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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32

Chapter: 432

   이 세상이 아직 내게 게임일 적에 아카데미의 2학년은 유저에게 있어 가장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아카데미 1학년은 캐릭터의 내실을 다지는 순간이니 아카데미 내부에만 신경을 쓰면 되고.

   

   아카데미의 3학년은 게임의 마무리를 지을 때이니 아카데미 외부에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이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아카데미의 2학년은 아카데미 내외부를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지.

   

   특히 뉴비들이 아카데미 2학년에 들어와서 가장 어려워했던 것이 아카데미 외부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외부에 존재하는 던전을 공략하고 그 곳의 NPC들과 대화하며 퀘스트를 수행하는 와중에 외부의 여러 자잘한 요소들을 신경 쓰면서 그와 동시에 아카데미 내부의 일까지 해야 하니 얼마나 머리가 아프겠는가.

   

   물론 이 요소들에 익숙해지면 제일 즐거운 것이 아카데미의 2학년이기도 하다.

   

   캐릭터들과의 개인 스토리도 어느 정도 진행되어서 즐겁고. 아직 악신들의 계획이 진행되는 와중이라 메인 스토리도 크게 신경 안 써도 괜찮아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가 있거든.

   

   당장 나만 해도 2학년 때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계획을 상세히 세워 둔 상태야.

   

   기왕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왔는데 안 하고 넘어가기엔 아쉬운 일들이 많다고.

   

   뭐. 이런 재밌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눈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해야겠지만.

   

   친구들에게 외부로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해 둔 다음 날. 아침 일찍 친구들과 합류한 나는 순간이동의 마법진을 사용하기 위해 아카데미 거리로 나섰다.

   

   “따로 무언가 준비를 하진 않아도 괜찮은가? 아무리 금방 돌아올 거라도 여러 가질 준비해야 할 터인데.”

   “불쌍왕자님은 참 자주성이 없으시네요. 그런 말을 할 거라면 그 전에 미리 준비를 해둬야하지 않나요? 언제까지 제가 떠먹여드려야 하죠?”

   “아니. 난.”

   “걱정 마세요. 전 불쌍왕자님과 달리 다른 사람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않거든요. 다 준비를 해뒀으니 부들대면서 따라오기나 하세요.”

   

   슬며시 시선을 뒤로 돌리자 입술을 꾹 깨무는 아서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모습에 익숙한 다른 친구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지만 비시는 아니었다.

   

   아드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우리 일행에 합류하게 된 그녀는 아서가 분노하는 모습에 식은땀을 흘렸다.

   

   비시에게 있어 아서는 왕족의 핏줄을 이은 권력자였으니까.

   

   “비시 양. 너무 눈치 보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희들에겐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이니까요.”

   

   그런 비시가 신경 쓰였는지 페이비가 슬며시 말을 걸었지만 그녀의 배려는 의도가 정 반대로 작용했다.

   

   반푼이라 해도 사령술사는 사령술사. 그런 비시에게 있어 주신 교회의 성녀인 페이비는 아서보다 훨씬 어려운 상대였던 것이다.

   

   “음? 왜 그러…”

   “…이런 게 일상이란 것이 좀 슬프군요.”

   

   비시의 얼굴이 창백해진 걸 본 페이비가 무어라 말을 하려던 순간 아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자 조이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왕자님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맞아. 왕자님만 허접인 거 아냐. 괴롭힘 당하는 척 하는 거 좀 그래.”

   “그건 그렇다만 말이다. 혼자가 아니란 사실에 안도하는 것이 맞는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 뿐이냐?”

   “네에. 불쌍왕자님 뿐인 것 같네요. 파티의 유일한 남자인데 파티에서 가장 쪼잔하다니. 이럴 때 찌질하단 말을 쓰는 거겠죠?”

   “알겠다. 닥치고 있을 테니 제발 좀 적당히 해다오.”

   

   아서가 두 손을 드는 걸 본 나는 피식 웃고 있으려니 옆에서 이를 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받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도 모르는 얼간이 같으니.”

   

   여우의 모습으로 내 어깨에 올라타 있던 얼빠여우가 질투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너무도 직설적인 감정에 헛웃음을 흘린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아선 옆에 있던 칼에게 던졌다.

   

   칼의 손아귀에 잡힌 그녀는 발버둥을 치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충직한 허접견의 손은 짐승의 몸으로 빠져나오기엔 불가능한 것이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아카데미 거리를 떠나 외부 던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순간이동의 진이 가져다주는 멀미는 여전했지만 이젠 쓰러질 지경은 아니었다.

   

   심호흡을 하는 걸로 울렁이는 속을 진정시킨 나는 비틀거리는 친구들을 내버려 두고서 건물 바깥으로 나왔다.

   

   자그마한 남작 가문이 다스리는 영지의 풍경은 도시보다는 고즈넉한 시골에 가까웠다.

   

   마을 사람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면 그 소문이 다음 날 도시 전체에 퍼질 것 같은 그런 곳 말이다.

   

   고백을 받았건 거절했건 다음 날이면 아는 아주머니가 어머어머하며 어깨를 툭툭 칠 듯한 풍경을 눈에 담던 나는 이 도시에 존재하는 여러 퀘스트와 이벤트를 떠올렸다가 고갤 내저었다.

   

   사람들한테 말을 걸고 다니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훤해.

   

   이런 작고 고요한 장소에 나라는 존재는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질 거야.

   

   “저기!”

   

   그리 생각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던 순간 저 멀리서 아이들 무리가 우다다 내 쪽으로 달려왔다.

   

   뭐지? 뭐야? 쟤네들 왜 나한테 달려 오는 거야?

   

   얼빠여우 때문인가?

   

   속이 어떻건 겉은 그럭저럭 귀여우니 얼빠여우를 쓰다듬으러 오는 거구나!

   

   그것말고는 이유가 없다 생각한 입술을 꾹 닫고 얼빠여우를 저들 앞에 내밀 준비를 했다.

   

   “여기 있는 너 맞지!”

   

   너라는 대담한 호칭에 일순 굳었던 나는 맨 앞에 선 남자아이가 내민 팬던트 속 내 그림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얘들은 장신구 속 그림이랑 똑같은 사람이 있어서 무작정 달려온 거구나.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야.

   

   그러니까 저렇게 흥미진진한 눈으로 날 볼 수 있는 거겠지.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나 너무 부담스러운데!?

   

   평소처럼 나불거리면 되지 않냐고?

   

   내가 좀 쓰레기 같은 인간이긴 하지만 이렇게 순수한 애들한테 성질을 부릴 정도는 아냐!

   

   환상을 깨부술 수 없단 생각에 입술을 우물거리고 있으려니 아이들이 제멋대로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맞지! 이렇게 예쁜 사람이 여러명 있을 리 없잖아!”

   “근데 자긴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부끄럼이 많은 거겠지.”

   “아냐! 그림보다 이 사람이 더 예쁘잖아!”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도주할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한 아주머니가 기겁을 하며 이곳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죄송합니다! 고귀한 분! 저희 애들이 철이 없어서!”

   “엄마! 봐! 이 사람!”

   “너희들도 빨리 사과드려! 어서!”

   

   아주머니는 아이들을 강제로 사과시킨 후에도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폈다.

   

   그냥 데리고 가면 되지 않나? 왜 계속 사과를 반복 하는 거야?

   

   <귀족과 평민 간의 관계에서 귀족이 자비를 표하지 않았는데 어찌 움직이겠느냐.>

   ‘…제가 입을 열어야만 하는 상황인 거에요?! 그럼 더 악화될 것 같은데!?’

   

   입을 닫고 있어도 입을 열어도 문제인 상황에 처한 내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으려니 뒤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떠나가도록 하세요. 아이들의 실수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고 싶진 않으니.”

   

   귀족적이고 딱딱한 목소리에 아주머니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더니 재빨리 자리를 떴다.

   

   흐아아아. 진짜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네.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나는 흐뭇한 웃음으로 가득한 조이를 발견하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영애도 아이들한테는 약하군요?”

   “그러게나 말이다. 의외의 모습이군.”

   “의외라뇨. 왕자님. 영애님의 성품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성품?”

   

   …얘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미 때문에 바닥을 기고 있지 않았었나?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지? 언제부터 보고 있었길래 이런.

   

   “근데 있지. 루시.”

   “…왜. 바보검사.”

   “쟤네 들이 너라고 했다는 건 루시를 꼬맹이라고 생각한 거겠지?”

   “큽.”“프흡.”“…쿡.”<…크흐흡.>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고 주먹에 힘을 더한 나는 고갤 갸웃거리는 바보의 뺨을 붙잡아서 뜯었다.

   

   “아하! 아하아!”

   “뭐라는 지 모르겠는데~ 바보검사는 멍청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나 봐?”

   

   자그마한 소란이 지나간 후 우리는 즉시 던전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따로 운송수단을 구하지는 않았다. 알른 기사단의 강행군을 온 몸으로 겪어보았던 것이 우리들인데 무얼 하러 그러겠는가.

   

   지금 우리는 마차를 빌리는 것보다 그냥 다리로 달리는 데 더 빠르고 효율적인 사람들이라고!

   

   아. 물론 비시는 해당이 안 되지. 전형적인 사령술사인 이 녀석의 몸은 허약하기 그지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칼한테 넘겨버렸어. 내가 업어봐야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얘 칼한테 업히니까 엄청 소녀소녀한 표정을 짓더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긴 해. 허접견스러운 칼의 속내를 모른다면 칼은 기사 그 자체인 사람이니까. 허접견스러운 속을 감춘다면 말야.

   

   순간 칼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해줄까하는 생각을 하던 나였지만 얼굴이 벌게진 비시의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어차피 나랑 숲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텐데 뭐하러 먼저 실망을 시키겠어.

   

   …뭣보다 아무 말도 안해야 본성이 드러났을 때의 반응이 재밌어 질 거 아냐.

   

   그렇게 던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우리는 채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던전이 있는 산과 그 아래에 도사린 숲의 정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저기에 들어가도 괜찮은 건가요? 길을 잃기에 딱 좋을 것 같은데요.”

   

   우거진 숲의 정경은 저 곳에서 자고 나란 사람이라도 길을 잃을 것처럼 험악했다.

   

   “얼빵아. 내가 너처럼 바보 같아 보여?”

   

   그렇지만 내겐 아니었다. 소울 아카데미 세계관에 존재하는 모든 지역의 지리를 아는 나는 저 우거진 숲의 길 또한 완벽하게 암기하고 있.

   

   ‘할아버지.’

   <너도 느껴지느냐.>

   ‘저걸 어떻게 못 느끼겠어요.’

   

   미간을 찌푸린 내가 슬며시 옆으로 고갤 돌리자 페이비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했다.

   

   저 우거진 숲의 안에서는 불온한 기운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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