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434

Chapter: 434

   – 숲의 주인이 숲에서 얼만큼의 권능을 지니고 있는지 아세요?

   “얼빠여우. 어디까지 할 수 있는데?”

   “본녀의 본신을 기준으로 하자면 숲 안에 있을 땐 전능에 가까운 부분이 여러 있다 답해야겠구나.”

   

   숲의 주인이라는 것은 일정 규모 이상이 된 숲이 택한 수호자를 뜻한다.

   

   지성이 없는 숲을 대신하여 많은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숲의 주인들은 숲을 관리하는 데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숲의 구조를 바꾸는 것. 생명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

   

   새로운 생명을 불러들이는 것 등 숲의 주인이 지닌 권능을 최대한으로 사용한다면 바라는 대로 숲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얼빠여우의 설명에 고갤 주억거린 아드리는 살짝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을 이었다.

   

   – 이처럼 숲의 주인이 숲에서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숲의 주인의 권능을 탈취할 수 있다면 숲 자체를 던전으로 바꾸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요.

   “…권능의 탈취가 그리 쉽진 않을 텐데.”

   – 여우님의 말씀대로 숲의 주인이 지닌 힘을 빼앗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물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니까요. 다만 악신의 권능이 사이에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숲의 주인이 지닌 힘은 영물의 것. 아무리 흑마법사의 실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존재의 격이 다른 자의 힘을 앗아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악신이 끼어든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숲의 주인이 지닌 격은 악신이라는 초월적 존재 앞에선 허물이 되어버리니까.

   

   가만 아드리의 설명을 듣던 얼빠여우는 내 어깨 위에서 풀쩍 뛰어 내려 사람의 형상을 취했다.

   

   하얗기만 하던 여우가 고혹스러운 여성으로 변했단 사실에 놀란 비시가 눈을 크게 떴지만 얼빠여우는 거기에 조금도 시선을 두지 않고 그저 아드리만을 바라봤다.

   

   “이론의 설명. 가능하겠지?”

   – 물론입니다. 여우님.

   

   아드리가 설명하는 흑마법의 이론은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다만 얼빠여우의 표정이 그녀답지 않게 심각해보였기에 난 얌전히 뒤로 물러섰다.

   

   <흑마법의 이론은 잘 모르겠다만 가능하긴 할 거다. 과거 내가 직접 움직이던 때에 악신의 것이 되어버린 숲을 마주한 적 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지금은 땅굴 아래의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어둠의 악신이 점령했던 요정의 숲.

   

   그 안을 뒤덮었던 악신의 권능.

   

   게임 속 스토리로 마주했던 내용을 떠올린 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모니터너머로 보았던 그 때의 정경은 도저히 웃어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게 저 숲에서 펼쳐지려 하는 건가.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는 숲을 가만 바라보고 있자니 이 곳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생각이 났다.

   

   그녀는 곰의 힘을 지닌 자였다.

   

   몇 달 전에 보았던 라샤에 비견될 덩치를 지니고 있지만 그 속은 여린 사람.

   

   숲의 주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뭘 어떤 식으로 시험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투정을 부리던 그녀는 무척 귀여웠지.

   

   뭐어. 그래도 숲의 주인은 숲의 주인이라 싸우는 모습은 전혀 귀엽지 않았지만.

   

   모니터 너머에 존재하던 나만의 추억을 되새기던 나는 자연스레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곰을 구할 수 있었을까. 저 숲을 점거한 무리에 의해 죽음을.

   

   아니.

   

   아니.

   

   잠시만.

   

   “얼빠여우! 저 음침한 숲을 지키는 허접이 사라지면 그 허접스러운 권능도 함께 사라지지?!”

   “…음? 어. 그럴 거다. 근데 그건 왜.”

   “그렇단 소리는 사회부적응자들한테 진 허접도 아직 살아있단 소리겠네?”

   – 그럴 거에요. 말이 권능의 탈취지. 사실상 숲의 주인을 하수인 삼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아직 살아있다.

   

   수줍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가지고 놀 맛이 있을 것 같은 그 곰이 저 곳에 있다.

   

   입꼬리를 히죽 끌어올린 나는 아드리와 얼빠여우의 사이를 지나쳐 기절한 칼을 툭툭 걷어차서 깨웠다.

   

   “…어라? 제가 왜 기절을. 아! 아가씨! 이 곳에 유령이!”

   “허접견♡ 난 말야. 유령이 무서워서 징징대는 강아지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는데 넌 어때?♡”

   “그. 그것이.”

   “유기당하고 싶다면 또 기절해도 좋아♡ 기꺼이 엉덩이를 걷어 차줄게♡”

   

   식은땀을 줄줄 흘리던 칼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기사의 자세를 취했다.

   

   “아닙니다! 다신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정말?♡”

   “예! 이 칼!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공포마저도 극복해 보이겠습니다!”

   

   칼의 얼굴이 진지해진 것을 확인한 나는 같은 곳에 머물던 이들에게 따라오라 이야기한 후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을 변태사도와 늑대를 만나기 위해서.

   

   “오랜만에 뵈어도 아름다우시군요. 알른 영애. 음침한 숲마저도 영애의 빛으로 따사롭게 물드는 듯 합니다.”

   

   미리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었던 변태 사도는 나를 보고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여느 때처럼 헛소리를 지껄여댔다.

   

   슬슬 이 주접에도 익숙해진 내가 변태 사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 하던 그 순간 녀석이 품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서 펼쳤다.

   

   그 곳에 그려져 있는 것은 나였다. 그림 너머의 누군가를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는 내 모습 말이다.

   

   변태사도의 취향에 따라 은근한 왜곡이 들어간 것이 보이는 그림을 본 순간 자연스레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경멸이 쏟아지고 있을 터인데도 변태사도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다음에 장신구에 낼 그림입니다. 영애께 평가를…”

   

   난 변태 사도가 무어라고 말을 잇기 전에 그림을 집어 들어서 갈기갈기 찢어버린 다음 바닥에 내던져 짓밟아버렸다.

   

   “제 평생의 역작이!”

   

   영혼이 빠진 눈으로 날 바라보던 변태사도가 주저앉으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지만 난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

   

   내 얼굴 옆에 작게 그려진 말풍선을 보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사도님이란 글자를 적어 놓은 거냐.

   

   아니. 이건 그렇다 쳐도 자기 망상을 그렸으면 그냥 자기 혼자 볼 것이지 왜 그걸 나한테 보여 주냐고!

   

   이건 아무리 봐도 매도당하고 싶은 거잖아! 변태 새끼야!

   

   “루시! 저 귀한 것을 찢으면 어쩌잔 거냐! 발을 옮겨 봐라! 내 종이를 복원할 테니!”

   “…얼빠여우. 제발 좀 닥쳐줄래?”

   “아니면 그 발로 날 밟아다오! 그렇다면 얌전히 체념을 하마!”

   “저도! 저도 밟아주신다면 기꺼이 체념하겠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요?”

   

   이쯤 되면 메이스로 두 사람의 머리를 깨도 무죄가 아닐까 싶어 입술을 곱씹고 있으려니 옆에서 당혹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늑대. 뮤러는 얼빠여우와 변태사도의 모습을 보며 진심 어린 당혹을 드러내고 있었다.

   

   “예술 교단의 사도님. 리나. 두 분 대체 무얼 하고 계신 겁니까?”

   “제 본능에 충실할 뿐입니다!”

   “아름다운 예술의 앞에 이 몸을 바치는 중입니다!”

   

   정상인의 당황 앞에서도 두 변태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두 사람의 기세에 짓눌려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는 뮤러와 자신들이 왜 이러고 있는지에 대해 열띈 목소리를 내는 변태 둘을 보던 난 이대로 가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숨을 내쉬며 얼빠여우의 위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얼빠여우가 환희에 찬 목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고 변태사도는 부러운 듯 얼빠여우와 날 번갈아 바라봤다.

   

   “역겨운 쓰레기♡ 잘 하는 거라곤 손재주밖에 없는 녀석이 날 저렇게밖에 못 그리다니♡ 자괴감 들지 않아?♡”

   “…무언가 문제가 있었습니까?”

   “문제가 있냐고?♡ 푸하핳♡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네 상상 속에서 왜곡된 내 모습이 너어~무 역겹다는 문제가 있잖아♡”

   “과연…”

   “네 역겨운 상상에 맡겨두면 또 변태 같은 걸 그릴 게 분명하니까♡ 내가 직접 봐야겠어♡”

   “영애. 그 말은 설마 모델이 되어주시겠다는.”

   “글쎄에?♡ 어떤 의미이려나?♡”

   “이번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영애의 마음에 들도록!”

   “큽♡ 엄청나게 필사적이네~♡ 그래. 어디 잘 해봐♡ 마음에 들면 걷어 차줄게♡”

   

   손쉽게 두 사람을 진압한 나는 얼빠여우의 등 위에서 뮤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녕. 멍청한 멍멍아.”

   “…어. 그. 안녕하십니까. 알른 가문의 영애시여.”

   “날 알아? 귀가 밝은 멍멍이네? 머리 위에 달린 귀가 장식은 아닌가봐?”

   “하하. 그. 정말 소문대로의 영애시군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날 바라보는 뮤러의 시선은 무척이나 복잡해 보였다.

   

   변태 둘이 자기를 곤란하게 만들기에 내가 진압을 해 준 건데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람?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진짜 이해가 안 되느냐.>

   ‘…애써 현실 부정하고 있으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것조차 모르겠냐고요!

   

   그냥 알고도 부정하는 거잖아요! 빌어먹을 할아버지!

   

   …크흠.

   

   아무튼.

   

   어찌저찌 상황을 수습하고 난 후 나는 뮤러와 변태사도에게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서서히 침식 당해 던전이 되어가고 있는 숲. 저 안에서 권능을 빼앗기고 있을 숲의 주인.

   

   숲 안에 도사리며 자신들의 음험한 계획을 실현시키고 있을 흑마법사와 악신의 추종자들.

   

   그리고 모든 적을 물리치고 숲의 주인을 구해내겠다는 나의 목표까지.

   

   “별로 어렵진 않을 거야. 그 둔한 곰탱이조차 제대로 제압하지 못해서 쩔쩔매는 허접들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어?”

   

   여태까지 나와 함께 해왔던 이들은 내 말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이던 것을 몇 번이고 실현시켰던 나를 알기에 얌전히 내 명령을 따를 준비를 했다.

   

   허나 뮤러는 아니었다. 내 이야기가 이어짐에 따라 진중한 표정을 짓게 된 그는 팔짱을 낀 채 무거운 목소리를 냈다.

   

   “영애께서 바라시는 게 훌륭하단 건 알겠습니다. 허나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뭐야. 멍멍이는 동료의식도 없는 쓰레기 멍멍이였나봐?”

   “…저도 동료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허나 이 세상엔 열정만으로 안 되는 것이 있죠.”

   “우와아.”

   

   너무나도 정상적인 생각과 정상적인 발언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던 나는 뮤러가 눈썹을 찌푸리는 걸 보고 키득키득 웃음을 흘렸다.

   

   “멍청한 멍멍아. 능력이 떨어지면 얌전히 다른 사람의 말이나 따르는 게 어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겁니까?”

   “허접한 멍멍이는 불가능한 것도 난 할 수 있단 거야.”

   

   소울 아카데미의 썩은 물인 나는 남들이 불가능하다 이야기하는 걸 몇 번이고 가능하게 만들어왔다.

   

   모니터 너머에서도. 이 세상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도.

   

   오늘이라 해서 그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던전이 되어가는 숲에서 내가 실패할 리가 없지 않은가.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