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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8

미니 사신 정원 깊숙한 곳, 캐러멜 대협곡의 끝없는 평원을 달리며 나는 시간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하얀 아귀로 만든 양탄자를 타고 질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은 채 속도감에 취해있었다.

하지만 모든 즐거움이 그렇듯, 이 역시 서서히 지루함으로 변해갔다.

끝없이 펼쳐진 캐러멜 평원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았고, 바람을 가르는 짜릿함도 무뎌졌다.

대협곡의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기에도 조금 지친 기분이었다.

‘슬슬 격리실로 돌아가야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미소 지었다.

역시 일을 해결하고 나면 푹신한 침대 위에서 푸딩을 먹는 게 제일 마음이 편했다.

그 생각만으로도 입 안에 달콤한 맛이 감돌았다.

감각을 넓게 펼쳐 순간이동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나비 차원에서의 일들을 떠올렸다.

겨우 반나절의 모험이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특히 ‘강도’는 자동 사냥에 핵심이 될 가능성이 보였으니까.

‘….’

격리실에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예린이가 나를 발견하고는 달려와 아무 말 없이 꼭 껴안은 것이다.

그 포옹에는 안도와 그리움, 그리고 약간의 원망까지 담겨 있는 듯했다.

‘?’

예상 밖의 격렬한 반응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떠나있던 시간은 정말 짧았을 텐데, 예린이의 반응을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내가 나비들의 차원에 머물렀던 시간은 반나절 정도.

몇 년이나 싸워왔다는 검은 후드 사신의 발언에서 유추해 보면 그 장소는 지구보다 시간의 흐름이 빠른 것으로 보였다.

검은 후드 사신은 연 단위가 아니라 한 달 남짓 실종되었으니까.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던 예린이가 진정됐는지, 마침내 힘을 빼고 조금 물러났다.

하지만 완전히 놓아주지는 않았다.

대신 내 머리 위에 자기 머리를 기대고는 내 더듬이를 냠냠 먹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이야, 사신아. 벌써 한 달이나 지났어.”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예린이.

나는 예린이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한 달?

진짜 잠깐 머무른 것 같은데, 한 달이나 지났다고?

조금 이상하네.

예린이도, 미니 사신도, 나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을 테니, 뭔가 특이점이 있는 게 분명했다.

‘….’

순간, 거대 나비들이 다루던 능력이 떠올랐다.

시간을 마구잡이로 뒤섞어서 붕괴시키는 능력.

‘아.’

아무래도 거대 나비의 능력처럼 시간이 뒤죽박죽 흐르던 공간이었나 보네.

간단히 결론을 내리자, 예린이의 반응이 납득되었다.

내게는 몇 시간에 불과했지만, 예린이에게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몇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호들갑 떠는 줄 알았어.

‘미안해.’

나는 약간의 미안함을 담아, 예린이를 마주 안아 주었다.

***

드르륵. 드르륵.

거대한 캐리어가 아스팔트 위를 굴러가는 소리가 조용한 거리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위에 앉아 예린이가 끄는 대로 천천히 나아갔다.

‘도대체 왜 이렇게나 커다란 캐리어를 왜 연구소에 가지고 온 걸까?’

그런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엄마!’

‘엄마다!’

그야, 아기 황금 사신이 거리에 너무 많았으니까.

돌벽 틈마다 황금 사신이 고개를 내민 채,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히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 어깨 위에는 아기 황금 사신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여기저기 잔뜩 달라붙은 게, 꼭 메뚜기 떼 같네.’

소리를 내지 못해서 조용하다는 점만 빼면, 개구리 이상 증식 같은 자연재해와 닮아 있었다.

그만큼 황금 사신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찌나 많은지,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황금 사신이 밟힐 정도!

“아침에 일어나보니, 우리 집에도 아기 황금 사신이 잔뜩 생겼더라.”

통통.

예린이는 내가 타고 있는 캐리어를 가볍게 두들기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이 가방 가득 채워서 연구소로 옮겼는데도, 다 못 옮길 정도로 많았어.”

김중뢰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사무실에 잔뜩 풀어놔서 재밌었다고 예린이는 작게 웃었다.

정체불명의 거대 캐리어의 존재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아기 황금 사신 불법 방류용 컨테이너였던 것이다.

예린이는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은지, 아기 황금 사신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아기 황금 사신이 뜨거운 프라이팬에 자꾸 뛰어드는 이야기.

가방이 가득 차서 같이 못 가게 된 아기 황금 사신들이 슬퍼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예린이 집에 경호용으로 상주시킨 미니 사신들에게 잘 놀아달라고 부탁하고, 출근했다는 이야기까지.

아기 황금 사신들로 가득한 송파구 거리를 지나 마침내 나는 예린이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우리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말 그대로 놀라웠다.

“와.”

예린이도 몰랐던 모양이다.

작은 감탄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거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장난감 열차.

그 위에는 해맑게 웃는 아기 황금 사신들이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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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원심분리기라 해도 좋을 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목마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물로 만든 공룡들이 뛰어노는 작은 공룡 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기 황금 사신들을 위한 미니어처 놀이공원이 아파트 안에 들어서 있었다.

<열차는 빠르게 달려주세요!>

보기 힘든 푸른 사신까지 합세해서 놀이공원을 운영 중이었다.

예린이와 같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자, 아기 황금 사신들이 ‘엄마!’ 하며 놀이 기구 위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놀이 기구를 세심하게 살펴보니, 아기 황금 사신들만 노는 게 아니라, 예린이 방 소속이 아닌 미니 사신들도 잔뜩 찾아와서 놀고 있었다.

놀이 기구의 뼈대를 이루던 검은 사신이나, 놀이공원을 운영하던 황금 사신들도 쉬기 위해 놀이 기구에 타기도 했다.

가장 구석진 곳에는 푸른 사신 하나가 즐거운 표정으로, 아귀를 파서 만든 간단한 놀이 기구를 타고 있었다.

내가 보는 줄 모르는 건지, 웃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조금 신선했다.

신기하네.

원래 푸른 사신은 아귀를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

송파구에 위치한 한 한적한 공원은 도시 재건의 물결에서 빗겨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했다.

부서진 벤치와 녹슨 놀이 기구들이 황폐한 풍경을 자아내는 가운데, 후배 2호는 지루함에 몸을 맡긴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뿔!’

‘신기해.’

황금 뿔 사신과 여러 마리의 황금 사신들이 공원을 배회하며 장난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후배 2호는 미니 사신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내심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곳에서 대기하라는 거죠….”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탐정 선배의 지시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대기해야 하는지 정확한 시간은 알려주지 않았다.

선배에게 물어봐도, ‘그 순간이 오면 바로 눈치챌 수 있을 거야.’라고만 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이 공원에는 이상하게 황금 사신이 많네.’

보통 황금 사신은 사람이 많은 곳에 자주 출몰했는데, 이곳은 인적이 드문데도 뚜방뚜방 돌아다니는 황금 사신들이 많았다.

딱히 놀거리도 없고, 다 부서지고 망가진 공원뿐인데 말이다.

후배 2호는 필요한 순간이 오면 열어보라고 전해준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면서, 공원은 어둠에 잠겼다.

황금 사신들도 굉장히 졸려 보였다.

몇몇 황금 사신은 꾸벅꾸벅 고개를 떨어트릴 정도였다.

그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뭔가가 타는 듯한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가 주변에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은 마치 음산한 밤안개처럼 보였다.

연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후배 2호도 맡아본 기억이 있었다.

기름이 타는… 가스램프의 냄새.

달그락. 달그락.

그때,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짙은 안개처럼 퍼진 연기 사이로 희미한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황금 사신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해로운 오브젝트!’

황금 사신들이 사나운 표정으로 불빛 방향으로 이를 드러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속에서, 단정한 구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진 순간.

후욱.

연기가 후배 2호 근처에서 밀려나며, 둥근 공간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모습은 기이했다.

남자의 얼굴은 마치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기처럼 흐릿했다.

그의 주변에는 수십, 아니 수백 개의 가스램프가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램프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남자를 감싸고 있었다.

그야말로 램프의 남자라고 불릴 법한 존재였다.

[좋은 저녁입니다.]

램프의 남자가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

‘해로운 오브젝트!’

‘오브젝트!’

그 순간 황금 사신들이 일제히 남자를 물어뜯을 것 같은 흉포한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이런, 대화를 나누기 적합한 상황은 아니군요.]

램프의 남자는 마치 재미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딱.

그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달려들던 황금 사신들, 심지어 후배 2호의 애착 사신인 황금 뿔 사신까지도 허공에 멈춰 버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후배 2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특히 강력한 황금 뿔 사신마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린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램프의 남자는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모습은 마치 황금 사신 정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후배 2호에게 다가왔다.

걸음걸이는 우아했지만, 동시에 현실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한 괴이함이 느껴졌다.

주변의 램프들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 춤을 추듯 흔들렸다.

‘이게, 선배가 말한 거물!’

딱딱하게 굳어버린 후배 2호를 보며, 램프의 남자가 살짝 웃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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