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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01

Chapter: 501

   치졸하고 치사하고 비겁한 찐따인 아그라이지만 그 녀석이 지닌 힘과 권위 자체는 진짜다.

   

   그가 반기를 든 순간 여러 신격들이 그의 반역에 동참한 것을 보라. 그 신격들이 승리의 가능성이 없다 생각했다면 아그라에게 달라붙었겠는가.

   

   여러 조각으로 나뉜 아그라가 봉인된 지금도 그의 권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악신들의 중심이 되는 존재이며 모든 사악의 중심이 되는 신격이다.

   

   공허의 악신이 지닌 의사를 무시한 채 루카에게 권능을 내린 것을 보라. 아그라가 지닌 힘은 다른 신격의 생각조차도 짓누를 만큼 드높다.

   

   이걸 조금 비틀어서 생각을 해보면 말야.

   

   아그라 이 찐따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조지고 싶다 생각한다면 외부에 몰린 어둠을 이 쪽으로 끌고 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거 아닌가?

   

   이런 발상을 떠올린 나는 할아버지에게 물음을 던졌다. 실제로 악신 아그라와 싸워보았던 할아버지라면 이에 대해 알 것 같아서 말이다.

   

   <무슨 정신 나간 생각을 하는 거냐!>

   

   할아버지는 내 물음을 듣자마자 기겁을 했다.

   

   ‘안 돼요?’

   <안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루시! 지금 네가 한 말은 결계 안에 도사린 어둠을 홀로 감당하겠다는 소리이지 않으냐!>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악신에게 나홀로 맡서겠다 같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런 고결함은 페이비에게나 어울리는 거잖아.

   

   <그럼 뭐냐! 왜 그런 걸 묻는 거냐!>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죠.’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도망치지 않겠다는 수준의 바보 같은 말일 뿐이야.

   

   여기에 희생 같은 무거운 단어가 끼어들면 엄청 부담스럽다고.

   

   꼭 죽으라고 강요하는 거 같잖아.

   

   난 죽을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데 말야.

   

   <넌 정말!>

   ‘아아! 진짜! 그만 뭐라 하시고 대답이나 해주세요! 급해요!’

   

   지금 하나하나 설득해 나갈 만큼 여유 있는 상황 아니거든요!?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는데 언제까지 칭얼대기만 하실 거에요!

   

   <그렇지만…>

   ‘저 못 믿어요!?’

   <…될 거다.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거면 됐어요!’

   

   확답을 얻은 나는 루카가 휘두르는 둔기의 충격을 이용해 뒤로 훌쩍 물러섰다.

   

   “벌써 지치셨습니까?”

   “뭐래?♡ 난 너처럼 조루 아니거든?♡”

   

   아그라를 도발해서 기운을 끌어 모으는 것이 가능하단 건 알았어. 근데 그렇다고 무작정 기운을 끌어 모아선 안 돼.

   

   그랬다간 나는 물론이고 내 옆에 있는 바보 검사나 저기 할망구까지 뒈질 거 아냐.

   

   그러니까 작업을 좀 하자.

   

   이 결계 안에 존재하는 막대한 기운이 이 곳에 자리해도 버틸 수 있도록.

   

   찝찝한 끝이 아니라 최선의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바보 검사. 저기 할망구 좀 도와줘. 저러다 유언도 못 남기고 죽겠다.”

   “응? 루시. 그치만.”

   

   프레이는 고갤 갸웃하며 내게 대꾸하려 했지만 내 얼굴을 보고서는 고갤 주억거리더니 훌쩍 발을 움직였다.

   

   말을 잘 들어줘서 다행이긴 한데. 음. 아냐. 나중에 물어보면 돼. 지금은 변수를 없앤거면 충분해.

   

   “변태 교수♡ 네가 질투하는 아저씨성애자가 널 뭐라고 생각하는 줄 알아?♡”

   “헛소리를 해서 시간을 끌 생각이십니까? 저야 환영입니다만.”

   “넌 이상하긴 해도 개새끼는 아니래♡ 푸하하핳♡ 진짜 웃기지 않아?♡ 맹세를 저버리고 병신한테 영혼을 판 쓰레기가 개새끼가 아니라니♡”

   

   시작은 루카의 이성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그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

   

   그의 좆만한 뇌가 잘 굴러가면 내 계획의 기반이 무너져 버리니까.

   

   “아♡ 맞다♡ 그리고 걘 널 은인 비스무리하게 생각하고 있더라?♡ 네 덕에 검성이 될 수 있었다나?♡ 큽♡ 크흡♡”

   “그런가요? 하하. 그것 참 영예로운 일이군요. 검성의 은인이 되다니요.”

   “그러니까♡ 추악한 넌 재능을 질투해서 죽여 버리고 싶었을 뿐인데 은인이라니!♡ 네 실력이 허접하기 짝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치?♡ 네가 쪼오오

   끔만 더 잘난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검성은 없었을 거 아냐♡”

   

   루카는 아무렇지 않은 체 하며 웃음을 짓지만 그의 속내가 비틀리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고양감이 잔뜩 차오르고 있거든. 메스가키 스킬이 주는, 상대가 너 때문에 꼴 받았다는 걸 증빙하는 고양감이.

   

   “지금이라도 그 발정난 여자한테 달라붙는 게 어때?♡ 그 멍청한 여자가 네 인생 최대의 업적이잖아?♡”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려서요. 몇 달 전에 알려주셨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러게♡ 너 같은 허접 변태 새끼라면 당장에 달려가서 머리를 박았을 텐데 말야♡ 그 아저씨성애자도 네가 발가락을 핥아가면서 빨아주면 좋아하지 않았으려나?♡”

   “…그렇.”

   “아~♡ 그건 무리였겠다♡ 너처럼 얇은 샌님은 그 아저씨성애자랑 안 어울리는 거 같으니까♡ 인간으로써도 무리고 남자로써도 무리인 도태남은 방구석에서 혼자 자위나 해야겠네♡ 그치?♡”

   

   네가 집착하는 사람은 네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루카의 얼굴에서 순간 표정이 사라졌다.

   

   흐흥. 평소의 루카라면 이런 노골적인 도발에 어울려주지 않았을 거야. 평생 동안 가면을 써 온 저 역겨운 인간의 본성이 그리 쉽게 드러날 리가 없잖아.

   

   그치만 지금은 달라. 지금 내 앞에 있는 루카는 악신의 권능에 사로 잡혀 있는 상태니까. 정상적인 사고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 상태에서 도발을 견딜 여력이 있겠어?

   

   “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야?♡ 너 같은 허접이 할 수 있는 건 그런 것뿐이잖아♡”

   “…”

   “호옥시 네가 그 발정녀를 상대로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푸하하핳♡ 자기 객관화가 그렇게 안 돼?♡ 너 같은 돌맹이가 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리 없잖아♡ 허~접아♡”

   

   루카의 감정에 공명하듯 주변의 기운이 움직임과 동시에 루카가 달려든다. 그의 손에 들린 무기는 이전과 달리 바뀌지 않은 채였다.

   

   좋아. 이걸로 어느 정도 이성은 날아간 것 같고 그 다음은.

   

   콰아앙!

   

   방패 너머로 전해지는 충격을 견디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급한가봐?♡ 네 허접한 공격이 두 번이나 먹힐 거라고 생각해?♡”

   

   이 말에는 상당한 허세가 포함되어 있다. 공허의 권능을 얻은 루카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낼 만큼 난 강하지 않으니까.

   

   평소의 루카라면 내 허세를 알아차렸겠지만.

   

   지금은 어떠려나.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뒤늦게 루카의 육신이 어둠에 휘감기고 그의 무기가 달라진다. 루카의 양손에 새롭게 쥐어진 단검을 본 순간 난 마음 속에서 우러 나온 웃음을 지었다.

   

   허세가 먹히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단순한 작업에 불과해.

   

   유도하는 거야.

   

   루카가 손에 쥐는 무기를.

   

   내가 상대하기 편한 물건으로.

   

   소울 아카데미에서 까다로운 축에 속하는 루카가 병신이 되는 것으로.

   

   루카의 논리는 결국 날 어떤 식으로 참교육해야 할지에 대한 거니까.

   

   의도적으로 약점을 비춰준다면 거기에 놀아날 수밖에 없잖아.

   

   “많이 힘들어보이시는 군요!”

   

   힘이 많이 빠진 척을 한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기 힘든 것처럼 주춤거린다.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방패를 비틀어 일부러 기괴한 소리를 내게 한다. 한계가 찾아올 리 없는 방패가 부서질 것처럼 연기한다.

   

   “당신이란 별이 내는 빛은 겨우 그 정도였습니까?!”

   

   발의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일부러 둔한 척을 하는 것으로 상대의 과녘이 되어 준다.

   

   “알른 영애애애애!”

   

   이 모든 연기의 끝에 루카의 손에 들린 것은 양손으로 붙잡아야 하는 도끼였다.

   

   창과 도끼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병기. 흔히 할버드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물건. 루카라는 보스를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최악의 무기.

   

   악신의 권능으로 뒤덮인 날 끝이 방패에 부딪힌 순간 난 그 충격을 버텨내면서 이를 꽉 깨물었다.

   

   “나한테도, 허접주신한테도 만날 처발리기만 하는 찐따 녀석도 참 멍청하다니까♡”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내 목소리를 들은 루카가 못에 핏대를 세웠지만 난 그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이 도발을 들려주고자 하는 상대는 루카가 아니었다.

   

   “이런 허접 쓰레기를 대리인으로 써봐야 날 쓰러트릴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보다 더 뒤에 있는 존재. 그보다 더 아래에 있는 사악. 항시 나를 바라보고 있을 징그러운 변태. 치졸하고 추악한 녀석.

   

   승리하고 싶어서 발버둥치고 있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밑바닥을 기어야 할 패배자.

   

   “하긴~ 네가 그런 걸 알면 허접 주신 같은 페도 변태한테 처발리지도 않았겠지♡”

   

   목소리의 안에 주신의 신성을 담는다. 손에 들린 방패와 메이스를 주신의 신성으로 빛나게 한다.

   

   “아닌가?♡ 그래도 꼴에 신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그렇게 멍청할 리는 없나?♡”

   

   악신 아그라가 가장 증오하고 있을 대상의 존재로 이 방 안을 밝힌다.

   

   “그럼 왤까?♡ 왜 만날 쳐발리기만하면서 추하게 달라붙는 걸까?♡ 그러면서 왜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 걸까아?♡”

   

   내 말을 듣는 루카의 눈은 어느새 검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니네. 이제 저걸 루카라고 부르면 안 되겠지.

   

   완전히 자아를 빼앗겨버린 저 멍청이를 루카라고 부르는 건 루카한테 실례잖아.

   

   “마조구나?♡ 맞지?♡ 쳐발리는 거에 희열을 느끼는 거지?♡ 아니라고 하지마♡ 그게 아니고서는 네 병신같음이 설명이 안 되잖아♡”

   

   완연힌 검정으로 물든 루카가 두 손으로 할버드의 대를 붙잡는다.

   

   “으음♡ 네가 마조인 게 맞다면♡ 허접 주신한테 죽어라고 매달리는 이유도 허접 주신을 좋아해서려나?♡ 허접 페도 변태 주신도 불쌍하네~♡ 너 같은 찐따한테 괴롭힘을 당하다니♡ 처음으로 그 페도 자식이 불쌍하게 느껴져♡”

   

   루카가 든 무기의 위로 검정이 몰려든다.

   

   공허가 지닌 권능이었으나 이제 공허의 통제에서 벗어난 기운들이 말이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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