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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89

Chapter: 489

   무너진 벽 너머로 드러난 복도를 본 아서는 안의 정경을 보고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내가 이런 것을 본 적이 있었나?

   

   아. 그래. 왕궁의 지하. 첫째형님의 성인식을 할 적에 들렸던 장소.

   

   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그 곳과 한없이 닮아 있다.

   

   어째서라는 물음에 답을 내어 준 것은 루시였다. 그녀는 벽 너머를 준비한 것이 대마법사 에르기누스라고 했으니까.

   

   에르기누스라는 사람이 왕궁의 설립과 관련이 되어 있단 걸 생각해보면 서로가 비슷한 것이 당연한 일이지.

   

   루시를 따라 벽 너머로 걸어 들어온 아서는 이 곳이 정상적인 통로가 아님을 눈치 챘다.

   

   지난 번 사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에르기누스조차 생각하지 못한 기괴한 방식으로 지름길을 만들어낸건가.

   

   에르기누스님께서 이를 본다면 기겁을 하시겠구나.

   

   …나중에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한 번 물어보긴 해야겠어.

   

   어쩌면 여기는 왕국에서 주요히 여기는 시설일지도 모르잖나.

   

   긴 세월이 지난 것치고는 그럭저럭 말끔한 복도의 모습에 고갤 갸웃거리던 아서는 루시 알른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으로 마주했다.

   

   문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마법진의 형상을 말이다.

   

   얼마 전 에르기누스의 옆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아서는 어설프게나마 저 마법진에 담긴 뜻을 이해했다.

   

   기운의 정화와 전환. 그리고 연결.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무언가 악한 힘을 정화하여 다른 곳으로 전해주는 마법진인가.

   

   루시 알른이 왜 날 여기로 데려왔는지 알겠군.

   

   이 연결을 끊는 것으로 결계 자체를 멈춰버릴 셈이야.

   

   “이럴 거라면 조이도 함께 데려오는 것이.”

   

   옆에서 함께 가르침을 받은 것은 맞지만 조이와 달리 아서는 완벽하게 가르침을 체화하지 못했다.

   

   그 후에 조이에게 따로 설명을 몇 번이나 더 들은 지금도 말이다.

   

   그러니 이를 완벽하게 제어하려면 조이를 데리고 와야…

   

   어라? 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냐?

   

   지금쯤이면 비아냥대는 이야기가 돌아와야 할 터인데?

   

   의이함을 느끼고서 고개를 든 아서는 방금 전과 전혀 달라진 주변의 풍경에 놀라 눈을 끔뻑였다.

   

   또 다시 악신의 수작질에 빠진 것인가. 루시 알른 그 녀석 축복을 줄 거면 제대로 된 걸로 내놓아야지.

   

   허술한 것을 쓰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

   

   …

   

   젠장. 또 깨어나면 한참 동안 비아냥대는 걸 듣고 있어야겠군.

   

   투덜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아서는 문득 지금의 풍경이 악신이 보여주었던 것과 다름을 느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악신이 보여주었던 곳은 생기라고는 조금도 없는 지옥 같은 풍경이었다만 이 곳은 그런 것들이 멀쩡해.

   

   “나를 악신과 착각하면 곤란하다만.”

   

   뒤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갤 돌린 아서는 허공에 떠서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꼬마아이를 발견했다.

   

   채 10살은 됐을까 싶은 모습의 꼬마아이는 아서의 얼굴을 가만 살피다가 눈썹을 끌어내렸다.

   

   “뭐냐. 너. 이 곳에 들어 올 자격이 있는 녀석처럼 보이진 않는데?”

   “오히려 내 쪽에서 묻고 싶다만. 넌 뭐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서 여기에 왔다고? 어떻게?”

   

   꼬마아이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단 듯 침음성을 흘리며 팔짱을 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선 결코 나올 수 없는 연륜이군. 어린 것 겉모습뿐이란 건가.

   

   “어떻게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군. 나는 친우의 안내를 따랐을 뿐이니까.”

   “그 친우라는 게 솔라딘의 핏줄이냐?”

   “무슨 헛소리를. 왕가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아이다.”

   “음? 으으음?”

   

   흐음. 이 이상 대화를 이어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이 또한 악신이 만들어낸 함정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살짝 꺼림칙하긴 하다만 일단 자결을 하여 꿈에서 깨어나.

   

   “잠깐!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꿈에서 깨어나야지.”

   “이건 꿈같은 게 아니다! 시련의 장소란 말이다!”

   “아아. 그건 그렇겠군. 악신이 내리는 악몽은 시련이라 부를 만 하지.”

   “방금 전에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악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존재다! 제가 무슨 짓을 벌이는 지도 모르는 쥐좆만한 것들과 연결 짓지 마라! 아무리 내가 낡았다한들 그런 잡놈들과 관련되진 않는다!”

   

   악신의 수작질이냐고 묻자 꼬마아이가 발작하듯이 목소리를 드높인다.

   

   저토록 모욕적인 언사를 내비칠 수 있는 걸 보면 악신의 추종자는 아닌가? 그들은 자신들의 신을 욕할 수 없다 했으니.

   

   “그럼 넌 뭐냐.”

   “나는 솔라딘의 시조가 남긴 조각! 그의 유지를 이 땅에 잇는 존재! 솔라딘의 피를 이은 자여! 경배를 바쳐라!”

   

   꼬마아이가 어깨를 피며 고함을 쳤지만 아서의 태도는 이전과 딱히 달라지지 않았다.

   

   “확실히 외견은 전승과 비슷하군.”

   “네 놈!”

   “존중을 바라나? 그렇다면 명확한 증거를 내놓아라. 마냥 믿어 주기에는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거든.”

   

   이 녀석 때문에 루시 알른이 날 여기로 데려온 것이라면 그 녀석이 무어라고 언질을 줬겠지.

   

   허나 그녀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의 존재가 루시 알른의 지식 바깥에 있단 것이다.

   

   에르기누스조차 예상하지 못한 방식을 사용하는 그 녀석이 모르는 존재라니. 그걸 믿을 이유가 어디 있나.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그게 무슨.”

   “방금 전에 네가 말한 그 쥐좆만도 못한 쓰레기가 결계를 장악했거든.”

   

   아서는 일부러 공격적인 어투를 사용했지만 꼬마아이의 표정엔 분노가 아닌 당혹이 담겼다.

   

   “돌아버리겠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네가 정말 시조가 남긴 인격이라면 날 내보내라.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조금만 기다려라. 잠시 생각을.”

   “아니면 내 직접 바깥으로 나가지.”

   

   아서가 다시금 검을 뽑아 들어 목에 들이민 순간 꼬마아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툭하는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아서가 쥐고 있던 검이 형상을 감춘다. 검이라는 존재가 신기루에 불과했단 것처럼.

   

   “네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이 마법진과 관계있는 일인가?”

   “…그렇다만.”

   “하아. 어쩔 수 없지. 본래라면 권한이 없는 자에게 주어져선 안 되는 것이다만 상황이 상황이니.”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가 재차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의 풍경이 또 다시 변화한다.

   

   이번에 달라진 풍경은 얼마 전 사막 아래에 있던 에르기누스의 거처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솔라딘의 피를 이은 자여. 마법에 관여하고 싶다면 그대가 지닌 자격을 증명해라. 그대에게 자격이 존재한다면 마법은 자연스레 그대의 뜻을 따를 터이니!”

   

   하늘에서 시련을 내리는 것처럼 엄숙한 어투를 가만 듣던 아서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손가락 위에 마법을 구성했다.

   

   “귀를 먹기라도 한 게냐!”

   

   흐음. 마법을 통해 자결을 할 셈이었다만 이것도 눈치를 채는가. 나름 은밀하게 한다 생각을 했거늘.

   

   “마법진에 개입하고 싶다면 자격을 얻으란 말이다! 자결을 할 게 아니라!”

   “왜 자격을 얻어야하지?”

   “그야 자격이 주어져야 대마법사 에르기누스의 마법이 그대를 허락할 테니까!”

   “그깟 자격이 없어도 난 저 마법진에 개입할 수 있다만?”

   “뭐? 아니. 어. 음. 뭐?”

   “정화. 변환. 전달. 저 마법진에 새겨진 마법이 하는 역할이다. 틀렸나?”

   “그걸 어떻게?”

   “대마법사 에르기누스께서 직접 알려주셨거든.”

   “…뭐?! 그 분이 아직도 살아 계시단 말이더냐!?”

   

   계속해서 뚱한 표정만 짓던 꼬마아이의 얼굴에 처음으로 화색이 비친다.

   

   *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악신의 수작에 당한 것은 아닌 듯 하니.>

   

   갑작스레 정신을 잃은 아서의 모습에 입술을 꾹 깨문 순간 할아버지가 날 안심시켰다.

   

   ‘그러면 이거 무슨 일이에요?’

   <에르기누스 그 녀석이 남긴 것일 게다. 특정한 조건에 반응하여 그 정신을 끌어들이는 식이겠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서야 난 멀고도 먼 기억 속의 지식을 떠올렸다.

   

   스토리 속에 에르기누스가 시험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지?

   

   있었나?

   

   젠장. 스토리 내용 다 스킵 때려버린 지가 오래라 스치듯이 지나간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

   

   <그 놈의 괴팍한 성미를 생각해보면 시험을 위한 무언가일 거다.>

   

   다행이다. 내 기억이 틀리진 않은 모양이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 건간요?’

   <아마 그렇겠지.>

   

   게임 속에서는 잠깐 움찔하고 끝난 내용이었지만 현실의 정경은 달랐다. 아서는 몇 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바보 검사. 검으로 무슨 짓 하려는 거야.”

   

   검집 채로 검을 치켜드는 프레이를 발견하고서 다급하게 목소리를 내자 프레이가 고갤 갸웃했다.

   

   “때려서 깨우게. 안 돼?”

   “깨우는 게 아니라 영원히 재울 생각이라면 될 것 같긴 하네.”

   “으음. 그런가.”

   

   아서를 영원한 잠에서 구한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팔짱을 꼈다.

   

   이건 변수네. 미리 준비를 해 둔 상태에서 악신의 추종자들이 일을 벌이는 걸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이러다가 결정적인 순간까지 아서가 안 깨어나면 어떡하지!?

   

   당혹스러움에 팔뚝을 툭툭 두드리고 있으려니 벽을 뚫고서 반투명한 아드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할망구. 준비 끝났다고 신나서 알려주러 온 거야?”

   – 그것도 그건데. 지금 입구 쪽에 침입자가 들어오려고 해서.

   

   침입자라면 루카 그 녀석이 직접 행차하는 건가.

   

   분명 그렇겠지. 여긴 석판이 있는 사람이나 이전에 여길 방문했던 사람밖에 올 수 없는 장소니까.

   

   드래곤 브레스가 일으킨 소란이 그 놈의 시선을 끌었나보네.

   

   하긴 그거 더럽게 시끄러웠어. 신경을 안 쓰는 쪽이 더 이상하긴 해.

   

   –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태연한 거야?

   “바닥을 기지도 못해서 내 발도 못 핥을 허접들이잖아. 왜 당황을 해야 하는데?”

   

   루카가 공허의 추종자를 이끌고서 내 뒤를 쫓을 거란 건 이미 예상한 일이다.

   

   당연히 거기에 대한 대처도 생각을 해뒀지.

   

   근데 지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상황이 좋아졌어.

   

   아드리가 자기 마법으로 여기를 잔뜩 꾸며둔 덕분에 할 수 있는 게 많아졌거든.

   

   방금 전 아드리에게 부탁했던 것을 떠올린 나는 입꼬리를 히죽 끌어올렸다.

   

   흐으응. 어차피 아서가 일어날 때까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그 동안 재밌는 일을 좀 해볼까.

   

   공허의 추종자분들께서 잔뜩 비명을 지르게 만들면 저들의 계획도 늦춰질 테니 말야.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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