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온기가 퍼져 나오는 꿈속.
후배 2호는 사탕을 받아 들고 황금 뿔 사신의 인도에 따라서 이 ‘따뜻한 꿈’ 속을 나아갔다.
황금 뿔 사신이 알려준 것처럼, 이곳은 정말 따뜻한 곳이었다.
마치 마시멜로 평원처럼 바닥에 깔린 침대 위에는 황금 사신들이 해맑은 표정으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미니 사신 정원의 하늘보다 훨씬 낮게 매달린 캐노피 위에는 황금 사신들이 미끄럼틀을 타듯이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침대 사이를 흐르는 핫초코의 강 위에는 뚜껑 달린 접시들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황금 사신들은 그런 그릇을 하나씩 집어서, 그 안에 담긴 간식들을 냠냠 먹었다.
미니 사신 정원과 닮았지만, 훨씬 작은 꿈속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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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작은 만큼 어딘가 아늑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풍겼다.
“좋네….”
후배 2호는 따뜻한 침대 위에 주저앉으며,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근처를 떠다니던 접시 하나를 집어서 뚜껑을 벗겼다.
그러자 그 속에는 황금 사신 하나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들어있었다.
‘앗!’
한 황금 사신이 접시 안에 들어가서 케이크를 야금야금 뜯어 먹다가, 후배 2호와 눈이 마주쳐 버린 것이다.
황금 사신은 당황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다가, 케이크를 조금 뜯어서 후배 2호에게 내밀며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히히.
그런 황금 사신을 보며, 후배 2호는 작게 웃더니 그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맛은, 미니 사신 정원표 간식처럼 달고 맛있었다.
그렇게 황금 사신과 케이크를 나눠 먹은 뒤, 숙였던 몸을 일으켜 세우자, 침대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춤을 추는 황금 사신들과 하얀 아귀들이 눈에 들어왔다.
황금 사신들은 즐거운 감정을 뿜어내며, 아무런 소리도 없이 그저 감정만으로 이루어진 노래를 불렀다.
멜로디도 가사도 없어서 그걸 노래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후배 2호의 인식으로는 명백한 노래라고 느껴졌다.
절로 흥겨운 기분과 함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기이한 노래였다.
♬♩♬~.
후배 2호는 황금 뿔 사신을 어깨에 얹고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 확실히 이런 상황과 광경을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자, 금세 오래전에 봤던 조사 자료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황금색으로 가득한 즐거운 꿈. 달콤한 음식과 춤과 노래. 왠지 행복해 보이는 집단 환각이네요. 꿈이라 그런지,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해서 단서가 별로 없어요.]
[오브젝트 관련은 확실해 보이는데, 유해해 보이지 않는 건 또 신기하네. 사람들 인터뷰를 보면 오히려 꿈을 잊어버린 걸 엄청나게 아쉬워하는 것 같아.]
탐정 사무소에서 어떤 자료를 읽어봤었던 기억이었다.
황금색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꿈.
음식과 춤과 노래.
행복한 환각.
그야말로 이곳을 부르는 것 같은 설명이었다.
‘설마 예전에 있었던 황금색 꿈이 여기였던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돌리자, 황금 뿔 사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는 버려진 꿈속 정원이야!’
그렇게 말하며 황금 뿔 사신은 히히 웃었다.
아주 예전에 쓰이던 정원.
미니 사신 정원이 점차 실체화되기 시작한 뒤에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공간.
미니 사신 정원에 비하면 좁고 실체도 아니었지만, 엄마는 까먹은 지 오래라서 들킬 걱정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황금 뿔 사신은 엄마에겐 비밀이라며 히히 웃었다.
황금 뿔 사신과 따뜻한 꿈속 정원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다 보니, 저 멀리 커다란 나무가 시야에 들어왔다.
흐릿하지만 존재감이 있는 나무.
그리고 그 나무를 중심으로 새싹 사신들이 뚜방뚜방 돌아다녔다.
그리고 머리 위에 찬란하게 소용돌이치는 꽃 같은 빛을 얹은 미니 사신이 아귀 위에 앉아,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황금 뿔 사신은 그 미니 사신을 가리키며 의지를 뿜어내었다.
‘꿈속 정원 복원에 도움을 준 동생이야!’
후배 2호가 이 공간을 떠받치는 나무를 올려다보니, 정말 그래 보였다.
황금 뿔 사신에게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불꽃이 미니 꽃 사신에게 흘러 들어갔고, 그 불꽃이 다시 나무의 양분이 되는 흐름이 보였으니까.
그리고 황금 뿔 사신은 미니 꽃 사신의 조그마한 손을 붙잡더니, 끌어당기며 의지를 내뿜었다.
‘같이 놀자!’
그러자 미니 꽃 사신을 포함한 수많은 새싹 사신이 황금 사신과 뒤엉켜서 놀기 시작했다.
황금 사신들은 이 공간이 익숙한지, 새싹 사신들에게 이 공간에서 뭐 하고 놀면 재밌는지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있었다.
조그마한 황금 사신들이 이것저것 엉터리 논리로 설명하고, 그걸 듣고 신기해하는 새싹 사신들을 보고 있으니, 후배 2호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도 놀자!’
그렇게 후배 2호는 수많은 황금 사신과 새싹 사신에게 둘러싸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의지 중, 우선 시급해 보이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의지들은 모두 위급한 느낌보다는 발견해서 엄마에게 칭찬받겠다는 해맑음이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들려오는 의지 중, 가장 먼저 나를 부른 미니 사신에게 순간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나에게도 꽤 익숙한 장소였다.
하얀 아귀로 만들어진 자동차들이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미니 사신들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색적인 도시.
자유 도시 연합이었다.
‘전에 왔을 때보다 아귀 자동차가 더욱 화려해진 것 같네….’
분명 처음에는 단순히 아귀를 파내서 만든 자동차였는데, 이제는 다양한 형태로 조각해서 나름대로 멋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길거리에는 롤케이크 인간들과 미니 사신들이 어우러져 돌아다니고 있었다.
황금 사신들이 가출한 데다가 내가 램프를 찾으라고 명령한 것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미니 사신들의 숫자는 꽤 줄어든 상태였다.
이 도시의 음식점은 대부분 미니 사신이 운영해서 그런지, 음식점들의 반 정도는 입구에 [close] 푯말이 붙어있을 정도였다.
‘앗! 엄마다!’
‘엄마가 있어!’
주변을 돌아다니는 미니 사신들은 나를 보고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곤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보는 미니 사신들의 도시를 구경하고 있었더니, 내 발목을 때찌때찌하는 감촉이 느껴졌다.
‘엄마!!’
램프를 찾았다고 나를 부른 미니 사신이었다.
시선을 내려서 확인하자, 황금색으로 빛나며 좌우로 흔들거리는 더듬이가 보였다.
‘….’
이번에도 황금 사신인 건가.
‘또 헛걸음 아니겠지…?’
황금 사신은 내 명령에 가장 즉각적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가장 적중률이 낮기도 해서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또 아기 황금 사신이라고?
황금 사신이 그렇게나 많이 생길 것 같지는 않은데….
내가 조금 신기한 마음에 황금 사신을 손아귀에 집어 들자, 황금 사신은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얌전히 손바닥 위에 앉아 있었다.
‘음?’
그렇게 손바닥 위에 두고 자세히 살펴보자, 아기 황금 사신과는 다른 점들이 눈에 띄었다.
손으로 들어보면 아기 황금 사신보다 조금 크기가 컸고, 몸무게도 무거웠다.
게다가 꽤 활기차 보이지만, 보통의 황금 사신이랑 비교하면 조금 소심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황금 사신을 집어 들면 보통 내 손에 달라붙고 난리를 피워야 하는데, 얌전하네.’
그렇게 생각하니, 황금 사신을 감싸고 있던 환상이 흐릿해지며 사라져 버렸다.
동글동글한 단추 눈과 재봉선으로 만들어진 입.
황금 사신의 피부랑 달리 보드라운 천으로 된 피부.
노란 사신이 자주 만드는 황금 사신 인형 옷이었다.
가짜 황금 사신은 들킨 것을 깨닫고는 당황한 것처럼 두리번거리더니, 나를 바라보며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너 노란 사신이지?’
나는 황금 사신 인형 옷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의지를 보냈다.
그러자 인형 옷의 뒤편이 천천히 열리더니, 거기서 노란 사신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노란 사신은 여전히 웃음이 익숙하지 않은지, ‘후히히’한 표정으로 웃었다.
황금 사신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황금 사신이 아니라 노란 사신이라서 그런지 진짜 램프를 발견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램프는 어디 있어?’
내가 그렇게 묻자, 노란 사신은 다시 황금 사신 인형 옷을 뒤집어쓰더니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땅속!’
그리고 황금 사신처럼 해맑은 의지를 뿜어내더니, 유령화를 하고 땅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 유령화 때문에 인형 옷을 입고 있었구나….’
하긴 목적지가 땅속이라면 유령화가 가능한 황금 사신들이 제일 유리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도 노란 사신을 따라서 유령화를 하고 땅속 깊숙한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지하로 내려가자,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지하실의 잔해들이 가득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거대 지렁이들을 죽인 곳이네.’
너무 무너져서, 더 이상 뭔가가 존재하기 힘든 장소였다.
아마 나도 유령화가 없었다면 들어오기가 상당히 귀찮았겠지.
노란 사신은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곳에서 조금 구석진 곳으로 뚜방뚜방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이 모든 붕괴 속에서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는 조그마한 방이었다.
방에는 온갖 도면들이 널려있었다.
온갖 신체 부위를 오브젝트로 대체하는 기술.
오브젝트를 태워서 대량의 유기물을 만들어, 식량을 대체하는 기술.
오브젝트를 이용해서 오브젝트를 사냥하고, 그것을 인간의 것으로 만드는 기술.
외부와 연결이 끊어져, 말라 죽어 가던 도시를 살리기 위한 한 인간의 고뇌와 연구 결과가 잔뜩 적힌 곳이었다.
이 도시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도, 오브젝트를 이렇게까지 활용하는 건 미국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오브젝트의 도움이 있었어.
도시를 살리기 위해 램프에게 기술을 받았구나.
그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오브젝트 의체 기술은 인간을 좀 먹었고, 이 기술로 생산된 식량은 인간을 해치는 독극물이라서, 의체 사용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방을 만들었던 인간도 거대한 지렁이가 되어버렸겠지.
‘살점을 뜯어서 먹인 인간도 그렇고, 다들 좋은 일을 하려고 애썼는데, 좀 안타깝네.’
나는 그런 감상을 흘리며, 장작으로 이 방과 도면, 그리고 램프의 잔해까지 전부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
흐릿하게 남은 탄내와 청량한 새소리.
그렇게 후배 2호가 잠에서 깨자, 엄청난 한기가 밀려들었다.
후배 2호는 차가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추운 것처럼 팔을 문질렀다.
그리고 시선을 돌리자, 황금 뿔 사신이 차가운 돌 위에 대자로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춥지도 않나?’
후배 2호는 작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통통한 뱃살이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었다.
찰칵.
그러자 황금 뿔 사신도 눈을 비비적거리며 잠에서 깨어나 버렸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인, 푸른 새벽.
하지만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 꿈속 정원의 온기 때문인지, 그렇게까지 춥지만은 않았다.
“그나저나 성녀의 두 번째 소원은 어떡하지?”
후배 2호는 어깨 위의 애착 사신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황금 뿔 사신도 후배 2호의 표정을 따라 하며, 같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성녀의 소원….
[두 번째 소원은, 저와 함께했던 교단원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모두 만족하는 거예요.]
‘이미 죽은 자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건가?’
역시 램프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하는 순간.
‘아!’
후배 2호는 뇌리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리고 황금 뿔 사신을 하늘로 집어 던지며 외쳤다.
“잘했어! 전부 네 덕분이야!”
황금 뿔 사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애착 인간이 좋아하고 칭찬을 해줘서 그런지 같이 히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