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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2

Chapter: 512

   “1왕비님을 뵙습니다.”

   “불철주야 왕국을 위해 일하시는 1왕비님을 뵙습니다.”

   

   세실과 아서가 무릎을 꿇고 극진한 예를 표하자 1왕비가 눈을 살짝 치켜뜨고는 이내 웃음을 짓는다.

   

   “두 분 다 고개를 드세요. 왕국의 미래가 되실 두 분이 어찌 제게 고갤 숙이십니까.”

   “허나.”

   “괜찮습니다. 두 분.”

   

   의례적인 인사가 끝나고서 몸을 일으킨 아서는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1왕비를 마주했다.

   

   그녀는 이번 일에 직접 나설 생각이었던 듯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갑옷의 외견은 너무나도 말끔했다. 직접적인 전투에는 전혀 참가하지 않았다.

   

   대처를 하고자 했음을 보여주기만 하러 온 것인가?

   

   “두 분 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예. 1왕비님.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변변찮은 부상 하나 없습니다.”

   

   1왕비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그들의 몸을 훑었다. 둘의 말이 진실인지 가늠하는 것처럼. 뱀과 같은 그녀의 눈동자는 세실을 지나쳐 아서에게 도착했다가 그대로 멈췄다.

   

   “실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왕비의 눈가에 지어지는 눈웃음을 본 아서는 1왕비가 자신이 깨어있었단 사실을 눈치챘노라 확신했다.

   

   왕국을 이끌어 나가는 왕비이기 이전에 무인인 1왕비님이다.

   

   형님조차 눈치 챈 것을 이 분이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결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대략적인 상황은 인지했습니다만 정확한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는지라.”

   

   뱀의 꼬리마냥 굽어진 왕비의 눈가가 아서를 사로잡는다.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 속에서 아서는 침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당황할 필요 없다. 형님에게 말했던 그대로 이야기하면 된다. 이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아낼 방법 같은 건 1왕비님께 존재치 않아

   

   “일이 생긴 것은…”

   

   1왕비는 아서가 하는 이야기에 가만 귀를 기울였다.

   

   물음도. 의문도. 그녀에겐 존재치 아니했다.

   

   아서가 하는 말이라면 당연히 사실이라는 것처럼 그녀는 모든 말을 수용했다.

   

   “…제가 아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지금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면 3왕자님께선 악신의 추종자들과 싸우다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정말요?”

   

   그러던 1왕비가 처음으로 의문을 내뱉은 순간 아서는 당연하단 듯 고갤 끄덕이려다 굽은 눈 사이로 보이는 차디 찬 눈동자에 담겨 얼어버렸다.

   

   “정말. 3왕자님께서는. 사건의 해결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습니까?”

   

   뭐…지? 왜 이 부분에서 날 집요하게 추궁하시는 거냐.

   

   내게 악신의 추종자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할 능력이 없단 걸 1왕비님께서 모르시진 않을 터인데.

   

   …아니다. 진정해라. 난 지금 너무 깊게 생각하고 있다.

   

   상대가 아무리 1왕비님이라 한들 있지도 않은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순 없어.

   

   이러한 의구심은 그저 피해망상에 불과해!

   

   “3왕자님?”

   

   고개를 끄덕이겠노라 마음을 먹었던 아서였지만 그의 결심은 1왕비의 목소리 앞에선 무력했다.

   

   포식자 앞에 놓인 자그마한 짐승의 눈동자가 떨린다.

   

   아서는 예전부터 1왕비 카바티 솔라딘이 어려웠다.

   

   그녀가 직접적으로 아서를 압박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하여 뒤 쪽에서 그를 묻으려 하지도 않았다.

   

   따지고 보자면 카바티 솔라딘은 왕궁의 사람 중에서 아서를 잘 대해준 편에 속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서는 왕가의 피를 이은 사람이니만큼 자신의 자식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카바티 솔라딘은 아서가 배움을 갈구하는 것을 지원해줬다.

   

   만일 그녀가 아서에게 그 무엇도 허락하지 않았다면 아서가 지금처럼 재능을 개화할 수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굳이 따지자면 카바티 솔라딘이라는 인물은 아서에게 있어 은인이라 불러 마땅한 인물이었다.

   

   헌데도 아서는 그녀를 볼 때마다 껄끄럽다는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성적이라기보단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거부감.

   

   항시 입가에 자리한 부드러운 웃음 아래에 다른 것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이 미묘한 확신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서는 1왕비의 눈웃음 속에서 거부감을 느꼈다.

   

   그녀라는 사람의 웃음 속에 비수가 담겨 있으리란 걸 의심하지 않았다.

   

   

   “맞아요. 왕자님은 무능해서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 때 아서의 옆에 가만 서 있던 프레이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냈다.

   

   말을 꺼낸 절차부터 말 안에 담긴 내용까지. 어느 하나 결례가 아닌 것이 없었지만 프레이는 주변의 날 선 시선에도 태연히 말을 이었다.

   

   “제가 열심히 싸우는 동안에도 쿨쿨 자고만 있었는걸요. 허접 왕자님이었어요.”

   “무례하다! 켄트 백작 가의 영애여!”

   “왕가의 아래에 있는 자라면 경의를 표해라!”

   

   1왕비의 곁을 지키던 기사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목에 핏대를 세웠지만 프레이는 그들의 분노에도 고갤 갸웃거릴 뿐이었다.

   

   “표시하고 있는데요?”

   “허?”

   “당장 사죄를 바쳐도 모자랄 터인데 대꾸를 해?!”

   

   기사들이 열을 올리며 앞으로 나서는 걸 본 프레이는 겁을 먹긴커녕 되래 살짝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당혹을 느낀 것은 오히려 아서 쪽이었다.

   

   이 정신 나간 녀석.

   

   기사들과 싸워보고 싶다 그러더니 날 핑계 삼아서 저들을 도발한 거냐!?

   

   검 밖에 모르는 꼬맹이가 어쩐 일로 날 감싸주나 했는데 이런 거였군!

   

   잠시나마 감동했던 내가 잘못이지!

   

   속으로 투덜투덜대던 아서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세실과 시선을 나누던 그 때에 요정의 목소리처럼 아름답고 선명하며 동시에 얄밉기도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모든 소란을 짓눌렀다.

   

   “거기서 뭘 하고 계신가요?”

   

   태양 아래에 선 루시 알른은 격한 전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피 때문에 얽힌 머리카락도.

   

   여러 잔상처가 남은 피부도.

   

   피로가 서린 눈가도.

   

   여기저기가 구겨진 갑옷도.

   

   엉망이란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루시의 외견은 거칠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를 보고 못났다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이 몸에 새겨진 여러 상처마저도 매력으로 만들어주었으니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멍하니 루시를 바라보던 아서는 얼굴에 살짝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 녀석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만큼은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헌데 이 정도였나?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을 지경이었나?

   

   이토록 루시 알른이 아름…

   

   “망상병 왕비님.”

   

   …뭐?

   

   “또 피해망상이 도져서 제 친구들을 괴롭히고 계신 건가요? 한 나라의 왕비라는 분이 속이 참 좁으시네요. 불쌍하게도.”

   

   무례니 결례니 하는 단어로는 도저히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한 문구에 1왕비 곁을 지키는 기사들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학생들, 교수들, 그리고 아서와 세실마저도 눈을 크게 뜬 채 굳어버렸다.

   

   허나 정작 루시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듯 침묵 사이로 뚜벅뚜벅 걸어와서는 1왕비의 맞은편에 섰다.

   

   “할 일 하러 가시는 게 어때요? 다른 사람들 괴롭힌다고 망상병 왕비님께서 늦장부리다 아무것도 못했단 사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뒤처리라도 잘 해 주셔야죠.”

   

   싸우자는 듯한 루시의 어투에 왕비의 곁을 지키는 기사들도 어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달짝이지만 당사자인 1왕비는 아니었다.

   

   그녀는 루시의 무례에도 가볍게 웃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딱히 괴롭힌 건 아니었답니다. 피는 안 이어졌어도 자식이라 여기는 분들인걸요.”

   “푸하핳. 자식이요? 손자가 아니고요?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양심이 없진 않답니다. 어린 나이에 식을 올렸으니까요.”

   

   1왕비는 웃으며 대꾸하고는 손을 들어 뒤 편의 기사들이 나서는 걸 막았다.

   

   “실례했습니다. 늦었으니만큼 상황의 수습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이야기를 끝마친 1왕비는 자신의 기사들을 데리고서 훌쩍 떠나가 버렸다.

   

   1왕비의 주변을 지키던 이들은 루시를 탐탁찮은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그렇다 하여 무어라고 하진 않았다.

   

   당사자인 1왕비가 문제 삼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는데 어찌 주제넘게 나서겠는가.

   

   “어이. 루시 알른. 너.”

   

   그렇게 소란이 지나간 후 심장이 떨어질 뻔 했던 아서는 한 소리를 하려 했지만 루시가 즉각적으로 말을 끊었다.

   

   “시끄러워요. 무능한 변태 왕자님. 도와줬으면 얌전히 고맙다고나 하지 왜 미간을 찌푸려서 비난을 들으려 하세요? 그런 취향이에요?”

   “무슨 헛소리를.”

   “됐고. 따라오기나 해요. 해야 할 일 있으니까. 아님 뭐에요. 좀 더 욕을 해 드려요? 어기적거리실 때까지 귀에다 속삭여 드릴까요?”

   “…”

   

   더 목소리를 내봐야 자기만 곤란해질 뿐임을 눈치 챈 아서는 얌전히 두 손을 들었다.

   

   패배의 인정에 코웃음을 친 루시는 자기 옆에 달라붙는 프레이를 한 손으로 밀어내며 등을 돌리려.

   

   “루시 알른. 잠시.”

   

   다가 세실이 부르는 소리에 멈췄다.

   

   무슨 다급한 일이 있는 것인지 미간을 찌푸린 루시에게선 빨리 말을 하라고 재촉하는 듯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걸 느낀 세실은 마음에 담아 두었던 여러 할 말을 떠올렸다.

   

   작년에 자신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던 일이라거나. 자신의 어머니와 관계된 일이라거나.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말이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세실은 이내 피식 웃고는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뭐가요? 제가 해드린 건 아무것도 없는데요? 설마 존재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단 역겨운 소린 아니죠?”

   “말하자면 길다만. 여러모로 고맙단 이야기다.”

   

   루시 알른은 고갤 숙인 세실의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가 눈을 굽히면서 입을 열었다.

   

   “짐승처럼 생기셨으면서 입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말은 이리도 실속이 없다니. 아둔한 허당 왕자님이란 말이 절로 나오네요.”

   

   루시 알른은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끝마치고는 휙 등을 돌려버렸다.

   

   그렇게 루시가 떠나고서 세실의 주변 사람들은 건방짐이 하늘을 찌른다며 무어라고 그랬지만 정작 세실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병신에서 허당이 된 건가.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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