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537

Chapter: 537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한 방법에는 여럿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직관적인 것은 영토다.

   

   나라가 지닌 땅이 넓어진다는 것은 나라에 소속된 국민이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라가 거둘 수 있는 세수가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며 더 많은 군대를 동원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 자체로 나라의 권세를 뜻하기도 한다.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조차 이 정도 이익을 떠올릴 수 있는 걸 보면 괜히 과거의 많은 군주들이 정복전쟁에 눈이 돌아간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영토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요?”

   

   그리고 왕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눈앞의 미치광이 또한 영토라는 단어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용할 수 있는 땅이 늘어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나보다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래요. 나라 안을 수습하는데 급급한 망상병 왕비님과는 달리 전 유능하거든요.”

   “상상이 안 되는 군요.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제가 시도해보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그 어떤 경우의 수에도 영토를 늘림으로써 얻을 이득보다 그로 인한 혼란이 더 클 텐데요.”

   “혼란 같은 건 없어요. 아. 아예 없진 않겠네요. 변태사도마냥 어린애가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르는 페도변태들이 잔뜩 생기게 될 테니까.”

   “…예?”

   

   메스가키 스킬의 왜곡 탓에 1왕비가 눈을 끔뻑이자 옆에 있던 베네딕이 헛웃음과 함께 지도를 꺼내 펼쳤다.

   

   “요정의 숲을 복원하려 합니다.”

   

   베네딕의 말을 들은 1왕비는 방금 전의 흥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싸늘하게 식었다.

   

   “그런 말이었나요.”

   “어째서 실망하시는 겁니까?”

   “오래 전에 불가능하다 판단 내린 일이니까요.”

   

   오래 전부터 요정의 숲은 왕국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봉인된 숲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악신의 기운이 점차 주변을 침식해나가며 왕국의 땅을 쓸모없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던전이 출현하는 계기까지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봉인은 타국의 침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 장점을 퇴색되게 만드는 데다 항시 재앙에 대비하느라 불필요한 지출까지 사용되게 했으니.

   

   1왕비는 영토를 늘릴 수 있단 사실 이외에도 여러 손해를 없애기 위해 요정의 숲을 복원할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1왕비가 내린 결론을 불가능이었다.

   

   “일단 에르기누스님이 걸어 두신 봉인이 문제입니다. 그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선 너무도 많은 소모가 필요해요.”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역사상 최고의 천재란 칭호를 굳건히 지키는 에르기누스의 봉인은 쉬이 해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방법 자체는 존재하지만 그를 위해 소모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 국고의 무리가 간다.

   

   “봉인을 푼 다음도 문제입니다. 그 안에 도사리는 건 신화시대에 봉인된 괴물들. 영웅들마저 상대하는 걸 포기한 존재이잖습니까.”

   

   베네딕을 포함한 현재 왕국의 전력으로 그를 상대한다 쳐도 많은 희생을 불가피하다. 심지어 그 희생을 감수한다한들 모든 재앙을 막아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존재치 않다.

   

   “또한 그 안에 품어져있을 악신의 기운을 어떡할 것이며.”

   

   주신 교회의 주교급이 여럿 온다 하더라도 악신의 기운을 완벽히 잠재울 수 없으리란 건 이미 확인된 바다.

   

   아르테아 가문에서 여러 성물을 징발하면 가능성은 생기겠지만 이 또한 국고의 소모가 너무 크다.

   

   “곤히 잠을 자고 있을 요정여왕을 깨워서 쓰러트리는 게 가능할지 확신할 수도 없잖습니까.”

   

   요정여왕은 한없이 신격에 가까운 무언가다.

   

   그런 존재가 깨어나 재앙을 펼칠 때 왕국은 그걸 쓰러트릴 수 있을까?

   

   설령 쓰러트린다 한들 그게 무수한 희생 끝에 얻어내야 할만큼 가치 있는 승리일까?

   

   1왕비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논할 가치도 없습니다. 아니. 복원을 시도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그로 인해 왕국의 미래가 사라지는 것을 전 눈 뜨고 볼 생각 없어요.”

   

   적대하지 않겠노라는 선언은 어디에 내다버린 것인지. 살갗이 따끔따끔해질 만큼 날카로운 살기를 뿜어대는 1왕비였지만 그런 그녀의 협박은 베네딕이 자신의 기운을 풀어놓음으로써 가로 막혔다.

   

   “1왕비님께서 이야기하신 바는 저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돌아가 주세요. 당신이 헛된 일에 희생하게 된다면 왕국에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지.”

   “이 베네딕. 왕국의 변경을 지키는 검으로써의 역할을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습니다. 헛된 마음을 품은 적조차 존재치 아니하지요. 그렇기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제안이 허황된 것이었다면 전 제 딸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을 겁니다.”

   

   긴 세월 동안 왕국의 변경을 지켜왔으며, 자신이 지닌 막대한 무력에도 불구하고 항시 왕국을 위한 충성만을 보였던 기사의 고언은 1왕비에게 망설임을 선사했다.

   

   자신이 확신한 일이라면 결코 타협하지 않을 거라 여겼던 미친년의 망설임은 신선했지만 내가 그걸 느긋이 감상할 틈은 없었다.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던 1왕비의 시선이 이내 내 쪽으로 향했으니까.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납득할 수 있도록.”

   

   흐으으. 결국 이 순간이 왔구나.

   

   메스가키 스킬의 번역을 넘어서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할아버지가 옆에서 조언을 해주니 아예 엇나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한 마디가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야.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심호흡을 한 내가 몸을 앞으로 내민 순간 내 귓가에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스몄다.

   

   그 탓에 놀라 휘청했더니 1왕비가 날 의이한 눈으로 바라봤다.

   

   ‘가. 갑자기 왜 웃고 그래요!?’

   <재밌는 일이 생겨서 그러지.>

   ‘그러니까 그게 뭔 일인데요!’

   <보면 안다.>

   

   자기가 설명해서야 멋이 없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툴툴대고 있으려니 방 안에 우리 세 사람 외의 다른 이의 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검은 장발의 연약해 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현재의 귀족들이 입는 옷들과는 달리 간소하면서도 말끔한 의상을 걸친 그는 다른 이들의 당혹 어린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당당히 걸어 우리 옆에 자리 잡았다.

   

   “당신. 누구죠? 어떻게 왕궁에 침입한 겁니까.”

   “내가 이 왕궁의 설계를 도왔는데 어찌 왕궁의 마법이 절 거부할까요.”

   “…설마.”

   “안녕하십니까. 현 왕국의 왕비시여. 에르기누스라고 합니다. 대마법사란 호칭을 지니고 있습니다.”

   

   1왕비는 당혹이 잔뜩 서린 눈으로 에르기누스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초연할거라 생각했던 그녀가 왜 저리 흔들리는지 나는 몰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영웅에게도 인간의 수명은 절대적이지 않습니까.”

   “정말 예외가 없다 말할 수 있으신지요? 당신은 제가 에르기누스란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터인데?”

   “…그건.”

   

   다만 확실한 것은 어째선지 1왕비가 갑작스레 등장한 동정해골이 에르기누스라는 걸 의심하지 않고 있단 점이었다.

   

   ‘뭘까요?’

   <아마 왕궁과 관계된 무언가가 있겠지. 저 녀석은 이 왕궁을 설계했으니 말이다.>

   ‘할아버지도 정확하겐 모르시는 거군요?’

   <뭐 어떠냐. 나중에 저 녀석한테 물어보면 대답해주겠지. 그보다 루시.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잖으냐.>

   ‘중요한 거요?’

   <그래. 네가 해야 할 설득을 저 녀석이 해 줄 거란 사실말이다.>

   

   …맞네? 요정의 숲을 봉인시킨 당사자인 에르기누스가 눈 앞에 등장했는데 내가 굳이 설명을 할 필요 없잖아!

   

   이 인간이 직접 설명하고 근거까지 다 제시해버리면 1왕비라도 부정할 수 없을 거 아냐!

   

   캬! 오졌다! 평소에 빌빌대는 동정찐따해골이라고 놀려댄 게 미안해 질 정도야!

   

   “방금 전 왕비님께서는 요정의 숲을 복원하는 게 불가능하다 말씀하셨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가능하다고요?”

   “지난 수백년 동안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를 해왔습니다. 단언하죠. 가능합니다. 제가 수백년에 걸쳐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에르기누스 이 자식 왜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해? 얼빠여우 앞에서는 벌벌 떨면서 살려달라고 빌던 찌질이였잖아.

   

   왜 1왕비 앞에 있을 때는 동요의 기색이 보이질 않는 거지?

   

   둘의 차이라면.

   

   흠.

   

   흐으음.

   

   뭔지 알 것 같지만 굳이 언급하진 말자.

   

   1왕비와 에르기누스의 체면을 위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무엇이라도 여쭤보십시오. 대답해드리겠습니다.”

   

   *

   

   갑작스레 등장한 에르기누스 덕분에 1왕비는 설득하는 일은 손쉽게 끝이 났다. 1왕비가 지적하는 모든 부분에 있어 에르기누스가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1왕비는 잠시 생각해 볼 시간을 달라 그랬지만 아마 고민 끝에 나올 대답은 하나 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왕비는 요정의 숲을 복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아니니까.

   

   그녀가 불가능하다 이야기한 건 어디까지나 실과 득을 비교했을 대 실이 더 크다 여겼기 때문.

   

   득이 더 크단 확신이 든다면 그녀는 기꺼이 요정의 숲을 복원하려 하겠지.

   

   “저어. 루시야.”

   

   왕궁에서 빠져나오기 무섭게 베네딕이 내게 귓속말을 했다. 갑작스런 소근거림에 놀라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더니 베네딕이 상처입은 표정으로 축 늘어졌다.

   

   “왜요. 징그러운 트롤 아버님.”

   “…그. 이 분이 진짜 에르기누스님이더냐?”

   “망상병 왕비님께선 정신병자지만 바보는 아니거든요?”

   

   나와 1왕비 어느 쪽도 의심하지 않았단 게 증거가 된 듯 베네딕이 신기함을 담아 에르기누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에르기누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정말 안 닮았군. 도저히 부녀사이로 보이지 않아.”

   “딸아이는 저보다 아내를 많이 닮았으니까요.”

   “아내도 이런 성미였나?”

   “그렇진 않습니다. 천사 같은 사람이었죠,”

   

   베네딕이 말을 흐리는 것에 무언가 느낀 듯 에르기누스는 그 이상 묻지 않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일에 대해 미리 말을 해줬더라면 내 기꺼이 협조했을 터이다만.”

   “찐따에 찌질한 마법사님이 여자 상대로 저렇게 말을 잘 할 줄 몰랐죠.”

   “…내가 못난 모습을 많이 보이긴 했지.”

   

   자기가 찌질해 보였단 걸 인정하긴 하는구나?

   

   “그보다 동정찐따마법사님. 망상병 왕비가 왜 당신이 진짜라고 생각한 건가요?”

   “왕궁에 있는 여러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권한을 나 또한 들고 있거든.”

   

   진짜가 아니라면 지닐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단 거구나. 그럼 1왕비가 당황한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네.

   

   “일단 이것으로 수도에서 해야 할 일은 끝난 것이냐?”

   “네에. 속 검은 허접 쓰레기들로 가득 찬 곳에 뭐 할 게 있겠어요.”

   “그럼 빨리 돌아가자꾸나. 봉인된 악신을 들고 오기 위해선 준비할 게 한 둘이 아니다.”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