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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5

Chapter: 425

   소울 아카데미의 던전학 교수들은 아침 일찍부터 던전을 모니터링하는 곳에 모여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교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부터 경력도 길고 명성도 드높은지라 굳이 이 곳에 찾아 올 이유가 없는 원로 교수까지 말이다.

   

   본래라면 대학원생들을 굴리며 자신들도 함께 구르고 있을 이들이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이 곳에 모여 있는 까닭은 이번 던전에 그들이 들인 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의 방학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던전학과에 포함된 모든 이들이 굴러가면서 만들어낸 이번 던전은 그야말로 노력의 결실이라 부를 만 했다.

   

   “학생들이 고민하고 어려워하다 결국 고난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니 즐겁군요.”

   “저희들이 의도한 대로 절망하는 것도 꽤 재미있구요.”

   “알른 영애가 왜 다른 이들이 던전을 공략하는 걸 보며 즐거워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본래 아카데미에 던전학 교수들은 아카데미의 던전을 만드는 일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연구자였으니까.

   

   굳이 다른 이들을 위해 만들 던전을 고민할 바에야 학회에 낼 연구를 생각하고 자신의 업적을 세우는 쪽을 선택했지.

   

   아카데미의 던전을 만드는 일이 아랫 사람들에게 모두 다 위임된 것도 이러한 사유에서였다.

   

   그랬던 교수들이 이번 년도에 들어서 생각을 바꾼 것은 지난 번 루시 알른이 만들어낸 던전이 가져다 준 충격 때문이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던전은 던전의 제작이 처음인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했고 그와 동시에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신선함을 갖추고 있었다.

   

   누구라도 공략하는 건 가능하지만 누구나 공략할 수는 없는 그 던전은 소울 아카데미 뿐만 아니라 던전학계 전체에 큰 충격을 선사했고 그녀의 던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번 년도 최고의 던전으로 지정되었지.

   

   그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던전학과의 교수들은 자신들이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던전학과라는 것은 결국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던전을 분석하여 던전을 공략하는 이들에게 지식을 전파하기 위한 것.

   

   어렵고 복잡하고 기괴한 던전을 만들어 학계의 인정을 받는 것은 던전학이 만들어진 기원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

   

   고일대로 고이다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던 교수들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을 먹고 이번 던전에 공을 들였다.

   

   학생들에게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이번 던전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자라면 바깥의 어느 던전에 들어가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뭣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던전에서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는 걸 보기 위해서.

   

   여태까지의 상황은 교수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아래의 던전을 공략하며 던전에 익숙해져가고 있었고.

   

   던전 공략에 익숙한 이들은 30층 이후부터의 기믹을 돌파하며 성장하는 중이었고.

   

   실력 있는 자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최상층으로 향하는 도중이었으며.

   

   교수들이 아카데미 던전을 제작하는 데 몰두하게 된 원인인 루시 알른은 99층에서 고통을 받는 중이었으니까.

   

   “알른 영애까지도 던전을 공략하면서 즐거워하는 걸 보면 이번 던전은 분명 좋은 평가를 받겠군요.”

   “학계 쪽을 제외하면 그럴 거다. 학계 놈들은 소울 아카데미에서만 만들 수 있는 던전이라면서 난리를 칠 테니까.”

   “아. 확실히 예전부터 그랬죠. 저희 아카데미 쪽에 잔존하는 마력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 아니냐며 난리를 쳤으니까요.”

   “실제로도 마냥 틀린 말은 아니라서 반박하기 힘든 게 참 짜증난단 말이지.”

   

   던전의 문이 열리는 것을 기다리며 던전학 교수들이 잡담을 나누는 가운데 본래 오늘 감시역을 맡은 말단 교수들은 식은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자신들의 뒤에 있는 것은 아카데미의 역사나 마찬가지인 원로들.

   

   저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순간 현 세력 구도에서 애매한 위치에 존재하는 이들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오. 알른 영애가 오셨군.”

   “어제 99층에서 가로 막히고 엄청나게 짜증을 내셨지?”

   “하하. 저 뛰어난 재능을 지닌 영애께서도 설마 자기 하나를 위해 준비한 무언가가 있을 줄은 예측하지 못했겠지.”

   “하룻 밤이 지났는데 이제는 무언가를 눈치 채셨을까?”

   

   본디 아카데미 던전의 99층은 파티원 네 사람이 정해진 역할을 수행해야만 열리게 되어있다.

   

   한 사람의 뛰어남이 아니라 파티원 모두가 제 역할을 해야지만 던전을 돌파할 수 있도록 말이다.

   

   허나 방법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던전학 교수들은 혼자서도 저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두었다.

   

   정상적인 방법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하지만 하고자 한다면 혼자서도 얼마든 던전을 넘어설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예외는 사실상 루시 알른 한 사람을 향한 헌정이었다.

   

   고이고 고인 교수들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고 여러 교수들에게 영감을 선사했던, 그리고 던전을 만드는 데 학과의 전력을 다하느라 생겨날 뻔했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준 루시 알른을 향한 교수들 나름의 보답. 던전을 만들고 공략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그녀를 향한 선물.

   

   저 하나의 예외를 위해 여러모로 머리를 싸맸던 교수들은 던전 안으로 들어온 루시 알른을 보고서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아쉬워했다. 바로 한 길목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음을 증명했으니까.

   

   “으음. 아직인가.”

   “알른 영애가 대단하긴 하셔도 아직 학생이잖아요. 바로 알아차리긴 어렵죠.”

   “하긴 학계의 꼬이고 꼬인 노친네들이 만들어낸 것이니.”

   “얌전히 기다립시다. 얼마 안 있으면 분명 해답을 찾아내실 거에요.”

   

   어제 저녁에 그러했던 것처럼 길목 끝에 던전에 들어간 그녀는 안의 길은 완벽하게 암기한 듯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 던전의 끝에 도달했다.

   

   던전의 보스를 상대하는 것 또한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그녀는 혼자였지만 혼자서 네 사람이 해야 할 것을 해내보였던 것이다.

   

   겨우 하루 사이에 저렇게 숙련이 되었단 사실에 교수들이 감탄하고 있을 무렵 루시 알른은 던전의 보스를 마무리짓는 대신 그 팔다리를 꺾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후 보스의 입에 무언가 액체를 흘려 넣었다.

   

   병에 있던 모든 걸 털어 놓은 루시가 보스룸을 빠져나갈 무렵 방 안에 있던 보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교수들은 그제서야 루시가 보스에게 독을 먹였단 것을 눈치 챘다.

   

   “저 분 독도 다룰 줄 알았나?”

   “뭘 하려는 거지?”

   “글쎄요.”

   “영애의 행동이니 무의미하진 않을 텐데.”

   “설마.”

   “뭐 생각한 거 있나?“시간을 맞춰서 한 번에 보스를 죽이려는 거 아닙니까?”

   

   한 교수가 내뱉은 말에 모니터링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독을 통해 죽는 시간을 조정한다고?”

   “물론 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게 아니고서야 저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교수들이 당혹스러워하는 동안 다음 던전에 들어간 루시 알른은 이번에도 빠른 속도로 던전을 공략한 후 보스를 반쯤 죽여 두었다.

   

   두 번째 던전에 존재하는 보스는 암석으로 만든 것이었기에 이전처럼 독에 당할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루시 알른은 독 대신에 다른 걸 택했다.

   

   폭탄.

   

   루시는 자신의 아공간주머니에서 폭탄을 꺼내 그 인근에 설치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폭발하도록 말이다.

   

   “폭발물을 다루는 게 왜 이리 능숙하신 걸까.”

   “…참 다재다능하신 분이군.”

   “지금 그걸 신경 쓸 때인가?! 지금 알른 영애는 정말로 네 보스를 한 번에 쓰러트릴 생각이시지 않은가!”

   

   세 번째 던전에 도착한 그녀를 맞이한 것은 사령이었다. 물리적인 수단이 통하지 않는 상대말이다.

   

   허나 루시에게 사령의 성질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신성을 다루는 성기사인 그녀는 가뿐히 사령을 박살냈고 신성으로 가득찬 영역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미 죽은 사령을 다시금 태워 죽게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서 마지막 던전으로 달려가 그 곳의 보스를 쓰러트리기 직전 99층이 리셋됐다.

   

   그녀가 펼쳤던 신성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세 번째의 사령이 먼저 죽어버린 것이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어찌 네 개의 보스가 죽는 순간을 완벽하게 일치시킨단 말인가.”

   

   루시의 실패를 본 교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루시 알른이 저런 방식으로 던전을 공략해버린다면 그들이 기껏 만들어 둔 루시 알른을 위한 선물은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다만 교수들의 안도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처음으로 되돌아 온 루시 알른이 다시금 던전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언젠가 포기하시겠지?”

   “걱정마라. 알른 영애 본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게 말도 안 됨을 깨달을 것이다.”

   “그러면 좋을 테지만.”

   “설령 포기하지 않는다 한들 저게 성공할 리 없잖나! 괜한 걱정일세!”

   

   애써 루시의 도전을 외면한 이들은 다른 학생들이 공략하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루시 알른의 턱 끝까지 쫓아 온 아서 솔라딘의 일행이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재능들로 구성된 그 파티는 99층을 둘러보며 정상적인 공략법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

   

   두 번째 시도. 최초에 먹인 독이 강해서 오차가 생겼다.

   

   던전이 초기화 된다.

   

   세 번째 시도. 신성의 조절에 실패했다.

   

   아악. 진짜 사령 이 새끼 개 허접이야. 99층에 있는 놈이면 좀 더 튼튼하란 말야.

   

   던전이 초기화 됐다.

   

   네 번째 시도.

   

   마지막 보스를 너무 빨리 쓰러트렸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설마 메이스를 향해 머리를 들이밀 줄은!

   

   아무리 마조 변태 새끼여도 자기 목숨은 아까워하는 게 정상 아냐?!

   

   다섯 번째 시도.

   

   이것저것을 신경 쓰다 보니 폭탄이 일찍 터졌다.

   

   여섯 번째 시도.

   

   살짝 열이 올라서 힘조절에 실패했다. 두 번째 보스가 박살이 나버렸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나는 계속해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마음 한켠에 이럴 시간에 제대로 된 루트를 찾아내는 게 빠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차올랐지만 무시했다.

   

   이미 여기에 투자한 시간이 얼마인데 여기에서 도망칠 순 없어! 썩은물의 자존심이란 게 있단 말야!

   

   <때로는 아까워도 버릴 줄 아는 것이 지혜이다만.>

   ‘사실로 때리지 마세요! 아프다고요!’

   

   그렇게 반복된 도전 속에서 오차를 수정하던 나는 서른 번째 도전을 앞에 두고서 이번에야 말로 성공할 수 있으리란 확신을 지녔다.

   

   앞의 세 보스가 죽는 시간은 깔끔하게 맞췄어.

   

   이제 네 번째 보스가 죽는 시간만 정확하게 맞추면 돼!

   

   가즈아아아아!

   

   100층으로!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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