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는 침대가 깔리고, 하늘 위에는 캐노피가 걸린 꿈속 정원.
성녀의 두 번째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 후배 2호는 다시 한번 황금 뿔 사신이 만든 그곳에 들어온 상태였다.
어째서인지 소원의 성취를 바라지 않는 성녀가 제시한 소원.
[두 번째 소원은, 저와 함께했던 교단원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모두 만족하는 거예요.]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후배 2호가 선택한 방법은 교단원들에게 미니 사신들의 귀여움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미니 사신들은 죽은 자를 불러오는 능력은 없었지만, 교단원들의 영혼은 성녀의 공간 속에 있었으니까 가능한 방법이었다.
‘축제야!’
‘히히!’
죽은 자들을 위한 파티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후배 2호가 마음껏 놀자고 해서 그런지, 미니 사신들도 꽤 들뜬 것 같은 모습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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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화상으로 문드러지고 혀가 잘렸던 교단원들은 꿈속 정원에서 원래 모습을 되찾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다시 말할 수 있었지만, 말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지 그저 입을 닫고 동그랗게 눈을 뜬 상태였다.
“여… 여기는….”
“분, 명. 죽었을 텐데….”
그래도 몇몇은 입을 열고, 더듬더듬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화상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 깜짝 놀라, 얼굴을 가리려고 하거나.
신기하다는 것처럼 자기 얼굴을 더듬어 보거나.
교단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낙원….”
“여기가, 낙원인 건가.”
그들에게 꿈속 정원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소했지만, 정원에서 풍기는 행복하고 따스한 분위기에 낙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교단원들을 향해 미니 사신들이 뚜방뚜방 걸어가기 시작했다.
‘인간! 같이 놀자!’
‘놀자!’
미니 사신들이 각자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인간들을 데리러 온 것이다.
아직도 조금 어리둥절해 보이는 교단원들이었지만, 해맑은 미니 사신의 미소에 이끌려 하나둘 파티장을 향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니 사신들은 그들에게 신의 후손으로 여겨지는 ‘푸른 소녀’ 형상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곳이 정말 낙원이라고?”
“약속의 땅은 이런 곳이 아니었을 텐데….”
몇몇 교단원들은 처음에는 이곳이 정말 약속된 낙원인지 약간 의심하기도 했지만, 황금 사신의 해맑은 얼굴과 강력한 정신 오염에 뚜방해버렸다.
꿈속 정원은 꿈속이니만큼 사람들을 위해 시시각각 그 형상을 바꾸고 있었다.
침대와 캐노피, 그리고 핫초코의 수로뿐이던 정원은 어느새 그 중앙에 황금색 장작으로 타오르는 거대한 성화가 생겨났다.
중국 교단에 있는 겨우 건물 규모의 조그마한 성화가 아니라, 역사서에나 등장했던 산처럼 거대한 성화.
그 거대하고 따뜻한 불꽃을 보고 교단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그 성화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것이….”
하지만 몸을 태우고 파괴했던 하얀 불꽃과 달리, 황금색 불꽃은 그저 인간을 따뜻하게 안아줄 뿐이었다.
교단원들은 하얀 불꽃에 몸을 던졌던 만큼, 하얀 불꽃과 황금 불꽃 모두 신의 힘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탕과 쿠키, 그리고 마시멜로뿐이던 정원에, 다양한 고기와 술 같은 음식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요리하는 것은 ‘자유 도시 연합’에서 일하던 미니 사신들.
마시멜로와 젤리에 마법을 걸어, 다양한 음식을 만들던 아이들이었다.
‘고기!’
‘바비큐!’
‘블랙 푸딩!’
다양한 미니 사신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서, 인간들에게 선보이고 있었다.
정원을 뚜방뚜방 돌아다니던 미니 사신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검고 동글동글한 인형 옷이 생겨나, 미니 사신들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은 어딘가 옛 신의 형상을 닮아 있었다.
‘검은 동생 옷이야!’
‘히히.’
황금 사신들은 혹시라도 엄마가 화를 낼까 봐 습관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주변에 엄마가 없는 걸 확인하자, 히히 웃으며 새로운 옷을 입고 뛰어놀기 시작했다.
그 검은 인형 옷에는 노란 사신이 만든 것처럼 정신 오염이 깃들어, 교단원들의 눈에는 조그마한 옛 신 형상의 검은 사신들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교단원들은 검은 옷의 황금 사신을 볼 때마다, 마치 신의 사도를 만난 것처럼 감격하며 바닥에 엎드리곤 했다.
‘히히.’
‘인간 이상해.’
‘그만, 일어나서 놀자!’
황금 사신들은 그런 인간들을 보고, 엎드리지 말고 같이 놀자고 때지때찌를 날리곤 했다.
따뜻한 황금색 장작불 아래에서 계속되는 미니 사신 대축제도 하루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조금씩 소강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황금 사신들은 늦은 밤이 되자, 졸린 것처럼 꾸벅꾸벅 졸았다.
미니 사신들과 낙원을 돌아다니던 교단원들도 황금색 성화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변에는 미니 사신들이 가득했다.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황금 사신.
마법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푸른 사신.
음식을 만들어 나르며, 교단원에게 먹여주는 검은 사신.
그리고 블랙 푸딩이 인기가 없어서 시무룩한 유령 사신 등등.
정말 다양한 미니 사신들이 그들의 곁에서 같이 온기를 나누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후배 2호는 황금 뿔 사신과 함께 멀리서 성화를 구경하고 있었다.
[모두, 정말 행복해 보이네요.]
그때, 후배 2호 근처로 성녀가 다가와 염파를 보내왔다.
후배 2호가 고개를 돌리자, 성녀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는 언제나 교단원들이 정말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결말을, ‘낙원’에 도착하기를 원했어요.]
[하지만 저는 인형에 불과했죠. 신의 자손을 공격한 대가로 실종되어 버렸다고 알려진 ‘성녀’의 대체품.]
[정말로 이런 시간이 올 줄은 몰랐는데….]
성녀는 자신의 깨진 한쪽 눈을 만지작거리며, 편안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 후로도 성녀는 마치 못다 한 이야기를 하려는 듯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염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교단의 시작이 적힌 문서는 어디에도 없다는 이야기.
거울과 유리로 가득한 도시에 석양이 내려앉으면 정말 아름답다는 이야기.
한때 교단원들이 신의 후손을 공격했었다는 이야기.
그것들은 모두 자신이 겪은 이야기가 아니라, 교단원들이 해줬던 이야기를 다시 풀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성녀는 그것이 자신의 추억인 양, 정말 행복한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저는 계약에 따라, 램프가 될 거예요.]
그렇게 이야기하던 도중, 성녀는 갑자기 이번 계약에 대해 말했다.
“왜, 그런 계약을…?”
후배 2호가 깜짝 놀라서 물자, 가짜 성녀는 작게 웃었다.
[교단원들은 성화를 만들기 위해서, 램프의 남자와 계약했었거든요.]
[그렇게 쉬지 않고 오브젝트를 태워 하얀 불꽃을 만드는 성화를 얻었죠.]
[성화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을 때, 다들 어찌나 기뻐하던지….]
그러나 성화에 대해서 말하는 성녀의 표정은 말과 달리 딱딱했다.
[하지만 그 성화는 램프의 함정이었어요.]
[결국 그 성화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고, 그 때문에 군대가 몰려와 교단원들은 모두 죽어버렸죠.]
가짜 성녀는 황금색으로 타오르는 성화 앞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교단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진짜 성화는 이렇게나 따뜻했었군요….]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후배 2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교단원들이 맺은 계약은 성화가 꺼지면 교단원들의 영혼을 가져간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래서 제 몸을 조건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었죠.]
[교단원들의 영혼을 풀어주고 제 소원 두 가지를 들어달라는 계약, 제게 한없이 유리하기만 한 계약인 줄 알았는데….]
그리고 성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입을 벌려서 소리 내서 웃는 것처럼.
물론 성녀는 인형이라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교단원들은 많은 죄를 지었고, 그들에게 약속된 낙원은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오늘 이 한밤중의 축제가 그들에게 약속된 낙원이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단원들이 행복하게 웃고 떠드는 것을 보던 성녀가 입을 열었다.
[저는 만족했어요. 계약 달성 축하해요. 대리인 혜진 씨.]
“!!!”
후배 2호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성녀를 막으려고 했지만.
성녀가 그 말을 입에 담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며 행복한 꿈은 끝이 나버렸다.
***
그렇게 강제로 꿈에서 깨어나자, 주변은 이미 가스램프의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짝. 짝. 짝.
그런 연기가 갈라지며, 정중한 자세로 박수를 치는 램프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계약은 완수되었습니다.]
램프의 남자가 후배 2호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후배 2호가 가지고 있던 계약서가 빛으로 변해 흩어져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탐정 선배와 망치 선배, 그리고 후배가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다만 탐정의 손목에는 굵직한 쇠사슬이 걸려있었고, 그 쇠사슬 끝에는 램프 ‘왓슨’이 매달려 있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듯이.
[언제나 함께야. 홈즈.]
그 가스램프에서는 불길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후배 2호는 고개를 들어 램프의 남자를 바라봤지만, 램프의 남자는 더 이상 탐정 일행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램프의 남자는 살짝 즐거워 보이는 목소리로, 염파를 보냈다.
[자, 이리로 오시죠. 당신을 위한 램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성녀는 마지막으로 후배 2호를 바라보고 살짝 웃더니, 램프의 남자를 따라 천천히 연기 속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방법이 없는 걸까?”
후배 2호의 약간 초조해 보이는 목소리.
그 모습을 보고, 황금 뿔 사신은 얼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훈련의 기억과 탐정이 신신당부한 이야기의 기억.
[“이때다 싶을 때, 큰 소리로 불러”]
[“후배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황금 뿔 사신은 장작을 끌어모아 의지를 크게 외쳤다.
‘엄마아아아!’
그 순간, 거대한 번개가 램프의 연기를 뚫고, 하늘마저 꿰뚫어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