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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1

Chapter: 481

   유덴은 처음으로 프레이 켄트라는 짐승을 봤던 날을 기억한다.

   

   그 날은 이상하리만치 전대 검성이 난장을 피우던 때였다.

   

   검성이 지녀야 할 덕목은 단순히 검을 잘 휘두르는 것 뿐만이 아니라고. 본의가 아니더라도 검성이라는 칭호를 얻었다면 그 영예로운 이름에 걸맞는 행동을 하라고.

   

   보통 유덴은 전대 검성이 난리를 칠 때마다 그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려듣고는 했다.

   

   내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다시 검성 칭호를 가져가 보시던가.

   

   도전할 엄두는 내지도 못하면서 난리만 치긴.

   

   이럴 줄 알았으면 막판에 적당히 져줄 걸 그랬어.

   

   항상 하던 후회를 하면서 유덴은 전대 검성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 이상 뻗대면 실력있는 검사가 울화병으로 죽는 광경을 보게 될 듯 해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대충 얼굴만 비추고 시간을 떼우다 떠나가겠단 생각으로 향했던 그 대회장에서 유덴은 프레이 켄트를 보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압도적인 존재였다. 같은 또래의 검사는 물론이고 그녀보다 몇 체급 높은 이들조차도 프레이 켄트에게 제대로 된 위협 한 번 주지 못했으니.

   

   프레이 켄트가 경기장에 들어설 때면 관중석에서는 이번 애가 얼마나 버틸까를 가지고 내기를 걸고 있었다.

   

   그 관중 중에는 유덴도 포함되어 있었고.

   

   ‘브로타 가문의 이남. 이번 대회의 기대주 중 한 명이지. 나이 차이가 꽤 나니 저 녀석이라면 분명.’

   ‘10초.’

   ‘뭐?’

   ‘아니. 7초? 그 안에 결판나겠네요.’

   ‘…누구의 승리로?’

   ‘알면서 왜 물어봐요?’

   ‘아무리 그래도 브로타 영식의 덩치가 얼만데.’

   ‘얼마 걸 거에요?’

   ‘금화 하나.’

   ‘좋아요.’

   

   내기를 할 때마다 정확한 적중률로 전대 검성의 돈을 뜯어먹던 유덴은 프레이를 보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기본기라는 것조차 존재하지 않는 짐승의 검은 분명 그녀와 한없이 비슷했으니까.

   

   다만 다른 점은 유덴은 아무것도 모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에 짐승이 된 것이었고 프레이는 축복받은 환경 속에서도 짐승으로 살아가고 있단 것이었지.

   

   프레이가 휘두르는 검을 보며 왜 짐승으로 사는 걸까 생각하던 유덴은 그녀의 눈동자 속에 깃든 무심함을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검사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자신의 검을 살피지도 않았다. 프레이는 그저 자신 속의 무언가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도. 타인도. 뭣도. 모든 것이 수단에 불과하단 건가.

   

   유덴은 프레이가 무엇을 바라는지 몰랐지만. 그 이상 흥미를 지니진 않았다.

   

   재능이 뛰어나다 한들 저래서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올 수 없을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 날을 기억하던 유덴은 프레이 켄트를 만나기 위해 아카데미 인근에 발을 디딘 지금도 떨떠름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켄트 가문의 영애한테 검을 가르친다는 게 가능한가? 애초에 본인부터가 배울 생각이 없을 텐데?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꼬여.

   

   마음 같아선 대충 가르치는 시늉만 하고 끝내고 싶은데 그 성격 더러운 꼬맹이가 농땡이 피우는 걸 내버려 두진 않을 테고.

   

   그렇다고 제대로 하자니 짐승 조련을 할 자신이 없고.

   

   하아아. 베네딕 경과 관련된 일만 아니었어도 그냥 무시하고 갔을 텐데 왜 하필 이번 일이 경하고 관련 있는 거야.

   

   어떡하지? 그냥 대뜸 루카한테 찾아가서 물어볼까? 그 녀석은 켄트 영애도 가르치고 있을 테니 뭔가 방법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안녕하십니까. 검성님.”

   “안녕. 당신이 검성?”

   

   정중한 남자의 목소리와 허술한 여성의 목소리가 뒤섞인다. 한참 전부터 이 둘의 접근을 알고 있었던 유덴은 슬그머니 고갤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두 분. 현 검성 유덴이라고 합니다.”

   “아서 솔라딘이라 합니다. 3왕자의 지위를 지니고 있죠.”

   “프레이 켄트. 잘 부탁해.”

   “편하게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높으신 분들께서 예를 지키면 영 불편해서요.”

   “…검성님께 그럴 수는.”

   “진짜? 알겠어. 유덴. 편하게 할게.”

   

   예의상 한 걸음 물러서는 아서와는 달리 프레이는 대뜸 앞으로 툭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유덴은 프레이가 그녀의 기억 속과 많이 달라졌다는 걸 자연스레 눈치 챘다.

   

   사람이라기보다는 검을 휘두르는 인형에 가까웠던 꼬마아이는 어느새 제대로 된 생기를 품게 되었다.

   

   “어이. 프레이 켄트.”

   “괜찮습니다. 왕자님. 오히려 왕자님께서도 저렇게 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네요.”

   “검성이 지닌 권위가 있습니다만.”

   “세 번 권유를 해야 하나요?”

   “…음. 알겠다. 그대가 바란다면 어쩔 수 없지.”

   “봐. 왕자님. 내가 맞았지?”

   “쯧.”

   

   투닥대는 두 사람을 보며 입술을 끌어 올린 유덴은 두 사람의 몸을 살폈다.

   

   어느 쪽이건 단련을 게을리 하는 사람은 아니네. 아니. 오히려 몸을 극한까지 혹사시키는 쪽인가.

   

   솔라딘의 왕자님께서는 정석적인 검사 쪽이고 켄트 가문의 영애께서는 음. 켄트의 검술에 자신이 여태 추구한 걸 접목한 거려나.

   

   자세만 보고는 판단이 어렵네.

   

   “저기 두 분? 이야기를 진행해도 될까요?”

   “이런. 미안하군. 이 멍청이가 시비를 거는 바람에.”

   “바보는 왕자님이잖아.”

   “시끄럽다. 네 녀석한테.”

   “아아아. 일단 두 분. 한 분씩 대련 형식으로 검을 나눠볼게요. 그래야 정확하게 판단이 되니까.”

   

   둘 사이에 끼어들어 투닥거림을 멈춘 유덴은 프레이를 자신의 앞에 세웠다.

   

   “애정을 두신 검은 없나봐요?”

   

   프레이의 손에 들린 것은 그저 그런 검이었다.

   

   켄트라는 명가에서 태어난 재능이 지닐 만한 것이라고 하기 어려운 물건을 보고 유덴의 의아해하자 프레이가 고갤 갸웃했다.

   

   “무슨 검을 쓰냐가 중요해?”

   “네. 꽤 중요하답니다. 검이 안 좋으면 공략할 여지가 늘어나니까요.”

   “이래도?”

   

   프레이가 자신의 검 위에 색이 담긴 오러를 둘러 보이자 유덴의 눈썹이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갔다.

   

   허나 그 뿐이었다. 유덴은 놀람을 다스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오러를 두른다고 검이 갑자기 명검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으음.”

   “나중에 켄트 백작님께 말을 해보세요. 분명 좋은 검을 구해주실 겁니다.”

   

   이건 검의 질 때문에 한참 고생을 했던 유덴의 진심을 담은 조언이었지만 프레이의 표정은 미묘했다.

   

   직접 필요를 때려 박아주는 게 아니면 설득하기 어렵겠네.

   

   “뭐. 당장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요. 일단 덤벼보시죠.”

   “진심으로?”

   “진심으로.”

   “응.”

   

   보통 진심으로 덤비라 그래도 대련에서 살초를 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망설임이라는 게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허나 프레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대뜸 유덴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검집에서 살짝만 뽑은 검날로 프레이의 공격을 막아낸 유덴은 눈동자를 굽혔다.

   

   “이걸로 끝입니까?”

   “그럴 리가.”

   

   프레이가 휘두르는 검의 폭풍이 유덴을 향해 몰아친다.

   

   방어를 도외시한 것처럼 보이는 짐승같은 검.

   

   허나 그 사이를 유덴이 슬며시 파고들려 하면 짐승은 송곳니마저 거두며 한 걸음 물러선다.

   

   공격적이지만 딱 필요한 만큼만 공격적이야.

   

   도박에 가까운 미친 짓을 할 때도 마지막 일선은 지켜.

   

   신기하네. 그 짐승 같은 어린아이가 어떻게 노련한 검사가 될 수 있었던 걸까?

   

   대체 어떤 사람이 짐승을 인간으로 교정한 걸까?

   

   켄트 백작? 아냐. 그 사람이 교정한 거라면 공격성이 더 줄었어야 해.

   

   옆에 있는 왕자님 쪽도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은 듯 하고.

   

   전체적으로 방어를 부수기 위한 노림수가 많은 걸 보면.

   

   “평소에 방패를 든 사람과 자주 대련을 하십니까?”

   “응. 어떻게 알았어?”

   “보이거든요. 여러 가지가.”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호흡으로 대답을 한 유덴은 즉석에서 프레이의 동작을 수정했다.

   

   “노림수를 만들고 싶다면 이러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요.”

   

   자신이 바꾼 동작으로 프레이를 위협한 유덴이 웃으며 이야길 하자 프레이도 마주 웃음을 짓는다.

   

   “당신 진짜 검성이구나?”

   “그럼요. 괜히 천출이 명예로운 자리에 올랐겠습니까.”

   

   두 사람이 나누는 공방은 즉석에서 자꾸만 바뀌어 간다.

   

   프레이가 휘두르는 폭풍이. 그를 받아내는 유덴의 발톱이. 시시각각 변화해가며 서로를 위협한다.

   

   몇 걸음 뒤에 물러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서는 새삼 재능의 격차를 느꼈다. 저것이 천재들의 대련이란 것인가.

   

   허. 참. 어설픈 재능을 지녔다는 게 이럴 때 슬퍼.

   

   차라리 아예 재능이 없었더라면 저들의 대단함을 몰랐을 터이고 경이로운 재능을 지녔다면 저 사이에 끼어 들 생각을 했을 터인데.

   

   아서는 입술을 곱씹으면서도 둘이 대련하는 광경을 눈에 담았다.

   

   멀어 보인다 하여 걷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

   

   “검성 그 인간 진짜 살벌하게 검을 휘둘러대던데? 오기 싫어하던 티를 내던 사람 맞나 몰라.”

   

   아카데미 거리 바깥에서 유덴이 대련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온 카리아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오크녀가 두 멍청이를 잘 가르쳐 줄 것 같아?”

   “왕자님은 잘 모르겠지만 켄트 영애 쪽은 꽤 많이 달라질 걸? 둘은 비슷한 구석이 있으니까.”

   

   비슷한 구석이 있다라. 그렇지. 그래서 게임 속에서는 유덴이 동족 혐오를 했었고 말야.

   

   처음과 많이 달라진 프레이를 유덴도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다.

   

   혹시나 개판내면 베네딕을 가지고 다시 협박을 하러 갔을 텐데.

   

   “하루 정도는 이 조잡한 거리에 못 들어오게 해. 벌써 변태 교수랑 만나면 재미 없으니까.”

   “내일이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날인가?”

   “맞아. 변태 교수가 제 한심함을 훤히 드러낼 시간이기도 하고.”

   

   루카가 내일 나한테 뭘 보여주려고 하려나. 최소한 아카데미의 교수들을 제압할 수단 정도는 마련해뒀을 것 같긴 한데.

   

   과연 검성이라는 규격 외의 존재도 대처 범위 안에 들어있을까?

   

   “그보다 아줌마. 내가 부탁한 건?”

   “여기. 이런 위험한 물건을 왜 구해 달라 그러는 거야?”

   “궁금해?”

   “조금?”

   “풉. 시이이잃어. 아줌마는 늙고 낡아서 들어도 이해 못할 거 아냐. 난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아.”

   “저기. 고용주님. 지금 말 왜 진심인 거야?!”

   “…아. 들켰다.”

   “들켰다로 끝날 일 아니거든!?”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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