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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9

미니 사신 정원의 깊숙한 곳, 우유 빙수 설원.

나는 그곳에서 햄스터들의 대량 증식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 마리뿐이던 설원 햄스터가 엄청나게 많아졌네.’

자판기에 갇힌 한 마리뿐이던 햄스터가 어느새 설원 여기저기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전부 자판기에 집어넣어 버리고 싶었지만, 딱히 잘못도 하지 않은 녀석들을 햄스터라는 이유만으로 잡아넣기는 좀 그랬다.

그때 눈에 띈 것은 유독 거대한 햄스터였다.

너무 커다래서, 뒤뚱뒤뚱 걷는 거대 햄스터!

아니, 저 정도 크기면 햄스터라기보다는 뉴트리아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잡았던 꼬챙이 오브젝트의 크기를 생각하면, 저 뉴트리아가 꼬챙이 오브젝트였을 때는 정말 엄청난 크기였을 것 같았다.

‘너무 커서…. 조금 징그러워.’

하지만 내 감상과 달리, 그 거대한 뉴트리아는 미니 사신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마도 꼬리에 달린 거대한 과일 때문인 것 같았다.

미니 사신들은 거대한 과일의 속을 야금야금 파고든 뒤, 안에서부터 냠냠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러다 과일의 표면을 뚫고 얼굴을 불쑥 내밀면, 멋쩍은 표정으로 히히 웃었다.

‘진짜 미니 사신은 크기가 크기만 하면 엄청나게 좋아하네….’

설마 미니 사신들이 애착 인간에게 고칼로리의 간식을 먹이는 것도 인간을 크게 만들려고 그러는 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세희 연구소 직원들이 대체로 통통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설원 위에 서서, 미니 사신들이 햄스터의 뒤를 쫓으며 즐겁게 노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붉은 사신과 황금 사신이 없는 풍경이었다.

뭐, 잔뜩 늘어난 햄스터만 봐도 가출한 황금 사신과 붉은 사신은 잘 지내고 있겠지.

그럼, 슬슬 램프 처리를 고심해 봐야겠어.

붉은 사신들의 실종에 정신이 팔려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원래의 문제로 돌아왔다.

램프의 본체 위치는 하얀 아귀의 능력으로는, 추적이 불가능.

그렇게 신중히 숨어다니면서 여기저기 램프를 뿌려두는 것을 보면, 램프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램프들을 처리해야겠어.’

나는 커다란 뉴트리아의 내 머리통만 한 포도알을 하나 집어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사탕 코팅이 부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퍼져나갔다.

그렇게 포도를 천천히 뜯어 먹으며 전 세계의 미니 사신들에게 의지를 보냈다.

‘램프를 찾아!’

***

뚜방뚜방.

나는 전 세계의 미니 사신들이 램프를 찾을 때까지, 강화된 조종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납 인형이 격리된 격리실로 향하고 있었다.

세희 연구소의 복도를 천천히 걷다 보니, 연구소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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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는 온갖 종류의 미니 사신 그림이 그려진 세로형 현수막이 나풀나풀 걸려 있었고, 복도 양옆으로는 미니 사신 전용 통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복도 중간중간에는 미니 사신 전용 과자를 파는 자판기가 놓여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슴 간식을 파는 사슴 농장을 연상시켰다.

이전에는 그래도 겉모습만큼은 연구소 같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놀이공원처럼 변해버렸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다.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지내는 격리실과 비슷한 크기의 격리실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납 인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 격리실에 있을 텐데….’

격리실 안은 하얀 아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의 아귀 항아리 수준!

하지만 아귀 항아리 때와는 달리, 격리실 안의 하얀 아귀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뀨히히.

설마 황금 사신들이 가출해서, 납 인형을 하얀 아귀들이 독점하고 있는 걸까?

나는 납 인형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중심으로 격리실 내부를 계속 둘러보았다.

그러자 아귀들 사이에서 ‘퐁!’하고 납 인형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튀어나온 납 인형 주위에는 행복한 아귀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나는 내 본체를 격리실 구석에 조심스럽게 눕혀두고, 납 인형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원격 조종이 아니라, 검은 거인을 조종하듯이 의식을 옮겼다.

그러자 내 본체의 시야가 푹 꺼지더니, 하얀 아귀 더미 속에서 눈을 뜰 수 있었다.

그야말로 아귀투성이!

하지만 나는 아귀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의식을 옮겨 넣자, 전과는 확연히 다른 감각이 느껴졌으니까.

뀩.

내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자, 손끝이 검게 물들었다.

‘다른 육체로도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

마치 납 인형의 몸이 내 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몸으로도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니, 엄청 신기하네.

예전부터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예린이 목에 흉터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며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몸속에서 낯선 의지가 퍼져 나왔다.

[안녕.]

어딘가 기계처럼 감정이 결여된 목소리.

‘!!!’

나는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성녀와의 만남이 끝나고, 후배 2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해는 저물고, 산속의 밤은 어둠에 잠겼다.

차가운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어딘가 음산한 소리를 냈다.

그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그녀의 볼을 스쳐 지나갔다.

후배 2호는 두 팔을 감싸 안으며 몸을 웅크렸다.

산속이라 그런지 기온이 뚝 떨어져 피부로 느껴지는 냉기가 더욱 선명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의 마음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성녀가 제시한 두 번째 소원은 그녀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소원은, 저와 함께했던 교단원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모두 만족하는 거예요.]

성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슬픔은 감출 수 없었다.

[마치 교단에서 이야기하는 예언의 때처럼. 끊임없이 고통받고 계속해서 나아가기만 했지만, 그 끝에 허무하게 죽어버린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웃었으면 좋겠어요. 교단에서 약속했던 사후 세계의 낙원처럼….]

성녀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그 시절을 돌이키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반대로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후배 2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성녀가 옥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원래부터 의심을 안고 있었지만, 마지막 소원을 듣는 순간 그녀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성녀는 내가 소원을 이뤄주길 원하지 않아.’

이 폐허가 된 교단을 보며 알 수 있듯이, 교단원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 교단원들은 성녀가 머무는 환상 속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겠지.

이지를 가지지 않고, 특정한 순간을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존재들.

성녀는 과거를 추억하며, 죽은 교단원들의 영혼을 자신이 만들어 낸 공간에 영원토록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

성녀의 소원을 이뤄주려면 죽은 자들을 모두 되살리고, 그들에게 만족스러운 시간을 선사해야 했다.

‘죽은 사람들을 되살리는 것도 어려운데, 성녀를 포함한 모두를 만족시키다니…. 이건 불가능한 미션이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조차 희미한 어두운 하늘은 그녀의 마음처럼 답답하기만 했다.

‘요즘 계속 이런 식으로 한탄만 하는 것 같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답이 보이지 않았다.

기적이 필요했다.

최강의 오브젝트라는 ‘회색 사신’은 이런 불가능한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뭐, 어차피 계약 때문에 회색 사신의 도움을 바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겠지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형형색색의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어슴푸레하게 비추었다.

후배 2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이 소원을 이뤄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주변에 뿌연 연기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찬 바람에 연기가 휘몰아치며 그녀를 감싸 안았다.

“설마…!”

그녀는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선가 달그락, 달그락,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연기 너머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한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는 고풍스러운 가스램프를 들고 있었고, 그 불빛은 흔들리며 신비로운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

그 뒤에는 수많은 가스램프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연기가 서서히 흩어지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연기로 가려져 얼굴을 인식할 수 없었지만, 램프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요.]

램프의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움이 담겨 있었다.

후배 2호는 숨을 삼켰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움과 경계심이 동시에 밀려왔다.

‘계약에 따르면, 램프의 남자는 소원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없을 텐데…?’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등장은 그녀에게 작은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인간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오브젝트가, ‘램프의 남자’였으니까.

[계약에 따라, 제가 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가가 따르겠지요.]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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