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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

Chapter: 48

   주신 교회의 성녀 페이비는 루시 알른이라는 사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루시 알른은 주신 교회에서 무척이나 유명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방향성이 좋지는 않았지만.

   

   교회에 나타나서는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교회의 기물들을 파손 시켰다.

   

   신상에 계란을 던졌다.

   

   사제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

   

   예배를 하는 와중에 나타나 예배를 망쳤다.

   

   알른 영지의 교회에서 온 이들이 해 준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경악스러운 것들뿐이었다.

   

   페이비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루시라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 속에 어떤 상처를 지니고 있기에 저렇게 비명을 지르는 걸까 싶어서.

   

   페이비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단지 자라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이 사람을 악하게 만든다고 여겼고,

   

   주변에서 적절한 도움을 준다면 다시 선한 본성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살아오며 수많은 이들을 구원해 온 페이비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언젠가 만나서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페이비는 마음속으로 그런 소망을 품었지만 그것을 이룰 수는 없었다.

   

   주신 교회의 성녀인 그녀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일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그 후 페이비가 다시금 루시라는 이름을 듣게 된 건 그녀가 아그라의 저주를 해주했다는 소식이 성지에 전해졌을 무렵이었다.

   

   ‘루시 알른은 아르마디의 인도에 따라 에반스의 던전에 숨겨진 장소를 발견했다.’

   ‘그 곳은 성기사 루엘의 둔기가 숨겨진 장소였다.’

   ‘시련을 극복한 루시 알른은 루엘의 둔기와 함께 기적이 담긴 물약을 득했다.’

   ‘인도를 얻은 그녀는 우연히 에반스에서 아그라의 저주에 죽어가는 사람을 발견했고 이를 물약으로 해주했다.’

   

   알른 교회에서 올라온 보고서에는 기적이라는 단어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했다.

   

   이것이 어지간한 사람이 올린 보고서였다면 헛소리 취급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요한 주교였다.

   

   차기 교황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공과 사의 구분이 너무도 치열하여 공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그가 검증되지 않은 일을 보고할 리가 없으니 거기에 적힌 내용은 모두 사실일 게 분명했다.

   

   요한 주교의 보고서는 성지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왔다.

   

   불경한 알른 영애가 어찌 아르마디의 인도를 받은 것인가.

   

   그 망나니에게 루엘의 메이스를 맡겨도 괜찮은 것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던 루엘의 메이스가 나타나다니. 요한이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고, 그 목소리의 대부분은 결코 긍정적인 방향이라 할 수 없었다.

   

   평소 고요하던 성지를 달구던 이 이야기는 얼마 안가 끝을 맺게 되었다.

   

   현 주신 교회의 교황이

   

   ‘아르마디께서 탕아를 보듬어주려 하시는 데 저희가 그 뜻을 의심해서야 되겠습니까?’

   

   라는 한 마디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기 때문에.

   

   페이비도 교황과 똑같은 생각을 가졌다.

   

   자비로운 아르마디께서는 결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을 할 리가 없다.

   

   그러니 그 아래에 머무는 자로써 아르마디의 뜻을 믿고 가만 내버려 두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일이다. 라고.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을 치기 위해 소울 아카데미로 들어선 페이비는 또 다시 루시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이번에는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아니었다.

   

   소울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고 때문이었다.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페이비는 던전 공략의 시험을 치고 있었기에 바깥의 상황을 몰랐다.

   

   그녀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 것은 시험을 끝마치고 바깥에 나온 뒤의 일이었다.

   

   페이비가 던전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그녀를 보좌하는 사제가 다가왔고, 그 사제는 아카데미 시험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그라가 아카데미의 던전에 개입했습니다.’

   

   ‘거기에 조이 파트란. 루시 알른. 제이콥 리즈가 휘말렸고…’

   

   조이가?!

   

   자신의 친구가 다쳤다는 소리를 들은 페이비는 무작정 교회로 달려가선 조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조이는 깊은 잠을 자고 있을 뿐 외적인 상처는 거의 없었다.

   

   성직자인 만큼 조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던 페이비지만 그녀는 조이의 옆을 떠나가지 못했다.

   

   자신의 몇 안 되는 친구가 혹시라도 잘못될 것이 두려워서.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저녁이 되었을 무렵에서야 조이가 눈을 떴고 페이비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잠에서 깨어난 조이는 페이비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다.

   

   자신이 어떻게 구조되었느냐. 같이 들어갔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등.

   

   페이비가 자신이 아는 한도에서 그 물음에 모두 답을 해주고 나서야 조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페이비는 조이에게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 물음이 조이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페이비는 대신해서 조이에게 일상의 이야기들을 물었다.

   

   최근에 즐거웠던 일이라던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친구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을 말이다.

   

   조이는 페이비의 의도를 눈치 챘으면서도 페이비에게 어울려 주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선 루시의 이름이 자주 등장했다.

   

   ‘아니 글쎄 그 사람 저 때문에 티어라 마스에 들어와 놓고 저 보고 얼빵 영애라고 불렀다니까요?!’

   ‘말을 하는 것마다 어쩜 그리 짜증나게 잘 하는지 그 사람이랑 대화하다보면 화가 절로 나요!’

   ‘그런 주제에 또 재능은 있는 건지 지난 몇 달 동안 사람이 아예 달라져서는.’

   

   싫다고. 짜증난다고. 거슬린다고 조이는 이야기했지만 페이비가 보기에 그건 그녀의 진심이 아니었다.

   

   ‘알른 영애가 마음에 드셨나봐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조이.’

   

   페이비가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입을 뻐끔거리던 조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얼굴을 쓸어내리면서 목소리를 냈다.

   

   ‘…솔직히 알른 영애가 없었다면 전 여기 없었을 거에요. 그 분은 제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에요.’

   

   그 말과 함께 시작된 조이의 한탄을 페이비는 가만 들어주었다.

   

   던전을 공략했다 생각했는데 새로운 던전이 나타난 일.

   

   바닥이 무너지면서 강제로 그 던전 안에 들어가게 된 일.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를 만나 죽을 뻔 한 일.

   

   그리고. 그리고 또.

   

   페이비는 차마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조이의 손을 가만 잡았다.

   

   그리고는 그 때의 공포가 떠오른 듯 몸을 떠는 조이가 진정을 할 때까지 그 곁을 지켰다.

   

   다음 날. 소울 아카데미에 있는 교회의 주교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페이비는 또 다시 루시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알른 영애께서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하십니다.’

   

   교회의 사제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페이비는 자신이 직접 루시 알른의 세례를 맡겠단 이야기를 꺼냈다.

   

   루시의 여러 안 좋은 소문을 아는 주교는 혹여 루시가 성녀에게 해를 끼칠까 싶어 필사적으로 페이비를 말렸지만 페이비는 완고했다.

   

   그는 루시라는 개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고, 동시에 자신의 친구를 구해준 루시라는 은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에 페이비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된 루시 알른은 너무도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진한 분홍색의 머리카락과 봄의 과일처럼 생기넘치는 눈을 지닌 그녀는 아무리 보아도 여러 험악한 소문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반가워요. 허접 성녀님.”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들은 순간 페이비는 그런 소문이 퍼진 데 이유가 있음을 깨달았다.

   

   허접 성녀라니.

   

   항상 자신을 어렵게 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었던 페이비는 허접이라는 소리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걸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다.

   

   조이의 말에 따르면 알른 영애는 입은 험하지만 속은 고우신 분이라고 했으니까.

   

   저것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그렇진 않아요. 허접 성녀님.”

   “허접 성녀님이나 허접 사제나 거기서 거기죠.”

   “그래서 세례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허접 성녀님?”

   

   게속해서 허접 성녀라는 이야기를 듣던 페이비는 점차 자신의 입술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신기한 일이었다.

   

   페이비는 여태까지 수많은 일을 겪었음에도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도 인간이니 만큼 감정이 상하는 순간이 있고, 짜증이 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 어떤 때에도 페이비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루시가 하는 말들은 하나 같이 페이비의 마음 속 어딘가를 쿡쿡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

   

   “허접 성녀님?”

   “아. 네. 알른 영애께선 그냥 제가 부탁드리는 대로만 해주시면 됩니다.”

   “흐응. 알겠어요.”

   

   루시의 대답은 말만 들으면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입을 가리는 손짓이.

   

   네까짓 게 잘 할 수 있겠냐는 듯한 그 눈빛이.

   

   자신을 얕보는 게 분명한 그 눈썹이.

   

   자꾸만 페이비의 마음을 쿡쿡 찔러 댔다.

   

   페이비는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최대한 빠르게 세례를 끝마치고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오늘의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기에.

   

   “바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페이비는 그리 말을 하고는 두 손을 모아서 속으로 기도문을 읊었다.

   

   ‘아르마디시여. 당신의 아래로 향하려는 어린 양이 이 곳에 있습니다.’

   

   그러자 루시의 주변을 신성한 기운을 담은 마력이 둘러쌌다.

   

   “가만히 있으시면 됩니다. 알른 영애님.”

   

   주신 교회의 세례는 신성한 마력 아래에서 서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마력의 아래에서 자신이 여태 지었던 죄를 신의 앞에 고하고서,

   

   앞으로 신의 뜻에 따라 옳은 삶을 살겠다 다짐을 한 후에,

   

   자신의 주변을 감싸던 마력을 품음으로써 마무리가 된다.

   

   이런 세례를 수도 없이 해보았던 페이비는 이번에도 별 다른 일 없이 진행이 될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달랐다.

   

   루시의 주변을 감싼 마력은 평소 페이비가 세례의 마법을 사용했을 때 나오는 마력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짙은 신성을 품고 있어서 주변을 흐리게 만드는 듯한 그 마력은 꼭.

   

   아르마디가 루시에게 기적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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