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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92

Chapter: 492

   – 아. 재밌네. 네가 왜 그딴 말투를 고집하는 지 알 것 같아.

   

   루카를 잔뜩 놀리고서 돌아온 아드리는 상당히 기분 좋아 보였다.

   

   나 저 마음 알아. 자기가 당할 때는 열이 잔뜩 오르지만 자기가 남을 괴롭힐 때는 신이 나는 게 사람의 심리인 걸. 응.

   

   – 근데 꼬맹아. 결국 이거 시간 끌기밖에 안 되는 거 알지?

   “할망구. 내가 너마냥 뇌가 썩은 것처럼 보여? 자기 뇌가 썩었다고 나까지 썩은 년으로 만들지 말아줄래?”

   

   아드리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 내가 벌인 일들은 어디까지나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과거 루카에게 희생당했던 이들을 끌고 오고, 공허의 추종자와 루카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고, 심리전을 걸어 루카를 망설이게 만들고 해봐야 결국 저들의 전력을 완전히 짓뭉갤 순 없다.

   

   그렇지만 아무 문제없다. 내가 노리는 것이 시간 끌기인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치매난 할망구가 예전을 기억하면서 히히덕대고 있을 동안 나는 위에서 고생을 하고 있었거든.”

   

   아직까지는 상정 내다. 오히려 루카가 여기에 진입하게 되면서 오히려 더 상황이 좋아졌다.

   

   공허의 추종자들이 사령에 대처하기 위해 권능을 사용함에 따라 결계 안에 머무는 공허의 권능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덕분에 지상에 머무는 이들이 공허의 추종자들을 상대하기 더 편해지겠지.

   

   루카가 충격 받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관할 수 있다는 것도 크나큰 이점이고.

   

   그렇다고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냐.

   

   “불쌍 왕자님께서는 언제까지 잠에 빠져 계실는지.”

   

   공허의 추종자들이 계획한 일이 완성되기 전에 아서가 깨어나야 해. 그래야 모든 이야기가 완결된다고.

   

   그 때까지 아서가 눈을 뜨지 못하면 그 땐 진짜 몸으로 구르는 수밖에 없단 말야.

   

   “이런다고 귀여운 공주님이 입맞춤을 해주진 않을 텐데. 정말 동정다운 사고방식이라니까요. 한심해라.”

   

   여전히 흐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아서를 보던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계획을 세웠다.

   

   결국 이 모든 일에는 내가 추종자들의 계획을 방조해 온 책임이 존재하니까.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을 때는 후일을 신경 쓰지 않고 미친 짓을 좀 저질러야지.

   

   *

   

   “그것은 그 분이 남기고 간 흔적에 불과하다. 에르기누스님이 아니야.”

   

   아서가 지난번에 만난 대마법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자 꼬마아이가 팔짱을 낀 채 투덜댔다.

   

   “괜히 기대했군. 아무리 에르기누스님이라 하여도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진 못할 터인데.”

   

   에르기누스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가 큰 듯 꼬마아이의 표정에는 실망이 가득했지만 아서는 그런 걸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실망시켜서 미안하다만 내가 만난 것이 가짜라 한들 그 안에 들어있는 진정 에르기누스님의 것이지 않나.”

   “그렇겠지. 그 분께서 직접 만든 가짜이니.”

   “그렇다면 내가 결계를 다룰 수 있다는 것도 납득이 될 터.”

   “알겠다. 알겠어. 내보내줄테니 그만 보채라.”

   

   손을 절레절레 내젓던 꼬마아이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아서의 앞으로 걸어왔다.

   

   “대신 한 가지 약속해라. 바깥의 다급한 일이 끝나면 다시금 이 곳에 오겠다고.”

   “자격도 없는 내가 그래도 되는 건가?”

   “에르기누스님의 지식을 지닌 가짜가 솔라딘의 피를 이은 그대에게 결계에 대해 알려주었다면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일 테니 그 때는. 아니. 아니. 잠시. 이게 뭔.”

   

   자신의 사견을 줄줄 늘어넣던 꼬마아이가 갑자기 말을 끊는다. 다급하게 내뱉는 혼잣말에서 당혹이 묻어나는 것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설마 무언가 문제가 생겨 바깥으로 내보내 줄 수 없다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것 같다만.”

   “하아. 젠장. 그래. 어디 무슨 문제인지 설명이나 해봐라.”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될 거다.”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를…”

   

   평화롭고 고요하던 푸른 색이 하늘이 갑작스레 검은 색으로 물들고 아서의 주변에 자리하던 공기에 불온함이 깃든다.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드는 불길함에 놀란 아서가 눈을 끔뻑거리는 동안 꼬마아이는 주변의 변화를 살피며 혀를 찼다.

   

   “네 말이 맞군. 악신의 추종자들이 결계를 장악해나가고 있어.”

   “악신의 영향력이 이 공간에 자리하고 있단 소리냐.”

   “그래. 덕분에 네 녀석을 내보내 주는 일이 힘들어졌다. 점차 내 권한도 빼앗겨가는 중이야.”

   

   꼬마아이는 투덜거리면서 허공에다가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주변의 환경이 잠깐 본래대로 돌아왔지만 그 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쯧. 이봐. 후대. 한시 빨리 이 곳에서 빠져나가고 싶다 그랬지?”

   “그래.”

   “그럼 시험을 통과해서 결계의 제어권을 잡아라. 지금은 그게 제일 빨라.”

   “시험?”

   “자세히 설명할 시간 없다. 할지 말지만 이야기해라.”

   

   꼬마아이가 다급히 목소리를 내는 동안에도 주변의 불길함은 점차 짙어져가고 있었다. 생각할 틈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제기랄. 루시 알른. 이 상황이 정말 그대가 노린 것이 맞나?

   

   그대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이 맞는 거냐?

   

   그런 거라면 최소한 내게 이야기는 해줬어야 할 거 아니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은 줬어야지!

   

   “빨리 선택해! 시간 없다!”

   “알겠다! 하면 되잖은가!”

   

   아서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인 순간 꼬마아이가 아서의 팔목을 잡았고, 두 사람의 모습이 일순에 사라진다.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 공허의 기운이 스민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으며, 아무것도 아니기에 다른 것을 질투하는 기운이.

   

   *

   

   칼은 아무것도 존재치 않은 지옥 속에서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실패했다. 아가씨께서 맡긴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깟 사람 하나를 붙잡고 있는 게 뭐가 어렵다고!

   

   스스로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칼은 한시라도 빨리 이 공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죽어라고 움직였지만 지옥의 공간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옥에 거주하는 악마들을 아무리 죽여도 또 다른 악마가 찾아왔으며. 지옥의 끝을 찾아내기 위해 미친 듯이 내달려도 지옥의 정경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탓에 칼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조급해지고 있었다.

   

   한시 빨리 이 곳에서 빠져나가야 하는데. 아가씨께서 명령하신 바를 제대로 이행해야 하는데.

   

   유기견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틈이 없는데.

   

   젠장.

   

   젠장.

   

   “젠장!?…”

   

   욕지거리와 함께 눈을 뜬 칼은 에린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하고서 가쁜 숨을 가다듬었다.

   

   뭐…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지옥의 정경을 돌아다니고 있었을 터인데? 어째서 에린양이 이 곳에 계신 거지?

   

   “정신 차려라. 멍청한 놈아.”

   

   칼의 당혹을 꿰뚫고서 끼어 든 목소리는 고풍스러운 여성의 질책이었다.

   

   루시가 곁에 없다는 전제 하에서는 무척이나 멀쩡하고 거만한 리나는 자신의 곁에 연기로 된 여우 둘을 거느린 채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느냐.”

   “꿈…이었다고요? 그 모든 정경이?”

   “매일 개 취급을 당하니 지능마저 개가 되어버린 게냐? 불완전한 신격이 어찌 이 공간의 모두를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 있을까.”

   

   리나가 혀를 차는 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살피던 칼은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려다가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여기 없음을 눈치 챘다.

   

   “아가씨! 아가씨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아가씨라면 자신의 일을 하러 떠나셨습니다. 기사님.”

   “어느 쪽으로 가셨습니까?! 저는 아가씨의 곁에.”

   “기사님.”

   “에린 양! 빨리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칼.”

   

   서리가 내려앉듯 차디찬 목소리에 칼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제서야 칼은 자신이 알던 과거의 에린과 지금의 에린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처음 칼이 마주했던 에린은 연약하고 불쌍한 방계에 불과했다.

   

   알른 가문과의 연을 위해 시녀로 팔려와 가장 궃은 일을 맡았을 뿐인 여성이었지.

   

   헌데 지금의 에린은 어떤가. 아가씨의 곁에서 계속 성장해온 그녀는.

   

   저택의 시녀들 사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그녀는.

   

   시녀장께서도 신경을 쓸만큼 강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는.

   

   온갖 험악한 일을 겪어보았던 칼의 기세조차도 짓누를 만큼 강한 의지를 보이는 그녀는.

   

   이제 지켜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모시는 사람에 비해 부족함 하나 없는 강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아가씨는 누군가 지켜주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못하는 연약한 영애입니까?”

   “…아니죠.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루시 알른이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지켜질 사람인가? 그럴 리가 있나. 만약 루시가 그토록 연약한 존재였다면 칼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해 쩔쩔 맬 일도 없었겠지.

   

   “아가씨께서는 당신을 믿고 일을 맡기셨습니다.”

   “…예. 그랬지요.”

   “헌데 당신이 아가씨를 믿지 못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에린의 질책을 들은 칼은 순간 고개를 치켜 들었다가 이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에린 양. 제가 너무도 무능한 탓에 실패를 반복하여 다급해졌던 모양입니다.”

   “그런가요? 제가 아는 기사님께서는 무능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만.”

   “하하. 예전의 전 그랬습니다. 예전에는요.”

   

   칼의 웃음을 마주하던 에린은 가만 그를 바라보다가 맞은 편에 쭈그려 앉았다.

   

   “기사님.”

   “예.”

   “그래서 기사님께선 아가씨의 아래에 있길 포기하실 겁니까?”

   “…아뇨. 아가씨께서 절 버리시는 게 아니라면 전 계속 아가씨의 곁을 지킬 겁니다.”

   “그럼 일어나세요. 진창에서 발버둥치고 있을지라도 주인의 도움이 되는 것이 저희의 사명이지 않습니까.”

   

   에린의 말을 들은 칼는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린 양께서는 정말 강한 분이시네요.”

   “강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거랍니다. 아가씨의 곁에 있으려면 연약해선 안 될 것 같아서요.”

   “거. 훈훈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 좋다만 적당히 여유를 부려라. 일을 해야 할 것 아니냐.”

   

   미간을 찌푸린 리나가 무어라고 한 마디를 하자 칼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무장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리나에게 물었다.

   

   “제가 무얼 하면 됩니까?”

   “간단하다. 알른의 이빨이 되어 방해물을 때려 부수면 된다.”

   “제가 가장 잘 하는 일이군요.”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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