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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7

Chapter: 517

   나는 소울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요정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플레이어가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무렵에 요정의 이름은 이미 환상이 되어버린 상태였으니까.

   

   게임 속에 몬스터로도 아군으로도 등장하지 않으며 가끔 가다 회상 속에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한정적인 정보만을 내비치는 요정들에 대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다시피했다.

   

   기껏해야 그들이 맞이한 결말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 정도?

   

   그렇기에 요정이란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퀘스트 창을 보았을 때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

   

   요정의 꿈이라면 요정의 숲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겠지?

   

   오래 전 어둠 속에 묻혀 영원한 잠에 빠져버린 요정들.

   

   내가 히키 꼬맹이의 시련 속에서 마주했던 요정여왕이 잠들어 있는 곳. 이 세상이 게임일 무렵에는 무슨 수를 써도 들어갈 수 없던 장소.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내가 정말로 아예 알지 못하는 던전에 갈 수 있는 거냐고! 새로운 이벤트!

   

   새로운 스킬! 새로운 NPC! 새로운 던전! 새로운 몬스터와 패턴! 뿌려놨던 떡밥의 해소!

   

   내가 모니터 너머에 있었을 적에는 끝내 나오지 못했던 DLC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가!

   

   기대감을 잔뜩 담은 채 시선을 아래로 내린 나는 푸른 창에 적힌 글귀를 뚫어져라 보다 고갤 갸웃했다.

   

   [오래 전 요정여왕은 어둠의 악신이 준비한 함정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영웅들은 그녀를 구원하려 했지만 수많은 희생 끝에 실패를 인정해야만 했죠. 스스로가 이룰 수 없다 생각하던 마법사는 쓰디 쓴 실패를 마음에 담은 채 요정의 숲을 영원한 잠 속에 봉인시켰습니다. 지금도 요정들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푸르른 숲 속을 날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 행복한 꿈을 말입니다. 이들은 언제까지 꿈을 꾸고 있을까요. 행복한 꿈을 꾸며 저물어 가는 것이 이들에게 남은 유일한 결말일까요. 그들이 꿈에서 일어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당신의 결론을 들려주십시오.]

   [이번 퀘스트의 보상은 당신의 업적에 따라 변화합니다.]

   

   …내 결론?

   

   뭔 결론?

   

   의미심장한 문구를 대충 얽어 놓은 듯한 퀘스트를 두 번 정도 반복해서 읽어 본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뺐다.

   

   아니 결국 이거 요정의 숲에 가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거 아냐?

   

   근데 왜 내가 알아서 선택하란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거람?

   

   여태까지는 엄청나게 위험한 것도, 몸서리가 처질만큼 역겨운 것도 다 강제적으로 시키더니 왜 이번에는 어줍잖게 배려하는 척 하는 거냐고.

   

   따지고 보면 평소랑 별 다를 것도 없는데 괜시리 열 받네.

   

   장난감 아래에 적혀 있는 주의문구 같잖아.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저희 책임은 아닙니다. 라는 말은 잔뜩 비비 꼬아서 써 놓은 그 문구들 말야.

   

   더 짜증이 나는 건 이 문구가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간에 내게 선택지가 없단 거다.

   

   새로운 컨텐츠에 굶주린 썩은물이 미지의 지역을 어떻게 가만 내버려 두겠냐고!

   

   젠장! 허접 주신! 너 다 알고 그런 거지!

   

   내가 갈 수 밖에 없단 걸 알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제 잘못은 없습니다~ 하고 넘긴 거지! 그런 거지이이이!

   

   마음 속에 차오르는 울분을 침대를 투닥거리는 것으로 풀고 있으려니 침대 머리에 잠들어 있던 에린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파닥거리던 나와 눈을 마주하더니 이내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가씨! 깨어나셨습니까!?”

   “보면 몰라?”

   “몸은 어떠십니까? 이상한 부분은 없으십니까? 목이 마르다거나 배가 고프다거나 하신 것은.”

   “허접 에린. 시녀라는 애가 주인을 다그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발정난 고양이처럼 냥냥대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

   “…죄송합니다.”

   

   에린을 진정시킨 나는 푸른색 창을 다 내리고서 방 안의 불을 켰다.

   

   아직 아침이 되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지만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쓰러지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나 들어보자.

   

   “저 아가씨.”

   “냐? 냐냐냐냐?”

   “…예?”

   “고양이가 또 앵알거리길래 고양이 말로 대답해 준 거잖아. 자 고양아. 대답해봐.”

   “어어. 그. 냐아?”

   “푸훕. 시킨다고 그걸 해? 우리집 고양이는 개냥이였네?”

   “냐… 아니. 이게 아니고. 아가씨. 키가 좀 자라시지 않으셨습니까?”

   “저기. 개냥아. 아무리 너라도 건드리면 안 될 게 있단 걸 알아둬. 내가 착하고 자비롭고 귀여운 여자애인 건 사실이지만 대놓고 장난치는 걸 받아주는 호구는 아니거든?”

   

   내가 에린을 좋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지만 키 가지고 희망고문 하는 건 참고 넘겨줄 수 없어.

   

   허접 페도 주신이 하늘에서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내 키가 클 리가 없잖아.

   

   그 페도 새끼는 여자애한테 머리를 밟히면서 응기잇 같은 소리를 낼 변태라고.

   

   그런 놈이 내 키가 크는 걸 허락할 리가.

   

   “아니. 이번에는 네 시녀의 말이 맞다.”

   

   창 아래에서 잠을 자던 얼빠여우는 목소리와 함께 기지개를 키더니 이내 창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루시 지금 너는 약간 키가 자랐다. 누구보다도 널 유심히 바라보던 내가 보증하마.”

   

   성범죄자나 할 법한 이야기를 당당히 말하는 얼빠여우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저 녀석의 말은 믿을 만했다.

   

   예쁜 게 너무 좋아서 자신의 혼마저도 팔아넘길 변태가 얼빠여우가 내 외견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리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화장대의 앞에 섰다.

   

   ‘하. 할아버지.’

   <자랐구나. 대충 1센치나 2센치 정도쯤?>

   ‘그쵸?! 제 눈이 이상한 거 아니죠?! 자란 거 맞죠?!’

   

   거울에 비친 나의 키는 분명 커져 있었다.

   

   누군가는 기껏해야 손가락 마디 하나 차이 아니냐고 그러겠지만 내게 이 성장이 주는 의미는 각별했다.

   

   메스가키 스킬이 있는 한은 절대 키가 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접 페도 주신이 자신의 성벽을 마음껏 발휘하는 한은 결코 성장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키가 자랐어!

   

   키가 컸다고!

   

   뭐지?

   

   왜지?

   

   신성의 격이 올라가면서 육신이 변화할 때도 달라짐이 없던 키가 왜 자라난 거지!?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이제 지능이 올라 바보라는 호칭에서 벗어난 내 두뇌는 머지 않아 하나의 답을 내어줬다.

   

   기적.

   

   정화의 기적!

   

   그게 내 키를 자라게 만들어 준 거야!

   

   분명해! 그거 말고는 내 키를 크게 만들어줄 요소가 없는 걸!

   

   …어라?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

   

   내 키가 자라지 않는 건 메스가키 스킬의 패널티잖아.

   

   그리고 나, 그러니까 루시한테 메스가키 스킬을 내린 건 허접 주신이고.

   

   정화의 기적은 결국 삿된 것을 물리치는 힘일텐데 이게 왜 메스가키 스킬에 영향을 끼치는 거야?

   

   기적이라서? 워낙에 개쩌는 스킬이라 적아를 가리지 않고 패널티라면 다 해소해 주는 건가?

   

   아니 근데 패널티를 해소해 주는 게 맞다 치면 내 어투도 정상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냐?

   

   왜 어투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거지?

   

   내가 지금 지닌 힘으로는 메스가키 스킬의 패널티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는 건가?

   

   …

   

   으. 머리 아파.

   

   스킬의 매커니즘을 정확하게 실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뭐가 뭔질 모르겠네.

   

   그래도 몇 가지 확실한 건 있어.

   

   정화의 기적이 메스가키 스킬로부터 날 구원해 줄 수단이라는 것!

   

   그리고 완벽한 구원을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더 많고 고결한 신성이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지금 내게는 신성의 격을 올리기 위한 업적이 존재한다는 것!

   

   [요정들은 언제까지 잠을 자는 걸까.]

   

   허접 주신이 내어 준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밤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어둠 속에서 잠을 청하던 잠꾸러기들에게서 이불을 빼앗는 일 뿐.

   

   후흐.

   

   후흐흐흐.

   

   허접 주신. 내가 이루어 낸 업적에 따라 보상을 지급한다고 그랬지?

   

   알겠어. 내가 널 위해 아주 멋드러진 광경을 준비해 줄 게.

   

   치졸한 찌질이 아그라가 보더라도 감탄할 수 밖에 없을 풍경을 말이야.

   

   얼마간은 쉴 틈이 없겠네. 준비해야 할 물건도. 넘어서야 할 여러 절차도. 이번 일을 말끔하게 끝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사람도.

   

   잔뜩 있으니까.

   

   아. 물론 그 전에 중간고사부터 해결해야 하긴 하지만 이건 아무 문제 없어.

   

   내가 여태까지 조이랑 공부한 게 있는데, 그리고 잔뜩 상승한 나의 지능이 있는데 뭘 걱정하겠어?

   

   자! 와라! 중간고사야! 다이스 갓의 도움 없이도 널 박살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마!

   

   *

   

   밤을 새워가며 종이에 여러 계획을 짜던 나는 아침 해가 떠오른 것을 보고 방에서 빠져나왔다.

   

   아직 구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장은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게 더 중요하거든.

   

   얼빠여우나 칼, 에린에게서 친구들이 멀쩡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봐야 안심이 되잖아.

   

   뭣보다 내가 무려 1.3센치미터나 자라났다는 걸 알려줘야 한단 말야!

   

   내 몸에 딱 맞게 수선한 교복이 약간 끼는 듯한 느낌을 받은 나는 히죽대는 웃음과 함께 턱을 치켜들었다.

   

   <겨우 그 정도 키가 자랐다고 옷이 안 맞지는 않을 터인데.>

   ‘시끄러워요! 꼰대 할아버지가 옷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세요! 제 기분 망치지 말고 가만 계세욧!’

   <허어. 키 조금 컸다고 사춘기까지 같이 온 것인가.>

   

   할아버지가 깐족거리는 걸 애써 외면한 채 발을 움직이던 나는 아카데미 광장 한 가운데에 많은 학생들이 모여 웅성이는 걸 보고 고갤 갸웃했다.

   

   뭐야? 뭐길래 새벽부터 저렇게 많은 애들이 모여서 웅성대고 있는 거람? 뭔가 공지가 올라온 것 같긴 한데.

   

   으으으. 까치발을 해도 앞에 가려서 보이질 않아. 이 멀대 놈은 왜 이리 쓰잘데기 없이 크고 지랄이야.

   

   “야.”

   

   짜증을 한껏 담아 목소리를 냈더니 내 앞에 서있던 이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고갤 돌렸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마주하자마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개허접 멀대.”

   “네. 넵!”

   “꺼져. 냄새나니까.”

   “예! 꺼지겠습니다!”

   

   루시가 지니고 있는 히든 스킬. 사람 물리기는 여전히 유효했다.

   

   자연스레 생겨난 길을 걸어 공지 앞에 도착한 나는 오늘 새롭게 걸린 공지를 눈에 담았다.

   

   흐흠. 키가 자라서 그런가 예전보다 덜 고개를 들어도 괜찮은.

   

   [아카데미 휴학 관련 공지]

   

   …휴학?

   

   [이번에 일어난 사고와 관련하여 크나큰 책임을 통감하고…]

   [내부의 시설을 정비하고 인력을 보충…]

   [이번 중간고사는 연기되며 다음 학기에…]

   

   아니. 아니. 자. 잠시만. 중간고사가 연기된다고?!

   

   그럼 내가 여태까지 공부한 건 어떻게 되는데!

   

   중간고사 하나 때문에 내가 들인 노력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오오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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