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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46

세희 연구소 깊숙한 곳, 오예린 격리실 앞.

서아는 그곳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되짚고 있었다.

‘아침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었죠….’

오전의 햇살이 연구소의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서아의 기억 속 세희 연구소는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언제나 복도에서 떠들던 연구원들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작아져 있었고, 사무실의 공기는 조금 이질적인 긴장감으로 가득해져 있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사무실 한쪽을 향해 흘렀다.

그 중심에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오예린 연구원이 있었다.

물론 오예린 연구원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이런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은 꽤 자주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오예린 연구원이 이른 아침부터 묵묵히 작업을 하는 것은 이렇게 시선을 모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

주변 연구원들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평소 같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업무를 피해 다니던 그녀가, 오늘은 유독 열심히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꼼꼼하게 데이터를 검토하는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것은 서아도 부소장실에서 나와 신기한 표정으로 구경할 정도로 진귀한 일이었다.

‘….’

사건은 점심시간에 일어났다.

연구소의 평화로운 일상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에요?”

동료의 걱정 어린 질문에 오예린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했다.

오예린 연구원에게서 흘러나온 것은 목소리가 아닌, 강력한 염파였다.

[[[아니에요.]]]

특급 오브젝트 수준의 강렬한 염파가 연구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았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연구원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근처에 있던 미니 사신들도 귀를 틀어막으며 쓰러질 정도였다.

‘으앙!’

‘귀 아파!’

멀리 떨어진 다른 이들도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특급 오브젝트 경보음이 연구소 내부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오예린 연구원을 감시하던 서아는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쓰러졌던 미니 사신들은 시끄럽다는 것처럼 귀를 막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오랜만에 잔뜩 긴장한 보안팀은 오예린 연구원을 조심스레 끌고 격리실에 가뒀다.

그 갑작스러운 사태는 서아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렇게 진행되어 버렸다.

위기에 강하고, 임기응변이 뛰어난 이세희 연구소장이었으면 좀 달랐을까?

격리실 내부를 바라보자, 오예린 연구원은 내부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 넉살 좋은 모습은 마치 회색 사신을 연상케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꺼내달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격리실 분위기에 적응을 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은 오브젝트가 아니라 오예린 연구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연구소이니만큼 제대로 된 검사를 하고 꺼내줘야겠지.

이제 세희 연구소를 연구소라고 기억하는 사람보다, 미니 사신 굿즈를 파는 기업이라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을 테지만 말이다.

‘왜 그랬던 걸까.’

어렴풋이 오예린 연구원이 인간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분위기에 타서 반쯤 장난식으로 오예린 연구원을 오브젝트라고 매도하며 장난쳤었다.

키득키득.

‘어쩌면 애착 인간도 애착 사신을 조금씩 닮아가는 걸지도 모르겠네.’

서아는 어깨 위에서 히히 웃는 새싹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었더니, 머리 위에 고깔모자를 쓴 황금 사신이 한 연구원의 손에 배송되어 왔다.

어깨를 쭉 펴고 통통한 배를 내민 채,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금 사신이었다.

이 황금 사신은 제임스 연구소에서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테스트인 ‘황금 사신 테스트’ 담당 황금 사신이었다.

고깔모자 위에는 별이 잔뜩 붙어 있었는데, 그 별의 개수는 테스트를 한 횟수였다.

테스트는 간단했다.

오브젝트와 황금 사신을 대면시키면 끝이었다.

‘인간’일 경우 달려들어 볼을 껴안아 주고.

‘오브젝트’일 경우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리고 ‘해로운 오브젝트’일 경우에는 ‘때찌’ 하거나 몸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인간!’

오예린 연구원과 대면한 황금 사신은 히히 웃으며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원래부터 미니 사신들이 잘 따르던 오예린 연구원이라 그런지, 황금 사신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어느새 볼을 껴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잼잼 놀이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인간 판정을 받고 격리실을 빠져나온 오예린 연구원을 향해, 서아는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오예린 연구원. 어떻게 염파를 쓸 수 있게 된 건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서아 언니. 그냥 될 것 같아서 해봤는데, 정말 되어버렸네요.”

오예린 연구원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눈빛에는 약간의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강도 조절을 빨리할 수 있게 되어야 할 텐데….”

오예린 연구원은 기대감을 담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아는 요즘 꽤 많아진 초인처럼, 오예린 연구원도 염파를 쏘는 초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점점 오브젝트 능력에 가까운 힘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으니까.

‘….’

오예린 연구원 특급 오브젝트 사태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서아에게는 다른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나저나, 이세희 연구소장은 아직도 나타나질 않네…. 설마 아직도 출근을 하지 않은 건가?’

***

격리실의 은은한 조명 아래, 나는 손바닥 위에서 축 처진 황금 사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고 동그란 몸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시들어 버린 꽃잎 같았다.

황금 사신은 정말 슬픈지, 황금 사신이 은은하게 내는 황금색 빛마저 잃어버린 채, 바닥에 축 널브러져 있었다.

아마 평범한 인간이 이런 상태가 된 황금 사신을 본다면, 덩달아 슬퍼질 정도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

황금 사신이 풀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슬픈 황금 사신은 부들부들한 게 숨이 죽은 채소 같았다.

말랑말랑.

나는 조심스럽게 황금 사신의 작은 손을 집어 들었다.

평소처럼 말랑말랑한 감촉이 전해졌지만, 그 속에는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가락을 놓자 그대로 툭 떨어져 내 손바닥 위로 녹아내릴 것처럼 축 처지는 황금 사신의 손.

힘이 하나도 없이, 부들부들해서 꽤 재미있었다.

흐느적거리는 데다가, 그 부들부들함이 마치 액체와 고체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신기해서 그런 것 같았다.

히히.

집어 들었다가 놓고, 집어 들었다가 놓고.

나도 모르게 계속하게 되는 매력이 가득한 부들부들함이었다.

‘….’

그걸 무심코 몇 번 반복했더니, 황금 사신에게서 퍼져 나오는 슬픈 분위기가 엄청나게 짙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황금 사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미안해. 우리 황금 사신도 정말 잘했어.’

‘황금 사신은 비밀을 잘 지키는 의리 있는 아이야.’

‘엄마에게 비밀을 지킬 이유가 사라지니, 그걸 알려주러 온 착한 아이야.’

그렇게 칭찬을 거듭하며 쓰다듬어 주고 있었더니, 눈을 슬며시 떴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의지를 보내왔다.

‘히히.’

‘착한 황금 사신….’

작은 의지를 중얼거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웃는 황금 사신.

그 순수한 기쁨이 담긴 표정을 보며, 나는 격리실 구석에 준비해 둔 과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반들반들 빛나는 ‘회색 사신 푸딩’이었다.

‘자, 착한 황금 사신이니까, 같이 푸딩 먹자!’

그렇게 의지를 보내자, 황금 사신의 반응은 격렬했다.

측 처져있던 몸이 벌떡 일어나더니, 작은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환호성을 담은 의지를 내뿜었다.

‘엄마랑 먹는 푸딩!’

겨우 푸딩 하나에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생각해 보니 요즘 황금 사신들이랑 자주 푸딩을 나눠 먹지 않게 된 것 같긴 했다.

옴뇸뇸.

황금 사신은 행복한 표정으로 내가 먹여주는 푸딩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음미했다.

푸딩을 다 먹은 뒤, 나는 황금 사신을 들어 머리 위에 올려주었다.

그러자 황금 사신은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의지를 흘렸다.

‘엄마 상냥해….’

뭐, 의리 있는 데다가 가장 먼저 비밀을 알려주려고 온 녀석이니까 이 정도 보답은 받아도 괜찮겠지.

나는 마음속으로 미소 지으며, 황금 사신과 미니 사신 정원 산책을 시작했다.

***

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이 솟아오른 절벽 위에 커다란 정원으로 둘러싸인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잘 관리받는 정원이 저택 주변으로 퍼져 있었고 그 사이를 지나는 돌길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척 보기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관리받는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정원 끄트머리에서 한 소녀가 절벽을 내려다보는 의자 위에 앉아서 두꺼운 사전을 뒤져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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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복장을 차려입은, 보라색 머리카락의 소녀였다.

보라 소녀가 찾는 단어는 ‘친구’라는 단어였다.

그녀는 생활에 불편함은 없었지만,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으니까.

“정말 저 밖의 세계에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걸까?”

뀨!

그녀의 말에 수많은 하얀 수호자들이 대답해 주었지만, 그곳에 친구는 없었다.

그녀가 한숨을 쉬며 절벽 밑을 내려다보자, 당장이라도 절벽 위로 솟아오를 것 같은 검은 점액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Seoul Object Story

Seoul Object Story

서울 오브젝트 이야기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Humans, once the masters of Earth, were losing their place to the inexplicable phenomena known as Objects. And this is a story about becoming an Object and living worry-free in the Seoul of such a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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