임스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편지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편지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편지는 재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편지에는 미국 텍사스 남부에 특급 오브젝트가 숨어있다는 제보가 쓰여 있었다.”

제임스는 손에 남은 재를 툭툭 털어내며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

“사실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팀을 보내도록 하지. 정신 오염도 없이 인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졌다니, 그 점을 염두에 두도록.”

직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임스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울의 아침 풍경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의 머릿속은 이미 텍사스로 가득 차 있었다.

직원들이 집무실을 떠나자, 황금 사신은 제임스의 어깨로 돌아와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제임스는 깊은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커다란 무언가가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야.”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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